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01.26

매표 행위로 타락하는 자영업자 영업손실보상제

사회진보연대
민주당의 특징은 방역이 아니라 선거 전략으로 코로나19 대책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결정된 전국민재난지원금이었다. 방역 탓에 어려움에 빠진 국민이 아니라 투표권이 있는 국민에게 정부가 돈을 뿌린 셈이었으니 말이다. 최근 실증 연구로 밝혀졌듯 1차 재난지원금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컸다. 코로나19 피해가 불평등한데, 지원은 평등하게 했으니 뻔한 결과라 하겠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선거 정책으로 코로나19 대책을 세웠다는 것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감염병이 겨울에 더 치명적이란 것은 감염의학의 기초 중 기초다. 그럼에도 현 집권세력은 총선 이후 지금까지 겨울철 구제 정책을 그다지 준비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눈을 씻고 찾아봐도 고민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올해 4월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자 차기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대책이 쏟아진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익공유제’를 주장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둘 다 근거는 부실하다.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정책이거나, 억지를 부리는 정책일 뿐이다. 한심하다 못해 개탄스러울 정도이다.
 
쏟아지는 대책 중 그나마 주목할 만한 건 정세균 총리가 주장한 ‘영업손실보상제’이다. 정부 방역대책으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자영업, 소상공인의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상해주자는 제안이다. 공공이 함께 혜택을 얻는 거리두기 방역 과정에서 특정 집단이 불가피하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 이런 보상은 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거리두기 방역으로 혜택을 보면서도 방역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집단도 많다. 사회적 정의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보상을 고려할 수 있다. 무차별적으로 지원금을 뿌리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공정한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악마는 디테일에 숨겨져 있다”. 영업손실보상제의 문제점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고, 모호한 영업 손실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제도는 운용이 어렵다. 그런데 정 총리는 이 두 문제점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행정부의 최고위직인 총리가 정책에 필요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디어만 내지르는 것은 무책임하다. 인기영합적 선동 이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총리의 제안이 대중 선동에 불과하다는 점은 그가 기획재정부 우려에 대응한 방식을 봐도 알 수 있다. 정 총리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손실을 공정하게 보상하는 방법이 어렵고, 비용도 100조 원이 넘을 수 있다고 우려하자,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라고 쏘아붙였다. 심지어 기재부를 개혁의 저항세력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장관의 이런 지적은 사실 너무나 상식적이다. 국가부채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세입 확충 계획이 전제되지 않는 정책은 정당성 여부를 떠나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만약 진정으로 영업손실보상제를 실행할 생각이었다면, 재정을 걱정하는 홍 장관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방역의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설득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세청부터 통계청까지 관계부처를 모아 영업 손실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 총리는 정책의 곤란한 부분은 기재부를 때리는 것으로 대충 덮어버리고, 자영업 소상공인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어필하는 선동에 집중했다. 또다시 코로나19로 정치를 한 셈이었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청와대와 여당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지원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선거를 앞두고는 현금 살포 정책을, 선거가 끝난 뒤에는 K-방역 ‘국뽕’ 선전에 몰입했을 뿐이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영업손실보상제는 그 취지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 정책도 민주당과 청와대 손을 거치면 정치적 이해타산 속에서 추진될 뿐이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타락해 선거를 앞둔 매표 행위로 이용될 뿐이다. 집권세력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공정한 보상을 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영업손실보상제를 재보궐 선거를 위한 정치적 매표 공작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주제어
정치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