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07.16

민주노총 총파업 요구안, 이대로 좋은가?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하반기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19 시대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대선 국면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이다. 하지만, 총파업 요구를 살펴보면 과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회진보연대는 이 문제를 두 차례에 걸쳐 검토해 보려 한다.
 

포스트-코로나19 정세에 적합한가?

 
양경수 집행부가 총파업 명분으로 내세우는 첫 번째는 불평등 확대이다. 소위 K자 회복으로 이야기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요구는 불평등의 원인을 전혀 포착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의 원인부터 생각해보자. 경제적 양극화의 핵심은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등의 노동시장 취약 계층이 이전보다 더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줄어든 소득이 회복되지 않고, 일자리 자체도 이전보다 더 불안정해졌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 아파트로 대표되는 자산 소유의 격차도 양극화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는 해고금지와 기간산업 국유화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코로나 불평등에 효과가 없다. 취업과 해고의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은 취약 계층 노동자에게 해고금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대규모 고용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영역은 기간산업은커녕 경제의 가장 주변적인 곳이다. 해고금지와 기간산업 국유화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밀집해 있는 기업과 산업에서나 효과가 있을 요구인데, 이 영역은 코로나에 그다지 큰 타격을 입지도 않았다.
 
사실 고용 취약층에 현재 가장 필요한 건 사회안전망이다.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지원도 늘려야 한다. 당연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보험료의 누진적 인상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형식적 차원에서만 이런 요구를 적당히 끼워 넣는 모양새이다. 국유화 요구는 실현 가능성도 없지만, 실현되어도 문제가 된다. 예로 주택 50% 국유화 요구의 경우 가계가 보유한 자산을 몰수하자는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민주노총 조합원에게조차 동의받기 어려울 것이다. 기간산업 국유화는 정부가 민간보다 경영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 경험적으로 봐도 도리어 부패만 양성할 가능성이 크다.
 
재난생계소득은 더 많이 오랫동안 받을 필요가 있기는 한데, 양경수 집행부는 이를 전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자는 견해인지, 아니면 선별적 지원이라면 누구에게 어떻게 지급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전 집행부는 전국민을 주장했다. 현 집행부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예산 제약을 고려하며 저소득 계층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할당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민주노총이 택할 요구가 아니다. 일하는 사람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노동 없는 생산이 없다)는 걸 잘 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기법 적용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도덕적 당위를 강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근기법 적용에도 노동자가 고용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게 민주노총 역할이다. 하지만 총파업 요구에는 그런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상병수당, 전국민고용보장제 같은 사회보험 강화는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사회임금이 제대로 지급되려면 사회보험료 조달 방법이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 이는 재벌이나 투기에 과세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가 없다. 노동자 다수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 50%도 마찬가지이다. 이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훨씬 더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소득이 노동자 간, 세대 간 격차를 더 키운다. 그래서 사회보험료 부담에 대한 민주노총의 책임이 없는 이런 요구들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살펴본 바와 같이 총파업 요구는 포스트-코로나19 개혁에 한참 미달한다. 민주노총은 왜 이러한 한계를 평가하고 개혁하지 못하는 것일까? 첫째, 정세에서 민주노총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민주노총의 요구가 만들어지는 내부 조직체계의 관성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항상 노동자는 피해자일 뿐이고 정부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식이다. 당연히 책임자 정부는 전지전능한 과잉 주체가 되어야 하고, 피해자 노조는 울부짖기만 하는 과소 주체로 남는다. 이런 껍데기를 가지고, 대기업 공공부문 노조들은 자신만의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 특히 이런 방식의 민주노총 태도는 집단면역 달성 이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할 때 도리어 경제적 불평등을 키울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상위계층의 조직노동은 곧바로 임금 인상에 나설 터지만, 취약 계층 노동자는 회복이 상당히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노조가 임금 격차를 확대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코로나 위기와 회복과정에서 사회적 연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대정부 요구만 늘어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요구안이 논의되는 방식도 문제다. 정부와 자본에 최대치를 요구하고 투쟁한다”라는 공식은 민주노총의 오랜 관행이다. 요구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은 종종 개량주의 또는 타협주의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사업장 단위별 교섭과 투쟁이 실제 쟁취 가능한 요구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반면, 총연맹과 같은 상급 조직의 요구는 가맹조직의 현안을 ‘사회대개혁’ ‘사회공공성’, ‘노동기본권’, ‘불평등 해소’라는 상위 범주로 묶는다. 민주노총 요구안은 산별, 기업 단위의 다양한 현안 요구를 이런 식으로 종합하는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보통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토론은 조직되지 못한다.
 
총연맹 요구가 토론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산별·조직이 올린 요구에 대해 쉽게 왈가왈부할 수도 없거니와 조직적으로 책임 있게 토론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총연맹이 가맹·산하단체의 요구를 수용하는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대정부 요구안으로 포괄해야 하는 범위는 무엇인지,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정책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합의된 내용이 없다. 그러다 보니 최대치 요구안에 대한 추상적 공감대만 서로 확인할 수 있다.
 
하반기 총파업 의제를 다루는 이번 7.19 대의원대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혁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제부터라도 민주노총 총파업의 정세적 의미를 재론하고 요구안의 공백이 무엇이며, 내부논의의 관성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충분히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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