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08.27

10.20 총파업, 정치적 방향은 무엇인가?

'촛불 개혁 완수'라는 모호한 구호를 넘어 민주당 심판이라는 분명한 기조로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73차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10월 20일 총파업을 공식화했다. 110만 조합원이 일시에 노동을 멈춰 불평등 체계를 타파하고 사회대개혁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양경수 집행부는 정기대대 및 중앙위를 통해 총파업 의제로 5대 핵심의제, 15대 요구안을 확정했고 주요한 쟁취목표를 세 가지로 집약했는데 1)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개정 2) 정의로운 산업전환, 일자리 국가보장 3) 주택, 교육, 의료, 돌봄 공공성 강화다. 다가오는 대선시기 민주노총은 강력한 대중투쟁으로 정치구도를 주도하겠다고 표명한 것이다. 제1노총이 전면적으로 총파업을 선포하고 있지만 사회적 반향이나 여론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총파업의 동력이 제대로 조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은 어떤 정치세력에게도 긴장의 요인이 되지 못한다.
 
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무기력할까? 선언적 구호 수준의 15대 요구안의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선이라는 국면에서 민주노총 투쟁의 정치적 메시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반정권 투쟁을 표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정치투쟁의 방향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총파업은 그 취지와는 다르게 민주당 정권 재창출에 활용될 위험이 있다.
 
 

‘촛불배신 정권’의 실내용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를 반노동, 반민중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집권여당이 촛불의 정신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재보선 이후 날로 우경화되어, 종부세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음에도 시행하지 못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등이 개선되지 않았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의 임금인상과 처우개선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촛불혁명’ 정신으로 돌아가 ‘노동존중정책’ ‘사회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집착하는 그 ‘촛불정신’ 자체는 지난 4년 심각한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정권교체에 동참한 노동운동 진영에게 마치 그 ‘응당의 지분’을 보상해 주는 것처럼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공공부문 정규직화, 주52시간제 시행을 과감하게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그대로 둔 채 추진된 이러한 정책은 정책적 정합성이나 실행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불평등 해소의 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사회적 부작용이 드러났던 것이다.
 
또한 ‘촛불개혁’에 대한 사회운동의 맹목은 집권여당의 내로남불 민주주의와 법치파괴와 포퓰리즘 정치에 대한 올곧은 비판을 가로막았다. 민주노총은 집권여당의 이러한 퇴행을 외면하고 노동개혁 과제를 중심으로 여전히 ‘촛불의 완수’만을 청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배신’을 부각하는 것은, 대선 시기 그 ‘촛불정신’을 선동할 누군가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현재 민주당 대권 주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촛불의 적자를 자임하고 있지 않은가.
 
 

“거침없는 총파업”과 내부방침의 모순

 
이처럼 민주노총의 집권여당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도 문제지만, ‘거침없는 총파업’은 조직 내부 실질적인 방침과도 모순적이다. 대선시기 보수정당에 강력한 정치공세를 펼치겠다고 선언하지만 정작 기층 현장의 민주당 지지를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에 대한 내부방침의 규정은 대체로 2017년 65차 임시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을 준용하고 있다. 그 내용은 "보수정당을 상대로 한 정책적 견인이 아닌 조직적 지지를 금지하고 의제-투쟁을 중심으로 한 대선 대응사업의 성과가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는 것이다. 즉 민주당에 대한 조직적 지지는 금지하지만 정책협약과 같은 정책적 견인은 허용된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산별노조나 지역본부와 같은 상급조직에서는 필요에 따라 정책협약 등을 통해 민주당과 협조경향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진보정당에 투표한다”라는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기층 현장에 강제력이 전혀 없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늘고 있는데 비해 진보정당들의 정당득표율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민주당에 대한 정책연대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의례적 관행이 되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민주노총 전직 임원들은 이재명, 이낙연, 박용진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대한 정책적 견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이 공동대표로 참가한 '노동광장'은 "이재명이 촛불 초심인 노동존중 실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 이라는 기대를 노골적으로 표명한다. 양경수 집행부는 성명(8.26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치의 꿈을 버릴 수 없다.”)을 통해 유감을 밝혔지만, 전직 임원들의 민주당행은 ‘촛불의 약속’이라는 실체가 불분명하고, 따라서 공허한 구호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면서 그것이 우리의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변한다는 점에서 현재 민주노총이 총파업이 표명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이 대선시기 총파업을 예고해도 집권여당에게 그다지 큰 정치적 위협이 되지 않는 이유는 그 성과가 작든 크든 어차피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귀결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내부는 사실상 민주당 지지가 대세인데 아무리 강력한 반정권 투쟁을 선언한들 대선 판에서 정치적 변수로 인식될 리가 없는 것이다.
 
양경수 집행부의 하반기 총파업 사업계획에는 “각 당 대선후보 대상 사업기획”이 명기되어 있거나 11.13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대선요구안을 선언하면서도 “각 당 대선후보 요구안 수용압박” 과 같은 문구들이 있다. 통상적인 정책 사업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대선시기 투쟁의 정치적 방향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정권재창출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통치에 있어 국민의 힘으로 표상되는 보수보다 민주당-문재인 집권세력을 더 낫다고 평가해왔다.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자유‧평등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말기 산별과 지역, 각 현장들은 대중투쟁을 벌임으로써 유력한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에 정책을 반영하자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소속 단위들의 이런 실리주의적 경향들을 분명한 정치적 입장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 지난 4년 경제, 외교안보 정책의 총체적 실패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한 민주당 정권에 대한 단호한 반대 입장이 필요하다. 이들의 재집권 할 때,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불행해 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민주노총이 이번 대선에서 반보수전선의 관성적 경로에서 이탈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민주당 정권의 국정운영의 실패, 진보진영의 내로남불 행태와 윤리적 타락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이번 10.20 총파업을 계기로 민주노총 스스로 민주당 식 개혁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했던 지난 4년을 반성하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이를 제대로 실행하려면 조합원을 총파업으로 동원하기 이전에 하반기 투쟁의 정치적 목표와 요구안 전반에 대해 정책적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조직적 토론을 통한 합의를 만드는 것에 먼저 주력해야 할 것이다.
 
7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이 스스로 선언한 “10월 위력적인 총파업 성사로 대선투쟁의 민중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면, 이제 ‘촛불청구서’를 과감히 버리고 민주당 심판의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책적 견인과 같은 모호한 방침을 고수하고 여전히 민주당에 대한 일말의 기대와 완전히 단절하지 못한다면 10.20총파업은 ‘뻥파업’이라는 비난을 떠나 민주당 재선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재창출을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단호한 입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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