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 2021.09.13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한 조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이행해야...높은 백신접종률과 의료시스템 대비가 핵심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방역체계,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전환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성인 80%, 고령층 90% 예방접종 완료를 내세웠다. 방역당국은 10월 말 전국민의 70%가 2차 접종을 완료하게 되면, 면역이 형성되는 2주의 기간이 경과한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상 회복을 위한 방안을 개시할 전망이다. 당국은 유행 규모와 예방접종률을 보며 방역 완화를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구체적 로드맵은 9월 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델타 변이의 등장, 무너진 집단면역의 꿈

 
코로나19 국면은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전환되었다. 인구의 70%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각국의 계획은 델타변이의 높은 전파력으로 인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집단면역의 가능 여부는 전파력을 나타내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로 판단할 수 있다. 비변이 바이러스의 R0는 약 2.5다. 이는 감염자 1명이 또 다른 2~3명에게 감염을 전파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인구의 70% 정도가 백신을 접종하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델타 변이의 R0는 5~9로 추정되며, 더욱이 백신의 예방효과도 감소시킨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R0를 5로 가정해도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백신 접종필요 인구의 비율이 100%가 넘는다. 전 국민이 백신을 접종해도 이론적으로 집단 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출처: JTBC]
[출처: 한겨레]
 
다행인 점은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높은 위중증·사망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분석 결과 백신 접종이 약 72%의 중증화 예방효과와 96%의 사망 예방효과를 가져온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백신의 효과 덕분에 집단면역 대신 코로나19와의 공존 전략을 선언하는 국가가 나타났다. 기존의 감염 방지보다는 사망 방지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높은 백신 접종률로 위중증률을 낮춰서 인구를 보호하며, 확진자 중 중증인 환자들의 치료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영국과 싱가포르가 이를 시행한 대표적 국가다. 현재 많은 국가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예고하고 검토 중인 상황이다.
 
[출처: 중앙일보]
 

다가오는 위드 코로나, 문제는 접종완료율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시점은 언제가 적절할까.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환 시점에 대해 52.4%가 ‘11월 말’이 적당하다고 답했고, 30.3%는 ‘9월 말(1차 접종률 70% 달성 시점)’, 14.3%는 '지금'이라고 답했다. 약 절반이 정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더 일찍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선 경선 국면에 돌입한 대선주자들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표심을 염두에 둔 듯 너도나도 위드 코로나로의 빠른 전환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출처: 중앙일보]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행의 중요한 기준으로 백신 1차 접종률보다는 접종완료율을 지목한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해야만 백신의 충분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나 델타 변이의 경우 1차 접종 시 예방 효과는 화이자 백신은 35.6%,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0%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2차 접종률 70%를 달성한 후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접종완료율 50~60% 시점에 방역 지침을 완화한 국가(미국·영국·이스라엘)의 경우 완화 이후에 접종완료율이 더 높아졌음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접종완료율 70% 시점에 완화한 싱가포르의 경우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위중증 환자의 추이를 살피며 의료체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단계적인’ 방역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마스크 해제의 경우 가장 마지막 시점에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도한 국가를 통해 시사점을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국가로 영국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소개한다.
 

영국의 사례

 
영국은 2020년 말 알파변이의 빠른 확산으로 올해 1월부터 아주 강력한 봉쇄를 시행하던 중 2월 말 4단계에 걸친 단계적 방역 완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는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자문하는 그룹인데, 여기서 제시하는 유행 양상과 백신 효과, 봉쇄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등의 과학적 근거와 조언을 토대로 단계의 이행 시기와 방식을 수립하였다.
 
각 단계 사이의 간격은 최소 5주로 설정했으며, 이는 방역 완화에 따른 변화를 분석하기 위한 4주와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예고하기 위한 1주로 구성된다. 단,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기준은 정한 날짜가 아닌 분석한 자료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다음 단계로의 이행이 불가하다 판단될 경우 늦춰질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행 여부는 4가지 기준에 근거하여 결정하는데, ▲백신 접종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고 ▲백신이 접종자의 입원과 사망 감소에 충분히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있으며 ▲감염률이 NHS가 지속 불가능한 정도의 입원 급증을 야기할 위험이 없고 ▲새로운 변종으로 인해 기존의 위험에 대한 평가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모두 만족시킬 시에만 이행하게 했다.
 
단계별 특징을 간략히 보면, 3월 8일부터 시행한 1단계에는 아이들의 교육 공백을 최우선 문제로 삼아 학교부터 개방했다. 부활제 휴가가 시작되는 3월 29일부터는 6인 또는 2가구까지의 실외모임을 허용했다. 2단계를 시행한 4월 12일은 인구의 48.4%가 1차 접종을 완료했을 때다. 여러 실내 시설을 가구 단위로만 이용하도록 재개했고, 아이들의 경우 부모와 함께 15명 규모로도 실내 활동이 가능해졌다. 3단계를 시행한 5월 17일은 인구의 55.2%가 1차 접종을 완료하고, 30.8%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을 때다. 실외 모임은 30명까지 허용하고, 실내 모임은 6인 또는 2가구까지 허용했다. 대부분의 실내·실외 시설 운영을 재개했고, 대규모 행사도 실험적으로 재개했다. 결혼식 등 행사는 허용 인원을 30명까지 늘렸다. 4단계 시행 계획은 6월 21일이었지만, 당시 델타변이의 확산이 심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4주를 더 연기한 후 접종완료율 54.4%(성인의 66.7%)를 달성한 7월 19일에 시행했다. 이때부터 거리두기에 대한 모든 법적 제한을 없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국의 전면적인 방역 해제가 바로 이때다. 영국은 규제를 전면 해제하며 앞으로 법으로 제한하기보다 개개인이 스스로 정보에 따라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스스로 위험을 고려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4단계에 급격히 방역을 해제하긴 했지만, 이전 영국의 방역 규제는 상당히 엄격했다. 영국이 3단계를 시행했을 때의 백신 접종률은 한국의 8월 31일 접종률 상황과 비슷했고, 이때 영국의 방역 상황은 한국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와 비슷한 정도였다.
 
 
현재 영국은 접종완료율이 65%를 넘어섰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가 3~4만 명대에 달하며 재확산세를 겪고 있다. 다행히 치명률은 아직 낮은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기엔 백신 접종률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분석과 함께 4단계 때 방역을 급격히 완화한 게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전면 완화했다가 결국 다시 착용을 권고했다.
 

싱가포르의 사례

 
싱가포르는 8월 9일 접종완료율 70% 달성을 기점으로 10일부터 방역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방역 기준을 다르게 적용했다. 접종완료자에 한해 사적 모임 규모를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식당 이용, 고강도 스포츠 등에서는 마스크 없는 활동도 허용했다. 반면 미접종자는 야외식당이나 카페만 이용 가능하고 2인 제한이 적용된다. 종교행사나 공연, 스포츠 경기, 결혼식 등 대규모 행사의 경우 접종완료자만 참석 시 500명까지 허용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 50명 규모로 제한했다. 8월 19일부터는 대규모 행사의 인원 제한을 접종완료자에 한해 1000명까지로 확장하고 쇼핑몰, 박물관 등 여러 시설의 인원 제한 규정을 완화했다. 10월부터는 의료부문, 노인돌봄부문, 공공부문, 마스크를 미착용한 손님 대면 업종(요식업, 체육관 등), 국경부문, 코로나최전선업종, 12세 이하 인구군에 한해 접종완료자가 아닐 경우, 주 2회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의료적으로 접종이 불가한 경우가 아니면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도록 한다. 접종완료자의 치료 방침에도 변화가 있다. 중증이 아닐 경우, 처음 며칠만 의료시설에 있다가 자가격리로 전환한다. 9일째에 음성이거나 검출 바이러스양이 매우 낮으면 격리를 해제한다.
 
싱가포르의 접종완료율은 최근 80%를 넘어섰다. 치명률도 독감과 유사한 수준인 0.1%까지 떨어져 위드 코로나 전환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주목받고 있었으나, 최근 연일 세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며 점차 확산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 이상의 방역 완화는 보류한 상황이다.
 

영국과 싱가포르의 사례가 주는 교훈

 
영국과 싱가포르 모두 방역 단계를 완화할 때 접종완료율과 환자 규모에 따른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백신 접종으로 위중증률을 감소시키는 것과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여력이 공존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두 국가 모두 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백신의 효과로 치명률은 낮게 유지되며 병상도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국 당국은 병상 포화도를 고려하며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보며 많은 국가가 희망을 품고 전환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확산이 커질수록 중증환자의 수도 많아질 것이기에 다시 규제 조치를 강화하는 것을 두고 방역당국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두 국가의 방역 완화 시점은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확산 규모가 비교적 잘 관리된 것을 두고 싱가포르의 시점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분위기다. 영국은 접종완료율 54%에 전면 완화를 단행했지만, 이 접종률은 델타 변이를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미국과 이스라엘도 이른 방역 완화로 현재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의 확산세는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접종완료율이 최소 70%는 달성했을 때 방역을 완화하는 게 더 안전하겠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두 국가의 방역 완화 방식에 명확히 차이나는 점이 있다. 영국의 경우, 미접종자와 접종완료자 간에 차이를 두지 않고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접종완료자와 미접종자 간에 명확한 차이를 두고 있다. 미접종자는 오로지 2인 제한으로만 사적 모임을 할 수 있으며, 방문 가능한 시설이나 행사에도 제한을 받는다. 당사자 및 사회 전체의 감염 위험 관리와 백신 인센티브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차별적 조치는 시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라는 공존 전략은 단기로 그치는 대책이 아닌 만큼 추후 어느 정도까지 차별적 조치가 허용될 수 있는지는 사회적으로 논의해나가야 할 과제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위드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집단면역 달성 계획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며 방역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 델타 변이라는 조건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드 코로나는 그 경로가 매끄럽고 안정적이든, 큰 피해를 동반하든 결국에는 맞이해야 할 미래다. 이를 위해 중요한 과제는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 이 피해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이다. 간과하면 안될 점은, 위드 코로나 전략의 핵심은 백신의 효과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며, 방역을 완화했을 때 중증환자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방역 완화는 그저 혼란만 야기할 것이다.
 
과학적 자료나 객관적 기준 없이 방역을 정치화하는 것을 제일 경계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과학적 시뮬레이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결과에서 의료체계가 붕괴하지 않는다는 비교적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확진자 급증 상황에 적합한 환자 진료 시스템, 인프라, 인력 등이 모두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방역 완화는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는지를 기준으로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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