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10.27

북한 SLBM 발사의 함의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은 왜 북한의 핵·미사일 강화로 귀결되었나

사회진보연대
10월 19일 오전 10시 경,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의 비행 고도는 60㎞, 사거리는 590㎞으로 단거리 미사일에 속한다. 북한의 SLBM 발사는 지난 2015년, 2019년에 이어 2년 만이다.
 

대남용 전술핵무기 개발에 매진하는 북한

 
SLBM은 수중의 잠수함에서 발사되므로, 언제 어디서 타격할지를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선제공격으로부터 면역이다. 이러한 가공할 만한 특징 때문에 SLBM은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합동참모본부는 비행 고도와 사거리를 보았을 때, 이번 미사일은 남한을 겨냥한 신형 ‘미니 SLBM’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북한은 지난 11일 조선노동당 창건 76주년 맞이 무기 전시회에서 ‘미니 SLBM’을 최초로 공개했는데, 이와 동일한 미사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전에 발사했던 SLBM들과 비교해보면, 북극성-1형(2015년)과 3형(2019년)은 비행 고도가 900km, 사거리가 1000km 이상으로 장거리라 이번 미사일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번만이 아니라, 2019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북한 미사일 발사 대다수가 이와 같이 사거리 약 600km 이하의 미사일이었다. 이런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을 상대할 수 없지만, 사거리 600km는 남한 전역과 일본 일부 지역을 커버한다. 북한은 2019년~2020년 중·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19차례나 진행했고, 올해 총 8차례(10월 20일 현재)의 미사일 발사 중에서도 한 번(9월 11~12일)만이 사거리 1000km 이상이었다. 이는 북한의 전략적 방향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조선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핵 무력 강화를 통한 군사력 증강을 강조하면서 “전술핵무기 개발”을 지시했다. 전술핵무기란 통상적으로 단거리, 저위력 핵무기를 말한다. (물론 핵무기치고 상대적으로 저위력이란 것일 뿐, 재래식 무기의 위력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출처: 뉴스1]
 
북한 전술핵무기의 대상은 주되게는 남한일 수밖에 없다. 이번과 같은 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싣는 것이 곧 전술핵무기다. 직접적으로 핵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핵탄두를 탑재할 미사일 기술을 개량하는 것 또한 전술핵무기 개발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이미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부터, 미국을 즉각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대미용 전략무기보다는 대남용 무기 개발에 매진하는 전략을 취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미사일 실험은 이러한 전략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보여준다. 북한이 수중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SLBM 발사 실험은 기술적 이유로 통상 육상→바지선→잠수함 실험의 순서로 진행한다. 즉, 북한의 SLBM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실전 배치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북한 당국의 대남용 무기 개발이, 실제로 대남전쟁을 치르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지나치다. 북한이 남한을 대상으로 한 군사행위를 벌이는 것에는, 미국이 자국에 직접적 위험이 된다고 설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주의를 환기하려는 의도가 기본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 당국의 제1목표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남한과 일본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미사일 기술이 개발·증강되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이러한 단거리 전술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전략무기를 구분하여, ‘비핵화’가 아닌 ‘핵 군비통제’를 중심으로 핵 협상에 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대미용 전략핵무기는 포기하더라도, 동아시아 내에서 남한과 일본 등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는 유지하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라는 ‘약한 고리’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북미대화가 교착되고 북한 이슈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군사 행동을 지속하여 관련국을 흔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SLBM 발사 시기를 왜 지금으로 했나에 대해서는,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정보수장 회동을 염두에 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정책 성과를 남기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를 한미일 협력의 ‘약한 고리’로 여기고 압박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1일 UN(국제연합)총회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했다. 그 이후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한미일 정보수장 회동 등 종전선언 논의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한미일 공조 논의가 진행되는 시점에 맞춰 SLBM 발사가 판을 흔든 것이다. 지난 9월 한 달에만 4차례 미사일 발사를 했고 이번에 SLBM을 발사했으므로, 앞으로도 군사 행동의 수위를 높여가며 점점 ‘레드라인’에 다가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적대 정책·이중 기준 철폐’를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중 기준’이라 함은, 세계 많은 국가들이 군비 증강을 하고 있음에도, 북한의 군사 행동만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SLBM 발사 역시 ‘남북한 간 무기 개발 경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이중 기준 철폐’ 요구를 환기하기 좋은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9월 15일 남한 SLBM 잠수함 발사 시험, 10월 19일 국내 최대 무기 박람회인 서울 ADEX 개막, 21일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만약 문재인 정부가 북한 SLBM 발사를 크게 규탄하면, 북한이 ‘이중기준’이라고 반발하며 종전선언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판을 짰다는 것이다.
북한은 SLBM 시험발사에 대한 UN 안보리 비공개 긴급회의에 대해서도, ‘이중기준’을 가지고 비난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UN이 다른 국가와 달리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는 것은, 미사일이 핵무기, 생화학무기 같은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의 운반수단이며, 북한이 이런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핵탄두가 존재하는 한, 미사일 기술 개량과 핵 군비 증강을 분리해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은, 북한 핵실험 전까지는 우려 표명, 자제 권고에 가까웠지만,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에는 금지, 실질적인 제재로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때 대북제재도 처음으로 시행된다(안보리 결의안 1718호).
북한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무단으로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을 감행한, 지구상에서 유일한 국가다. 누가 하든 군비 증강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지만, 이런 북한과, NPT 가입국으로서 핵무기를 개발·보유하지 않는 국가들의 미사일 개발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중기준’이고, NPT 체제를 근간부터 흔드는 일이다. 남북한이 나란히 세계 7번째, 8번째로 SLBM 잠수함 시험발사에 성공한 셈이 된 한반도 상황을 보면, 시험발사 성공은 남한이 한 달 앞섰지만, 개발 자체는 북한이 먼저 시작했다. 핵무기 보유국 말고는 SLBM을 개발한 선례가 없음에도 한국 정부가 SLBM 개발에 나선 것은, 북한이 이를 추진하는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재인 정부의 반응

 
청와대는 북한 SLBM 발사 73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발사된 미사일을 ‘SLBM’ 대신 ‘미상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했고, UN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가능성도 언급하지 않았다. ‘도발’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는데, 9월 1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 “연속된 미사일 도발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 25일 북한 당국이 북의 군사 행위를 도발로 부르지 말라며 ‘이중 기준 철회’를 요구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장관과 정의용 외교부장관도, 이번 SLBM이 ‘도발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10월 4일 복구된 남북통신선 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북한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울신문은 ‘북한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측의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정상국가 인정이 먼저이고, 그 뒤에 핵군축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 “종전선언 국면과 북측의 국방력 강화 프로세스를 별개로 보지 않고는 대화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다.” (“종전선언·자위력 강화는 별개라는 北… 한미 대화해법 ‘시험대’”, 21.10.19.) 첫 번째가 북한의 속내고, 두 번째가 청와대와 여권의 속내인 것이 현실로 보인다.
그러나 종전선언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핵 위협이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도 외면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은 본말이 전도되었다. 이러한 비상식적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도, 국제 사회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UN은 북한에 탄도 미사일 발사 금지 UN 안보리 결의안 준수를 촉구했다. 국내에서는 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야권이 청와대 입장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은 2016년 당시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심상정 상임대표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논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호의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한겨레도 사설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데다 특히 SLBM은 상대방이 모르게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전략무기”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의 반응도 청와대와 엇갈린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다”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과 지역 안보에 간과할 수 없는 것”,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강력히 비판”,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모든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미사일 기지 등을 선제공격해 파괴하는 것을 뜻한다. 집권 자민당은 이를 오는 31일 열릴 총선 공약집에 명시했다. 이는 일본 헌법 제9조(‘평화헌법’)의 전수방위 원칙, 즉 외부 공격에 방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방위력 행사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북한의 이번 SLBM 발사가 오히려 자민당에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그 결과는 어떠한가

 
결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북한은 2018년 이래로 직접적인 핵실험이나 ICBM 실험은 하지 않기는 했지만, 핵 물질 생산은 계속되었고 핵탄두를 실을 미사일 능력은 꾸준히 고도화·다양화되었다. ‘남북미대화’라는 것의 결과는 이것 말고 없다. 현실은 북한의 핵무기 문제 해결과 분리하여 남북대화·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북핵의 위협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런 현실을 뭉개고 넘어가는 대신, 주관적 바람만을 강조한다. 북한이 올해 7월 초부터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사실이, 8월 30일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제서야 문재인 정부는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변 핵 시설을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심장”이라고 부르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할 때마다 언급해왔다. 그런데 그런 영변 핵시설이 다시 가동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것만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일반적 상식으로 납득할 수가 없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북핵 문제/남북대화 분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정부는 우리 정부 주도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다시 확보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SLBM 시험발사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문재인 정부에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 자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 당국 양자가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가 인식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사이에서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북한에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모종의 남북관계 ‘성과’는, 북한의 의도대로 핵무장한 북한의 ‘정상국가화’에 힘을 보태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 간 시종일관 한반도 비핵화 과제와 남북관계를 분리하며 후자에서 일단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임기 말에 뭐라도 하려고 다급해 보이는 지금은 더욱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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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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