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연속기획: 이재명 후보 집중 해부 | 2021.11.12

[기획(4)] 이재명 후보의 재정관, 부채관을 집중 파헤친다

재난지원금 또 준다고요?

사회진보연대
'이재명 표' 전국민재난지원금(방역지원금) 지급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을 선별하여 지원해야 한다는 사람도 많고, 추가 지급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6, 7일 SBSㆍ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각각 35.3%, 39.1%) 게다가 이재명 후보발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가 선거용 환심사기로 보일 여지가 크다.

이번 글은 이재명 후보의 재정관을 파헤친다. 그는 과감한 확대재정, 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재원 마련 대책 논의는 미룬 채 돈부터 풀겠다는 것이 적절할지, 숙고가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도 재원 마련 계획을 제시하지 않나요?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허황된 공약을 내세우며, 필요한 예산을 위해 적자재정을 감수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고령화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는 산적한 상황에서 국가재정은 반드시 필요한 곳에 써야합니다.

네,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과 같은 대표적 정책 각각에 대해서는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정책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재정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바 없습니다. 서로 모순되는 정책들이 여럿 눈에 띄는 걸 보면, 재정 측면에서 개별 정책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날 변화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몇 가지 발언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바는 있습니다. 첫째,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정부의 예산 규모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국가부채는 별로 위험한 수준이 아니며, 예산 규모 확대를 위해 부채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발언은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에 더욱 두드러졌는데, “국가부채비율은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을 때나 걱정할 일이라며, 국가부채를 다른 나라보다 낮게 유지했다고 칭찬받을 일이 아니”며 “국채 1,000조 넘는다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셋째, 예산 규모 확대를 위해 증세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기본소득을 위한 국토보유세 도입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정치에서 증세 얘기는 금기인데, 저는 국민의 집단 지성을 믿는다. 엄청난 저항이 있겠지만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증세 수단으로 국토보유세 외에도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 도입 등을 제시했으며, 소득세 증세도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넷째,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세출 구조조정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예산을 어느 정도 줄일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상을 통해 재정운영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전반적인 방향은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예산 규모는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본예산은 400조 7,000억 원 규모였지만, 매년 예산 규모가 연평균 8.6% 증가해 내년 예산은 최초로 6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5년 만에 200조 원 넘게 늘어난 것입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 3.2%, 2018년 2.9%, 2019년 2.2%, 2020년 –0.9%로 계속 감소 추세입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점점 더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에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세 가지 요소인 노동, 생산성, 자본 각각이 얼마나 기여하는지 나눠봤을 때, 모든 항목이 감소 추세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는 완화할 수는 있지만 역전시킬 수는 없고, 기술혁신 자체도 심각하게 둔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반등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입니다. 국가부채의 증가속도는 이런 경제전망을 고려해 적절히 관리되어야 합니다. (자료 출처: OECD, 연합뉴스 사진자료 재구성)

경제성장률은 감소하는데 재정지출은 급격히 증가했고, 그 결과 국가채무도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 원이던 것이 지금은 927조 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1,0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7년 36%이던 것이 지금은 51%로 늘었습니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경제성장 둔화와 고령화라는 높은 증가요인이 있는 가운데 지출 중심의 재정운영이 겹쳐지면서 발생한 결과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급격한데, 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규모도 중요하지만, 증가속도가 더 중요합니다.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는 갚아야 할 이자 증가분이 소득 증가분보다 더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번 돈으로는 이자를 갚지 못해 빚을 내서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뜻이며, 빚이 빚을 낳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한겨레신문》 사진자료 재구성)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불황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는 산적한 상황에서 국가재정은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요. 개인의 입장으로 바꿔서 생각해봅시다. 소득은 충분치 않고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도 낮은데, 돈 들어갈 곳은 많은 상황에서 가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요. 반드시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돈을 쓰면서 동시에 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자기계발도 해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을 넘기기 위해 필요하다면 대출을 받아야겠지만, 어려움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대출을 받고, 무엇보다 대출받은 돈은 낭비하지 않고 앞으로의 가계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국가재정 운영과 가계 운영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국가재정은 가계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기도 하고, 국가의 세입·세출 및 국채 발행이 개인의 소득·지출 및 은행 대출과 동일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가재정의 경우 화폐 발행이라는 수단을 통해 균형재정이라는 제약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고 따라서 파산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중요한 차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재정도 최종적으로 국부(시민의 재산)로 국가채무를 상환해야 한다는 본질은 같습니다. 국가재정이라고 해서 채무를 무한정 늘리고 상환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게다가 가계 운영의 실패는 당사자의 불행으로 귀결되는 것이지만 국가재정 운영의 실패는 전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 신중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점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재정운영의 방향은 이러한 상식과 많이 다릅니다. 돈 들어갈 곳이 많다는 점만 강조하면서 국가의 재정위기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재정을 사용하는 방향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빚을 내서라도 돈을 써야합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위기를 극복하거나 위기를 맞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당장 듣기 좋은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이라는 허황된 공약이 이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정책을 구사한다면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사회는 매우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대출 공약을 제시하며 부채상환 능력과 관계없이 국가가 낮은 이자율로 1000만 원씩 빌려준다는데, 서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돈을 빌려줘도 갚을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긴급 생활비 지원이나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이 더 쉽게 빚을 지도록 하는 것보다 이런 대책이 훨씬 더 지속 가능할뿐더러 실질적·장기적인 도움도 됩니다.

누구에게나 최대 1,000만 원까지 3% 수준의 저리로 장기간 돈을 빌려준다는 기본대출 공약을 살펴봅시다. 고소득자·고신용자만 저리의 장기대출을 독점하고, 다수 국민에게는 은행 대출이 희망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금융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주장입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수탈적 서민금융”, “족징, 인징, 황구첨정, 백골징포”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표현합니다. 족징, 인징, 황구첨정, 백골징포는 조선 후기 군역이 문란해져 양민을 광범위하게 수탈했던 상황을 이르는 말입니다. 양인계층 수가 감소하자 1인당 군역의 부담을 근거 없이 늘리거나, 군역을 회피하고 도망간 사람의 군역을 이웃 양민에게 부과하거나, 군역의 나이가 되지 않은 어린이나 죽은 사람에게까지 군역을 부과하던 것을 이릅니다. 현 상황이 국가가 대출을 빌미로 부당하게 서민을 수탈하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신용이 낮은 사람은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건 구조적 모순이기 때문에 더욱 형평성 있는 금융 구조로 개선되게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이후 많은 비판이 일자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며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기관이 대출자에 따라 금리를 달리하는 것은 금융기관, 나아가서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장치입니다. 신용도에 따라 금리에 차등을 두는 금융시스템의 기본적인 원리 자체를 부정하고 저금리로 대출을 무분별하게 실행할 경우 개인과 사회 전체에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입니다. 경제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근거해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에게도 무분별하게 대출해준 결과, 미국 경제는 큰 위기를 겪었고 그 위기는 전 세계로 파급되었습니다. 대출을 받은 개인들도 큰 불행을 겪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한국은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나라입니다. 2021년 2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805조 원에 달합니다. 한국 성인 중 절반이 기본대출을 이용해 1000만 원을 대출받으면 그것만으로 200조 원입니다. 기본대출에서는 신용등급을 구분할 수 없어서 금융기관이나 국가가 대출 상환 실패의 위험부담을 모두 떠안아야만 합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여기에 대해 금융기관의 과잉대출, 즉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는 경향이 문제라고 지적해왔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기본대출은 과잉대출 문제를 악화시킬 것입니다. (자료 출처: 《중잉일보》 사진자료 재구성)

물론 지나치게 높은 대출이자는 시민의 경제활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국가는 시민의 생활 안정성을 위해 금융자본의 활동을 적절히 규제·감독하고 신용이 낮아 금융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미 이런 정책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으며, 금융시스템이 서민을 수탈한다는 이재명 후보의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정부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 중에서 소득이 낮지 않거나 돈을 갚을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을 선별해서 저리의 정책서민금융을 제공합니다. 소득이 매우 낮거나 돈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방식을 사용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들을 파산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려줘도 갚을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긴급 생활비 지원이나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이 더 쉽게 빚을 지도록 하는 것보다 이런 대책이 훨씬 더 지속 가능할뿐더러 실질적·장기적인 도움도 됩니다. 이 같은 사회 안전망은 이미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으므로, 기본대출 같은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기존 안전망의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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