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연속기획: 이재명 후보 집중 해부 | 2022.01.03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질타한 이재명 후보

이재명 후보가 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진보연대

 

이재명 후보는 "북한에게 할 말은 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 12월 30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지킬 수 없는 남북 합의를 했기 때문에 합의를 충분히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개성공단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의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강하게 질타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첫째, 문재인 정부가 어떤 부분에서 지킬 수 없는 합의를 했는지, 이재명 후보는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둘째, 그렇다면 본인은 북한과 '지킬 수 있는' 어떤 합의를 하겠다는 것인지도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즉 문재인 정부의 무엇을 정확히 반성하고, 그래서 자신은 무엇을 새롭게 해나가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


따라서 이재명 후보가 말하지 않은 속내를 파악하려면, 그동안 그의 행적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의 소책자에서 더 살펴볼 수 있다.
 

▶▶[소책자 전체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

 

남북관계를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방향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은 ‘비핵화’에 대해 국제사회와 북한 간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남북 상생경제든, 실용적 평화체제든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제는 이념과 체제 경쟁은 의미도 실익도 없다”라면서 남북 경제발전, 남북 주민 민생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실용적 남북 상생경제든, 실용적 평화체제든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이 문재인 정부를 통해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그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사건이 바로 ‘하노이 노딜’입니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설명해보겠습니다. 

하노이 노딜이란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사건을 말합니다. 27일까지는 회담이 순조로운 듯 보였으나, 28일 오찬이 갑자기 취소되고 두 정상이 정상회담장을 떠나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몇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고 밝히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보다 더 많은 걸 없애야 한다”, “북한 측이 미국이 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자정 넘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민수경제와 관련된 부분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유엔제재의 일부,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의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제안했다는 말입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이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며 반박했습니다. 북한이 요구한 제재 해제 항목이 사실 가장 핵심적인 항목으로 구성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노이 노딜 뉴스가 전파된 후, 미국의 공화당-민주당 양당 모두 노딜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나쁜 합의서에 서명하기보다 회담장을 걸어 나가는 게 낫다”고 말했고,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김 위원장이 제안한 작은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논평했습니다. 한 마디로 ‘배드딜(나쁜 합의)보다는 노딜(합의 결렬)이 더 낫다’는 말이었습니다. 훗날 트럼프와의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는 조 바이든 민주당 전 부통령 역시 “트럼프가 모든 외교를 부동산 거래처럼 하려 든다”면서 “이번에 외교의 중요성을 배웠기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때는 오토 웜비어 사건 때문에 미국의 대북 여론이 매우 좋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웜비어가 2015년 북한 여행 중에 억류되어 15년의 노동교화형을 받았다가 2017년에 석방되어 혼수상태로 미국에 도착했으나, 6일 만에 사망한 충격적 사건을 말합니다. 2018년 12월 미국 연방법원은 “웜비어에게 가해진 고문과 인질극, 비사법적 살인과 함께 가족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한이 웜비어 가족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여론이 매우 나빴다고 하더라도 공화당-민주당 양당이 하나같이 노딜을 반겼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양당의 공통된 생각이 무엇인가 따져보아야 합니다.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일거에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는 당연히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먼저 북한이 어떤 핵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가, 생산된 핵 물질과 배치된 핵무기는 어디에, 얼마나 있는가, 이런 문제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기초적인 사실에 대한 확인이 있어야 비핵화가 진전이 되는 것인가, 아닌가를 평가할 기준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알 수 없다면 비핵화가 달성되었다고 말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핵무기를 없애더라도, 그 뒤에서 새로 핵무기를 만든다면 비핵화가 진전되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능력에 관한 기초적 사실 확인에서 시작해서,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될 단계적 스케줄에 대한 대강의 합의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측, 공화당-민주당 양당이 공유하는 시각입니다. 이것이 미국이 말하는 ‘포괄적이며 검증 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CVID)입니다. 

반면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란, 북한 핵 프로그램(핵시설, 핵물질, 핵무기)에 대한 사실 확인과 전반적인 비핵화 일정에 대한 합의는 뺀 채로, 일단 얼마간의 핵 동결·감축과 얼마간의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북한식의 ‘수평적-동시적 협상’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이런 방식의 협상은 오히려 북한의 핵(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해 주는 효과만 발휘할 것이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본다는 게, 하노이 노딜로 드러난 셈입니다.  

요약하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CVID와 북한이 제시하는 ‘조선반도 비핵화’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남북 상생경제든, 실용적 평화체제든 간에 너무나 먼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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