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3.07

이재명 후보의 탈진실

진실이 무의미한 정치에 책임을 기대할 수 없다

사회진보연대

[3월 2일 TV 토론 사회분야]

심상정 국정공약으로 250~300조 원, 지방 공약은 예산추계도 안 나오는 정도인데, 감세는 이야기하면서 증세 계획은 없으십니까?

이재명 증세 계획은 없습니다.

심상정 그러면 100% 국가채무로 하겠다는 겁니까. 언론에서 보니, 증세는 자폭이라고 하셨던데, 이건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재명 (손사래를 치며) 그런[증세는 자폭이라는] 얘긴 한 적 없습니다.

심상정 언론에 다 나와 있는데 왜 자꾸 아니라고 하십니까?

이재명 (당황스럽다는 듯) 자꾸 없는 말을 지어내고 그러십니다.

 
두 후보의 설전을 지켜보는 국민으로서 혼란스럽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나. ‘증세는 자폭’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긴 한데, 그게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었던가 아니었던가. 심상정 후보의 당당한 표정과 이재명 후보의 더 당당한 반응은 마치 진실이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확인해보니 사실관계는 심상정 후보가 맞았다. 지난 12월 25일, 삼프로TV에 출연한 그는 분명히 ‘증세는 사실은 정권을 유지하는 입장에서는 자폭 행위’라고 말했었다. 7월에 기본시리즈 공약을 발표할 때부터, 증세가 무책임하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위험이 크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해왔었다. 그러나 이렇게 사실을 확인해 볼 사람은 몇이나 될까.
 

국채 발행과 증세 없이 재정 규모 증대 가능한가

 

[2월 21일 TV 토론 경제분야]

안철수 제가 전문가들과 이재명 후보님 공약의 소요 예산을 계산해보니 2000조 원 정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지난번 토론에서 이 후보님께서 300조 원 정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발표하신 내용을 다시 조사해봤더니, 기본소득을 처음부터 도입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도입을 하면, 1300조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재명 후보님 계산과 1000조 정도가 차이가 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명 기본소득이 1000조가 들어간다는 것은, (손을 내저으며) 아무리 계산을 해도 그렇게 나올 수 없습니다.

안철수 전체 지금까지 공약하신 것을 다 합해서 1300조라는 겁니다.

이재명 저희가 합산해본 것으로는 250~300조 정도 됩니다.

 

 
 
이재명 후보는 심상정 후보에게 ‘증세 계획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국토보유세, 탄소세 신설도 증세라는 점은 일단 논외로 한다.) 문재인 정부 시작할 때 400조 원이었던 재정 규모가, 임기 말에는 630조 원으로 늘어났던 것처럼, 5년 후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재정 규모가 자연스럽게 800~9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 한다. 언뜻 보면 사실인 것처럼 들리지만, 그의 설명에서 문재인 정부 시기 국가채무가 400조 원 증가했다는 사실은 누락됐다. 이 발언은 ‘100% 국가채무로 늘리겠다’는 거냐는 심상정 후보의 질문에 대한 반박이었기 때문에, 마치 국가채무 없이도 재정 규모가 800~900조 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임을 내세우는 이재명 후보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 재정 수입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말 자체는 사실이지만,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2020년대 한국의 잠재경제성장률이 1%대에 불과하여 그의 임기 내에 경제 규모가 급격하게 커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재정공약은 연평균 250~300조 원 정도가 소요되지만, 국가예산정책처의 중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세입은 차기 정부 임기 말인 2027년이 되어야 165.7조 원이 더 증가할 예정이다. 심지어 이는 2% 증세를 전제한 추계다. 증세 없이 재정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
 
이재명 후보의 주장이 그 자체로 상충한다면 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재정 규모가 늘어나지 않아 공약을 포기하게 될까, 아니면 말을 바꿔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할까, 더 많은 국채 발행에 의존하게 될까.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셋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실패, 누구탓인가

 

[2월 11일 TV 토론]

심상정 자영업자 손실보상 액수, 방식 놓고 2년 동안 씨름하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자영업자들만 죽어 나가고 있거든요. 강력한 통제에 따른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손실보상은 자영업자의 권립니다. 법대로 하면 돼요. (...) (코로나19 지원을 두고) 선별이냐 보편이냐가 쟁점이 됐습니다. (...) 이재명 후보님이 이 논쟁을 주도하셨으니까, 제가 자료를 찾아봤는데, 이 후보가 지사로 계시던 동안에 경기도 코로나 피해지원 예산이 2조 7686억이에요.

이재명 (여유롭게 웃으며) 다 갚았습니다.

심상정 그런데 그중에서 소상공인 지원은 0원이에요, 0원. 다 재난지원금으로 나눠주셨어요. 성남시장 할 때 임대아파트도 0채거든요. 거기에 이어서 소상공인 예산 지원이 0원이에요. 굉장히 충격적이에요. 저는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재난지원금 원리에 반대하지 않아요. 그런데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그들의 권리에요. 그걸 주고 나서 이야기해야지, 그렇지 않고 자꾸만 내 정책의 마케팅에 써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재명 일단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저는 그 외에 추가 지원을 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토론을 지켜보던 국민으로서 또 한 번 당혹감을 느낀다. 이재명 후보가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을 했다는 것인가 안 했다는 것인가. 모든 후보가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법안 하나 마련 안 된 이유는 또 뭔가.
 
이재명 후보의 주장 속에서 자명한 사실은 교묘하게 비틀어진다. 우선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의 차이가 사라진다. 2020년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책연구기관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비판하며 피해가 집중된 계층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얼빠졌다’ 비난하며 ‘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2021년 9월에도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부와 국회에서 국민의 하위 88%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차별’이라며 경기도에서만, 상위 12%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재명 후보는 손실보상이 아니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면서, 손실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비난했었다. 이제 그는 손실보상과 재난지원금에 별 차이가 없다는 듯 말하며, 자신이 앞장서서 그동안의 자영업 손실에 대해 소급해서 보상하겠다고 한다.
 
다음으로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에서 마치 어마어마한 손실보상을 한 것처럼 포장한다. 그러나 손실보상과 재난지원금의 차이를 분명하게 한다면, 경기도는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보상한 적이 없다. 2020년 3월 장덕천 부천시장은 일률적인 경기도 재난기본소득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 명에게 400만 원씩 주는 게 낫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부천시처럼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면 해당 시군 주민을 지급 대상에서 빼겠다’고 대응했다. 그 결과 2020년부터 2021년 9월까지 경기도는 코로나19 지원 예산 총 2조 7687억 원 중에서 2조 7677억원(99.96%)를 ‘재난기본소득’으로 지원했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집합금지 업종 지원 예산은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즉, 심상정 후보의 말이 맞았다.
 

[2월 21일 TV 토론 경제분야]

안철수 제가 찾아보니까, 경기도가 2020년, 2021년 전체 지자체 중에서 유일하게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고 재난기본소득에만 올인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요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건 모순 아니겠습니까?

이재명 제가 2년 동안 소상공인 지원을 추가로 한 게 5천 9백억입니다. 심상정 후보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해서 거기서 시작된 이야긴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단호하게) 나중에 확인해 보시죠. 5천 9백억입니다.

안철수 소상공인 추가로 지원한 게 전부 지역화폐 아닙니까? (...) 차라리 소상공인에게 직접 지원을 하시지, 왜 우회적으로 하십니까?

이재명 상인들은 매출을 올려 달라고 요구를 하십니다. 승수효과라는 게 있는데 그걸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현금을 주면 거기서 그치지만, 소비를 하면 매출이 늘어나죠. 그걸 승수효과라고 합니다.

안철수 그 승수효과가 매우 낮다는 것도 지금 레포트로 나와 있지 않습니까.

심상정 제가 이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제 이야기를 꺼내셔서. 소상공인 보상지원이 예산이 얼마라고요? 그건 사실이 아니죠. 지역화폐가 어떻게 소상공인 지원입니까.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그건 소상공인의 헌법적인 권리입니다. 그것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이게 우리가 다 같이 합의하고 있는 거예요.

 
이재명 후보와의 토론 과정에서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은 오히려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반전된다. 그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제학과 1학년도 알만한,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승수효과’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뭔가 아는 척을 하지만, 여기에서도 사실이 왜곡된다. 승수효과란 정부 지출을 늘릴 경우, 정부가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재명 후보의 주장과는 달리 정부 지출의 방식이 특정된 것은 아니다. 지역화폐 발행방식으로 하면 승수효과가 있지만,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면 승수효과가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정부가 교육에 투자하든, 무기를 구매하든, 세금을 유용하여 사적으로 사용하든 소비만 된다면 정부 지출의 효과는 같다. 생소한 개념을 꺼냈지만, 결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새로운 거짓말일 뿐이었다.
 
이처럼 불리한 정황이 드러나면 이재명 후보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생소한 개념을 들이밀거나, 상대를 잘 모를 것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상대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알아보지도 않고 하는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꼬투리 잡기로 만들어버린다. 지켜보는 국민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너도 나도 위기의 시대라더니, 서로에게 꼬투리를 잡으며 비난할 줄밖에 모르는 나쁜 정치인들만 대선에 나오는구나.’
 

대장동 의혹, 돈 받은 게 문제냐 빼돌린 게 문제냐

 

[2월 3일 TV 토론]

심상정 두 사람(유동규, 김만배)의 배임 혐의가 무죄라고 보십니까, 유죄라고 보십니까?

이재명 검찰이 기소했으니 혐의가 있겠죠.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유동규와 김만배 이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한 녹음에 "2층 이재명이 알면 큰일이 난다"는 그런 녹음도 있고 절대 비밀로 하라는 녹취도 있습니다. 연결하려고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심상정 지금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걸 묻고 있습니다. 원래 말씀하신 것(공익환수 할 수 있게 대장동 개발을 직접 설계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큰 수익이 발생해서 민간 이익이 커졌다는 주장)에 따르면, 김만배 씨가 앞으로 가져갈 돈까지 포함해서 1조 원 이상 가져가는 게 정당하고, 유동규 김만배 씨는 억울하게 감옥 간 꼴입니다. 정영학 회계사가 성남 공사의 지침으로 화천대유에 유리한 것을 관철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김만배 유동규씨가 뇌물 수수 관계고, 그렇다면 후보가 그동안 주장하신 것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 겁니다.

이재명 명백한 진실은 다른 단체장은 그냥 허가해 줘서 100% 민간에게 가지게 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재명이 처음으로 공공개발을 해서 개발이익을 시민에게 돌려주려고 했고, 국민의힘에서 막아서 결국은 우리가 최대로...

심상정 그만하시죠.

이재명 제가 말하겠습니다. 환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심상정 그러니까 지금 이 사건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이재명 후보가 투기세력과 결탁한 공범이냐, 활용당한 무능이냐. 둘 중 하나입니다. 이 딜레마를 후보께서 해명을 해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의 화법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본질은 왜곡된다. 심상정 후보의 설명대로,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의 공권력(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을 이용해 민간인(성남시민)의 소유권을 빼앗고, 국가의 권한을 이용해 가치를 부풀린 후 그 이익을 다른 민간인(화천대유)에게 몰아줬다는 것이다. 제기되는 의혹의 핵심은 이 사실을 이재명 후보가 알고 동참했냐(공범), 모르고 당했냐(무능)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화술 속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은 세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 이재명 후보는 이 사건을 그저 돈을 받아먹은 문제 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다. 성남시민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를 국가가 공권력을 악용하여 싼값에 수용했다.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공권력이 이용됐다. 그 개발이익을 사적 개인인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이 나눠 가졌다. 대장동 개발 계획을 세우던 시점부터 이익을 나눠 먹은 순간까지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책임자가 누구냐, 그리고 그 책임자가 이 사실을 알고 가담했냐가 쟁점이지, 돈을 나눠 가진 자가 누구인가는 부차적인 문제다.
 
둘, 이재명 후보는 이 사건을, 개발이익을 온전히 환수하려 했으나, 국민의힘의 훼방때문에 미완에 그쳤을 뿐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이런 논리 속에서는, 개발 계획 자체에 사익을 편취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왜곡된다. 최근에 드러난 정황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긴밀하게 논의했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대장동 개발 계획이 처음부터 공익환수를 목적으로 세워졌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셋,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은 여느 부동산 개발 비리와 다를 바 없지만, 본인이 아닌 다른 자와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녹취록에서 윤석열 후보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된 만큼, 개발비리 의혹은 윤석열 후보와 더 관련이 크다. 각종 녹취록에서 언급된 ‘그분’은 본인이 아닌 현직 대법관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은 공적 권한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사실을 호도하는 것일 뿐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 본인은 억울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건의 본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후보나 현직 대법관(조재연 대법관)을 지목하는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법이라기에는 공공이 감수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지켜보는 국민들이 모든 대선 후보를 범죄자로 인식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까지 대장동 의혹에 대한 질문 자체가 ‘네거티브’이며, 그와 관련한 토론이 시간 낭비라는 태도를 취한다. 그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윤석열 후보에게 역으로 ‘대통령 선거가 끝나더라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반드시 특검’을 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 당선이 되도 책임을 지자’고 제안한다. 마치 지금까지 특검에 관한 어떠한 논의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이야말로 처음으로 특검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처럼, 유력한 대선후보 모두가 대장동 비리 의혹에 똑같은 수준으로 연루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이런 방식을 통해 다른 모든 대선 후보에 대한 반감을 조장한다. 이렇게 한다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다른 후보의 득표율이 올라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탈진실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나

“다음 토론 때는 우리도 미국처럼 기자들이 그 자리서 바로 팩트체크 좀 해줍시다. 서로 우기기 바쁘고 흐지부지. 이건 아니지 않나요?”

“제발 부탁입니다. 다음 3차 대선 토론부터는 제발 그 자리에 유능한 기자 10명 정도 모아놓고 후보가 발언할 때 바로바로 팩트체크 하면서 합시다. 그런 시스템을 채용해야 시청률도 올라가고 선진국 방송이 되는 겁니다.”

대선 TV 토론 유튜브 방송 댓글 중에서 발췌

 
사실관계가 분명히 규명되지 않는 토론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복됐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서는 어느 대선 후보도 오점이 없을 수 없다. 그런 점이라면 잘 몰라서, 또는 착각으로 사실관계에 어긋난 주장을 할 수도 있다고 넘어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정직한 정치인이라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정치인의 진의를 신뢰할 수 있고, 정치를 통해 공동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3차례의 TV토론 내내 이재명 후보는 그런 진실 자체가 의미 없다는 듯 행동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과 공약에 대해 끝없는 말 바꾸기를 시도했다. 기본소득을 한다고 했다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했다가, 국민적 합의를 거쳐 한다고 했다가, 어쨌든 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을 위해 국토보유세, 탄소세를 신설한다 했지만, 증세는 안 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유력한 대선후보가 밥먹듯 말을 바꾸면 국민은 피곤해진다. 이재명 후보를 신뢰하던 사람들도 후보의 행보를 지켜보고, 공약집을 비교해보고, 정책을 평가할 필요성이 없게 된다. 내일이면 다 바뀔지도 모르는 것을 뭣 하러 보겠는가.
 
이재명 후보는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 주장을 동시에 제시하기도 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성장 시대에 재정 규모 확대, 감세과 국채 미발행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하다는 주장을 어떻게 믿겠는가. 이재명 후보를 믿어보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주장 중에서 무엇을 믿어야 하나. 재정 규모를 확대하여 재정공약을 실현하겠다는 말을 믿어야 하는가, 증세가 없거나 감세하겠다는 말을 믿어야 하는가, 추가적인 국채발행이 없어도 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하는가. 이재명 후보는 이중 어떤 주장에 대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아니면, 정치란 원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라고 포기해버리고 말아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에게 가해진 비판을 똑같이 다른 이에게 돌린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다를 바 없다는 분위기를 만든다. 대장동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부동산 개발비리 의혹의 책임자이자 공범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상대 후보도 똑같이 돈을 받아 먹었다는 식으로 말하며, 모두가 범죄자이니 어쩌겠냐는 분위기를 만든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의 핵심 원인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를 선정한 바 있다. 탈진실이란 “공중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게 더 영향력이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당시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이던 트럼프가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재명 후보의 언행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와 정치의 탈진실을 촉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마지막 발언처럼, ‘더 나쁜 정권 교체를 넘어서 정치 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이 탈진실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이번 대선은, 그런 결정적 선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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