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4.29

검수완박, 민주당은 법치 파괴의 대미를 장식하는가

사회진보연대
4월26일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27일과 30일 그리고 5월3일 국회본회의를 개최하고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할 계획이다. 당론을 채택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으나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에 입법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있다.
 
‘검수완박’이 통과되더라도 정치권은 극한대치를 이어갈 것이다. 국민의 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검찰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투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총리인준 및 내각구성을 비롯하여 지방선거까지 ‘검수완박’의 여파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정국은 앞으로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만큼 검수완박이 가치 있고 필수불가결한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민주당은 왜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추진하지 않고 퇴임직전에야 강행하는가. 백번 양보하여 검찰개혁의 명분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입법절차를 편법과 탈법으로 점철해도 되는가. 과연 문재인정부와 이재명 전 후보의 비리수사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방탄입법이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가.
 

위장탈당으로 무력화된 안건조정위원회

 
검수완박은 입법의 목적, 내용, 절차 모든 부분에서 정당성이 없다. 법안의 내용은 검찰의 수사범위를 경제와 부패로 한정하는 것인데, 경찰을 통제할 방안이 부실하고, 급조된 법안이라 실행과정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법안 내용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검찰이 하던 수사를 어떻게 할지 정하지 않고 수사권부터 박탈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비상식적인 일이다. (참고_검수완박, 민주당 정부 비리수사 방탄용 법안) 절차적인 측면도 심각한 하자가 있다. 단기간에 졸속으로 처리하려다보니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법을 온갖 편법을 총동원하여 무력화했다.
 
결정적 장면은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이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가 3인씩 동수로 구성하고 의결은 6명 중 4명이 찬성하면 가능한데, 민주당은 야당 몫에 자당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앉히려다 양 의원이 반대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 민형배 의원을 무소속 법사위원으로 배치하기 위해 탈당을 감행한 것이다. 그는 심지어 검수완박 법안의 대표발의자이기도 했다.
 
위장탈당은 소수당의 의견반영을 보장한다는 국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태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정치적 입장 차이가 큰 법안을 국회가 심도 있게 논의하도록 최장 90일 동안 심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다수당의 강행 처리를 막고 소수당이 입법반대 활동을 위한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주당이 위장탈당으로 야당 몫을 차지하면서 안건조정위원회가 개최된 지 17분 만에 종결되었다.
 
민주당의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는 상습적이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주로 활약했다. 2020년 12월 공수처법 제정 당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고, 2021년 5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에서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같은 해 8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같은 달 탄소중립법 처리에서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야당 의원으로 배치되어 민주당 입장을 관철시켰다. 열린민주당이 민주당과 합당하자 이제는 기획탈당까지 감행하고 있다.
 

회기 쪼개기로 무력화된 필리버스터

 
민주당의 치밀하고 과감한 수법은 계속되었다. 4월 임시국회 회기를 3차례로 쪼개는 ‘살라미 전략’으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필리버스터란 의원들이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에 나서는 것으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뜻한다. 다수당의 일방적 안건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종결되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은 이점을 노려 회기를 쪼갠 것이다. 임시국회는 소집일 사흘 전에 공고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27일부터 사흘 뒤인 30일, 그리고 30일부터 또 사흘 뒤인 다음 달 3일 본회의를 개최해서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상임위원회 의결 하루 뒤에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는 국회법도 위반했다. 법사위 처리 이후 16시간55분 만에 본회에 상정한 것이다. 최소한의 준비와 검토시간을 확보한다는 취지를 무시했다. 워낙 졸속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다보니 안건조정위원회에 상정한 안건과 법사위 전체회의에 통과시킨 안건이 다르고 민주당 의원들의 변명도 서로 엇갈릴 정도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이나 절차를 위반한 바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4월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형배 의원의 소속 정당 변경은 국회법 규정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됐고 국회의장의 승인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상임위 하루 뒤 본회의 상정을 위반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국회법 단서 조항에 따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직권 판단해 상정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의 주장대로 민주당은 어쩌면 법 자체를 어기진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다수당의 전횡을 막고 소수당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안건조정위원회와 필리버스터는 그 취지가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법안심사를 숙고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입법일정과 관련된 규정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불법만 아니면 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이번에 민주당처럼 온갖 편법으로 입법취지를 무시한다면 앞으로 다수당이 힘의 논리로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자신들이 자행한 횡포를 고스란히 당하게 될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대결이 극단화될 것이다. 국회가 입법취지를 존중하는 규범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국회가 동물국회 아니면 식물국회로 지탄받고 신뢰를 상실한지 오래지만, 이처럼 노골적인 규범파괴는 민주화 이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문정부와 민주당이 검찰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는 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여 권력을 강화하는 ‘법을 이용한 지배’(rule by law)로 법치를 위협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 5년 동안 집권 세력에게 유리하도록 선거와 수사기관 관련 법을 바꿨고 언론에 대해서도 법개정시도를 했다. 그리고 검수완박으로 그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중재안을 수용한 국민의힘의 패착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을 저지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국민투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투표는 현실적으로 추진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국민투표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것인데다가, 검수완박이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는가도 논란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민의힘이 검수완박을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데,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합의하면서 동력마저 일정 상실했다. 4월 21일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수완박 법안을 4월 내 국회 처리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65%였고, 찬성이 27%였다. 게다가 4월 21일 민형배 의원이 탈당을 감행하면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조차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민주당이 무리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중재안합의가 결정적 명분을 제공하면서 민주당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중재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전부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2대 범죄를 남기고, 1년 6개월 안에 중수청을 설치하여 2대 범죄도 넘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에서 시기를 유예했을 뿐 법안의 문제가 전혀 해소된 것이 아니며,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법안인만큼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숙고할 시간이 필요한데 4월 안에 졸속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선거범죄 수사를 피하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정치야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입장을 선회했으나 민주당이 합의파기라고 주장하며 강행할 명분을 제공하게 되었다.
 

정의당은 의회민주주의 파괴에 동참할 것인가

 
정의당은 배진교 원내대표는 “소수정당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게 필리버스터인데 소수정당이 이런 필리버스터의 정신을 무력화시키는 투표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라는 당 내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 충분한 논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합의안에 반영됐기 때문에 검수완박 4월 처리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의회민주주의에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시민들 사이에서 의견대립과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당들 역시 그러하며, 국회에서 민주주의를 실행하기 위한 복잡하고 정교한 의사결정 절차가 필요하고, 그것이 준수되어야 힘의 논리로 관철되는 일을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과정은 대단히 파행적이라 절차적 하자가 심각하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것이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법안처리를 찬성한다면 결과적으로 과정을 묵인하게 된다. 조국사태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당시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여러 의혹에 대해 문제적이라고 지적했으나 결국 임명에 찬성하면서 묵인했다. 그 여파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고, 이후 정의당 스스로도 반성했다. 하지만 이번에 검수완박을 찬성한다면 그 반성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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