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5.12

왜 이재명 후보는 반드시 지금, 계양을 선거에 나와야 했나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나

사회진보연대
5월 8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원하기 위해 결단했다는 게 그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곧바로 의문을 품게 된다.
 
첫째, 왜 민주당이 위기에 빠지게 되었나. 우리가 보기에 이재명 후보 본인이 그 위기의 진원지였다. 민주당의 대선 캠페인이 수렁에 빠졌던 이유 중 상당 부분은 이재명 후보 본인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 의혹에서 비롯되었다.
 
둘째, 왜 그는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격전지가 아니라, 가장 안전한 지역구에 나올까. 그의 출마가 안전한 당선을 목표로 하고 한다면, 당선을 통해 확실히 얻고자 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어려움에 빠진 민주당을 구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이 어려움에 빠진 본인을 구하도록 하려는 게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의 출마는 민주당의 위기를 더 가속화하지 않을까. 이재명 후보를 구하고, 나아가 민주당을 이재명 표 브랜드로 재편하려는 민주당 내 일부 세력의 입장에서는, 그의 조기 등판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다시 뗄 수 없는 관계로 옭아매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계양을 출마는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로 인해 대선 때 짊어져야 했던 온갖 위험요소를 대선 이후에도 계속 품고 간다는 뜻이 된다. 이로써 민주당은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방어하던 입장에서 한 치 밖을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면 대선 후 민주당 정치인들이 입을 모아 말한 ‘뼈를 깎는 반성’도 유야무야 사라질 것이다. 이제 이재명 후보의 계양을 출마 선언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짚어보겠다.
 

이재명 후보는 왜 하필 이번 보궐선거에, 계양을에 나오나

 
사실 그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2027년 차기 대선을 노릴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재명 후보의 낙선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가 다음 대선에 또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사람이더라도, 대선이 끝난 지 3개월도 안 되어 열리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에 고개를 갸우뚱 기울일 수 있다. 좀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정치 복귀의 수순을 밟더라도, 반드시 이번 선거에 출마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한겨레》나 《경향신문》과 같은 언론사도 비판적인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책임과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거친 뒤 거취를 결정하는 게 패배한 대선 후보로서 바람직한 자세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고, 《경향신문》도 “대선 후보로 나섰다 패배한 지 두 달도 안 돼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은 성급하다. 지금은 대선 패배를 성찰하면서 갈 길을 숙고할 시간”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겨레》, 《경향신문》 모두 아무런 인연, 연고가 없는 계양을에 출마하는 게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천 계양구가 2000년에 갑, 을 선거구로 나뉜 후, 을 선거구에 치러진 (보궐선거 포함) 일곱 번의 국회의원 선거 중에서 민주당이 여섯 번 당선되었다. 그 중 다섯 번의 당선자가 이번에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송영길 의원이었다.
 
이러한 비판을 집약해 보면, ‘성찰과 숙고’의 시간도 생략할 만큼 당이 위기에 빠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라면 왜 격전지로 나가지 않고 가장 안전한 지역구를 선택했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경향신문》도 “불체포 특권을 이용한 방탄용 출마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체가 이재명 후보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나

 
최근 보도를 보면, 여러 이유로 진행되지 않던 이재명 후보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달, 4월 4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을 두고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5월 2일 분당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두고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의 심각성이나 파장을 고려할 때, 이재명 후보 본인이 결백하다면 경찰수사를 통해 이러한 의혹이 얼마라도 해명된 후 복귀의 길을 걸어도 그리 늦지 않아 보인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복잡한 수사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을 포함해, 정치권과 언론의 우려처럼 정말로 불체포 특권을 활용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은 점점 더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을 향해 발을 딛는 셈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두고, 벌써 이미 벌어진 사태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결정한 후, 고발인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여,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려 했다. 하지만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반대의견을 내 수사팀과 갈등을 빚었다. 그래서 결국 박 지청장의 수사무마 의혹도 시민단체 고발로 이어져, 또 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었다.
 
둘째, 최근 통과된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이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을 삭제했다. 고소인의 이의신청에 대해선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데, 고발인에 대해선 불가능하다는 게 어떻게 법리적으로 합리화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희대의 독소조항이 그 이전에는 전혀 언급된 적도 없었는데, 어떤 이유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많은 사람이 의아해 했다. 그래서 성남FC 사건이 그 배경이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었다.
 
즉, 성남FC 의혹은 현직 검찰 지청장의 수사무마 의혹에서 시작하여, 검수완박 독소조항에 이르기까지, 이미 일파만파의 연쇄반응을 낳았다. 만약 민주당 전체가 이재명 후보 지키기를 위한 방탄 민주당이 되고자 한다면, 한 사람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여러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야만 하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 이재명 식 정치가 쇄신의 방향인가

 
설사 이재명 후보가 모든 의혹을 해명하고, 다행히도 불체포 특권까지 동원해야 할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된다면, 이재명 후보의 출마는 결과적으로 아무 후과도 없게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선 패배 후, 이재명 후보가 바로 재등판한다는 사실은 민주당 전체가 이재명 후보를 앞으로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신호로 보일 수 있다. 이런 신호는 민주당을 이재명 후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옭아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와 그 지지자들은 자신과 주변을 둘러볼 냉각기도 없다시피 다시 선거판에 뛰어든 셈이다. 냉각기라는 말 자체가 ‘감정의 대립을 멈추고 사태를 진정하기 위한 기간’이라는 뜻이다. 지난 대선이 역대급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점철되었고, 이재명 후보와 그 지지자 층이 격렬한 네거티브를 주도해 나갔다는 사실을 회고해보면, 이로부터 거리를 두려면 상당한 냉각기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만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을 돌아볼 정신적 공간이 열리고, 진정으로 반성이든 쇄신이든 생각해 볼 여지가 생길 것이다. 게다가 대선을 거치며 새롭게 드러난 사건, 의혹도 있지 않은가. 이런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재등판하면, 자신의 결점을 가리기 위해 상대방의 결점을 색출하고 부풀리기 위한 네거티브가 더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재명 후보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집단은 이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민주당이 곧장 이번 지방선거부터 총선, 대선까지, 이재명 후보를 주축으로 리턴매치에 돌입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아마도 그들이 그리는 리턴매치는 억울한 간발의 패배를 만회할 더 통괘한 설욕전일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더 감정적이고 호전적으로 판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는 더 격렬한 네거티브 캠페인과 정치적 양극화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이재명 후보와 그 지지자가 그리는 정치의 위험이다.
 
종합해보면, 이재명 후보의 출마는 민주당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린다. 이재명 후보 개인의 방탄조끼 역할이든, 네거티브와 정치적 양극화의 전달벨트이든 간에, 왜 이렇게 민주당이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굳이 선택하려는지,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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