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한국정치 | 2022.07.26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집단행동, 매우 우려스럽다

무력기관의 집단행동은 민주사회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다.

사회진보연대
지난 7월 23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가 열렸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는 회의 해산을 지시했고 회의 참석자들이 이에 불복하자 징계를 시사했다. 그리고 24일,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대기발령을 받자 윤희근 후보자를 향한 자진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일선 경찰들이 자기도 대기발령을 내라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법관, 검사와 경찰은 다르다

 
법관이나 검사의 회의는 되고 왜 경찰은 안 되는가. 이번 사안에서 중요하게 제기되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저변에는 검사와 경찰을 한 묶음으로 여기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대폭 확장하면서 경찰과 사법부가 같은 것으로 여겨져 발생한 혼란이다. 두 기관은 본질적인 성격이 다르다.
 
역사적으로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기 위해 법원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즉 검사는 문관이다.) 검찰은 법무부 소속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법을 다루는 사법부와 관계한다. 단적인 예로 검사는 판사로 이동할 수도 있다. 대륙법계 나라에서는 검찰이 사법부 소속이다. 또 검찰은 (현실적으로 수많은 문제가 있으나 어쨌든 원리적으로는) 검사 개개인이 검찰권을 행사하고 따라서 개별 검사는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의 보조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검사에게 직무독립성과 신분이 보장된다.
 
반면 역사적으로 경찰은 치안을 담당하기 위해 군대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즉 경찰은 무관이다.) 경찰은 원리적으로 행정기관으로 행정기관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명하복 기관이다. 따라서 경찰에게는 직무독립성이나 신분보장과 같은 개념이 없다. 따라서 권한이 경찰청 내의 수장에게 집중된다. 또한, 경찰은 상시적 무장을 갖추고 있는 무력기관이다. 여기에 더해 정보 수합 기능도 있다. 경찰의 거대한 조직 규모까지 고려할 때 경찰은 막강한 공권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경찰공무원은 총 12만6천227명으로 지구대(파출소)가 39.8%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수사인력이 17.4%, 경비 11.8%, 생활안전 11.8%, 교통 8.3%다. 즉 치안업무(행정경찰)가 압도적으로 많고, 사법경찰은 소수다.)
 
 
검사는 넓은 의미의 사법부의 일원으로 무력기관이 아니다. 이는 결정적 차이다. 게다가 검사의 수사지휘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위한 성격을 가진다. 경찰이 여러 권한을 검찰에 넘긴 것은 한국의 검찰 제도가 성립하던 해방 직후 시기, 경찰이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하면서도 정치 권력에 기대어 법원과 검찰의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막을 필요가 있었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가 강화되는 형태로 검경 수사권 구조가 성립했다.
 

무력기관의 집단행동은 민주사회에 대한 잠재적 위협

 
이런 차이들을 무시하고 무력기관의 무관 경찰의 집단행동과 사법부의 문관 법관의 회의나 준사법부라 할 수 있는 검찰의 문관 평검사의 회의를 단순히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 무력기관인 경찰의 지휘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민간지도자의 결정에 맞서 집단행동을 벌였다. 더욱이 류삼영 총경은 경찰국 설치에 대해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행안부가 더 쿠데타 같다”며 매우 도전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행위가 오히려 민주주의인 양 보도되고 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져도 괜찮다고 본다면, 군대에서도 그런 일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만약 어떤 정부가 군대 관련 제도를 바꾸려고 할 때, 중령급-대대장이 모여서 국방부장관이나 군 지휘부의 명령을 어기면서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며 집단행동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이 자체로 지극히 위협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경찰이나 군대의 고위층이 제도 변화에 도전하며 집단행동을 펼치는 게 언제라도 허용된다면 민주사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니겠는가.
 

무력기관의 독립성?

 

류삼영 총경을 비롯한 경찰국 반대자들은 경찰의 독립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무력기관인 경찰은 오히려 민간, 즉 선출된 정치인에 종속되어야 한다. 다만 정치인의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비인격적인 제도를 통해서 정치인의 권한 행사 역시 규제해야 한다.
 
무력기관으로서 경찰에 대한 통제는 군대에 대한 민간의 통제, 즉 문민통제에 준해서 이해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군대는 철저하게 민간에 종속되는 가운데 탈정치화를 꾀했다. 만약 민간에 대한 군대의 종속성이 깨지면 문민정부는 풍전등화일 수밖에 없다.
 
14만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과 상명하복이라는 조직질서, 실질적 무장력을 갖춘 경찰 역시 독립성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 14만에 이르는 경찰력이 외부적으로는 독립적이고 내부적으로는 상명하복으로 움직인다면 경찰은 무소불위의 기관이 될 것이다.
 

경찰국 설치는 민주주의의 후퇴인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는 내무부(행안부) 외청으로 경찰청이 ‘독립’한 게 민주화의 성과라는 주장이다. 1991년 내무부의 치안본부가 내무부 소속의 외청, 즉 경찰청으로 개편되고, 내무부장관의 직무에서 치안사무가 삭제되고, (국가)경찰위원회가 구성되어 경찰행정 정책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기로 했다.
물론 분명히도 이러한 변화는 민주주의 운동의 강력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과거 경찰의 폐습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로 경찰에 대한 내무부 장관의 직접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박탈 내지 엄격히 제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찰이 이러한 취지대로 운영되었냐는 것이다. 경찰위원회는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으로 임명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경찰위원회가 실질적인 구속력을 지닌 심의, 의결기관인지, 아니면 자문기관에 불과한 것인지조차 모호했다. 이를 두고 학계의 의견도 분분한데, 이는 경찰위원회가 지금까지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경찰위원회는 경찰이 마련한 안 중 2345건을 의결했고, 단 3건만 부결했다. (원안의결 1874건, 수정의결 351건, 재상정/보류가 117건.) 실제로 경찰 스스로도 경찰위원회가 자문기구라고 본다. 그런데 2020년 검경수사권 조정 때문에 경찰 관련 법이 논의될 때, 경찰위원회의 실질화가 방안으로 제기됐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진정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경찰위원회는 자문기구로 운영되는 가운데, 경찰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은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행사했다. 겉으로는 행안부에서 치안업무가 빠지고 경찰이 민주화된 것처럼 모습을 갖추었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청와대/민정수석실의 통제가 이뤄진 셈이다. 즉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이 강화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민정수석실이 얼마나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는지 실감할 수 있다.)
 
사회진보연대가 여러 차례 지적했듯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강화는 민주주의의 후퇴다. 이것을 되돌려 민주주의적 제도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경찰국 신설은 제왕적 대통령 권한의 분산, 그리고 행정부 기능의 정상화라는 취지에서 이해해야 한다.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경찰 관련 법 중에 경찰국을 언급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이 밀어붙인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더라도, ‘치안수석실’만 남겨두고 과거처럼 ‘치안수석’이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면 민주주의의 성과가 보전되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야당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한 의도적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정리해보자. ‘경찰의 독립성’은 짝이 맞지 않는 개념이다. 사법부의 독립성, 경찰에 대한 문민통제가 짝이 맞는 개념이다. 게다가 경찰에 대한 문민통제가 청와대 내 기구가 아니라 행정부 내 공식기구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분명히도 경찰의 인권침해를 비롯한 폐습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확대되어야 하는데, 문민통제라는 방향에서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 경찰이 벌이는 격렬한 반발은 매우 우려스럽다. 무력기관이 가지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력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상층부의 집단행동은 언제라도 민주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야당과 일부 언론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사법부와 독립성과 무력기관에 대한 문민통제에 대한 의도적 혼란을 낳아서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퇴보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국 설치가 이렇게 급박하게 추진되었던 배경과 제도적 보완점에 관해서는 「경찰국 설치 논란, 문민통제를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 《사회운동포커스》 2022년 7월 8일을 참고할 수 있다.)
주제어
정치
태그
인권 탈북 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