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7.28

글로벌 공급사슬 내 강제노동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국제규범의 발전과정

강제노동에 맞선 세계 노동운동의 투쟁과 신장 강제노동 문제 ①

사회진보연대
“21세기 전반의 강제노동 체제는 20세기 전반의 국가가 주도하는 강제노동 체제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2014년 채택한 강제노동 관련 29호 협약의 보충협약에 대한 국제노총(ITUC)의 해설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세계화 시대에 강제노동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약 2500만 명이 강제노동 상태에 놓여 있으며, 그중 절반이 민간 행위자들에 의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21세기 강제노동 체제의 전형이자 2020년대에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의 강제노동 문제다.
 
국제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은 지난 수십 년간 강제노동을 근절하고,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인권 및 노동권 문제에 대한 초국적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구속력 있는 규범과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일각에서는 신장 강제노동 문제를 미중 갈등이라는 맥락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공격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신장 강제노동 문제는 글로벌 공급사슬 내 인권 및 노동권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즉 신장 강제노동 문제는 세계 자본주의와 중국 체제의 모순, 그리고 대안세계화라는 사회운동의 지향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쟁점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사회운동이 주목해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앞으로 두 개의 글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 속의 강제노동 문제와 신장 강제노동 문제, 그리고 강제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노동운동 및 국제사회의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공급사슬 내 인권 및 노동권 문제의 차원에서 강제노동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국제규범의 발전과정을 살펴본다. 다음 글에서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의 강제노동 문제와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강제노동이란 무엇인가?

 
우선 강제노동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국제사회에서 강제노동 규정은 대체로 국제노동기구의 규정을 따른다. 국제노동기구의 강제노동 협약(29호)에 따르면, 강제노동은 “처벌의 위협 하에 비자발적으로 제공되는 모든 노동 및 용역”을 의미한다. 이 협약은 1930년에 채택되었는데, 주로 식민지에서의 노예제와 같은 형태의 강제노동을 규정하고 근절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1957년에는 강제노동 철폐 협약(105호)이 국가 당국에 의한 강제노동을 규정하고 근절하기 위해 채택되었다. 이는 주로 소련의 ‘굴라크(GULAG)’ 수용소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범수용소 또는 노동교화소에서의 강제노동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1) 정치적 견해 표명에 대한 처벌, 2) 경제발전을 위한 목적, 3) 노동규율을 위한 수단, 4) 파업 참여에 대한 처벌, 5) 인종, 종교 또는 기타 차별의 수단으로 강제노동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마지막으로 29호 협약에 대한 보충협약이 2014년 채택되었다. 보충협약은 세계화 시대의 강제노동 문제를 반영하여 강제노동 정의를 확대하고,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예방, 보호, 구제를 명시하고자 채택되었다. 여권을 빼앗기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출국할 수 있는 카타르의 이주노동자, 갚기 어려운 규모의 빚을 갚을 때까지 감금된 채 노동해야 하는 동남아시아 새우 작업장의 노동자가 바로 보충협약이 규정하려는 세계화 시대 강제노동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강제노동 정의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노예 또는 노예와 같은 행위의 잔재와 같은 전통적인 강제노동,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부채로 인한 속박뿐만 아니라 인신매매와 같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강제노동.”
 
나아가 국제노동기구는 강제노동이 인간의 존엄성에 반한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강제노동을 “현대판 노예제”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강제노동은 단순히 열악하거나 착취적인 노동조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강제노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양한 지표를 통해 식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임금 또는 신분증명서를 주지 않거나,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가하거나, 노동자가 탈출할 수 없도록 위협하고 협박하거나, 사기성 채무를 통해 노동을 강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면화 산업은 강제노동에 의존한 것이라는 의혹이 많다. 이에 아디다스, 푸마, 휴고보스 등 유명 기업들은 자사 의류에 신장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출처: BBC]
 

글로벌 공급사슬 내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국제규범의 발전

 
국제노동기구의 29호 협약에 대한 보충협약은 세계화 시대 글로벌 공급사슬에서의 노동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의 발전을 반영한다. 1990년대 이후 초국적기업의 글로벌화 방식은 ‘수직적 통합에 바탕을 둔 일국적 산업생산과 완제품의 국가 간 교역’에서 ‘생산공정의 조직적 분절과 지리적 분산, 중간재의 산업 내 교역’이라는 보다 복잡한 형태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나타나는 노동문제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2016년 국제노총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50개의 초국적기업 노동자의 94%가 직접고용이 아니었다. 또한 초국적기업의 생산공장이 있는 국가는 대부분 노동법이 약하거나 기업에 책임을 묻는 규제가 약한 개발도상국이었다. 이에 대해 국제노동운동과 시민사회는 원청인 초국적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폭로하는 한편, 행동강령을 정하고 공급업체가 강령을 준수하는지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초국적기업의 활동과 책임범위를 규정하고 노동권, 인권, 환경 등에 대한 규범을 세우는 시도가 민간 및 공공 부문에서 발전해왔다. 민간 부문에서는 초국적기업을 비롯한 선도기업이 자체적으로 또는 산업 내에서 정한 사회적, 환경적 행동강령을 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각 공급업체에 요구하고, 감사를 통해 행동강령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사적 거버넌스’가 발전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2011년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지침’(UNGPs)이 새로운 공적 규범으로 제정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에 제정되었던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ILO 다국적기업과 사회정책에 관한 삼자선언’이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지침’의 핵심 원리를 반영하여 개정되었다.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초국적기업의 책임을 명시한 국제규범을 대표하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ILO 다국적기업과 사회정책에 관한 삼자선언’,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지침’의 세 가지 공통점에 주목할 수 있다. 첫째, 보호, 존중, 구제 원칙을 명시했다. 즉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와 기업의 책임 그리고 의무와 책임 위반시 적절하고 효과적인 구제 필요성을 명시했다. 둘째, 기업 책임의 범위를 공급망 및 여타 사업관계, 즉 협력업체나 공급망 내 사업장 그리고 사업운영 등과 관련된 조직까지로 넓혔다. 셋째, 인권실사의무(Human Rights Due Diligence)를 명시했다. 실사의무란 기업이 기업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실사하여 확인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럽연합은 인권실사의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별도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에 관한 입법지침’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법안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 그 기업과 관련된 공급망에서 환경, 노동과 인권, 지배구조에 대한 주기적 실사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나아가 유럽연합은 이러한 국제규범의 실질적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노동권과 무역을 연계하여, 무역협정 내에 ‘무역과 지속가능발전’(TSD)이라는 독립된 장을 두어 국제노동기준과 다자간환경기준 준수를 무역협정 체결 당사국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2015년 발효된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13장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21세기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국제규범의 활용

 
강제노동 근절을 위해 무역과 노동기준을 연계하고 인권실사의무 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계기는,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유통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면화와 태국 새우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것이라는 문제가 각각 2009년과 2014년에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되면서였다. 이후 인권과 노동권 침해의 대표적 형태로서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예방과 해결에도 역시 이러한 실사의무와 함께 노동기준과 무역의 연계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지난 2015년 ‘현대판 노예제 방지법’을 시행했는데, 이 법은 1만 7천 개에 달하는 영국 내 기업이 사내는 물론 전체 생산과정에서 강제노동이나 인신매매를 이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제노동운동은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초국적기업이 실질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노총과 국제산별노련, 그리고 국제인권단체는 기존의 공적 규범이 초국적기업의 책임을 규정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없었으므로,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조약을 제정하라는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특히 국제노총은 지배기업의 법적 책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 무역 금지, 공급망에 관한 정보 공개 등을 포함하는 글로벌 공급사슬에 관한 새로운 협약을 제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종합해보면, 세계화의 심화로 복잡해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인권 및 노동문제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초국적기업의 책임과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는 국제규범이 발전해왔으며, 특히 그러한 책임과 의무의 이행을 현실화하기 위해 실사의무와 함께 노동권과 무역의 연계라는 방식이 강화되어왔다. 그리고 이는 인권 및 노동권 침해의 대표적인 형태이자,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예방과 해결 방식에도 적용되어왔다. 국제노총과 유럽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국제노동운동은 그러한 국제규범 형성 과정에서 규범의 구속력 있는 적용과 대안적 세계화라는 지향을 발전시키는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사슬 내 강제노동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2020년대에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의 강제노동 문제다. 신장 지역 강제노동 문제는 국가 당국에 의해 이루어지는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이라는 측면과 함께, 글로벌 공급사슬 문제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층 더 복잡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신장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강제노동의 현황과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해서는 다음 글 「강제노동에 맞선 세계 노동운동의 투쟁과 신장 강제노동 문제 ②」, 《사회운동포커스》 2022년 7월 29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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