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터뷰 | 2022.09.14

자유로운 우크라이나 없이 자유로운 벨라루스는 없다

재한 벨라루스인 커뮤니티 인터뷰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 in 서울
**이 글은 인터뷰를 진행한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 in 서울>의 동의를 얻어 게재했다.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 인스타그램)
 

인터뷰 취지

 

만약, 한국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하면서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한국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어떨까?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한국 시민들을 참전시킬 가능성을 운운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들은 터무니없는 가정이 아니다. 벨라루스 시민들이 반년 넘게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서쪽, 우크라이나의 북쪽 경계와 맞닿아 있으며 대표적인 러시아 우방국이다. 1994년부터 29년째 벨라루스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는 전쟁 직후부터 러시아의 침공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벨라루스 시민들은 루카셴코를 비판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언론인 등 수많은 시민들이 독재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우크라이나에 연대를 표하고 있다.

많은 벨라루스 시민들이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이유는 이 전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전쟁 전부터 루카셴코의 독재를 도왔다. 그리고 주변국들을 침공하고 군사적 불안을 조성해왔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러시아가 타국의 주권과 자유를 빼앗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벨라루스를 비롯한 주변국들도 러시아에 자유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서 하루빨리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벨라루스 시민들의 공동체인 ‘재한 벨라루스인 커뮤니티’에서도 전쟁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과 연대하며 한국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관심이 식어가는 상황에서 벨라루스 시민들의 입장은 더욱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 in 서울>에서는 전쟁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평화를 위협받고 있는 벨라루스 시민의 입장을 한국 사회에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본 인터뷰를 기획했다. 인터뷰를 통해 자국의 정권이 러시아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이를 비판하는 운동의 어려움과 의미는 무엇인지, 이번 전쟁이 왜 전 세계의 문제인지를 직접 듣고자 했다. 아래는 8월 20일 인터뷰 당시의 답변을 최대한 그대로 정리한 것이다.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알렉세이 : 저는 알렉세이입니다. 한국에 4년 동안 있었고 생명 과학 박사 학위 과정에 있습니다.

 

폴리나 : 저는 폴리나입니다. 저도 박사 학위 과정에 있습니다. 저의 전공은 약학과 화학이고 현재는 사회운동도 하고 있어요. 이 자리에 초대되어 영광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Q2. 재한 벨라루스인 커뮤니티를 소개해주세요.

 

알렉세이 : 다시 한 번 우리를 여기에 초대해주셔서 고맙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벨라루스인들의 견해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벨라루스 부정 선거 시위 이전인 2020년 8월에 모였어요. 그 때는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었지만 그 이후 우리는 같이 모여 집회나 기자회견 같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벨라루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국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죠. 벨라루스는 멀리 있고 한국보다 5배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저희 커뮤니티는 아주 작아요. 통계 이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는 약 250명의 벨라루스인이 일하고, 공부하고, 살고 있어요. 대략 50명 정도가 커뮤니티를 통해서 소통하고 있고요, 그중 30명은 현재 상황(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폴리나 : 그리고 우리는 벨라루스 독재정권(regime)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 펀딩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의 언론사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의 의견이나 활동에 대한 정보를 한국 언론에서 접하기는 아주 어려워요.

 

2020년 벨라루스의 반정부 시위 모습 [출처: 위키백과]

[참고] 2020년 8월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

2020년 8월 9일,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출구조사 사전결과에서 약 80%의 득표율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집권 연장이 유력하다는 발표가 나오자 시민들은 이를 부정선거로 인식해 거리로 나왔다. 이 시위는 벨라루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다. 루카셴코뿐 아니라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루카셴코 독재정권은 시위에 군대를 투입하여 강하게 탄압했다. 최소 1천 명 이상의 시민들이 체포되었다. 같은 해 9월 1일,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의 성명서에는 450건 이상의 고문과 부당 대우, 성적 학대와 강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10월에는 유럽연합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를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
 

Q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벨라루스 시민들의 여론은 어떠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폴리나 : 그때(2월 24일)가 목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러시아가 북쪽과 남쪽, 동쪽의 3면에서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어요. 이전에도 많은 예측이 들렸지만 아무도 비행기, 배, 로켓을 이용해 3면에서 수도를 침공하는 전면전이 되리라는 것은 몰랐어요. 저는 친구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이것은 유럽에서의 전면전이다. 한 국가가 우크라이나의 일부도 아닌 국가 전체를 침공한 것이다.”라고 설명했고, 우리 모두 “이것은 잘못됐다.”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어제도, 오늘도 죽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끔찍해요. 이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정말 싫습니다. 그들은 잔인한 괴물이에요.

시민들의 여론은 대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에요. 분명한 것은 100%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에요. 제가 본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달해드릴게요. 첫 번째, 벨라루스 시민의 30%가 루카셴코를 지지한다고 밝혔어요. 30%가 최대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요. 두 번째, 벨라루스 시민의 80% 이상이 벨라루스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세 번째,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을 지지합니까?”라는 질문에 벨라루스인들은 40%가 그렇다고 답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아마 70~80%가 그렇다고 답할 거예요. 또 흥미로운 것은 66%의 시민들이 벨라루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옳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일반적인 여론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70%의 시민들은 루카셴코를 지지하지 않아요. 80% 이상의 시민들은 벨라루스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절반 이상의 시민들은 벨라루스가 전쟁 참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해외에 있는 벨라루스인의 95%는 전쟁을 지지하지 않아요. 이 사람들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어요. 이 숫자들은 믿을 만한 사실이에요. 그리고 벨라루스의 여론이 흑백으로 매우 나뉘어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해요. (이 전쟁에 대해) “모르겠다.”라고 대답하는 벨라루스인은 거의 없어요.

 

알렉세이 :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벨라루스에서 많은 소문이 있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 저도 그랬고요. 제가 처음 전쟁에 대해 들었을 때 직장에 있었어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던 것처럼 매우 이른 시간에 시작됐죠. 뉴스를 보고 믿을 수 없었어요. 저는 우크라이나인 동료에게 이 사실을 말했고, 벨라루스 영토에서도 공격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는 큰 배신감을 느꼈어요. 사실 우리 정부는 이전에도 시민들을 배신했어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향한 공격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한국의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가 교회 앞 집회를 조직했다는 사실을 들었어요. 그래서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의 시위에 참여했어요. 그 이후로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벨라루스인 시위도 조직했어요.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벨라루스에서도 철군할 것을 요구했죠. 우리는 러시아 군대가 우리의 영토에서 공격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폴리나 : 침공 이후 일주일 동안, 벨라루스에서도 시위가 있었어요. 목요일에 침공이 발생했고, 그 주 일요일에 제 가족이 시위를 하러 갔어요. 저의 여동생과 어머니, 대학 친구들이 두려워했던 기억이 나요. 여동생이 저에게 영상을 보내줬어요. 영상 속에서 여동생이 우크라이나 대사관 대문 앞에 꽃을 두자, 벨라루스 경찰들이 “여기서 나가라. 당신들은 법을 어기고 있다. 멈추지 않으면 체포하겠다.”라고 소리치고 있었어요.

 

알렉세이 : 벨라루스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해요. 우크라이나 침공 3일 뒤인 일요일에 벨라루스의 헌법 개정에 관한 국민 투표가 있었어요.

 

폴리나 : 벨라루스에서는 거리에 10명 이상 모이는 것이 불법이에요. 그래서 만약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싶다면, 합법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야 해요. 사람들은 헌법 개정 국민 투표를 합법적인 이유로 활용해서 전쟁 반대 시위를 했어요. 공식 투표소 앞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항의했고, 많은 사람들이 체포됐어요.

 

[참고] 2022년 2월 27일 벨라루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전쟁 시작 4일째 되는 날, 벨라루스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개헌의 핵심 내용은 동일인의 3연임을 금지하는 것과 벨라루스 내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안의 3연임 금지 조항의 경우, 2025년 대선에서 선출되는 새 대통령의 임기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즉, 루카셴코 대통령은 개헌안이 통과되더라도 사실상 2035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헌안에는 루카셴코가 퇴임 후 사회 각계 대표 등이 참여하는 최고 국정 자문기구인 ‘전(全) 벨라루스 국민회의’ 의장을 맡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핵무기 배치를 허용함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서방을 겨냥해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
많은 시민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고 루카셴코의 독재를 강화하기 위한 개헌안을 반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투표 날 최소 29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Q4.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정부가 푸틴을 지지하고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벨라루스인들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해주신 부분 외에 추가하실 부분이 있으신가요?

 

폴리나 : 네, 이미 말했듯이 시민들 중 30%만 루카셴코를 지지해요. 루카셴코는 28년 동안 권력을 잡고 있고, 우리가 여러 번 물러나라고 말했지만 듣지 않고 있어요. 2020년에 큰 반정부 시위가 있었어요. 거리에서 100,000명의 사람들이 루카셴코에게 물러나라고 말했어요. 그러나 그때 러시아가 루카셴코를 도왔기 때문에 아직도 그가 권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미국, 유럽연합(EU), 국제사회에 루카셴코가 당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큰 운동이 있었어요. 루카셴코는 러시아나 다른 독재 국가들 외에는 지지자가 없어요. 그래서 푸틴이 침략을 계획하고 있을 때, 그는 루카셴코에게 "나는 당신의 친구이고, 당신은 나에게 의존하고 있다. 나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위해 벨라루스의 영토를 사용하고 싶다."라고 말했을 거예요. 루카셴코는 여기에 “NO”라는 선택지가 없었겠죠. 그래서 저는 루카셴코가 벨라루스의 독립성을 푸틴에게 팔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20년 9월 14일, 한 달 넘게 지속된 반정부 시위로 궁지에 몰린 루카셴코 대통령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출처: 연합뉴스]

 

저는 국제사회가 2014년 당시처럼 아무것도 요청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생각해요.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벨라루스에서 평화를 위한 큰 회의가 있었어요. 루카셴코가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만드는 것을 도울 것이다. 벨라루스에 오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라고 말했어요. 이제 아무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는 러시아의 꼭두각시이기 때문이죠. 그는 범죄자에요.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벨라루스 시민들을 배신하고 있어요.

 

알렉세이 : 벨라루스 정부의 행보와 벨라루스 시민들의 요구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왜냐하면 벨라루스 시민들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2년 동안 이 정권에 저항하는 시위를 해왔기 때문이죠. 현재 정부가 벨라루스 시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요.

 

폴리나 : 루카셴코는 무엇을 하든지, 벨라루스 시민들을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아요. 그는 “벨라루스 시민들을 위한 것이 무엇일까?”가 아니라 “내가 대통령을 유지하는 데 무엇이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요.

 

알렉세이 : 물론 루카셴코는 이 일(전쟁)에 관여한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죠. 우리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이 전쟁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필요해요.

 

폴리나 :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을 돕고 있어요. 우크라이나는 반격할 권리가 있어요.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벨라루스에 반격할 권리가 있어요.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에 그렇게 하지 않아요. 우리가 두려운 것은 루카셴코가 우리의 신뢰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우리를 실질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거예요.

 

Q5.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거나, 이긴다면 어떤 미래가 예상되시나요?

 

폴리나 : 만약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긴다면,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일부가 돼요. 저는 몇 주 동안 울 거예요. 우리는 "자유로운 우크라이나 없이 자유로운 벨라루스는 없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우크라이나 군대는 이미 8년 동안 싸워왔어요. 그리고 우크라이나 군대는 나토의 지원을 받고 있죠.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이 전쟁에서 진다면, 벨라루스 사람들은 러시아에 저항하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여러분들이 이미 보신 것처럼, 푸틴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벨라루스로 갔죠.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어요. 일부 벨라루스인들은 ”우리는 러시아 점령하에 있다."고 말해요. 그래서 만약 우크라이나인이 진다면, 벨라루스도 함께 지는 거예요.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한국인들은 일본 점령에 맞서 싸웠죠. 똑같아요. 만약 우크라이나가 진다면, 벨라루스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러시아의 점령에 맞서 싸우는 거예요.

 

알렉세이 : 그런 일은 벨라루스의 독립성과 언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되겠죠. 왜냐하면 러시아는 강한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진다면 벨라루스 역시 하나의 국가로서 러시아에 지는 것이에요.

 

Q6. 이전부터 벨라루스를 포함한 러시아 인근 국가들에 군사적 긴장감이 있었나요? 그것이 이번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알렉세이 : 먼저, 2008년 조지아의 사례가 있죠.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해서 일부를 차지했어요. 그 후 2014년에 크리미아 침공 사태가 있고, 돈바스 지역에 불안을 조성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러시아는 세계에 불안정성을 확대하고 있어요. 러시아는 시리아, 베네수엘라 정부와도 연루되어 있어요. 몰도바에도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요. 전쟁 이후로 큰 (군사적) 긴장이 있어요. 벨라루스 영토에서 많은 러시아군의 군사 활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벨라루스 정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나 민간 모니터링 프로젝트, 출판 활동을 하는 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전달받아요.

 

폴리나 : 우리 모두가 많은 우크라이나 게시물을 볼 수 있죠. "러시아는 침략자다. 러시아는 제국주의 정부다. 많은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했지만 흥미롭게도 국제사회는 여전히 "러시아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요. “러시아도 나쁘고, 미국도 나쁘다."라고 말하죠. 역사는 전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이 역사는 우리에게 왜 이 전쟁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줘요. 왜냐하면 러시아 내부에는 병든 제국주의 사상이 있고, 러시아의 권력자들은 전쟁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에요. 역사는 많은 나라들이 "다음은 나다."라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어요. 러시아는 매우 큰 불량배에요. 하지만 단결해서 맞서 싸우는 대신, 많은 나라들은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다치고 싶지 않아.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요. 전문가들이 "러시아가 조지아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 국제 사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가 더 큰 일(전쟁)을 생각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나네요. 이 전쟁은 러시아에 의해 행해진 다른 곳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보다 훨씬 더 많이 중요해요.

 

Q7.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하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현재 가장 필요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폴리나 : 그것은 ‘헛소리’에요. 방금까지 러시아 역사를 이야기했죠. 러시아는 체계적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했어요. 비유를 해볼게요. 도둑이 당신의 집에 들어와서, 돈을 훔치고, 밖으로 나갔다면 당신은 도둑이 돈을 가져가도록 놔둬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지금은 러시아와 싸울 때가 아니라 영토를 포기하고 휴전하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나쁜 전략이에요. 왜냐하면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나라를 지키려 하는 4천만 명의 시민들이 있어요. 반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는 합쳐도 5백만 명이 되지 않는 작은 나라예요. 그래서 만약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면, 그것은 전쟁터의 최고의 군인에게 팔짱을 끼고 희생만 하라는 것과 같아요.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난 적이 있나요?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남아서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나요? 조지아는 러시아가 침공했을 때 그러지 못했어요. 누가 러시아에 맞서 싸웠나요? 아무도 못 했지만,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어요. 무기를 지원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지해야 해요. 지금 지지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거예요.

 

알렉세이 : 우크라이나에 영토 일부를 양보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요.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지역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아야 해요. 우크라이나 언어와 같이 우크라이나적인 모든 것이 타겟이 되었어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책을 불태웠어요. 그 지역에 있는 시민들은 위험에 처해있어요. 이전에 침공 당했던 크리미아나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에서 그들을 쫓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에요.

 

폴리나 : 제 생각에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이 무엇일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면서 그들을 도울 방법은 무엇일지요. 저의 대답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방어용 물품을 주는 거예요. 우크라이나는 도시를 지키기 위한 탄약과 로켓이 필요해요. 첫 번째 대안은 러시아산 가스와 연료를 훨씬 더 빠르게 불매하는 거예요. 독일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니에요. 러시아는 매일 무역으로 수천억 달러를 벌고 있어요. 러시아와의 무역을 중단해야 해요. 한국에도 친러시아 로비가 있지 않을까요?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는 한국 정부에 벨라루스 대사를 돌려보내라고 요청했어요. 벨라루스 대사는 KGB(국가보안위원회) 요원이거든요. 우리는 한국 정부에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라. 그는 우리를 감시하고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한국 정부는 별 도움이 안 됐어요.

어쨌든 첫 번째로 우리는 희생할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우크라이나인들은 말 그대로 그들의 삶을 희생하고 있어요.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정부를 돕기 위해 캠페인을 조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을 돕고 싶지만, 무장시키고 싶지 않다면 다른 희생이 필요해요. 러시아와의 무역으로 겨울에 사용할 가스를 희생해야 해요. 전쟁은 희생 없이는 끝날 수 없어요. 우크라이나인들과 벨라루스인들은 같이 러시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제재를 요구하는 청원을 조직했어요. 하지만 예상보다 지지가 아주 적었어요. 많은 대안이 있지만 저는 첫 번째로는 러시아의 연료나 가스와 같은 경제, 두 번째로는 사업, 세 번째로는 외교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8. 벨라루스 민주노총(BKDP)이 러시아를 비판하자 루카셴코 정부가 해산 명령을 내렸습니다. 벨라루스 내에서의 사회운동 탄압이 얼마나 심각한지 사례를 듣고 싶습니다.

 

알렉세이 : 작년 5월에 벨라루스 정부가 국가에서 가장 큰 언론사를 폐쇄했어요. 정부가 대통령이 싫어하는 말을 하는 CEO나 기자들을 체포하고 감옥에 넣고, 웹사이트를 차단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당시에 벨라루스의 독립 NGO 단체 대부분이 폐쇄됐어요. 생태, 인권, 변호사 단체, 언론인 단체 등이었죠. 정부는 그 단체들을 고소해서 폐쇄했죠. 그다음으로 노동조합이 타겟이 됐어요. 왜냐면 작년까지 정부는 차라리 노동조합은 비교적 온건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고 있죠.

언론이 가장 극단적으로 탄압받고 있어요. 왜냐하면 언론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벨라루스 언론은 인터뷰와 같은 방식으로 시위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정부의 첫 번째 타겟이 되었어요. 그래서 벨라루스의 5~10개 정도의 큰 언론사들이 불법이 되었어요. 기자들은 벨라루스를 떠나 해외에서 일하죠. NGO들은 완전히 불법이고 친정부적인 NGO들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 벨라루스에서는 아무도 체포되지 않는 날이 없어요. 그래서 2020년의 시위 이후 사회단체나 언론을 포함해서 시민들이 연합해서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했어요. 경찰들은 그것을 멈추려 하고요. 이제는 공식적인 집회가 아니라 모든 모임이 공격받고 있어요.

폴리나 : 한국에서는 누군가를 체포할 때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죠. 예를 들어 볼게요. 벨라루스의 시위를 대표하는 깃발(제목 밑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을 보세요. 그 깃발은 1990년대 벨라루스의 공식 국기였고 지금은 시위의 상징이에요. 제가 백-적-백색의 사탕을 두고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게시한다면 체포돼요. 게시물의 사탕이 불법성을 표현한다는 이유로요. 옷, 운동화, 양말 어떤 것이든 백-적-백색을 나타내면 체포돼요. 만약 벨라루스에 온다면 백-적-백색으로 입지 마세요. 체포돼서 15일 동안 유치장에 있게 될 거예요.(웃음)

 

알렉세이 : 사실 경찰에게는 이유가 필요 없어요. 경찰은 언제나 “경찰에게 위협이다.”라고 말할 수 있고, 보고서를 쓰면 감옥에 가두기 충분하니까요.

 

폴리나 : 기자와 변호사가 특히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어요.

 

Q9. 한국에 사는 벨라루스인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뿐만 아니라 재한 러시아,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알렉세이 : 2020년 벨라루스에서의 선거와 시위 이후, 한국에서도 활동이 있었는데요. 저는 이때가 재한 벨라루스인들이 가장 많이 모인 날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후로는 한국 정부에게 인권을 탄압하는 벨라루스 정부와 교류하지 말라는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어요. 왜냐하면 벨라루스에 대한 결의안을 한국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거든요. 한국은 2020년의 벨라루스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지 않은 나라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벨라루스 독재정권의 (무역적) 협력을 반대했어요. 그래서 여론을 모으기 위해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재정권과 협력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죠. 그리고 시위 1년을 맞은 2021년 8월에는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시작인 광주에 방문했어요. 5·18 관련 단체들과 공동 행사를 하기도 했어요. 그 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고, 우리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를 지지하면서 시위에 참가했어요.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에서는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인 시위를 진행해요. 지금까지도 저희는 그 행사에 참여하고 있어요. 러시아인 커뮤니티도 다른 장소에서 작은 집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폴리나 : 벨라루스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해외에서 벨라루스에서는 하기 힘든 주장을 하고, 벨라루스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올해에는 벨라루스 영화를 상영하는 등 벨라루스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하려고 해요.

 

알렉세이 : 우리 단체가 아주 작기 때문에 다른 사회단체들과도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우리는 자원이 많지 않아서 우리를 도와줄 한국의 운동단체들과 접촉하려고 해요.

 

Q1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왜 전 세계 시민들이 우크라이나에 연대해야 하나요?

 

폴리나 : 앞서 러시아가 다른 나라들을 침공했던 것을 말했죠. 그 나라의 시민들이 볼 때 답은 명확해요. 우리(벨라루스인)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러시아의 점령을 멈춰야 벨라루스의 독립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제가 알기로 우크라이나 군대 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벨라루스인이에요. 만약 한국이 러시아에 의해 침공 당한다면 아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한국은 그런 적이 없어서 왜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어요. 제 생각에 지금까지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위험하다는 것이에요.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에 타당한 이유를 하나라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러시아 정부는 아주 비합리적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러시아가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러시아는 어디서든 핵폭탄을 발사할 수 있어요. 그게 나토, 유럽, 미국 등 어느 곳도 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거예요. 우크라이나에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데 러시아는 그곳을 폭격하면서 핵 연료 누출의 가능성이 있죠. 식량 위기도 들으셨을 텐데요. 아프리카는 우크라이나에 밀을 의존하고 있어요. 폭격 때문에 아프리카 시민들이 굶주릴 수 있어요.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거예요. 많은 국가가 모여 의견을 나누고 국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셨을 거예요. 국제사회가 같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많은 것들을 방해하고 있어요. 시리아, 미얀마, 북한, 베네수엘라 등과 같이요. 4차 산업혁명, 기후 위기, 격차 문제 등 국제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어요. 이 방해꾼들은 국제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들은 사실상 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Q11.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폴리나 : 우리 커뮤니티와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는 아주 작아요. 그래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어요. 우리를 지원하고 싶다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우리의 이야기는 한국 언론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많이 다르죠. 우리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해주세요. 커뮤니티 공식 웹사이트도 곧 만들려고 해요. 우리 커뮤니티는 성장하는 중이에요. 그래서 당장은 다른 단체에 도움을 구하고 우리도 다른 단체의 행사에 참여하려고 해요. 문화 행사나 정치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참석할 거예요. 우리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행사에 참여해주는 것도 부탁드려요.

 

알렉세이 : 한국인들이 벨라루스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에요. 이 인터뷰도 정말 좋았어요. 전쟁이 길어지면서 벨라루스 내에서도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 커뮤니티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계속 노력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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