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지상중계 | 2022.10.04

전환의 시대 노동조합의 역할을 모색하다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 전환 국제 노조 포럼> 참관기(2)

사회진보연대
최근 사회운동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유럽연합은 2022년 6월 22일,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한쪽에서는 기후 위기를 명목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신보호주의’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다른 한쪽에서는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면죄부를 줄 뿐이라고 비판한다. 그간 사회진보연대에서도 기후 위기에 관한 쟁점들을 검토한 바 있다(기후 위기의 딜레마: 탈탄소, 탈핵, 성장).
 
≪사회운동포커스≫에서는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전환 국제노조포럼>(이하 ‘국제노조포럼’) 참관기를 연재한다. 국제노조포럼은 프랑스노총(CGT)이 중심이 되어 작년에 최초로 개최했고, 올해는 민주노총이 주최단위가 되어 지난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2021년 생태 및 사회적 전환에 관한 노동조합 국제포럼 공동호소문). 다섯 개의 세션 중 세 번째 <기후정의를 위한 지구적 민중연대>, 네 번째 <전환의 시대,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전환역량 형성의 과제>, 다섯 번째 <공공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조합의 역할>를 소개할 것이다. 각국 노동조합이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실천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현실에서 마주친 문제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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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 전환 국제포럼>이 민주노총과 프랑스노총(CGT), 로자룩셈부르크재단, 기후정의동맹, 기후위기비상행동, 전국민중행동의 공동주최로 9월 20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포럼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칠레, 필리핀 등 15개 국가의 노동조합 활동가와 기후환경 활동가가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작년에 열린 1차 국제노조포럼에 이어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노동조합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포럼 셋째 날인 22일 오전에는 금속노조가 주관하는 세션4 <전환의 시대,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전환역량 형성의 과제>가 열렸다. 오후에는 공공운수노조, 에너지민주주의노조연대(TUED), 국제공공노련 아태지역(PSI-AP)이 주관하는 세션5 <공공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조합의 역할>이 진행되었다.
 
 

세 가지 ‘전환’과 노동의 전환역량에 대한 논의

 
 
[출처: 노동과 세계]
 
 
이날 오전에 진행된 세션4 <전환의 시대,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전환역량 형성의 과제>는 ‘전환’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뭉뚱그리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나누어 정확히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첫째는 ‘산업전환’(industrial transformation)이다. 이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노동조합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다. 둘째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전환 과정이 기업의 이윤만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확대하는 방향이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에게 이롭고 불평등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내용이다. 마지막은 ‘체제 전환’(system change)이다. 기후생태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어떻게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전환’에 대한 세 가지 주제에 따라 총 7개의 발제가 진행되었다. 스웨덴 볼보자동차 노동자이자 저술가인 라르스 헨릭슨은 산업전환에 대해 ‘아래로부터의 자동차산업 전환’을 주제로 일자리와 기후를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 전략에 대해 발제했다. 먼저 그는 오늘날 전기자동차가 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 널리 홍보되지만, 전기자동차 역시 동력의 3분의 2가 화석연료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효율 좋은 화석연료 자동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린워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는 조금 덜 해롭다고 해서 친환경이라고 마케팅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헨릭슨이 자동차산업에서 일자리 보호와 기후 보호를 위한 노동조합 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금융위기로 인해 볼보가 위기에 빠졌던 당시 제기되었던 대안은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방안과 온전히 시장에 맡기자는 신자유주의적 방안이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기업 간 경쟁과 노동자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기업에만 이득을 가져다주는 보조금 지급 방안과, 노동자에게 모든 비용과 책임을 떠넘기는 시장주의적 방안 모두 지향할 수 없었기에”, 제3의 길로서 산업전환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산업전환에 대한 노동조합의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노동자 스스로 단결을 이루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조가 일자리 보호에만 집중하면 현장에서 주도력을 잃게 되고 개별 노동자와 정부 간의 문제가 되지만, 산업전환에 대한 논의와 전략을 집단으로 수행하면 노동자 단결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는 자동차산업 노동자가 대량생산과 전환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생산의 주체로서, 생산을 통제하고 사회운동과 연대함으로써 산업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단결·민주·투쟁 새노조 이니셔티브(NTUI) 노총의 고탐 모디 사무총장은 화상 발제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산업전환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인도 민중은 그 누구보다 기후 위기로 인해 큰 피해를 받고 있다. 게다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에너지 발전 시설로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익을 얻는 것은 대부분 대기업과 초민족기업이다.
 
또한 인도에서도 전기차를 기후 위기의 만능해결책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지엠이나 포드 등 초민족기업이 점차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철수하면서 인도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되고 있다. 따라서 모디 사무총장은 “산업전환이 초민족기업의 이윤추구로 귀결되는 문제를 경계해야 하며, 전환을 위한 지식과 기술도 이들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한국에서 자동차산업 산업전환 정책의 문제점을 밝히고,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문제의식에 따라 금속노조가 추진했던 산업전환협약을 소개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의 산업전환 정책을 재벌대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전환 과정에서 재벌대기업의 가치사슬 독점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배제되고 무노조 저임금 일자리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일자리 보호와 연결되어야 하며, 재벌대기업의 독점구조 해소 대책이 필요하고, 직무전환 교육과 다층적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금속노조는 ‘루카스 플랜’과 생산의 사회적 통제 모델에 영감을 받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2021년에 산업전환협약을 모든 교섭단위에서 요구했다고 밝혔다. 루카스 플랜은 비행기 부품을 생산하는 영국 대기업 루카스 에어로스페이스가 1974년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데 맞서, 루카스 노동자들이 1년간의 논의 끝에 발표한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을 위한 루카스 노동자들의 계획’을 말한다. 당시 루카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맞선 고용 유지 요구가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나 의료 장비 같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을 수행하여 경영을 개선할 수 있음을 제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러한 계획을 논의했다.
 
협약에는 자본이 산업전환 대응에 나서도록 하고, 이를 노동조합과 함께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협약의 핵심 문제의식은 고용안정, 교육훈련, 안전과 인권, 탄소저감, 공정거래였다. 올해는 기업이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할 때 노조와 합의하도록 하는 문구를 추가했다. 김상민 정책실장은 이러한 산업전환협약이 대자본과 대정부 요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노동조합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산업전환 과정에 개입하는 역량을 쌓고 이를 조합원의 요구와 일치시키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판탈레오 세바스티아노 이탈리아 금속노조(FIOM-CGIL) 보쉬 바리 현장의원은 영상을 통해 2021년 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은 2000년대 이후 계속 축소해왔다. 이탈리아 금속노조는 녹색혁명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자고 요구했고, 업종협의체 신설, 부품공급망 보호, 노동자 훈련 등 자동차 부문에서 고용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기했다.
 
작년에는 보쉬가 바리 공장에서 공장흡열 엔진을 쓰는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며 700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맞서 보쉬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친환경 공장 가동을 위한 산업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투쟁의 성과로 바리 공장이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기존의 생산라인에서 전기자전거를 생산하도록 전환할 수 있었다.
 
프레데릭 투불 프랑스 금속연맹(FIM-CGT) 국제고문은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 전기자동차의 문제점과 재생에너지 관련 쟁점을 제기했다. 먼저 인도의 사례처럼, 르노와 같은 자동차부문 초민족기업은 산업전환을 명분으로 사업장을 구조조정하거나 기존의 협약을 파기하고 노동자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이 내세우는 전기자동차는 결국 연료소비를 줄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배터리 생산과 사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배터리 원료가 되는 희토류 생산 과정에 인권이나 생태학의 측면에서 문제가 많으며,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하고 재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역시 풍력 발전기 터빈과 블레이드(날개)를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투불 국제고문은 유럽이 이를 모로코, 멕시코, 아르헨티나에 매립하면서 오염을 수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재생에너지에도 터빈가스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에너지 생산과 관련해서는 수요 예측부터 시작하여,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전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현재 전력 생산 기술에는 모두 한계가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저장 기술이나 새로운 전기 원천 기술을 찾아가는 가운데 단기적이고 현실적으로는 에너지 생산과 운송수단에서 다양한 에너지 믹스를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힐러리 웨인라이트 《Red Pepper》 공동편집장은 영상을 통해 루카스 플랜의 현재적 의미와 과제에 대한 질문과, 네트워크 계획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먼저 루카스 플랜은 자본의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조합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노동자의 단결과 고용 보호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루카스 플랜은 지구를 파괴하는 자본주의적 성장의 대안으로 탈성장이 아니라 대안적 성장을 제시했고, 이를 실현할 주체가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네트워크 계획이 사업장별로 개별화되거나 파편화될 우려는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힐러리 편집장은 네트워크 계획이 단순히 현장에서의 유의미한 실천 사례에 의존하자는 것은 아니며, 수평적으로 그러한 사례들을 엮어내고 기획(underview)하는 역량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절박한 기후 위기라는 현실에서, 노동조합은 임금과 노동조건만큼 생산이라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체제전환과 노동조합의 전환역량 구축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기후 위기 문제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라는 점에서, 탈성장과 생태사회주의를 결합하고 참여적 계획경제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노동조합 내에 체제전환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체제전환을 위한 역량을 노동자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사회적 연대를 통해 쌓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해보면, 세션4에서는 기후정의를 위한 전환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쟁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초민족기업의 구조조정과 이윤추구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산업전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으로 강조되었다. 특히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개별 기업에 국한된 고용보호에만 몰두해서는 패배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단결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전환에 대한 전략을 노동조합이 집단으로 밝혀내는 것이 사활적이라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체제전환과 관련해 기후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는 것은 공통된 인식이지만, 그 대안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쟁점이 잠재적으로 있다. 예를 들어 힐러리 편집장은 자본주의적 성장의 대안으로 탈성장보다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 성장이 적합하다고 제기했지만, 김현우 연구위원은 생산과 소비의 감축을 동반하는 생태사회주의적 탈성장과 참여적 계획경제가 대안이라고 제기했다.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에 대해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이 필요한 한편으로, 생태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체제전환에 대해 앞으로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로운 전환에서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역할

 
 
오후에 진행된 세션5 <공공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조합의 역할>은 에너지, 교통, 의료 세 가지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에서 공공성 강화와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1개의 기조연설과 7개의 발제가 진행되었다.
 
먼저 션 스위니 에너지민주주의노조연대 활동가는 기조연설을 통해 에너지 부문의 재국유화(공영화)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공공서비스는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어야 하므로 국가가 소유하고 통제해야 한다. 나아가 그는 공공 소유권을 넘어서 에너지를 상품으로 만드는 개념 자체를 없애야만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에너지 부문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파비엔느 루시 프랑스노총 생태전환위원회 위원은 프랑스 에너지 현황과 에너지 부문에서 공공적 통제를 위한 프랑스노총의 투쟁과 전략에 대해 발제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 에너지 소비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원자력이 아니라 대부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프랑스 정부는 저탄소 목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시장 논리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력공사를 세 개의 법인으로 분할하고 수익성 높은 재생에너지 부문을 민영화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프랑스노총은 정부의 시도에 반대하며,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이용자들에게 전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로빈후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비엔느 위원은 로빈후드 사업이 에너지에 대한 공적 소유권을 방어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프랑스노총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 폐쇄에 대응하기 위한 고용전환 계획을 만들고 있다. 또한, 에너지 공공적 통제를 위해 프랑스 경제를 내구성 있고 계속 수리해서 사용하는 상품 위주의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재산업화가 필요하며, 저탄소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제용순 발전노조 위원장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발전노조의 입장을 발제했다. 발전산업 노조는 문재인 정부가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을 중단하기 시작하면서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정부는 그린뉴딜이나 탄소중립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발전노조와 이에 대해 함께 논의하거나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을 수행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발전노조는 한국전력에서 분할된 6개의 발전산업 기업을 재통합하여 공공성을 강화하고, 석탄 분야 고용보장위원회를 즉시 지정하여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확실한 고용승계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민간자본 발전소를 재공영화 하여 정부 주도로 공공성을 강화하고 탈석탄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발전소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바라보는 전환 문제와 대책에 대해 발제했다. 이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는 ‘원료 이송-전기 생산-환경 설비’로 구성되는데, 원청 1만 3천 명과 하청 8천 2백 명이 고용된 이중적 고용구조로 되어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8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서 1300여 명이 재배치되었는데, 원청 노동자는 전원 재배치됐지만 하청 노동자는 61명이 해고되었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역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발전소 폐쇄에 동의하지만, 동시에 고용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경제와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발전사와 지자체가 실질적인 직무전환교육, 이주대책과 정주대책, 논의기구 구성과 협약 법제화 등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교통 부문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엘리아스 구티에레즈 이달고 산티아고 지하철노동조합 국제실장은 칠레에서 공공교통 확대를 위한 투쟁의 사례와 문제의식에 대해 발제했다. 2018년 10월 18일 ‘사회적 폭발의 날’로 불리는 봉기가 칠레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공공교통 요금을 인상하는 민간기업에 맞서 시작된 투쟁이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면서 약 1천 5백 명이 해고되었는데, 대부분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산티아고 지하철노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대도시에서 자동차를 줄이고 공공교통을 확대하기 위한 적절한 교통수단으로 지하철에 주목하여 공공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명순필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상임의장은 한국의 철도노동자가 투쟁하고 있는 네 가지 원칙과 다섯 가지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네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중교통이 아니라 공공교통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사회불평등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 셋째, 철도는 대도시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안이다. 넷째, 민간 중심 수익 구조에서 공공 구조로 이행해야 한다.
 
다섯 가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평등한 교통권 보장으로 이중격차를 해소한다. 둘째, 정의로운 전환에 기여하는 교통을 지향한다. 그 방안은 대도시 교통운영체계를 공공 교통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셋째, 철도 민영화를 저지한다. 넷째, 정부로부터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벌인다. 다섯째, 모든 것에 노동자가 주체로 나서 방안을 찾는다. 이를 위해 6개 광역단체를 중심으로 공공교통 관련 시민사회단체 연대를 조직하여, 지역 시민과 노동자가 주체로 나서서 공공교통 체계 마련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와 보건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공공의료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넬라 피네다 기후환경정의위원장은 뉴욕주 간호사 노동조합의 실천 사례와 그 의미에 대해 발제했다. 이에 따르면, 뉴욕주의 간호사들은 2012년 허리케인 샌디 피해복구 활동을 하면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직접 목도했고,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구호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기후정의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보건전문가로서 간호사가 취약계층의 회복과 기후 및 보건위기에 대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뉴욕주 간호사 노동조합은 기후 위기가 일으키는 공중보건 위기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재해가 있으면 간호사가 뉴욕구호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단기휴직을 보장하는 것을 사용자와 협상하여 단체협약에 포함하고 있다. 또한 기후 위기 관련 활동을 계속 지원하고 입법활동에 참여하며, 정의로운 전환과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라는 공통의 희망을 바탕으로 연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한국의 공공의료 강화 투쟁과 기후정의의 연관성에 대해 발제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에서 의료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이른다. 이향춘 본부장은 “의료부문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윤 중심으로 돌아가는 의료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료연대는 병원이 탄소배출 내용을 노동조합에 보고하고 절감방안을 노동조합과 협의하도록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공공의료 비중을 적어도 30%로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토론에서는 에너지부문 재공영화 또는 국유화의 문제점으로 공공부문의 부정부패가 지적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고민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영부문의 부정부패 문제가 심각해서 에너지부문 재공영화에 대해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발제자들은 거대 공영기업의 부정부패 문제는 분명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결국 내부의 노동조합이 얼마나 민주화되어 있고 시민사회단체가 거버넌스를 통해 통제와 감시를 얼마나 강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답변했다.
 
종합해보면, 세션 5에서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발전, 교통, 의료부문에서 공공성 확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며, 민영화와 시장주의에 맞선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고,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으로 강조되었다. 시장이 실패할 수 있는 영역에서 국가와 공공부문의 역할은 필요할 것이다. 현장토론 논의를 고려하면,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운영 방안과 사회적 책임을 주체적으로 밝혀나가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유의미하고 중요할 것이다.
 
다만 에너지와 운송교통 부문에서 재공영화 또는 국유화가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만능열쇠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단기간 내에 에너지 부문에서 재공영화를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에너지를 누구나 무한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많은 난점이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부문이 민간기업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사용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에너지 역시 생산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으며, 생산하는 데에 비용이 들고, 시장가격을 갖는 하나의 상품이라는 엄연한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와 운송교통 부문 역시 공공성을 지향하더라도 비용과 수익성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이 문제를 공공부문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공공부문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국가의 재정은 결국 국민의 조세로 충당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은 공공성 강화와 탄소감축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국민경제 구성원이 어떻게 합리적으로 나누고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 역시 수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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