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2.11.23

화물연대 투쟁은 정당하다

국토부는 흑색선전 겁박 말고 대화로 사태해결에 나서라

사회진보연대
 
 
[출처: 화물연대본부]
내일 24일 화물연대본부가 급기야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6월 국토부와 화물연대본부가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아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를 합의함으로써, 극적으로 파업이 종료된 이후 불과 5개월 만의 일이다. 연내 제도 개선이 없이 안전운임제가 종료 예정인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 그 누구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도로 위의 안전은 비단 화물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어제 23일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와 같은 시각, 국민의힘과 국토부는 긴급 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부랴부랴 일몰 3년 연장 추진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집단의 이기적인 이득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라고 화물연대 파업을 호도하였다. 이는 집권당이 귓구멍을 틀어막고 국민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알고 있다. 전체 화물노동자의 절박한 생존권·노동권을 위해,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화물연대본부는 얼마나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는가. 그러나 대화를 위해 내민 손을 뿌리친 것은 누구인가. “안전운임이 확대될 경우 화물연대 세력 확장이 우려된다”라는 망언을 화물연대 교섭위원 앞에서 거리낌 없이 내뱉어, 교섭을 결렬시키고 화물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몬 것은 다름 아닌 국토부, 대한민국 정부이다.
 
국토부는 어제 당정 협의 이후 화물연대파업 관련한 입장을 추가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이해당사자인 화주, 운수사, 차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제도로,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시적인 제도 시행 결과, 당초 제도의 목적인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나 일몰 연장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추가로 검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 충분한 논의와 검증은 더없이 필요했다. 이토록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와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가 중요했음에도, 지난 6월 파업 종료 이후 국토부는 무엇을 했는가. 성실히 대화에 임했는가, 제도 운영 방향에 대해 책임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였는가? 정부가 파업사태를 원치 않았다면 15일 마지막 교섭에서 국토부는 망언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일몰제 연장 후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내놓아야 했다.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겠다고 면피한 후, 또다시 책임회피로 일관하며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할 것인가? 제도 개선 방안 및 체계적인 연구 계획은 내놓지 않으면서, “불안정한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 품목 확대는 절대 불가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반쪽짜리 연장안’, ‘가짜 연장안’이라고 비판받기 충분하다.
 
“품목을 확대할 경우 수출입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산업의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상승 등 소비자와 국민의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라는 국토부의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업물류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후 기업의 물류비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줄어들었다. 오히려 기업물류비가 감소했다는 응답은 늘어났다. 또한 2020년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이후 오히려 당기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기업도 있다. 설령 국민 부담이 증가한다고 해도 안전을 위해 우리 사회가 감당할 몫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의 역할이다. 책임을 방기한 채, 그 무책임의 결과를 오롯이 화물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국민경제 운운하며 물류거점에 경찰력을 사전 배치하여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대체수송차량에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겠다는 계획 역시 얼마나 얄팍한 이간질인가. 국민이 보기 부끄럽게도 정부는 전체 화물노동자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용기 있게 파업에 나선 이들을 불법행위자로 오도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라는 떡고물로 비조합원들을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제위기, 저성장과 빈곤의 심화 속에서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아니라 정부와 집권당의 무능과 무책임이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을 상대로 한 겁박을 중단하고 책임 있게 교섭에 임하라.
 
합의를 깨고, 교섭을 깨고, 국회 탓만 하면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고, 제도 개선 계획이 아닌 노동조합을 깨기 위한 계획에만 진심인 국토부가 바로 현 사태의 책임자이다. 이번에는 국토부가 교섭 테이블을 다시 열고 화물연대에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일몰 폐지 이후 안정적 제도 운영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며 화물노동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화물연대본부가 예고한 24일 파업까지 단 하루, 정부와 집권당은 대화로 사태 해결을 위한 최선을 다하라. 협상은커녕 기만과 탄압으로 일관한다면, 기어코 화물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몬다면, 물류대란의 책임자는 바로 정부와 국민의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반드시 존치되어야 하고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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