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지상중계 | 2022.12.20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세계의 미래①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2)

사회진보연대
 
2022년 노동운동포럼이 지난 12월 10일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운동 평가”라는 주제로 두 분의 패널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우크라이나 좌파단체 ‘사회운동’(Sotsialnyi Rukh)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를 모시고 강연을 들어보았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모금활동에도 많은 후원을 약속하였다. 《사회운동포커스》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를 싣는다. 지면 관계상 본 글에 담기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2022노동운동포럼 자료집과 2022노동운동포럼 실시간 중계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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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키이우는 전기가 일주일에 30~40시간밖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포럼 당일 온라인 접속이 불안정할 수 있어요. 백업 계획이 필요할 겁니다.” 12월 3일, 2022 노동운동포럼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두 번째 세션 강연자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11월 초부터 매주 한 번꼴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기간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미사일이 뭉개버린 건물과 관계의 폐허 위에서 전기와 물, 난방이 끊긴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이번 겨울은 매우 혹독하다. 동부 도네츠크주와 남부 헤르손주에서도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지역이 각각 90곳에 이르며, 동부의 루한스크주, 중남부의 자포리자주와 미콜라이우주도 전력이 끊긴 지역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내가 접속할 수 없으면 우리 단체의 다른 활동가가 강연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전 리스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어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로, 전 세계 미디어의 기사목록으로 매일매일 쏟아져 내리는 ‘러시아의 폭격’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행사 준비팀에게 너무나 구체적인 ‘우리의 일’로 다가왔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로부터 300여 일이 지났다.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점령지에서는 고문의 흔적과 집합수용소, 학살당한 시체들을 묻기 위한 대규모 무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키이우, 오데사 등 후방도시에도 로켓을 쏟아부으며 민간시설과 발전소, 상수도원 같은 기간시설을 파괴했어요.”
 
하루아침에 세계 군사력 2위 강대국의 침략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신음은 그저 신음으로 끝날 것이리라. 세계는 그렇게 전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이어지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항전 의지가 강해졌다. 고통에 의한 신음은 원인을 향한 외침으로 변모했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심과 우크라이나의 독립되고 해방된 민중들 사이의 투쟁입니다.”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러시아로부터의 독립 의지는 매우 낯설다.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렇게 비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의 행위, 이어지는 러시아의 평가절하, 우크라이나 본토를 향한 폭격과 참상,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규탄과 러시아의 부정 혹은 합리화,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의 행위와 발언, 이어지는 러시아의 반박. 그러한 서사 속에서 우크라이나 시민은 ‘잔혹한 전쟁범죄의 피해자’ 혹은 ‘서방의 꼭두각시’로 구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모른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이번 전쟁을 무엇이라고 평가하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왜 저항하고 어떤 미래를 지향하는지. 어떻게 저항해 왔고 저항하고자 하는지. 모든 파괴와 살상행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시민들은 서방의 꼭두각시이기 때문에 주체성이 없다.’ ‘우크라이나가 침공받은 건 우크라이나의 잘못이다.’ ‘우크라이나가 항복하더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는 편이 낫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널리 퍼져있는 통념은 진영논리의 극단적인 전개일 뿐 아니라 단절된 현실의 반영이다.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의 강연 모습. 2013~2014년 유로마이단 운동을 계기로 형성된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은 민주적 반자본주의, 페미니즘, 생태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우크라이나의 사회운동단체다. 사회운동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반자본주의, 노동운동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우크라이나 시민들, 특히 사회운동을 일궈가는 주체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만나고, 연결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녕하세요, 제 말이 들리나요?” 그렇게 12월 10일 토요일 오후 4시, 우크라이나 시각으로 오전 9시, 거리와 상황의 한계를 뚫고 키이우로부터 연결된 우크라이나 좌파조직 ‘사회운동’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의 음성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러시아의 무력침공과 세계의 불안
 
“러시아 미디어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팽창주의적 의지의 실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분명히 러시아의 제국주의, 팽창주의적 야욕의 실현입니다.” 전쟁초기 푸틴은 나토의 동진저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강연자는 푸틴이 내세우는 명분은 과장되어 있거나 실체가 없는 핑계에 불과하며 1991년 우크라이나의 독립 이전 러시아의 통제력과 지배를 되찾으려는 푸틴의 의지, 우크라이나의 탈러시아·유럽통합지향이라는 체제개혁 요구에 대한 견제가 전쟁을 감행한 핵심이유라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이번 침공 핵심 목적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종속시키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복속시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시도를 러시아의 안보위협 측면에서 이해하는 시각에 익숙하지만,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느껴 온 안보위협을 이해해야 한다. 1994년 우크라이나 영토 내의 구소련 핵무기를 소련으로 폐기하는 대가로 맺었던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 1997년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 영토 인정을 담은 양국간 우호협력조약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개입과 합병으로 파기되었다. 2014~2015년 상호 간의 국제법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두 차례의 ‘민스크 협정’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으로 인해 파기되었다. 두 차례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주권침해는 모두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시아 정부가 아닐 때 감행되었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력으로 주권을 침해하며, 모든 약속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강대국을 이웃으로 둔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이었을까.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러시아의 안보위협은 과장되어 있고, 과장이 아니더라도 안보위협을 근거로 침공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강대국인 러시아가 안보위협을 다른 국가에 대한 침공으로 표출하는 게 정당하다면, 약소국인 우크라이나의 안보위협은 어떻게 표출되어야 했는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2008년 부시 미국 대통령의 ‘조지아‧우크라이나 나토가입 찬성’ 발언 이후 물망에 올랐다가, 프랑스와 독일의 즉각적인 반대와 영국의 중재로 실질적인 가입 절차가 전면 중단되었다. 이후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 관한 어떠한 구체적 이행도 하지 않아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배제하였다. 바로 이러한 미온적 대응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행동의 자신감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나토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어떠한 직접적 조처를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초기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하였으나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은 쪽은 러시아였다. 이 무렵 러시아의 전쟁 정당화 프로파간다는 ‘나토의 동진 저지’에서 ‘러시아 영토의 온전성 회복’으로 변화하였다. “우크라이나는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 우크라이나는 결코 진정한 국가 지위의 전통을 가진 적이 없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러시아의 부흥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우크라이나다.” 서방에 맞서 러시아를 중심으로 유라시아 세력권을 강화하여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유라시아주의’의 주창자이자, 푸틴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말이다. 1,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 국가들의 자결권을 인정하고 무력에 의한 국경의 변경을 금지한 현대의 규범과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시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가입을 선언했다. 독일과 일본도 재무장에 나섰다. 이로써 러시아가 침공 당시 내세운 ‘나토의 동진 저지’라는 목표는 허구적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승리하고, 우크라이나가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연사는 세계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각국의 무력행동으로의 유혹은 커지리라 전망한다. “러시아의 무력침공이 성공하여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얻어내게 된다면, 다른 어떤 나라에도 전쟁을 일으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국제적인 군사분쟁과 군비경쟁이 늘어나고 전 세계의 불안은 심화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가 패배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 명확합니다.”
 
 
전 세계 민중들의 권위독재 정권에의 저항과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란, 북한, 미얀마,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제국주의, 권위주의 국가들의 연대와 동맹의 형성을 불러오고 있어요. 러시아 군대는 시리아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이란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시민을 학살합니다. 이번 침략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모든 권위주의 체제와 극우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국제 규범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일으킨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란, 북한, 중국, 미얀마, 인도 등 권위주의 통치체계로 분류되는 국가들 사이의 밀월을 강화했다. 미얀마 군부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무기를 쿠데타에 저항하는 자국민 학살에 사용한다. 인도와 중국은 2022년 3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러시아 철군 결의안에 기권을 던졌다. 두 나라는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러시아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했다.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가 빠르게 항복하는 푸틴의 시나리오대로 전쟁이 끝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 2022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양자 회담에서 인도 모디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건넨 한마디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주변국의 판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 푸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 이후 중국이 전쟁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전했음을 인정했다.
 
미얀마에서도 “미얀마는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는 미얀마다”, 시리아에서도 “우크라이나 형제들이여 굴복하지 마세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작은 행동에도 목숨이라는 대가를 요구하는 두 나라의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시민을 지지한 대가로 무엇을 걸어야 했을까.
 
 
미얀마 남부 다웨이(Dawei) 지역 론룽(Lawnglung) 마을의 젊은 민주주의 운동가들이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위). 반체제 봉기 11주년을 기념하는 2022년 3월 15일 시리아 반군 거주지인 이들리브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리아인들이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연대를 표현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아래). [출처: 다웨이 DMSC(위) OMAR HAJ KADOUR / AFP(아래)]
 
 
사라지지 않는 진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이 전 세계, 특히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민중을 돕는 것은 다른 나라의 민중을 돕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전쟁이 러시아가 현대의 국제규범을 거슬러 과거 제국주의 열강의 그것을 닮은 팽창주의적 야욕으로 시작한 침략전쟁이자, 전 세계에서 권위독재 권력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저항과 궤를 같이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결사 항전이라면, 전 세계 사회운동과 좌파들의 입장은 무엇이어야 할까. 강연자는 제국주의, 점령, 테러, 집단학살에 맞서 싸우고 민중의 해방을 지지해온 좌파의 본령을 강조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러시아를 상대로 말이에요. 제국주의, 점령, 테러, 집단학살에 맞서 싸우는 것은 언제나 좌파의 의제였습니다. 해방을 향한 민중의 투쟁과 열망을 지정학적 이해로 대체한다면 좌파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우리는 민중의 해방이라는 과제를 지켜가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시민 저항의 핵심입니다.”
 
 
우크라이나 경제의 갈림길과 전시 긴축정책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시경제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적 의제를 채택합니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계기를 통해 더 공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 7월 유셴코 정부의 WTO(국제무역기구) 가입 추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신자유주의화가 진행되었다. 정부예산 삭감, 자본시장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관세인화,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외국자본에 의한 M&A허용, 금융·산업·노동규제완화가 이루어졌다. 유셴코 대통령은 소련 잔재 청산과 러시아로부터의 자립을 위해 경제개방을 통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동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우크라이나는 정부부패와 무능한 관료집단이라는 고질적인 정치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산업 기반도 갖추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갑작스러운 신자유주의화를 감당할 수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외화 유출, 환율 폭락, 은행의 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CIS(소련이 해체되며 독립한 국가들의 ‘독립국가연합’)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여 165억 달러의 긴급대출을 받았다. WTO 가입 후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는 급속히 하락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막대한 대외부채와 무역적자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전쟁으로 인해 최소한의 경제기반마저 붕괴했다.
 
강연자는 젤렌스키 정부가 전쟁 이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감세 등 규제완화,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제한, 국유시설의 민영화, 공공 부문 축소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욱 급진적으로 추진하려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용자들의 권한은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권한은 축소했습니다. 정부는 전쟁으로 인해 경제가 붕괴한 상황에도 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를 철폐하면 자동으로 투자를 유도할 수 있고, 강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완전히 바보 같은 생각이죠. 심지어 우크라이나에는 제대로 된 산업정책도 부재한 상황인데 말이에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도입된 반사회적 법안들>
 
5471호 노동권 보장에 대한 규제 완화
5161호 최소노동시간 규제 완화 ('0시간 계약'도입)
2352호 동원노동에 대한 임금보장 없음
3663호 사회보장과 연금기금 통합
 
 
노동자들의 권리를 축소하는 법안의 채택 이후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은 파업과 시위로 저항했다. 공공 문화센터 민영화에 반대하는 시위, 대학 통폐합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민중은 전시에도 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정권에 맞서 투쟁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광산파업도 일어났어요. 그 결과 부패한 경영진이 쫓겨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왔죠. 전쟁도 파업을 막을 순 없습니다. ‘도브젠코 영화 아카이브 문화센터’를 민영화하고 고급 주거지를 지으려는 계획에 저항하는 시위도 있었어요.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으로 인해 통폐합 위기에 놓인 대학생들은 저항했고, 성공했습니다.”
 
전후 재건의 전망에도 우크라이나 경제의 갈림길이 있다. “재건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외채 탕감 운동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 동안 외채 상환 일정을 동결하는 것은 이미 이뤄졌지만, 이것은 탕감이 아니고 우크라이나가 결국에는 갚아야 하는 빚입니다." 우크라이나 전국의 노동조합과 폴란드의 진보정당 ‘라젬’이 함께 외채 탕감 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우크라이나의 대외부채가 2008년 WTO 가입과 IMF 구제금융으로부터 본격화되었음을 고려하면 전후 재건에 대한 이러한 제안은 신자유주의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지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채만이 문제가 아니라, 재건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인간을 존중하는 접근, 정부로부터 시민들에게 수직적으로 내려가는 구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경제 재건이 필요합니다. 난민, 저임금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민들의 필요에 맞출 수 있어야 해요. 재건에 관한 우리의 관점은 조금 더 국가 주도적인, 공동체와 시민사회에 바탕을 둔 포괄적·분권적인 방식의 재건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일원인 노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전쟁 중에도, 전후 재건의 전망에도 기존에 실패한 신자유주의적 전망을 제출하는 젤렌스키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시민사회가 정부에 대항해 ‘더 사회적인 우크라이나’를 건설할 수 있을까? 강연자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정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약화하고 의견을 잘 수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젤렌스키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사회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는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정부이고,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정부의 지지율이 낮아지면 정부가 물러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시민들이 미디어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시위를 할 수 있으며, 투쟁을 조직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주의가 존재하고 보장되는 사회에서 시민들이 움직이면, 부분적으로라도 성공할 수 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모금활동(<-참여방법 클릭)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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