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지상중계 | 2022.12.21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세계의 미래②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3)

사회진보연대
 
2022년 노동운동포럼이 지난 12월 10일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운동 평가”라는 주제로 두 분의 패널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우크라이나 좌파단체 ‘사회운동’(Sotsialnyi Rukh)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를 모시고 강연을 들어보았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모금활동에도 많은 후원을 약속하였다. 《사회운동포커스》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서 2022년 노동운동포럼 지상중계를 싣고자 한다. 지면 관계상 본 글에 담기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2022노동운동포럼 자료집과 2022노동운동포럼 실시간 중계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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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시민사회와 전쟁의 역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에서는 EU(유럽연합) 가입을 공약으로 추진하다 철회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정부의 강경한 탄압과 유혈진압으로 100여 명의 사망자, 2,000여 명이 부상자, 200여 명의 구금자가 속출하는 가운데에도 시위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5만 명에서 시작된 인파는 80만 명까지 늘어났다. 시위는 점점 우크라이나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급진화되었고, 야누코비치 정권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이끌어냈다. 유로마이단 혁명이라 이름 지어진 이 운동은 ‘뜨거운 겨울’ ‘존엄의 혁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이단 혁명에 참여하거나 마이단 혁명 이후 윤곽이 드러난 우크라이나 시민사회 조직들의 스펙트럼은 좌파에서 우파까지 넓게 분포해 있다. ‘사회운동(SR)’ 또한 마이단 혁명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제 우크라이나 시민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형성해가고 있는지 말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이단 혁명이 미국 중앙정보국, 즉 CIA의 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마이단은 야누코비치와 같은 친러시아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체제, 친러시아 엘리트와 올리가르히를 통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반대하고 유럽으로의 통합을 지지한 민주적인 대중혁명이었습니다.”
 
 
 
 
강연자는 마이단 운동이 남긴 혁명적 경험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기 조직화 역량이나 새로운 좌파의 형성에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마이단 혁명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자기 조직화한 경험이 거의 없었으며, 구래의 좌파 또한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공산당과 결부되어 러시아 제국주의의 대리인이라는 경멸을 받았을 뿐 대안적인 사회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구래의 친러시아 좌파와 구별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좌파가 마이단 혁명에 참여하여 마이단 운동에 사회적 차원의 의제를 포함했지만 세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시민들이 러시아에 경계심을 보이면서 마이단에 참여한 세력 중 우파를 더 선호하게 되자 개입이 어려웠다고도 회상한다.
 
“마이단 혁명 당시 우리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바리케이트를 쌓아서 경찰의 공격을 막고, 서로 돕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굉장히 혁명적인 경험이었어요. 사회 전체가 서로 돕는 경험을 했고, 이전에는 없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구성원이 시위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발전기 등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시민들이 나서서 가져다주었습니다.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있으면 약품을 가져다주기도 했고요. 이게 마이단 혁명의 한 부분들입니다. 마이단 운동에서 새로운 좌파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지만, 마이단 운동에 사회적 차원의 의제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에 대한 저항뿐 아니라 올리가르히에 대한 저항을 포함할 수 있었죠. 한편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무력으로 개입하고 합병을 시도하면서 이런 사회적 열망과 에너지는 얼어붙었습니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로 쟁점이 집중됐기 때문이죠. 당시 정규군이 미약했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무력개입에 대한 저항은 민병대들이 전담했습니다. 극우파는 러시아가 무력으로 침공하고 불법적인 영토합병을 감행한 상황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더 민주화된 우크라이나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했던 마이단의 성과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계기로 중단되었어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상황은 변화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극우 세력의 전투 참여를 부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SR과 같은 좌파, 페미니스트, 퀴어, LGBTQ+(성소수자) 단체, 아나키스트, 소수민족 저항단체 등 우크라이나의 사회조직 전반이 모두 전선에 참여한다. 성격과 지향이 다르더라도 러시아가 지배하는 우크라이나에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은 동일하기에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은 이들이 전선에서 싸우는 공동 목표가 되었다.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이 방위전에 참여하면서 극우의 영향력도 2014년에 비교해 낮아졌어요. 애국주의가 더 이상 극우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죠. 러시아 제국주의의 대리인이라 경멸받던 좌파에 대한 낙인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좌파조직들이 전선에서 싸우고 있고, 시민들은 점점 더 좌파를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대변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낙인이 남아 있지만요. LGBTQ나 페미니즘 단체들 또한 항전에 참여하면서, 기존 우크라이나 사회의 보수적인 시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LGBTQ 단체들도 휘장을 휘날리며 전선에서 싸우고 있어요. 가부장적인 우크라이나에서는 군대에서 여성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장에서는 여성 장교들이 병사들을 지휘하고 방위작전을 수행합니다.”
 
 
2022년 5월 25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전선으로 떠나는 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자택에서 영토 방위군 회원 안토니나 로마노바(37)가 LGBTQ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유니폼에 유니콘 휘장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로이터 Edgar Su]
 
 
강연자는 이번 전쟁에서 노동조합과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서로 돕기 위해 결성한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전쟁이 역설적으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기 조직화 역량을 성장시키고 있음에 주목한다. “노동조합은 인도적 지원에도 적극적입니다. 그동안의 신자유주의화로 인해 취약한 우크라이나의 사회적 보장을 노동조합의 지원이 메꾸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식량이나 물을 조달받기 어려운 지역에 물건을 조달합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인도적 지원단체 결성 흐름도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시민이 어떤 식으로든 군인, 난민을 돕기 위한 단체에 참가하고 전쟁 중에 파괴된 의료, 음식, 주거지를 제공하기 위한 실천을 조직합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시민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인데, 마이단 혁명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민들의 전조직화 경험입니다. 우리 시민사회의 활동은 더욱 조직화 되었고, 서로를 돕기 위한 규율 잡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는 기존 시민사회조직과 노동조합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소수민족의 참여도 활발하다. 연사는 푸틴의 주장대로 우크라이나가 나치 국가라면 소수민족이 자유를 위해 항전에 참여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질문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이들의 자치권도 사라지기 때문에 여러 소수민족은 우크라이나 방위전에 참여합니다. 러시아가 체첸공화국을 얼마나 잔혹하게 탄압했는지 목격했기에, 우크라이나의 소수민족들은 이번 방위전이 자신의 운명과 어떻게 직결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크림반도의 타타르인도 자신의 땅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나치 국가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치 국가에 소수민족이 공존하고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는 게 말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러시아인 연대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자유, 우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투쟁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에는 해당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파르티잔(빨치산 운동)의 역할이 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주장하는 점령지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기 위해 저항하는 산발적이고 조직된 활동들이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기여하고 있다. “점령지에서 많은 사람이 파르티잔이 되었습니다. 파르티잔들은 러시아 정부 관료를 잡거나, 관료, 군대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에 주둔했는지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점령지에서 러시아군이 편안히 있지 못하게 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산발적인 활동이 조직되고 수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우크라이나가 점령지를 탈환할 수 있었습니다. 점령지 파르티잔들과의 협력을 통해서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지원하며, 러시아의 침략공격에 강하게 반발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우크라이나가 저항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과거 러시아가 주변국에 행한 저강도 군사행동과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미온적인 대응은 러시아의 자신감을 키웠다. 이번 침공에 대해 국제사회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응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러시아도, 국제사회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결연한 항전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침략국에 대한 제재와 피침략국에 대한 인도적·군사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와 비교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자원은 절대적으로 열악합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저항을 시작조차 못 했을 거예요.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군사적 지원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캠페인이 앞으로도 중요합니다.”
 
 
세계 사회운동과 좌파, 진영논리(campism)의 우물이 아니라 민중해방을 향한 단결과 연대의 바다에서 만나자
 
마지막으로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청중과 연사는 까다롭지만,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이번 전쟁의 쟁점과 딜레마를 이야기했다.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자립과 유럽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가 공존할 수 있는가, 군비경쟁 축소라는 좌파의 전통적인 지향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미국과 서유럽 좌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민중의 저항과 좌파의 존재에 대한 부정과 무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등이다.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자립과 유럽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가 공존할 수 있는가. 기존 우크라이나 경제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길과 유럽식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길을 동시에 채택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사회운동’의 다수 회원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좌파의 일부는 이러한 모순을 인지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질서로의 종속이 아닌 ‘더 열려있는’ 유럽으로의 편입을 지지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사회운동이 함께 더 사회화된 우크라이나, 더 사회화된 유럽을 만들어 갈 수 있고 가야 한다고 전망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사회운동이 함께 더 사회화된 우크라이나, 더 사회화된 유럽을 만들어 갈 수 있고 가야 한다고 전망한다. “유럽연합이 신자유주의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럽연합은 ILO(국제노동기구) 기준 준수 등 여러 사회정책 들을 회원국에 권고하죠,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EU에 가입하기를 원하면서도 EU가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이나 사회적인 보호 정책은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문제가 있어요. EU 가입에 대해 저희 단체의 입장이 정리되어 있지는 않아요. 다만 저를 포함한 많은 회원은 더 사회적인 EU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EU 내 좌파들과 함께 EU 자체를 개혁하는 운동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가 이런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비경쟁 축소라는 좌파의 전통적인 지향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연사는 복잡한 질문임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전쟁의 양상이 상대적 약소국인 우크라이나가 강대국에 의해 침략당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즉각적인 탈군사화를 주장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답한다. “복잡한 질문인데요, 답변도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녹색당에서 활동하는 동료는 미국의 군비를 75% 이상 축소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러한 요구가 관철된다면 현재 우크라이나는 매우 위험해집니다. 우크라이나 혼자만으로는 러시아의 침략공격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탈군사화보다는, 상대적 약소국이 강대국에 의한 군사적 위협을 막아내는 것, 단지 이윤을 위한 무기생산을 축소하고 군비 전반이 민주적인 통제 속에 놓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재 노동자, 사회운동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입니다. 침략공격을 받아 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즉각적인 군비축소를 우리의 요구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아직 탈군사화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무기지원이 없으면 우크라이나가 저항할 수단이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딜레마를 고려하더라도 지금 요구할 수 있는 최선은 무기지원이 더 많은 민주적 통제하에 있도록 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조금 더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 탈군사화나 군비축소라는 요구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과 서유럽 좌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민중의 저항과 좌파의 존재에 대한 부정과 무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유럽에서 좌파와 민중의 저항이 존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치부하는 이러한 시각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침략전쟁의 핵심을 러시아와 서방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연사는 이러한 시각이 오히려 미국중심의 시각이고 진영논리에 갇혀 사람들에게 왜곡된 현실인식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에 비자이 프라샤드가 한국 시민단체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해 토론회에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12월 한국의 국제전략센터,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진보정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국제포럼에 대한 언급이다.) 그런 사람들이 방금 말씀하신 견해를 가지고 있지요. 저는 이들이 현재 우크라이나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채로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은 미국의 영향력이 다른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도전받고 있고 그런 시도들이 진보적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중심적 인식이고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도착적 견해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 모든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이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주체성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지식인들은 러시아,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이들은 국제주의를 지정학으로 대체하고 민중의 견해를 단순히 국가의 견해로 대체하는데, 이들이 자신을 ‘좌파’라고 지칭하는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좌파라면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진영주의적 견해, 역설적으로 더욱더 미국 중심적인 그런 시각이 아니라 민중의 해방이라는 관점,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봐야 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국제전략센터 국제포럼 포스터. 왼쪽 사진은 이 행사에 초청되어 방한한 비자이 프라샤드가 중국 '백지 시위'가 진행되던 11월 29일 트위터에 올린 자신의 사진. (중국 정부의) "제로 코비드(코로나)♥"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 [출처: 국제전략센터[왼쪽], 비자이 프라샤드 트위터[오른쪽]]
 
연사와 같은 단체 '사회운동'(SR)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활동가 타라스 빌로우스는 2022년 2월 25일 침공 직후 발간한 <키이우로부터 서구 좌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서구 좌파 일각이 반서방 ‘진영주의’에 빠져 러시아의 보수주의, 민족주의, 권위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꺼릴 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활동가 알 샤미가 2018년에 쓴 ‘바보들의 반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알 샤미는 서방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반대하지만, 러시아와 이란의 개입은 무시하거나 심지어 지지한 서구 사회운동 일각의 활동은, 결국 시리아에서의 전쟁을 멈추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이 표현을 썼다. 사회진보연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발간한 여러 글에서 진영주의에 입각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거나, 심지어 ‘미제국주의의 본질을 폭로할 기회’로 여기는 국내 좌파 일각의 시각이 매우 도착적이며 진보적 사회운동의 존재 이유를 근본에서 뒤흔드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오늘날 세계 사회운동과 좌파의 과제는 무엇이어야 할까. 러시아는 여전히 ‘러시아 제국의 영토적 온전성 회복’과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세력권 확보’를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지배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점점 더 러시아를 대안으로 여기지 않고 러시아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원한다. 학살과 파괴 위에서 형제애가 싹트리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다. 오늘날 좌파의 과제를 시계바늘을 과거로 되돌리는 러시아의 시대착오적 야욕과 우크라이나 시민이 결사코 거부하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로의 종속을 옹호하는 것이라 주장한다면 그 또한 부질없다.
 
“이 자리에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그리고 키이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크라이나의 사회와 경제적 상황은 어떤지 여러분께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은 연대입니다. 자유의 쟁취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함께 합시다. 모든 노동조합과 좌파들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 민중들, 이란에서 투쟁하는, 중국 정부의 독재에 맞서 투쟁하는,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단결하는 게 좌파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단결과 연대로 함께 합시다. 감사합니다.”
 
 
 
 
해가 저문 오후 여섯시 삼십분, 키이우 시각으로 열한 시 삼십분,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과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진영논리의 우물이 아니라 민중해방을 향한 단결과 연대의 바다에서 만나자. 그게 바로 지금 세계 사회운동과 좌파의 과제다.
 
 
 
▶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모금활동(<-참여방법 클릭)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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