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한국정치 | 2023.01.11

이재명 대표 리스크는 한국 정치의 리스크다

사회진보연대
다시 드러난 민주당의 세계관
 
지난 12월 28일, 특별 사면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석방됐다. 김경수 전 지사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선거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에 대해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반성은커녕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민주당 인사의 비상식적인 태도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검찰 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벌이는 정의로운 민주당이라는, 그리고 이 지난한 투쟁의 과정에서 드러난 자신들의 비위행위는 검찰, 즉 독재세력의 음모 내지는 조작이므로 자신들은 언제나 결백하다는 민주당의 세계관은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한 바다.
 
[출처: 연합뉴스]
 
1월 10일 오전,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조사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의 입장표명도 이런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를 “사법 쿠데타”라 규정하면서 “역사는 늘 반복되면서도 언제나 전진했습니다. 오늘 이 순간도 그러한 역사의 순간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개인의 비리혐의에 관해 소명하는 과정과 군사독재에 맞섰던 민주화운동을 동등하게 바라볼 국민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 현 국면을 바라보는지를 잘 보여주는 발언이라 하겠다.
 
 
민주당은 끝내 파산을 향해 가려 하는가
 
이런 민주당의 세계관이 점점 파국을 향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은 시작일 뿐, 대장동 의혹,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 공표, 주식회사 쌍방울과 관련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전모가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이 중 대장동 의혹은 주요 일간지 기자들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 보도를 시작으로 법조계에까지 로비가 있었다는 보도로 확대되고 있다. 점점 커지고 있는 이른바 ‘김만배 게이트’는 대장동 의혹이 얼마나 큰 사안인지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만배 씨는 현재까지는 대장동 사업에서 천문학적 배당금을 받은 천화동인 1호의 소유주가 자신이라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가 빼돌린 275억의 은닉자산 중 148억 원을 검찰이 찾아내 압수하고, 은닉을 도운 조력자가 구속 기소가 되는 등 그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가해지는 가운데, 과연 이런 주장을 끝까지 유지할지 주목된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들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전부터 제기된 것이었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가 ‘무혐의’라고 주장하는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안에 대해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했기에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검찰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리는 무혐의 불기소 처분과는 다르다. 불송치 결정의 경우 성남FC 의혹처럼 고발인이 이의신청하면 검찰이 재수사 또는 보완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개정 전 형사소송법 기준이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통과 이후 고발인의 이의신청은 불가능하게 됐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 시기에 박은정 전 지청장이 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법조인 출신인 이재명 대표가 이런 사실들을 모를 리 없으므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 중 최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대장동 의혹은, 최초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핵심 관계자가 제보한 것이다. 즉, 정황상 대장동 의혹은 민주당 내부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검찰공화국’을 이끄는 세력이 없는 죄를 만들어 덮어씌우고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무리한 주장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를 ‘조작’으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대응하는 클리셰와 같은 민주당의 대응은 대다수 국민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답보하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그 증거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조사 기준 1월 3주 차 33%로 12월 초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역전당한 뒤 비슷한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의 지지율은 그 이전에 대통령실과 여당이 내홍을 겪을 때조차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30% 초중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민주당이 말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실제로 민생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한 가운데, 자당 의원의 비리의혹에 대한 방탄에 집중한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는데, 이에 대해 앞으로 닥쳐올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 위한 예행연습이라는 분석이 다수였다. 이에 부응하듯, 민주당은 또다시 민생을 명분으로 1월 임시국회를 개원했다. 이로써 국회법 5조에 따라 최소한 6월까지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271표 중 가결 101표, 부결 161표, 기권 9표로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다. [출처: 연합뉴스]
 
이렇게 방탄조끼를 두르고서 임한 검찰 조사에 대해,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를 소환했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과연 그들에게 유리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 정도로 많은 비리의혹을 받는 인물을 자당 대선후보로 선출하고,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보궐선거에 공천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했으며, 그를 당 대표로 선출한 일련의 과정 자체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만약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어떠한가. 민주당은 그야말로 대혼돈에 휩싸일 것이다. 그 와중에 이재명 대표가 3심 확정 전까지 당권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직을 유지하려 하고, 심지어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어떻게든 행사하려 한다면 어떠한가. 헌정사상 이보다 혼란한 상황이 있었나. 그때의 민주당을 과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당으로 볼 수 있는가.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당헌까지 개정한 마당에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한국 정치의 리스크, 민주당을 규탄한다
 
1월 10일, 이재명 대표가 출두한 성남지청 앞의 풍경. [출처: 연합뉴스]
 
문제는 민주당이 파산을 향해가는 과정이 단순히 민주당 하나만 무너지고 끝나는 과정이 아닐 수 있다는 데 있다. 여기서 이재명 대표가 출두한 성남지청 앞의 풍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성남지청 앞에는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가 600여 명, 이재명 대표에 반대하는 단체의 회원 500여 명이 집결해 각각 집회를 열었다. 사회진보연대는 《계간 사회진보연대》 겨울호에서 정치양극화에 대해 분석하면서 2023년에는 양극화가 더욱 악화할 수 있으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 전망이 새해가 밝은 지 열흘 만에 현실화하고 있다. 앞으로 이재명 대표는 수사 정당성을 침식하기 위해 더욱더 강하게 정부를 공격할 것이고, 이에 맞춰 지지자들의 반발 역시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재명 대표를 반대하는 보수 단체 역시 강하게 결집할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전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한국 정치 전반이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정치 양극화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김성균, 임필수, 정치 양극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한국 정치의 영속적 위기, 계간 사회진보연대2022년 겨울호를 참고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비호 내지는 방관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언급했듯 이재명 대표가 2024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의 행보를 대놓고 반대하거나 대표를 교체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치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의 사익을 심각하게 침해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추구한 사익의 대가는 한국 정치의 전반적 퇴행이다. 안타깝게도 민주당 의원들에게서 이런 인식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은 제 한 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불사를 자세가 되어 있는 듯하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회 건물 앞의 모습. [출처: 로이터/뉴스1]
 
지난 1월 8일(현지시각), 브라질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에 불복해 연방의회, 대통령궁, 연방대법원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브라질 대선 결과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8%포인트였다.) 이 사건은 2021년 1월 6일에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이런 사건을 일으킨 이들이 우파이므로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인식할지 모른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민주주의의 규범을 조금씩 침식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해왔다. 문재인 정권 내내 선출된 권력이 검찰을 통제해야 한다며 사법 방해를 일삼았고, 대통령의 사법부 개입을 강화했다.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맡겨온 관행을 무시하고 상임위를 독식했으며, 이를 토대로 야당의 반대의견을 묵살하면서 공수처법,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는 다수의 횡포를 저질렀다. 그리고 민주사회라면 상대방과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어기고 선거법도 일방적으로 개정했다.
 
민주당의 이런 행위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FBI 국장을 해임하고, 불리한 판결을 하는 사법부를 향해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자당에 유리하도록 선거 규칙을 바꾸려는 공화당을 지원했다. (관련한 내용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반민주성과 관련해서는 사회진보연대,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를 참고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의 사건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정치적 강경파의 극단적 폭력 행위가 정치적 분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런 행위가 발생하기 시작한 사회에서 정치란 존재할 수 없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한국 정치가 그렇게 붕괴하기 전에 멈춰야 한다. 정치적 사익을 위한 방탄과 방탄을 정당화하기 위한 강경일변도 노선의 민주당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민주당은 최소한 이재명 대표 개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엄호하는 활동은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정치의 책임자로서 제1야당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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