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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호 | 2019.04.02

‘인보사 사태’의 본질은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부는 첨단재생의료법 폐기하고, 줄기세포 시술 단속에 나서야 한다

보건의료팀
2019년 4월 1일,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의 판매가 중단되었다.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하 코오롱)이 미국 FDA 허가를 위해 검사를 수행하다가 약을 구성하는 세포 종류가 원래 신고한 것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2017년 11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되고 있으며, 현재 임상현장에서 쓰고 있는 약품이다. 이번 인보사 사태로 한국 제약업계가 첨단의약품을 잘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 식약처가 허가 심사를 허술하게 한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났다.

인보사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중 하나인 ‘유전자치료제’다. 2017년 허가 당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번 사태는 혁신성장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다. 식약처는 산업 발전을 위해서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허술하게 심사하고 허가해 주었다. 제약기업은 약품의 25%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종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약품을 개발했다.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해 실력 없는 제약기업을 띄워주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이 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

인보사 판매중단에 대해 사과하는 이우석 코오롱 생명과학 대표 [출처: 연합뉴스]


15년 간 연구한 세포 종류도 알지 못한 코오롱
인보사는 코오롱그룹이 19년 동안 11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유전자치료제는 원하는 유전자를 세포 안에 넣어 잘못된 유전자의 기능을 대신하거나 잘못된 유전자를 대체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약품이다. 유전자치료제는 두 종류다. 유전자 자체를 직접 몸 속에 투여해서 치료하는 체내 유전자치료와 몸 밖에서 세포에 치료 유전자를 주입한 후 이 세포를 몸 속에 투여하는 체외 유전자치료다. 인보사는 체외 유전자치료제다.

작용 기전은 다음과 같다. 인보사는 연골세포와 변형세포가 3:1로 섞여 있다. 변형세포에는 세포분열과 재생을 촉발하는 TGF-β1 인자를 가진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 세포들을 무릎에 주사하면, 연골이 재생되어 골관절염이 호전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제 임상시험 결과 연골재생효과는 없었다. MRI 영상에서 연골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골관절염 증상 완화 효과는 어느 정도 나타났고, 식약처는 허가를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의 병원에서 인보사가 연골재생효과가 뛰어나다고 광고하고 있다. 인보사 시술은 1회당 6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누적 투약건수가 34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변형세포다. 코오롱은 변형세포가 연골유래세포라고 신고하고 품목허가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신장유래세포였다. 코오롱 측은 세포가 바뀐 게 아니라 단지 종류를 잘못 알았을 뿐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보사에 포함된 신장유래세포(HEK 293 cell)는 종양을 발생시킬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실험용 쥐(nude mice)를 이용한 실험에서 일부 쥐에서 신장유래세포는 종양을 발생시켰다(Shen et al., 2008). 또 신장유래세포를 암환자의 혈청에 노출시켰더니 악성 종양에서 발견되는 조직학적 변화(malignant trait)가 발생했다는 연구도 있다(Abdouh et al., 2014). 물론 이런 위험에 대비해 코오롱 측은 인보사에 방사선을 조사해 종양 발생가능성을 완전히 차단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5년 간 연구한 세포 종류도 잘못 알았던 코오롱 측의 주장을 완전히 신뢰할 순 없다.

식약처의 부실허가, 인보사 하나만이 아니다
제약기업은 경우에 따라 실력이 없을 수도 있고, 부정을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식약처가 그런 약품을 걸러주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인들은 안심하고 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주로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한국 식약처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식약처의 허가 심사 수준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줄기세포치료제다. 한국은 시판허가 된 줄기세포치료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다. 전체 8개 중 한국 식약처가 허가한 게 4개다. 미국 FDA는 단 하나의 줄기세포치료제도 허가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그동안 한국 제약업계가 줄기세포치료제를 잘 만들기 때문에 재생의료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근거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인보사 사태로 한국 제약업계가 치료제를 잘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 식약처가 허가 심사를 허술하게 한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났다.

줄기세포의 종류

줄기세포란?

줄기세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만능(Pluripotent)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다. 만능줄기세포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콩팥, 척수 같은 장기를 만들 수도 있고, 암을 만들 수도 있다. 만능줄기세포는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황우석 연구부정 사건 때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특수한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처리를 해서 인공적으로 줄기세포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만능줄기세포는 아직까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준은 아니다. 채취하거나 만들기도 어렵고 부작용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성체 줄기세포다. 성체 줄기세포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종류의 혈구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따라서 골수이식에 사용된다. 이를 다능성(Multipotent)이라 한다.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지만,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성(Pluripotent)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성체 줄기세포에는 한 가지 세포로만 분화할 수 있는 단능성(unipotent)도 있다. 피부를 재생시키는 표피줄기세포(Epidermal Stem Cell) 같은 것들이다.

성체 줄기세포 중 조혈모세포를 제외한다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은 바로 중간엽 줄기세포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뼈, 지방, 연골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 따라서 골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의 치료에 쓸 수 있다.


인보사 외에 또다른 사례로 ‘하티셀그램-AMI’가 있다. 급성심근경색환자의 좌심실 구혈률을 개선하는 줄기세포치료제다. 이 약은 2011년 단 80명의 임상시험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가 ‘세계최초 줄기세포치료제’라는 타이틀을 한국 기업에게 주기 위해 무리하게 심사를 진행한 것이다. 식약처는 안전성·유효성 확보를 위해 시판 후 600례 조사를 하는 조건으로 승인했지만, 개발한 제약기업은 결국 마감시한 내에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그래도 식약처는 허가를 취소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제도적 특혜도 제공했다.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이 포함된 세포치료제에 대해서는 임상시험을 덜 끝내더라도 시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조건부 신속허가’라 한다. 임상시험은 1상, 2상, 3상으로 구성된다. 1상은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한다. 2상은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의 가능성과 최적 용량 용법을 결정한다. 3상은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확증적 자료를 확보한다. 조건부 신속허가의 대상이 되면 2상까지만 완료한 의약품도 시판되어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조건부 신속허가의 세례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이 줄기세포치료제다. 허가 받은 4개 치료제 중 2개가 조건부 신속허가를 받았다.

조건부 신속허가는 도입 초기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희귀병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하지만 2016년, 바이오헬스케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식약처는 그 대상을 중증 비가역적 질환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치매, 파킨슨병, 관절염 등이 신속허가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후 첨단재생의료법 제정 흐름이 물살을 타면서 신속허가 대상은 더 확대될 예정이었다. 첨단재생의료법은 줄기세포와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시키자는 산업계의 주장을 받아서 탄생한 법안이다. 국회에 올라왔던 첨단재생의료법 조항을 살펴보면 ‘적절한 초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의 가능성이 높은 질병’이나 ‘만성 질병 또는 재발성 질병’도 모두 신속허가 대상이다. 해석에 따라 당뇨, 고혈압 등 대부분의 만성 질환이 포함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2조원의 R&D 예산을 총괄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했다. 박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황우석을 '국가의 영웅'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출처: 연합뉴스]


정부, 경제성장에 눈이 멀어 줄기세포의 위험성을 과소평가
최근 첨단재생의료법의 내용을 포함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논란이 되었던 조건부 신속허가 대상 확대 등 심각한 문제 조항들은 빠졌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다는 사실이다. 2019년 업무계획에도 명시적으로 나와 있다. 식약처 업무계획에는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있고, 보건복지부 업무 계획에는 ‘재생의료 육성’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한 학술지에 미검증 줄기세포 시술을 받고 합병증을 겪은 환자들의 사례들을 종합한 논문이 실렸다. 암, 실명, 뇌수막염, 피부 괴사, 심실세동, 폐색전, 뇌출혈, 심장정지, 눈꺼풀 뼈 자람, 대량출혈, 폐렴 등 총 35건의 다양한 사례가 실렸다. 대부분 사망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합병증임을 고려하면,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에는 한국 사례도 있다. RNL 바이오에서 계획한 시술을 받고 사망한 두 명의 한국인이다(Bauer et al., 2018).

물론 앞서 설명한 사례들은 모두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이다. 식약처 심사 과정을 통해 정식으로 출시된 의약품을 사용한 게 아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한국 식약처는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의약품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검증 세포 치료(Unproven Cell Therapies)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Srivastava et al., 2016).

-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불명확함
- 작용 기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
- 체외배양, 동물실험, 임상시험에서 얻은 안전성 자료 부족
- 세포제조 과정에서 제품의 질과 일관성을 확인할 수 없음
- 환자에게 제공하는 적절한 정보의 부족
- 비표준화되고 비검증된 관리 기법
- 통제되지 않는 실험적 기법

현재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들이 이런 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과연 제대로 검증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줄기세포의 신화는 첨단재생의료법과 함께 순항 중
RNL 바이오는 사망사고 이후 알바이오라는 기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표였던 라정찬은 네이처셀이라는 기업을 설립하고 알바이오와 함께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조인트스템’이라는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다. 조인트스템은 조건부 신속허가 제도를 통해 시판허가를 얻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라정찬 대표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이 만연하는 것, 기술력도 없으면서 바이오벤처를 설립하는 것 모두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줄기세포와 재생의료가 국가경제발전의 원동력이고, 모든 규제를 완화해 줄테니 최대한 많이 창업하라고 적극 홍보한 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다. 실력 없는 바이오벤처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펼쳤으며, 신약 허가 과정과 관련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줄기세포 산업 육성을 공식화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다.

허술한 규제를 등에 업고 살아남는 허접한 의약품은 결코 세계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유전자치료제와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은 환자 안전과 신약 개발 모두를 허물어뜨릴 것이다.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식약처는 세포치료제에 대한 검증과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미 시판되고 있는 세포치료제에 대해서도 모두 재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재생의료산업 육성에 나설 게 아니라, 대대적인 줄기세포 시술 단속에 나서야 한다.

참고문헌

Abdouh, M., Zhou, S., Arena, V., Arena, M., Lazaris, A., Onerheim, R., ... &Arena, G. O. (2014). Transfer of malignant trait to immortalized human cells following exposure to human cancer serum. Journal of Experimental &Clinical Cancer Research, 33(1), 86.
Bauer, G., Elsallab, M., &Abou‐El‐Enein, M. (2018). Concise Review: A Comprehensive Analysis of Reported Adverse Events in Patients Receiving Unproven Stem Cell‐Based Interventions. Stem cells translational medicine, 7(9), 676-685.
Dulak, J., Szade, K., Szade, A., Nowak, W., &Józkowicz, A. (2015). Adult stem cells: hopes and hypes of regenerative medicine. Acta Biochimica Polonica, 62(3).
Shen, C., Gu, M., Song, C., Miao, L., Hu, L., Liang, D., &Zheng, C. (2008). The tumorigenicity diversification in human embryonic kidney 293 cell line cultured in vitro. Biologicals, 36(4), 263-268.
Srivastava, A., Mason, C., Wagena, E., Cuende, N., Weiss, D. J., Horwitz, E. M., &Dominici, M. (2016). Part 1: Defining unproven cellular therapies. Cytotherapy, 18(1), 11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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