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서울에서 평택까지 285리 평화행진
"평화야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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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285리 평화행진 마무리, 저항은 계속될 것
- 원정3거리 앞 정리집회, 경찰 불법 연행 규탄



간 밤 평화행진단에 대한 안정리 상인들의 폭행이 자행되고, 45명의 평화행진단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평화야 걷자’ 평화행진의 마지막 일정인 대추리행이 안정리 상인 및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 짓밟혔다. 또한 경찰은 촛불집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통행까지 막아 몇 몇 대추리 주민이 노숙을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평화행진단과 대추리 주민들은 노숙을 마치고 12시 평택경찰서에 모여 ‘경찰의 부당한 연행 및 평화행진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평화행진단은 “폭력적으로 연행을 감행한 경찰의 극악무도한 인권유린에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수차례 평화행진을 보장하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에서 보여준 것은 야수적인 만행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평화행진단은 또 “평화로운 285리 발걸음을 중단할 수 없다”며 “평화로운 발걸음을 가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며 다시 대추리로 행진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민강 대추리 주민은 "밤새 귀가도 하지 못했다. 왜 주민들의 통행마저 막으며 주민들을 괴롭히느냐"며 "늙은 주민들 모두다 죽이고 기지를 만들라"고 울분을 토했다.

원정3거리에 도착한 200여명의 평화행진단은 경찰병력에 가로막힌 채 평화행진 보장과 연행자 및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며 규탄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대오 앞뒤를 차단한 채 원정3거리에서 모든 차량을 통제했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최종 목적지인 대추리를 코앞에 두고 평화행진단은 경찰의 저지로 원정3거리에서 집회를 가진 후 해산했다.

원정3거리에서 진행된 집회에는 9일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한 대추리 주민 10여명도 함께 참여했다. 황필순 대추리 주민은 “오늘(9일) 오전 8시나 돼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한숨도 잠을 청하지 못했지만 이곳까지 온 평화행진단이 장하고 기특해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문정현 신부는 “앞으로도 험난한 싸움이지 않겠냐”며 “공권력이 전면으로 대추리 주민들을 격리시키고 이와 함께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을 탄압하면서 기필코 미군기지 확장 사업을 추진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택미군기지저지 싸움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러나 문정현 신부는 “이번 싸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싸움으로 힘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며 “남미 민중과 아시아 민중들이 이에 저항하는 큰 흐름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전 민중이 이에 저항하는 힘을 만들기 위한 바람에서 시작된 평화행진이었다”고 평화행진의 의미를 전했다.



평화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야만의 밤이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한미 FTA 협상 반대를 위한 285리 평화행진 “평화야, 걷자!” 행진단은 7월 8일 평택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미 밝힌대로 평화행진의 최종 종착지인 대추리로 향했다. 평택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추리로 들어서는 행진단은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이 원정삼거리에서 경찰의 봉쇄로 인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과 ‘안정리 상인들’이라고만 밝혀진 사람들이 대추리로 돌아가는 지킴이를 차량에서 끌어내 폭행을 가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었다. 어떠한 물리적 충돌도 반대하는 행진단은 가던 길을 멈추고 대기했지만 안정리 상인들은 행진단에게까지 쫓아와 각목으로 위협하고 돌과 계란을 던졌다. 그 과정에서 행진단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으며, 가던 길을 돌려 평택역으로 향했다. 평택역으로 돌아온 행진단은 여전히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이 경찰의 불법적인 봉쇄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평택경찰서에 항의의 뜻을 전하러 갔다.

평택경찰서는 우리의 정당한 항의에 귀기울이기는커녕 집회를 마치고 뒤돌아서는 행진단의 후미를 둘러싸고 토끼몰이식 무차별 연행을 감행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여성행진단의 배를 발로 차고, 머리채를 휘어잡아 끌고, 심지어 무차별 구타도 서슴지 않았다. 평화를 위해 떠난 285리 대장정은 경찰의 폭력과 직무유기로 인해 대추리로 들어서지 못하고 무참한 피해를 당한 것이다.

우리는 평화로운 발걸음을 폭력으로 가로막는 경찰의 만행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강하게 규탄하려 이 자리에 모였다.

먼저, 경찰은 불법적으로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이동을 봉쇄하고 거리에서 노숙하게 만들었다. 아무런 법적인 근거도 없고, 설득할만한 이유도 대지 못하는 경찰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주민들을 막고, 농활대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밤을 풍찬노숙하게 만든 것이다. 도대체 경찰은 무슨 근거로 주민들의 통행을 막는 것인가? 이동의 자유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현저한 위험성’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을 막아선 경찰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그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그저 말만 들으라고 윽박지를 뿐이다. 우리는 경찰의 명령이 지긋지긋하다. 적법한 근거와 절차를 내놓지 않는다면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라 소수의 권력을 위한 사병집단에 다름아니다.

둘째 경찰은 안정리 상인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의 폭력에 수수방관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해 더 큰 폭력을 만들어냈다. 안정리 상인들의 폭력 행위는 한 두 번이 아니다. 어제 밤도 술에 취한 상인들은 각목과 돌을 들고 행진단에게 위협을 가했다. 우리는 상인들이 행진단이 있는 곳으로 오기 전부터 이러한 위험이 있다는 것을 경찰에게 알리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우리의 바로 앞에 오기까지 길을 터주었다. 심지어 돌을 던지고 각목을 휘두르는 현행범을 보고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행진단에게 되돌아 갈 것만을 요구했다. 미군기자 확장 문제를 주민간의 갈등인 양 조장하는 이러한 상황에 행진단은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이들에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시위대의 마스크까지 시위용품이라고 우기며 폭력시위로 몰아붙이면서 각목까지 휘두르는 현행범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폭력배들의 야비한 공격처럼 해산하는 행진단의 후미를 치고 폭력적으로 연행한 경찰의 극악무도한 인권유린에 끌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우리의 항의 행동이 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무려 45명에 이르는 행진단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미란다 원칙 고지와 같은 기본적인 절차도 밟지 않고, 마치 짐승을 끌고 가듯이 행진단은 처참하게 연행되어 갔다. 기절한 여성, 경찰의 발길질에 업혀있는 행진단을 철저히 무시하고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며 평화행진 나흘째 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경찰에게 수차례 평화행진을 보장하라는 요청을 했지만, 경찰에서 보여준 것은 야수적인 만행뿐이었다. 평화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은 경찰에 의해 유린당했으며 이는 평화의 적이 다름 아닌 경찰이라는 것을 평택경찰서는 스스로 보여준 꼴이다.

우리는 평화로운 285리 발걸음을 중단할 수 없다. 평화는 이러한 폭력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쟁취된다. 이제 우리는 평화로운 발걸음을 가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며 다시 대추리로 행진한다. 평택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평화를 위협하는 폭력은 도처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은 원정삼거리에 차벽을 둘러치고 안정리 상인들은 우리의 행진을 다시 막겠다고 다시 모이고 있다. 곤봉과 방패, 각목과 돌을 든 이들에 비해 우리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두렵지 않다. 행진단의 평화에 대한 열정, 기어이 평화를 만들어내겠다는 우리의 구체적인 행동은 보무도 당당하게 대추리로 향할 것이다. 거리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열정적인 선전전을 벌이고, 비바람과 뙤악볕에서도 평화의 맘으로 춤추며 노래하고 이곳까지 왔다. 우리의 힘찬 행진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평택의 평화를 염원하는 더 많은 이들이 행진단에 합류하기 위해 속속 평택으로 모여들고 있다. 큰 함성으로 그들을 맞는다. 생명의 땅 평화의 땅 대추리 도두리로 우리의 걸음은 멈추리 않을 것이다.

2006. 7. 9.
“평화야, 걷자!” 평화행진단 일동

2006년06월30일 12: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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