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 자본주의 헤게모니의 미래

김진현 |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

1. 들어가며: 미중 무역갈등이 불러온 한국 증시 폭락

 

올해도 증시 폭락은 반복되었다. 2019년 8월 2일, 코스피 지수가 다시 2000 아래로 떨어졌다. 8월 6일에는 장중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2018년 10월 29일에 코스피 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9개월 만이다. 한국 증시 폭락의 원인은 명확한데, 8월 초부터 쏟아진 미중 무역갈등 관련 악재 때문이다. 증시 폭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대량 매도로 촉발되었다. 외국인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경우, 한국에서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1, 2위를 다툴 정도로 심각한 국가다. 2019년 6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무역 전쟁과 무역 협상: 멀티 섹터 모델을 이용한 영향 예측」이라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자동차 관세 부과, 무역 갈등 심화, 중국의 대미 수출 축소로 협상 타결, 중국 대미 수입 증대로 협상 타결이다. 이 중 자동차 관세 부과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한국은 당사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2018년 기준 44%, 세계은행)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대중 수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총수출 중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2.6%로 동남아(26.6%)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한국은 중간재 수출 비중이 79%로 일본(62.1%)과 독일(61.0%)에 비해 훨씬 크고 대만과 비슷하다. 중국해관총서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중국 국가별 수입액을 비교해 보면, 한국(-14.6%)은 대만(-7.0%), 일본(-6.4%), 독일(+0.8%)에 비해 감소폭이 훨씬 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는 중국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를 이용해서 한국과 다른 국가 간 상관계수를 측정했을 때, 미국은 0.054인 반면 중국은 0.565로 나타났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한국의 대중국 경상흑자 규모는 평균 443.6억 달러로 전 경상흑자 평균 945.5억 달러의 46.9%를 차지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미중 무역갈등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한국 경제와 민중의 미래를 내다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먼저 트럼프 당선 이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갈등의 경과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중국은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검토해 본다. 이후에 헤게모니의 위기와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미중 무역갈등을 평가해본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의 현재 경제적·정치적 상황을 살펴보고, 무역갈등의 향후 전개를 예측해보며 글을 마무리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중국이 미국의 요구 사항을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며, 양국 간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단계적 수용이 될 것이다. 미국의 헤게모니는 점차 쇠퇴하고 있지만, 중국이 그걸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경제위기와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 미중 무역갈등의 경과

 

현재까지 트럼프발 대중국 보호관세는 세 번 발효되었다. 1차는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 2차는 강철과 알루미늄, 3차는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소비재, 중간재, 자본재에 대해 부과되었다. 현재 예고된 대로 12월까지 모든 관세가 발효된다면, 미국은 대중 수입 상품(2018년 기준 약 5300억 달러)의 96.8%에 대해 평균 25.9%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중국의 보복 관세는 현재 대미 수입 상품(2018년 기준 1551억 달러)의 56%에 부과되고 있으며, 12월에 69%로 확대될 예정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정리한 ‘트럼프의 무역 전쟁 타임라인’을 통해 미·중 무역 갈등의 경과를 살펴보자. 미중 무역갈등은 2017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에게 강철과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은 세 차례에 걸쳐 중국산 수입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첫 번째 무역제재 조치는 2018년 1월 22일 발표된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이다. 세이프가드란 특정 품목의 대량 수입 때문에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의 규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은 태양광 패널에 85억 달러, 세탁기에 18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산 수수에 대해 178.6%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 중 미국이 발동한 특수한 무역 보호가 적용되는 비율
〔출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두 번째는 2018년 3월 1일 발표된 강철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다. 트럼프는 외국산 강철과 알루미늄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강철과 알루미늄 각각에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법은 냉전 당시 공산주의 국가들로부터 무역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역사상 단 두 번 사용되었다.) 중국은 28억 달러(2017년 기준)의 강철과 알루미늄을 미국에 수출한다. 처음에는 모든 국가에 대해 예외 없이 적용한다고 발표했으나, 이후에 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은 알루미늄 폐기물 등 미국이 수출하는 24억 달러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EU, 캐나다, 터키 등도 미국산 상품에 대하여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2019년 5월에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 체결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철회되었다.

 

세 번째 제재는 중국 기업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술을 불공정 이전한다는 이유로 부과되었다.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세 번의 관세 부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1단계는 2018년 4월 3일에 처음 발표되었으며, 7월 6일과 8월 23일로 나뉘어 발효되었다. 기계, 전자제품, 중간부품, 자본 설비 등 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중 중국이 수출하는 상품이 463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농업, 식품 등 분야의 5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였다.

 

2단계는 2018년 7월 10일에 처음 발표되었으며 9월 24일에 발효되었다. 컴퓨터 부품, 자동차 부품 등 중간재와 전화, 컴퓨터 등 소비재를 아울러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2019년 1월 1일에는 세율을 25%로 인상할 예정이었다. 1단계와 2단계를 합치면 중국 대미수출 규모의 절반에 근접한다. 중국은 미국산 중간재와 자본 설비 등 6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해 5~10%의 관세를 부과했다.

 

2018년 12월 G20 회담이 끝난 후, 트럼프와 시진핑은 2019년 1월 1일로 예정된 세율 인상을 3월 1일까지 연기하고 협상을 시작한다는 합의를 했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휴전은 다시 5월까지 연장되었다. 그러나 결국 협상 타결은 실패하였고, 2019년 5월 10일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중국도 보복관세를 인상할 거라고 맞섰다.

 

2019년 8월 1일, 트럼프는 9월 1일부터 대중 수입품 중 나머지 모든 항목에 대해서도 10%의 관세를 부과할 거라고 발표했다. 총 3000억 달러 규모 상품으로, 대부분 소비재로 구성된다. 실제로 이 관세가 발효되는 경우,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96.8%가 특별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이후 트럼프는 물가 부담을 고려해 16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 적용 시기를 12월 15일로 연기했다.

 

여기에 맞서 중국도 보복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2019년 8월 23일, 중국은 원유와 대두 등 5078개 품목 7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할 거라고 밝혔다. 부과 시점은 10% 관세는 9월 1일, 5% 관세는 12월 15일부터다. 또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12월 15일부터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여기에 대해 다시 관세율 인상으로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3일, SNS를 통해 9월 1일과 12월 15일로 나눠서 부과하기로 한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또 기존에 부과하고 있던 2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월 1일부터 현행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3. 미중 무역갈등의 쟁점

 

2018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 협상에서 미국은 세 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중국에 전달했다. 첫째,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감축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8년 기준 4192억 달러로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중 67.6%를 차지한다. 둘째, 지식재산권 탈취와 불공정한 기술 이전 중단이다. 셋째, 외국 자본이 중국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자본시장과 금융시스템을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에 맞춰 전면 개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중국의 경제성장 전략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 원장 린이푸 교수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성장 전략은 비교우위에 있는 노동집약적·수출주도 산업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선진국의 기술을 낮은 비용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이후 자본과 기술이 축적되면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진출한다.

 

세계체계론 연구자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훙호펑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세 가지 동력으로 움직인다. 수출, 고정 자산 투자, 국내 소비다. 이 중에서 제일 선행되는 게 수출이다. 값싼 노동력과 평가절하된 위안화 환율은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는 거대 국유 은행에 축적되었다. 국유 은행은 축적된 달러를 바탕으로 국유기업에 막대한 양의 대출을 해주었다. 국유기업은 대출을 받아 엄청난 규모의 고정 자산 투자를 단행했다.

 

즉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밑천 삼아 자본 집약적 첨단산업 강국으로 탈바꿈하는 게 중국의 목표다. 그런데 미국의 첫째 요구는 밑천을 양보하라는 것이고, 둘째 요구는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의 진출을 어렵게 한다. 셋째 요구는 중국이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국유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 외국 자본에게 빼앗길 우려가 있다. 이제부터 세 가지 쟁점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미국의 요구사항 1: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감축

 

대미 무역흑자 감축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은 두 가지다.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것과 중국 정부가 기업에게 보조금을 준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중국 상품의 수출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진다. 트럼프는 이로 인해 중국 제품이 미국 제품을 대체해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설령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지 않고 기업 보조금을 삭감해도 미국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산업 구조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상품 수입, 수출, 무역 수지 [단위: 백만 달러]
[출처: 미국상무부 경제분석국(BEA)]

 

먼저 환율 조작 쟁점부터 살펴보자. 2019년 8월 5일, 미국 재무부는 예고 없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본래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보고서를 내고 환율조작국을 지정해왔는데, 이번에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지정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가 1달러 대비 7위안을 넘어선 것에 대한 경고다. 사실 이는 억지에 불과한데,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는 인위적인 게 아니라 자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경제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위안화가 달러에 비해 자연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8월 9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중국이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결국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은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술이다. 여기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맞서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무역 협상을 어떻게든 타결하려고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위안화가 자연적으로 평가절하되도록 내버려 두었다. 더는 미국에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껏 환율을 조작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대부분의 경우 대량 무역흑자를 보면 해당 국가의 화폐가 평가절상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출 분야의 생산성이 향상하면 수출 부문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한다. 이는 비무역 분야와 서비스 분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실질 환율은 물가 수준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평가절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대량의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평가절상이 발생하지 않거나, 완만하게 발생해왔다. 여기에 대해 중국 정부는 중국의 잉여 노동력과 높은 저축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잉여 노동력이 워낙 많으니 임금이 오르지 않아 저임금이고, 기업들이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없다는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2003년부터 2013년까지는 대량의 환율조작을 했다고 주장한다. 2002년 초부터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위안화의 상대적인 평가절상으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2001년부터 중국 정부는 무역흑자로 확보한 달러로 막대한 양의 재무부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중반 GDP의 10% 규모였던 미국 국채 매입은 2007년에 14%에 달했다. 이는 중국 내 달러 수요를 높여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이어진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중국에게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역흑자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도 2013년 이후로는 중국이 환율 조작을 중단했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과거에 환율 조작을 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득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는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보조금 문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수익률이 낮아 보조금 없이 살아남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들을 대량 파산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이유는 뒤에서 다룬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기업보조금을 유지하는 한, 미국은 언제든지 중국에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소위 ‘비시장 경제’로 규정하고 있다. 핵심 근거 중 하나가 바로 기업보조금이다. 비시장 경제로 규정하게 되면 미국은 두 가지 종류의 특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무부 내 반덤핑 관세를 관장하는 부서의 예산을 증액하고 인원을 추가했다.

 

환율은 이미 조작을 중단했고, 기업보조금은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대미 무역흑자 감축 방안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중국이 미국 상품 수입량을 늘리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중국 상품 수입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째 시나리오는 미국에게 별다른 이득이 없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이 수출하는 값싼 중간재와 소비재를 소비함으로써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이 득을 보고 있다. 여러 경제학자가 지적하듯이, 둘째 시나리오는 미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중국이 미국 상품 수입량을 늘리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할 수 있는 것은 석유, 농업 생산물 등이다.

 

미국의 요구사항 2: 불공정한 기술 이전 중단

 

불공정한 기술 이전 중단 요구는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본 집약적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진보가 필수적이다. 기술 진보를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 혹은 외국으로부터의 기술 도입이다. 기술 개발의 경우에는 많은 연구개발 비용과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이 채택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은 기술 도입 중심의 기술 진보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외국으로부터의 기술 도입은 드는 비용과 소요 기간이 적다. 특히 국가가 앞장서서 정보를 분석하고 무상으로 기업에 전파하면 그 비용은 더욱 줄어든다. 중국은 이러한 ‘후발 주자의 이점’을 경제 발전의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해외로부터 전략적으로 기술을 이전해오는 것을 중단한다면, 이런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세 가지 불공정한 방법을 통해 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해온다. 첫째는 특정 분야에서 외국 자본이 독자 기업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석유, 천연가스 개발이나 자동차 분야가 대표적이다. 그러면 외국 자본은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나 협력회사를 세울 수밖에 없다. 중국은 회사를 같이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첨단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외국 자본이 중국에 투자하려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허가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기술 이전을 선행 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고, 허가 과정도 공개되지 않는다.

 

셋째, 정보통신(IT) 분야에 특별히 적용되는 보안 조치와 통제 기준이 있다. 예컨대 2017년 6월부터 발효된 사이버 보안법에 의하면 핵심 정보 인프라 운영자는 데이터를 반드시 국내에 저장해야 하며, 외국으로 전송하는 정보는 모두 보안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미국 측 추계에 의하면 중국의 기술 이전 행위로 인한 미국의 지식재산권 손실이 적게는 2250억 달러에서 많게는 6000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에는 중국 국유기업들이 주요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는 국가가 앞장서서 기술을 이전하는 전략을 중단하고, 민간기업이 기술을 가져가려면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를 수용할 경우 이른바 ‘후발 주자의 이점’은 사라지게 된다.

 

미국이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경제적 이유와 군사적 이유가 있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지식재산권과 기술 독점을 통해 얻고 있는 수익이 매우 크다. 미국 정부가 2016년에 발간한 「지식재산권과 미국 경제」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지식재산권 주도형 산업이 미국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2%에 달한다. 지식재산권 주도형 산업은 정보통신, 영화·방송, 전자·전기, 제약, 의료기기 등 지식재산권으로 인한 고용 창출효과가 큰 산업 분야를 이야기한다.

 

미국은 첨단산업 분야 기술 개발에 있어 세계 정상에 서 있고, 개발한 기술은 모두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통해 독점한다. 독점 기술로는 경쟁력 높은 상품을 개발하거나, 기술을 빌려주고 지대 형태로 이윤을 배분받는다. 중국의 기술 이전 행태는 앞서 이야기한 형태의 미국 이윤을 잠식한다.

 

2018년 11월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조업 박람회 기간에 걸린 ‘중국제조 2025’라는 심볼. 중국제조 2025는 2015년 5월 국무원이 발표한 산업전략이다. 전기장비, 농기계, 신소재, 신에너지차량, 수치제어와 로봇공학, 정보기술, 우주장비, 철도장비, 해양기술장비와 고급선박, 의료장비가 10대 전략산업으로 선정되었다.

 

또 항공·우주나 정보통신 기술의 경우, 군사력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다. 일례로 2015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투자펀드 컨소시엄은 미국의 항공기와 군사용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ISSI를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행위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간주할 수 있다.

 

미국의 요구사항 3: 자본시장과 금융 시스템 개방

 

마지막 요구도 수용하기 어렵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중국 정부는 해외자본 도입이 중국 기업의 자본축적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자본 축적은 최대한 외국인의 힘을 빌리지 않으려고 한다. 사회주의 시절에는 농촌의 잉여를 강제로 도시로 이전시켰고, 개혁개방 이후에는 화교 자본의 도움을 받았다. 화교 자본도 따져보면 외국 자본이지만,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중국으로서는 그나마 수용 가능한 선택지였을 것이다.

 

린이푸 교수에 의하면 해외자본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한 수출 생산기지 건설 또는 중국 내수 시장 진입을 목적으로 중국에 투자한다. 두 가지 목적 모두 중국에 기술과 자본이 축적되는 방식은 아니다. 노동집약적 또는 자원 집약적 부문만 들어오고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자본 집약적 부문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 자본이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노동집약적 수출주도형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강점이 값싼 노동력에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만 수익성이 높고 수출경쟁력이 있다.

 

중국은 혁명 이후 자본 축적에 있어 소련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농촌의 잉여생산물로 도시의 공업생산을 부양하는 형태다. 훙호펑에 의하면 1950년대부터 개혁개방 이전까지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전된 소득이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3740억 위안에 달한다. 1960년대 들어서부터는 평균 20%가량의 농촌 소득이 도시로 강제 이전되었다. 이로 인해 농업생산력 향상에도 불구하고 농촌 소득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지만, 국가는 부채 없이 산업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은 개혁개방 즈음해서 국가 부채가 GDP의 2.9% 정도였는데, 같은 시기 라틴 아메리카나 동남아시아의 부채가 대개 30~50% 수준이었던 걸 고려하면 굉장히 낮은 수치다.

 

개혁개방 이후 초기의 자본 형성도 싱가포르, 대만, 홍콩의 화교 자본에 기댄 바가 크다. 화교 자본은 16세기 청나라 때 마카오, 마닐라, 자카르타 등 유럽 식민지로 건너간 남부 해변지방(푸젠성, 광동성 등) 출신 기업가 가문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들은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아시아의 상업 네트워크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화교 자본은 중국의 시스템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혁개방 초기부터 중국에 활발하게 진출했다. 이들은 개혁개방 이전에 존재했던 국유기업이나 향진기업 등이 형성해 놓은 인프라와 거래망을 활용하고 재조직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투자했다. 1990년대 들어 일본이 구축한 아시아 하청 생산 네트워크에 중국이 편입될 때도 화교 자본이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하고 다녔던 투기 자본과 질적 차이가 있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국유기업이다. 자본시장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국가 통제를 완전히 포기하면 국유기업을 보호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기반한 구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전면적인 개방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자생력이 없어서 개방하고 나면 모두 파산하거나,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연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전면 개방을 하지 않고, 국유기업의 자생력을 높이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국 국유기업은 자생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일례로 중국 국유기업의 20%를 관리하는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이하 SASAC)의 자산수익률을 살펴보자. 2007~2009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6~7%의 자산수익률을 기록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계속 떨어져 2015년과 2016년에는 2.4%까지 하락했다. 그런데도 SASAC 하 국유기업들의 자산 규모는 2005년에서 2017년 사이 6조 4500억 달러나 증가했다. 해당 기간 국유기업 세후 이익의 4배나 된다. 자산 구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은행 부채로 조달한 셈이다.

 

린이푸는 국유기업이 국가에 꼭 필요한 존재이고, 파산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국유기업이 파산하는 경우 은행과 주식시장이 모두 부실화된다. 국유기업들이 중국의 거대 국유은행들에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고,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한 국유기업은 생필품 생산, 국가 안보 관련 재화를 생산한다. 마지막으로 국유기업은 대부분 규모가 크기 때문에 파산하게 되면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고 사회적 불안이 발생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니콜라스 라디 역시 중국 공산당이 국유기업을 개혁하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지적한다.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중국 공산당은 당의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국유기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목표 중 대표적인 두 가지가 바로 중국제조 2025와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주로 국유 건설 기업에 의해 진행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건설 및 기술 기업 중 상위 10개는 모두 국유기업이며, 타국 상위 10개사와 비교했을 때 부채비율이 4배 이상이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면 수익성 감소, 낮은 성장률, 높은 부채 비율도 감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 공산당은 사회적 소요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국유기업 개혁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과 수천만 명의 정리해고를 동반한다. 사기업들은 이 실업자들을 고용해 수익성을 떨어뜨릴 의지가 별로 없다. 최근 경기 둔화로 인해 대중들의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14년과 2016년 사이에 노동 시위가 두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국유기업 고용량은 안정적이었다. 2016년 리커창 총리는 노동자들은 해고되지 않으며, 다만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SASAC의 샤오 야칭 회장은 2016년에 “국유기업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 최우선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공식 언론들은 1990년대와 같은 정리해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명확히 밝혔다.

 

1990년대 후반, 주룽지 총리 주도로 대규모의 국유기업 개혁이 단행되었다. 1999년 기준으로 국유기업 노동자들은 6천만 명이었으며, 도시 고용의 27%를 차지했다. 구조조정 결과 3천 7백만 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다행히도 당시 중국 경제는 고속 성장 국면이었다. 1998년과 2004년 사이 도시 고용이 6천 5백만 명, 약 30% 증가하면서 실업자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국유기업 노동자는 2016년 기준으로 4천 6백만 명이며, 도시 고용의 11%를 차지한다. 이들은 공산당의 주요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국유기업 파산을 가져올 자본시장과 금융 시스템 개혁을 최대한 늦추고 싶을 것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SASAC)의 샤오 야칭 주임이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의 세션, ‘일대일로의 진전: 중국의 1조 달러 비전’에서 발언하고 있다. SASAC는 2003년, 여러 산업성을 통합하며 창립했다.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국유기업의 거의 절반이 주식형태로 매각됐는데, SASAC는 남은 국유기업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최고경영자를 임명하고 기업인수나 기업매각을 승인하는 역할을 하며, 국유기업 관련 법령초안을 마련한다. 2017년 현재 SASAC가 관리하는 자산은 161조 위안(미화 26조 달러)에 달하며, 수입이 23.4조 위안(미화 3.6조 달러), 주식가치가 50조 위안(7.6조 달러)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조직이다.

 

셋째, 금융 불안정이 우려된다. 2016년 이후 중국 정부는 부채 감축을 시도하고 있고, 성과도 있었다. 특히 복잡한 구조를 지닌 비은행권 대출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국유기업의 높은 부채비율과 낮은 수익성은 큰 문제다. 급진적인 개혁은 대규모 대출 부도 사태를 낳을 수 있으며, 도시 상업은행과 지역 금융기관들에게 강력한 압박이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경기가 회복되어 국유기업의 수익성이 살아나기를 바라고 개혁을 늦추고 있다. 2016~2017년 사이 몇몇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유기업 중 상위 기업의 수익성이 증가했는데,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넷째, 권력을 지닌 대형 국유기업 관리직, 중앙정부 관료, 지방 관료들이 국유기업 개혁을 원치 않는다. 지방 관료들은 지방에서 발생하는 시위와 소요가 승진에 불이익을 주고 해임의 위험을 높인다는 걸 잘 안다. 게다가 중국은 지역 경제성장 정도를 평가하여 지방 관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오래 전부터 채택하고 있다. 목표 GDP 성장률을 달성하고 재정 수입을 늘린 지역의 관료는 현금 수당을 받고 승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방 국유기업들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유기업보다 수익성이 더 낮다. 그래서 지방 관료들은 지역 고용과 재정 수입을 감소시킬 수 있는 개혁 프로그램에 더 무관심하다.

 

앞서 언급한 세 쟁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중 갈등의 씨앗이었다. 트럼프 이전의 대통령들도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다만 방법이 달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관세 부과라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방식을 택했다. 중국에 가해지는 경제적인 타격은 더 클지 몰라도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경제적 손실이 동반되는 방법이다.

 

4. 미중 무역갈등의 역사적 함의: 미국의 헤게모니 쇠락과 중국의 도전

 

최근의 미중 무역갈등을 헤게모니 다툼으로 해석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꽤 있다. 세계체계론 연구자 중에도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학자들이 많다. 헤게모니 국가가 어떤 국가인지, 개념 정의에서는 주류 경제학자들과 세계체계론 연구자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그래도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헤게모니 국가였고, 중국이 헤게모니 국가가 되고 싶은 야심을 가졌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 글에서는 세계체계론 연구자 훙호펑의 견해를 먼저 살펴보고, 주류 경제학자의 견해로 두 가지 의견을 검토해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의 견해와 세계은행의 아디티아 마투와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로버트 슈타이거가 함께 제출한 견해다.

 

세계체계론의 입장 – 달러 헤게모니와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의 모순

 

아리기의 세계체계론에 의하면 헤게모니 국가가 되려면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자본 축적 체제를 만들어내야 하고, 헤게모니 국가의 이익이 전체 국가의 보편적 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 20세기 중반 미국 자본주의 경제 모델은 법인 혁명, 관리자 혁명, 케인스 혁명을 통해 모든 국가가 따라야만 하는 보편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금-달러 본위제를 통해 미국의 경제적 안정이 곧 세계적 금융 안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미국은 대량의 원조와 자국 시장 개방을 통해 서독, 일본, 한국, 대만 등 핵심 반공 국가들에게 경제 발전의 길을 열어주었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친미 자본주의 국가들을 사회주의 국가들로부터 방어하기도 했다.

 

한편 훙호펑은 미국 헤게모니가 1970년대를 정점으로 쇠퇴한 것이 분명한데, 아직 미국의 헤게모니가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지지되는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기여한 것이 과거에는 일본, 오늘날에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다. 미국 경제는 동아시아 수출 달러 환류가 없으면 1970년대부터 계속되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 달러 환류는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동아시아가 수출 주도형 산업을 통해 상품을 싸게 생산해서 미국으로 수출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무역 흑자를 보고, 미국은 무역 적자를 본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무역 흑자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 미국은 국채를 통해 흡수한 달러를 기반으로 금융을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고, 동아시아로부터 상품을 수입할 수도 있다. 1970~1990년대에는 주로 일본이 이런 역할을 수행했고, 이후에는 중국이 이어받았다. 얼핏 보면 미국만 이득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 자본가들의 입장만 놓고 고려하면 상부상조에 가깝다.

 

예컨대 중국은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 막대한 산업예비군으로부터 비롯되는 저임금 노동력이다. 그런데 노동력의 저임금은 국내 상품 수요를 제한한다. 물론 중국의 인구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국내 수요가 다른 국가보다는 훨씬 크지만, 그래도 상품을 수입해 줄 국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유럽과 미국이 중국의 상품을 대부분 사주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에 투자해 미국의 경제를 유지해주는 게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이런 경제 성장은 중국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가운데 유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공생 관계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 일본과 달리 중국은 대만과 북한, 인도양 패권 등을 놓고 미국과 군사적 긴장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군사적 긴장 관계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까지도 양날의 검으로 만든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일시에 모두 매도하면 달러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동아시아 수출 달러 환류라는 지지대를 잃고 침몰할 수밖에 없다. 과거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던 일본의 경우에는 이런 우려가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중국제조 2025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패권에 대한 야심을 잘 드러내는 프로젝트가 바로 ‘일대일로’다. 일대일로는 두 가지 계획으로 구성된다. 중국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육로(철도, 도로)와 해상경로(항구, 경제자유구역) 건설 계획이다. 중국이 일대일로로 얻고자 하는 목표는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미국 다음으로 중국 제품을 많이 수입하는 유럽과의 무역량 증가다. 둘째, 중국 국유기업이 수행하는 막대한 해외 고정 자산 투자로 인한 국내 경기 부양이다. 셋째,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안전한 석유 수입로의 확보다. 넷째, 유라시아 지역과 인도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강화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직접투자만 2018년 기준으로 벌써 700억 달러다. 향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투자될 자금은 2018~2022년에 걸쳐 총 4.5조~5.9조 달러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의 세 가지 문제점을 마틴 하트-랜즈버그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참고해서 살펴보자.

 

첫째, 수익성이 없다. 이미 완공하여 개통된 철도 중 상당수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없으면 운영되지 못할 정도다. 예컨대 중국 우한시나 정저우시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관계된 화물 회사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연간 3000만 달러나 된다. 해상경로 쪽도 마찬가지다. 스리랑카 정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라 함반토타에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스리랑카 제1의 항구인 콜롬보 항구는 아직 물류처리능력에 여력이 있고 확장 계획까지 있어, 함반토타 항구의 경제성은 전무한 상황이다.

 

둘째, 건설에 필요한 자본은 대부분 중국에서 부채로 조달되는데, 이는 저개발국 외채 문제를 심화시킨다. 스리랑카 정부는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에게 3억 달러를 빌렸다. 2015년 기준으로 스리랑카 정부는 수입의 95%를 부채 원금과 이자 상환에 지출한다.

 

셋째, 건설된 항구 등 인프라를 중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건설에 필요한 자본을 제공하고 건설 인력과 기술까지 제공하는 대신, 짧게는 십수 년에서 길게는 백 년까지 항구 점유권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건설된 항구 중 상당수는 경제적 수익성이 높지 않고, 군사적 요충지에 가깝다. 따라서 중국이 건설된 인프라를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2017년 12월,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에게 70% 지분을 넘기고 99년 간 임대하는 계약을 맺어 함반토타 항구를 양도했다. 함반토타는 콜롬보 항구와 달리 스리랑카 해군 기지가 없기 때문에, 중국 함선들이 독립적 위치를 누릴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비 지출 비교
[출처: 브루킹스 연구소]

 

중국 공산당이 국가 발전 전략으로 일대일로와 함께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중국 제조 2025’이다. 중국 제조 2025는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개발해서 자본 집약적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경제적 목적도 있지만, 사실 군사적으로도 중요하다. 10대 중점 산업에 IT·로봇·항공우주·신소재·해양선박 등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미국의 군사력이 압도적이지만, 중국은 군사력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기준으로 군사비 지출이 미국(6098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2282억 달러)다. 중국의 총 GDP가 곧 미국을 추월할 기세라서, 격차는 앞으로 더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중국의 군사적 추격은 그 자체로도 위협적이지만, 달러의 기축통화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도 치명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미중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트럼프가 보호관세 부과라는 거칠고 상호출혈을 동반하는 방법을 취했을 뿐, 과거에도 미중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 오바마 정권 때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주의적 기구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술을 취했다.

 

중국은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미국을 밀어내고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새로운 자본 축적 체제를 만들어내고 중국의 이익이 전체 국가의 보편적 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

 

먼저 자본 축적 체제부터 살펴보자. 아직 중국에게 새로운 자본 축적 체제는 없다. 다만 노동력과 자본 투자에 있어서 중국의 ‘특수한’ 이점이 있다. 바로 농촌의 잉여 노동력과 화교 자본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중국 경제를 성장하게 한 핵심 동력은 바로 대규모의 저임금 노동력이다. 훙호펑은 여기서 중국이 다른 동아시아 발전모델과 차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국가들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도시 인구가 성장했으나, 중국은 상대적으로 농촌에 많은 잉여 노동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오 시절 사회주의 중국의 유산 때문이다.

 

과거 마오 시절의 중국은 농촌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겼다. 향진 기업 설립을 통해 농촌 지역에 농업 이외의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했다. 도시의 노동력을 농촌으로 이주시키기도 했다. 물론 농업 생산에서 나온 잉여를 강제로 도시산업으로 이전시키긴 했다. 그러나 대신 농업 인프라, 기초 교육, 의료보장 등에 투자해 삶의 질을 높였다. 중국의 기대수명은 1960년 43.5세에서 1978년 66.5세로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농촌 부분 수명 연장에서 비롯했는데, 농촌 지역 소득 증가율이 매우 저조했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맨발의 의사”와 같은 1차 의료 강화 정책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렇듯 인민들을 농촌에 묶어두려는 정책은 도시의 산업 일자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노동력이 도시로 집중되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 목적에 의해 1958년에는 '호구 등기조례'가 공포되었다. 모든 중국인을 출생지에서 발급하는 호구에 따라 농민과 도시민으로 구분해 이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금지했다.

 

그 결과 개혁개방 즈음의 중국은 산업화 정도보다 매우 큰 규모의 농촌 인구를 가지게 되었다. 1970년대 후반, GDP의 47.9%가 산업 부문에서 나왔지만 도시 인구는 전체의 25%도 안 되었다. 농촌 거주민들은 마오 시절의 농촌 개혁에 힘입어 소득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교육된 노동력이었다.

 

개혁개방 이후에 중국 공산당은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 노동자의 임금을 최대한 억압하는 정책을 썼다. 이를 위해 1990년대 주룽지 총리 주도하에 향진기업을 억압하고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도시로 이동하도록 했다. 개혁개방 이전과 같이 농업 생산물은 국가가 개입해 싼 가격으로 도시에 공급했다. 1992년에는 도시에서 식량 배급표를 없애, 도시에 호적이 없는 농민도 도시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해 도시에 호적이 없는 노동자들을 농민공이라 하며,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2억 8836만 명, 전체 인구의 20%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잉여 노동력은 다른 국가들이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인구로 인한 거대한 내수 시장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화교 자본의 존재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는 저임금 잉여 노동력이 존재하는 국가들이 있지만, 노동력‘만’ 있는 국가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외국 자본이 생산기지로만 이용하고 핵심기술 이전이나 내국 자본 축적이 미약하다.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역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워싱턴 컨센서스를 받아들이고 국내 자본과 금융 시장을 개방했다. 그러나 베트남식 경제 발전은 장기적으로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고, 외국 자본 철수에 취약하다.

 

반면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 투기적 성격이 약한 화교 자본의 투자에 힘입어 아직도 자본과 금융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번 무역갈등에서 중국에게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자본시장과 금융시장 개방이다. 자본과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편입되는 순간, 미국 금융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화교 자본의 투자 역시 다른 국가들이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차이는 분명하다. 영국은 1차 산업혁명과 해외 식민지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경제를 성장시켰다. 다른 국가들이 이를 좇아서 산업화와 침략 전쟁의 길을 걸었다. 미국은 2차 산업혁명과 법인 기업을 이용했다. 이것 역시 다른 국가들이 따라갈 수 있는 모델이다. 반면 중국의 잉여 노동력, 거대한 내수 시장, 화교 자본의 존재는 다른 국가들이 따라갈 수 없다.

 

다음으로 중국의 이익이 전체 국가의 보편적 이익으로 이어질지 따져보자. 훙호펑은 중국의 저임금, 위안화 평가절하 전략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가들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노동집약적 제조업 생산의 중심이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갔고, 이로 인해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되었다는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제조업 생산기지인 멕시코의 경우, 70%의 수출 상품이 중국과 겹친다. 전체 중남미 국가들 평균을 따져보면, 중국의 수출 증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이 전체 수출상품의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국과 동남아, 라틴 아메리카가 미국과 유럽이라는 시장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상품 수출을 내수 판매로 돌리려고 하고 있지만, 최근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천연자원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들도 중국의 성장이 반드시 달갑지만은 않다. 대표적인 게 아프리카다.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중국 주도의 개발사업 모델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과거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투자와 별다르지 않다. 자원 채취부터 가공, 운송까지 모두 중국 기업과 인력이 독점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개발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단기적인 소득은 안겨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개혁개방 시기에 거대한 내수 시장을 미끼로 외국 자본들에게 중국 기업과의 합자회사 설립을 강제한 바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개발에서는 중국이 다른 서양 국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게 잘 드러난 게 잠비아의 구리 산업 개발의 사례다. 중국 광업 기업들은 잠비아의 지방정부에게 뇌물을 주고 이권을 취했으며, 노동조건을 과거보다 더 악화시켰다.

 

결국 훙호펑은 현재로선 중국이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될 수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경제 발전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면 미국과 달러 중심의 헤게모니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헤게모니가 과거보다 쇠퇴하고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득세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같은 반주변부 국가들과 미국 간 갈등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주류 경제학계의 관점 1: 투키디데스 함정과 킨들버거 함정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버그스텐은 이번 무역 갈등을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다툼으로 해석한다. 중국은 이미 구매력 기준 총 국내총생산이 2010년에 미국을 넘어섰으며, 시장 환율 기준 국내총생산에서도 10년 이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여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두 가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함정은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국가와 기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충돌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를 말한다. 1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된 독일과 영국의 헤게모니 경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른바 G1 체제를 향한 경주다.

 

두 번째 함정은 킨들버거 함정이다. 기존 헤게모니 국가가 몰락했지만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헤게모니가 등장하지 않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대불황의 원인이 킨들버거 함정이라고 봤다. 영국 헤게모니의 빈자리를 미국이 제대로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G제로 체제다.

 

결국 앞에 놓인 길은 G0, G1, G2의 세 갈래다. 물론 대부분은 G2 체제를 원한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통해 무역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버그스텐은 미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거나 양국 모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에 가입하여 규칙에 따라 무역과 투자 체제를 구축하는 걸 예시로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은 투키디데스 함정이나 킨들버거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 보인다.

 

주류 경제학계의 관점 2: 규칙 기반 질서에서 세력 기반 질서로의 이동

 

다른 해석과 해법을 제시하는 주류 경제학자도 있다. 세계은행의 마투와 전미경제연구소의 슈타이거는 미중 무역갈등이 세계 경제 질서가 규칙 기반에서 세력 기반으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헤게모니는 기본적으로 규칙 기반 질서를 중심으로 유지된다. 20세기는 미국이 주도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가 무역 질서를 지배했다. 이 규칙은 강대국들에게 훨씬 더 유리한 것이었지만, 이 질서에서 벗어나면 국가 생존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 질서는 강력했다. 이를 ‘규칙 기반 질서’라 한다.

 

하지만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면서 점차 규칙 기반의 질서는 힘을 잃었다. 중국과 같이 워싱턴 컨센서스를 거부하면서 경제 성장을 하는 국가도 생겨났다. 규칙 기반 질서가 더는 통하지 않게 되면, 헤게모니 국가는 힘으로 개별 국가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게 된다. 소위 ‘세력 기반 질서’다. 지금 미국이 중국에게 보호관세를 매긴 것은 이런 맥락에서 규칙 기반 질서가 몰락하고 세력 기반 질서의 시대가 온 것을 상징한다. 여기서 만약 미국이 중국에게 세력으로 밀리게 되면, 중국이 주도하는 세력 기반 질서의 시대가 찾아온다. 그 끝에는 중국이 새롭게 만드는 규칙 기반 질서가 존재한다.

 

마투와 슈타이거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넘어서는 게 기정사실이라면, 차라리 미국은 중국의 헤게모니 성장을 도와주면서 실리를 얻는 게 나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세력 기반 질서가 상호출혈적인 분쟁 때문에 규칙 기반 질서보다 모든 면에서 미국에게도 해롭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체계론 연구자들의 역사적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과거 영국은 자국 헤게모니가 몰락하는 동안 금융자본 중심 경제로 탈바꿈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해외자산을 팔아치우면서 미국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잃었다.

 

미국도 19세기 말의 영국과 비슷하게, 중국의 부상을 피할 수 없다면 달러 헤게모니가 강력할 때에 중국을 사 버리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의 자본과 금융 시장은 워싱턴 컨센서스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폐쇄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무역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자본과 금융 시장 개방 문제가 나왔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미국의 속셈을 중국이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중국의 자본과 금융 시장을 개방시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5. 미국 경제의 현황과 위험요소

 

결국 미중 무역갈등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누가 더 오랫동안 이 상호출혈적인 분쟁을 견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 이전, 자본 시장 개방 등이 양국의 사활이 걸린 쟁점이다 보니 완전한 합의는 사실상 어렵다. 결국 출혈을 견디지 못하는 쪽이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합의가 된다 해도 ‘종전’보다는 ‘휴전’에 가깝다. 한쪽이 완전히 몰락하거나, 반대로 압도적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제부터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황을 점검해 보고, 위험요소들을 살펴보자. 먼저 미국은 2017년부터 발생했던 경기 회복의 요인을 분석해본다. 위험요소로는 단기적 위험으로 고위험 기업부채와 파생금융상품을, 장기적 위험으로 재정위기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발 보호관세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론을 짚어보고, 트럼프의 속내를 예측해본다.

 

미국의 경기 회복, 기술혁신인가 거품인가

 

2009년 6월부터 미국의 경기 확장 국면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미국 경제가 2007~2009년 금융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된 거라는 견해도 있고,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반짝 반등한 거라는 의견도 있다. 지금부터 한국은행의 분석을 참고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회복되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미국 의회 예산처의 2019년 1월 발표에 의하면,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007~2009년 금융위기에는 미달하지만 많이 회복했다. 미국의 평균 잠재성장률은 2000~2004년이 3.3%, 2005~2009년이 2.0%, 2010~2014년이 1.4%, 2015~2019년 1.8%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 역시 수치는 약간 다르지만 추이는 비슷하다. 그런데 잠재성장률 상승 요소를 노동, 자본, 생산성 3가지로 나눠보면 자본투입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2017년 잠재성장률은 1.8%인데, 이 중 0.9%가 자본 투입으로 인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자본 투입이 증가한 이유는 연방기금금리가 매우 낮고, 주가 상승으로 인해 기업의 시장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주가 상승 현상을 두고는 여러 상반된 의견이 있다. 최근 정보통신업계의 생산성이 많이 증가하면서 IT 기업의 높은 미래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지만, 거품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거품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때 쓰는 수치 중 ‘토빈의 q’가 있다. 기업의 자기자본 및 신용부채의 시장가치를 유형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분기별로 발표하는 수치를 이용해 투자분석가 질 미스린스키가 계산한 토빈의 q 수치에 의하면, 현재는 q 수치가 2000년에 폭발한 닷컴 버블 시기를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높다. 2019년 7월 기준으로 1.32인데, 1900년 이후 역사적 평균은 0.7이며 최고치는 1999년의 1.63이다.

 

현재로서는 토빈의 q 수치만 보고서 실제로 기술혁신에 진전이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거품인지 알기 어렵다. 정보통신업계의 수익 증가는 회계 장부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수익은 지대를 통해 부가가치를 이전해오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업계의 수입은 대부분 특허와 같은 무형자산이나 네트워크 사용료에 기초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폴리는 이런 식의 수익은 이윤이 아니라 지대라고 비판한다. 기존 기술과 세금을 통해 개발된 기술과 네트워크에 대해 독점을 행사하고 강제로 사용료를 징수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즉, 지식재산권 소유자에게 제공되는 소득은 자본가가 직접적으로 지급하는 사용료 또는 자본가로부터 노동자가 받은 임금의 소비로서 간접적으로 이전된다.

 

만약 기술혁신이 진짜라면 정보통신 이외의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세계 경제 회복을 견인할 것이다. 반대로 부가가치 이전에 힘입은 거품에 불과하다면, 가치를 이전해오는 국가와 부문들이 몰락한 후에 거품이 폭발하여 경제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단기적 위험: 미국의 기업 부채와 CLO

 
미국 비금융기업 부채의 GDP 대비 비율(1980~2019)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

 

최근 세계적으로 기업 부채가 매우 증가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미국은 비금융기업 부채(대출과 채권)의 GDP 대비 비율이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약 47%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 닷컴 버블 폭발 직전과 2007~2009년 금융위기 직전의 45%를 넘어선 수치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다. 여기서는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의 조사보고서를 참고하여 미국의 기업 부채와 금융위기 가능성을 살펴보자.

 

기업의 고위험부채는 대출과 채권으로 나뉜다. 대출은 레버리지론, 채권은 하이일드 채권이라 불린다. 대개는 신용등급 BBB 이하의 기업 부채를 뜻한다. BBB 등급은 투자적격 기업 중 거의 최하위에 속한다. 국가에도 비슷한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BBB 밑으로 떨어져 투자주의 등급이 되었다가 2002년이 되어서야 투자적격 등급으로 올라왔다.

 

최근 레버리지론 관련 위험이 매우 증가했다는 분석이 많다. 2000년 이후 전체 기업부채 중 BBB 등급의 비율이 유럽의 경우엔 14%에서 45%로 증가했고, 미국은 29%에서 36%로 증가했다. 레버리지론 이용 기업 중 영업이익 대비 부채 배율이 6 이상인 기업의 비중도 2015년 말 19%에서 2018년 3분기 말 34%로 상승했다. 위험은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확인되는데, 레버리지론 중 약식대출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약식대출은 차주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재무비율 준수, 일정 이상의 배당 금지 등의 의무가 완화된 대출이다. 2018년 신규 레버리지론의 80%가 약식대출이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기업부채의 부도가 CLO라는 금융상품을 통해 은행 손실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CLO는 2007~2009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CDO와 비슷한 금융상품이다. 최근 신규 레버리지론의 60%가 CLO로 증권화 된다.

 

다만 CLO는 CDO보다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CDO는 부동산담보 대출, 학자금 대출, 회사채 등 여러 종류의 금융상품을 묶어서 증권화했다. 하지만 CLO는 은행이 기업에게 대출한 계약만 묶어서 증권화하기 때문이다. CLO는 평균 BBB 등급 정도의 기업 대출을 묶어서 만든다. CLO는 저순위부터 고순위까지 순위가 매겨진 트랑쉐(tranche)로 분할되어 판매된다. 수익은 모든 트랑쉐 소유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는 게 아니라, 고순위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된다. 즉, 저순위는 고순위보다 손실 위험성이 높다. 대신 저순위 트랑쉐가 고순위 트랑쉐보다 싸서 수익률이 더 높다.

 

CLO는 최근의 저금리 기조 때문에 보험회사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레버리지론 자체는 너무 위험해서 기관투자자들이 사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있지만, CLO의 고순위 트랑쉐는 안전하다고 간주하여 살 수 있다. CLO는 레버리지론 자체보다는 수익률이 낮지만 일반적인 고정금리 자산유동화증권보다는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

 

세계적으로 은행은 현재 레버리지론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CLO의 최고순위 트랑쉐를 대규모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CLO 보유 비중을 국적별로 나눠보면, 미국이 60%, 일본이 30%, 유럽이 10%다. 한편 미국 연준에 의하면, 미국 CLO의 24.2%를 보험회사가, 17.9%를 뮤추얼펀드가, 17.6%를 은행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중순위 트랑쉐를 가진 금융기관에는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등이 있다.

 

결국 경제가 둔화하여 고위험 기업의 수익이 크게 하락하는 경우, 그 손실이 보험회사나 은행에게까지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CLO가 다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장기적 위험: 미국의 재정 위기와 달러 헤게모니 위기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거칠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중국에게 타격을 가할 때, 중국의 미국 국채 대량 매도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이렇게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마저 파탄 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능성도 고려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미국 투자업계의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달러 헤게모니와 연준의 수량 완화 정책을 믿고 보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현재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다. 특히 10년물과 같은 장기 국채의 수요가 아주 높다. 이는 최근의 불안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달러에 대항할 만한 유일한 기축 통화는 바로 유로다. 그런데 브렉시트,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당의 집권, 독일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 여러 악재로 유럽연합은 위기를 맞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고 이탈렉시트까지 이루어진다면 사실상 유럽연합은 해체될 거라는 예측이 많다. 트럼프는 앞으로 유로화 표시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던 기관들과 자산가들이 대거 미국 국채로 이동할 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트럼프가 믿고 있는 것은 연준의 수량 완화 정책이다. 2007~2009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화폐를 발행해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했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채를 매도하면, 미국 연준이 화폐를 발행해 그대로 사들이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런 트럼프의 구상은 달러 헤게모니가 공고해야만 실현 가능하다. 따라서 달러 헤게모니가 계속 유지되는 데 있어 미국 내부의 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재정위기 가능성을 짚어봐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2017년 시행한 대규모 감세정책은 재정위기의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제이콥 키르케가르드에 의하면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는 지속할 수 없는 재정정책을 수용해 왔다. 1952~2002년 사이, 미국 연방정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의 재정적자를 유지해 왔다. 평균적으로 GDP의 1.7%(지출 19.3%, 수입 17.6%) 수준이다. 그러나 2002년 이후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기록적 수준으로 증가했다.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부시 정부의 2003년 감세 법안(Jobs and Growth Tax Relief Reconciliation Act of 2003)의 통과는 연방정부 수입을 역대 최저 수준인 GDP의 16%까지 낮췄다. 둘째, 2007~2009년의 대침체는 지출을 증가시키고 수입을 감소시켰다. 셋째, 트럼프 정부가 2017년 통과시킨 감세법안(Tax Cuts and Jobs Act of 2017)은 연방정부 수입을 10년간 1조 달러 넘게 감소시킬 것으로 추계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일반정부 부채(연방+주정부)는 2028년에 GDP의 130%라는 유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계된다. 이는 현재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지탄받고 있는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호관세에 대한 미국 내 여론: 경제에는 나쁘지만, 중국을 가만히 놔둘 순 없다

 

미중 무역갈등은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시티, 노무라증권, 도이체방크, 제이피모건 등은 관세 부과로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1% 내외로 하락할 거라고 분석했다. 이는 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고려한 수치다. 골드만삭스만 관세 부과 시 무역 경로를 통해 3년간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약 0.03%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생산기업이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중간재, 자본재 등을 수입할 때 관세로 인해 비용이 증가한다. 둘째, 미국 수출기업이 외국으로 수출할 때 보복관세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셋째,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상품을 살 때 관세 때문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계는 관세 부과에 강하게 반대한다.

 

반면 대중 여론은 대체로 “경제에는 나쁘지만, 보호관세로 중국을 혼내줘야 한다”인 것 같다. 2019년 6월 AP통신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1%가 보호관세가 국가 경제에 해롭다고 답했다고 하며, 이롭다는 답변은 26%에 그쳤다. 5월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 의하면 보호관세에 따른 비용을 미국인과 미국 기업이 지불한다는 의견이 59%였으며, 중국이 지불한다는 의견은 17%에 불과했다. 반면 5월 하버드 대학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트럼프가 중국 상품 2000억 달러에 대해 보호관세를 적용한 조치에 대해서 53%가 찬성했으며, 나머지 모든 상품에 대해 25% 관세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52%가 찬성했다.

 

결국 ‘분노와 원한’의 포퓰리즘 정치가 승리한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실업의 원인을 중국에게 돌리는 데 성공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생활고에 대한 불만을 중국에게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여유가 생겼다. 이 기회에 중국을 확실히 제압하자는 정서가 정치계에도 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관세 인상 발언에 대해 공개적 지지 의사를 표명할 정도다.

 

6. 중국 경제의 현황과 위험요소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 역시 무역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관세 부과로 수출이 직접 감소한다. 중국 사회과학연구원의 추계에 의하면 현재 2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관세로 인해 중국의 수출은 3.359% 감소하고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657% 감소한다. 블룸버그 통신이 10개 주요 투자은행의 예측을 종합한 결과도 관세로 인해 중국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는 경우 중국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경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경기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게 수출이기 때문이다. 중국에게는 확실히 인지되고 거대한 파급력이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위험인 3대 회색 코뿔소가 존재한다. 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이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위험을 관리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경제적 위험요소 1 – 기업 부채

 
중국의 비금융부문 GDP 대비 부채 비율
[출처: Song, Z., & Xiong, W. 〔2018〕, Risks in China's financial system, Annual Review of Financial Economics, 10, 261-286.]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중국의 총 기업부채는 GDP의 164.1%에 달한다. 지난 2007~2009년 이후 경기 부양 목적 고정자산 투자가 확대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2018년 회사채 지급불능규모는 1206억 위안이며, 2017년 338억 위안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국유기업 부채가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에 의하면 국유기업은 전체 생산의 15%, 고용의 31%를 차지하나, 부채는 50%를 차지한다. 부채 증가율도 급격한데, 2008~2016년 사이 증가한 기업부채 중 60%가 국유기업 몫이다. 더 심각한 것은 수익성은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금융위기 이후 SASAC 하 국유기업 수익률은 계속 하락해 2016년에는 2.4% 수준이다.

 

만약 국유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할 경우, 국유은행들도 위험에 노출된다. 국유기업들은 자금 조달의 70%를 국유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중문대학교 경제학과의 젱 송과 웨이 슝에 의하면 기업 부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유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하면 국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본주의 국가라면 채권자가 원금 회수를 위해 회사를 청산시키겠지만, 중국에서는 채권자도 국유이고 채무자도 국유라서 적당한 선에서 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좀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국유기업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경제 성장률이 유지되어 중국 정부 재정이 양호한 상태라면 큰 문제는 없다. 보조금을 투입하면 된다.

 

결국은 도시 고용의 80%를 책임지고 대부분의 수출을 담당하는 사기업이 버팀목이다. 사기업이 경제 성장률을 유지시켜 주는 한, 국유기업 부채 문제는 당분간은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게 중국 경제학계의 예측이다.

 

경제적 위험요소 2 – 부동산 거품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심각한 수준이다. 120개 주요 도시 기준으로 2003년부터 2013년까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분석한 연구 하나를 살펴보자. 1선 도시(북경, 상해, 광주, 심천)는 연평균 13.1% 상승했고, 2선 도시는 10.5%, 3선 도시는 7.9% 상승했다. 1급 도시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10년간 약 3.4배 상승한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의 상승률이 매우 높았다. 1선 도시의 경우 2016년 주택 가격 상승률이 27.7%에 달할 정도였다.

 

부동산 거품의 원인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토지 임대료가 지방정부의 주요 수입원이 되면서 지방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부추겼다. 1994년 재정 개혁 이후, 지방정부의 재정 적자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시행되었다.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이용한 것이 바로 토지 임대료다. 중국 헌법에 따르면 모든 도시 토지는 국가 소유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방정부가 토지를 관리하고 임대료 수입을 얻는다. 지방정부 관료들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만 수당도 받고 승진도 할 수 있는데,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했다. 지방 정부는 장밋빛 개발 계획을 제시하면서 토지 임대료를 올렸고, 토지 임대료로 개발 계획을 시행했다.

 

둘째,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이다. 2007~2009년 금융위기에 대응해서 중국 정부는 2008년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해서 기업들은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연구에 의하면 금융, 부동산, 건설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이 2000~2015년 사이 시행한 자산투자 중 부동산의 비율이 연평균 20%에 달했으며, 최고 40%까지 치솟은 해도 있었다. 이 부동산에는 공업 용지 외에 상업 용지나 주거 용지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에 대해 2017년부터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쳤다. 두 번째 주택 구매부터는 계약금을 구매가격의 50~70%까지 올렸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상했다. 심각한 도시에는 신규 토지 공급을 중단하고 2~8년 간 부동산 매매 제한 조치까지 시행했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다. 1선 도시 주택가격 상승률은 2017년 9.4%로 떨어졌고 2018년에는 0.4%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거품은 안정되었지만, 향후 경제성장이 둔화한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계나 기업이 부동산 담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기업 자산이 심하게 감소하는 경우다. 또 미중 무역갈등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추세라, 거품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위험요소 3 – 그림자 금융과 지방 정부 부채

 

그림자 금융은 공식적 은행 부문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어서,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금융을 이야기한다. 그림자 금융은 대부분 지방정부의 비공식 채권에 투자되었다. 비공식 채권은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라 불리는 회사에 의해 발행된다. 1994년 재정 개혁 이후 지방 정부의 채권 발행이 제한되자, 지방 정부가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우회적으로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특히 2008년 경기부양책 시행 이후 LGFV의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다.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게 경기부양책 규모를 할당했는데, 토지 임대료 수입이 경기 부양에 필요한 자금 규모에 훨씬 못 미쳤다. 이를 벌충하기 위해 LGFV를 대거 설립하기 시작했고, 중앙정부는 이를 눈감아 주었다. 2008년 이전에는 LGFV가 채 100개도 안 되었지만, 2015년이 되면 1800개로 증가했다. LGFV의 채권 총액은 2015년 기준으로 46조 위안, 2015년 GDP의 2/3에 달한다.

 

LGFV 채권에 투자한 것은 대부분 소규모 은행들이다. 중국은 소위 ‘빅4’라고 불리는 4개의 거대 국유은행(중국농업은행, 중국인민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이 시장과 자금을 과점하고 있다. 소규모 은행들은 항상 자금이 부족한 상태이며 대부분 빅4에게서 빌려온다. 그런데 중국 은행들의 공식 자금들은 모두 예금 이자율과 대출 이자율에 있어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 소규모 은행들은 자금 부족을 해소하고 고수익을 내기 위해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어냈다. 자산관리상품이라 불리는 WMP(Wealth management product)다.

 

WMP는 예금 금리에 제한을 받지 않는 금융상품이지만, 사실상 예금처럼 가입할 수 있다. 소규모 은행들은 WMP를 대거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LGFV 채권에 투자했다. GDP 대비 WMP 비율은 2007년 2%에서 2015년 34%까지 증가했다.

 

2015년 이후 중국 정부는 LGFV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LGFV 실태를 파악하고 그중 책임질 것과 책임지지 않을 것을 명확히 하도록 강제했다. 이 때문에 LGFV의 규모 자체는 정체 중이지만, 기존 LGFV가 제대로 정리된 것은 아니다. 사실상 파산시켜야 할 LGFV가 대단히 많은데, 2018년까지 단 하나의 LGFV도 파산하지 않았다. 또 최근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철도, 고속도로 등 운송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을 하려고 지방정부 부채를 다시 늘리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특수목적 지방 정부채(철도, 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투자 영역 제한) 발행 한도를 크게 증액했다.

 

WMP에 대해서도 LGFV와 비슷한 규제를 시행했다. 본래 WMP는 은행 재무제표에서 빠져서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었는데, 은행이 보증하는 모든 WMP를 은행 재무제표에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원칙상 미보증 WMP는 더는 지원하지 말고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도난 미보증 WMP에 대해서 지방정부나 은행이 즉시 구제해 주고 있다.

 

그런데 LGFV나 WMP의 부실 자산 처리가 미뤄지는 동안, 경제가 둔화하면 은행에 위기가 올 수 있다. 2019년 5월 24일, 내몽고 소재 바오상은행(자산규모 5360억 위안, 전체 은행권 자산의 0.23%)이 인민은행 및 은보감회(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 하 인수관리로 들어갔다. 대출 부실, 지역건설 경기 부진, 최대주주에 대한 반부패 수사 등이 원인이다. 또 은보감회는 6월 9일 산동성 소재 헝펑은행(자산규모 1.2조 위안)에 대한 감독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경기둔화세가 장기화될 경우 중소은행의 부도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 중소은행은 은행 간 시장이나 이재 상품(투자자로부터 모집한 돈을 국채나 회사채, 부동산, 주식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 펀드) 판매를 통해 조달한 단기자금을 외상매출채권이나 타 금융기관 발행 이재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규모를 확대해 왔다. 단기에 갚아야 하는 자금을 조달해서 먼 미래에 돌려받는 장기 상품에 투자한 경우도 많아 부도 위험이 대형은행에 비해 높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미공개한 중소은행이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들 은행의 신용도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의 경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금융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해 평가한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중국의 GDP 대비 신용 팽창률은 2016년 기준으로 25%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GDP 대비 신용 팽창률이 30% 이상 5년간 지속되었던 국가 중 88.4%는 금융위기나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더욱이 GDP 대비 신용이 100%를 초과했던 국가 중 신용팽창이 발생한 경우는 모두 금융위기나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은 GDP 대비 신용 비율이 230%다. 2007~2009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이 비율이 135% 정도로 안정되어 있었으나, 금융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몇 년간 부채 감축 정책을 실시해왔으나, 최근 여러 대내외적 요인으로 경기둔화세가 완연해지자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2018년 말에 있었던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보면, 2019년에는 2018년에 비해 탄력적인 신용공급을 강조하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전망이다.

 

혹자들은 중국의 부채 수준이 큰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고, 외채 비중도 낮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의 부채 수준은 높지 않고 중국인민은행은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할 여유가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은 안심할 때는 아니라고 2017년에 경고한 바 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외채 비중이 작더라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1980년대 미국 저축은행 위기, 1997년 일본 은행 위기, 2007~2009년 미국과 영국의 금융위기 역시 외채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 단기 부채를 남용하면 신용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국가의 긴급 구제 조치가 먹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07~2009년 당시 미국 정부와 연준은 누구보다 빨리 정책 수단을 펼쳤지만, 금융위기 자체를 막진 못했다. 최근 들어 금융의 규모, 복잡성, 상호연관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가의 위기 관리능력이 위협받고 있다.

 

셋째,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투자/대부의 효율성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고, 기업 수익성도 낮기 때문이다. 특히 국유기업 저수익성 문제는 심각한데, 이들의 부채는 중국 은행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조셉 가뇽은 중국의 과잉투자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전체로 봤을 때 연간 투자 규모는 GDP의 40~50%에 달한다. 이는 다른 신흥국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1980~1997년 사이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6~7%)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투자는 GDP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뇽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한국의 과잉투자 상황보다 중국의 현재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낮은 수익률과 과잉투자가 맞물리면 갑작스러운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면서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7. 미중 무역갈등의 향방과 한국 경제의 앞날

 

현재의 경제 상황을 살펴봤을 때, 미국보다는 중국 쪽이 저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2019년 2사분기 경제성장률이 27년 만에 가장 낮은 6.2%를 기록했다. 2018년 세 번째 관세를 부과했던 5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의 수출의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6개월간 23.8% 감소했으며, 2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은 7.2% 감소했다.

 

제조업 이익증가율은 금년 들어 감소 전환했고, 자산수익률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 부문을 주로 담당하는 민간 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2015년 연평균 9%에서 2018년 9월에는 5.6%까지 하락했다. 중국 내 미국 기업의 40%가 중국에서 철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이미 철수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양국 간 핵심 쟁점은 결국 중국 국유기업으로 귀결된다.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국유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유기업은 경제적·정치적으로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경제적 중요성은 앞에서 많이 설명한 바 있다. 첨단기술을 국유기업으로 이전 시켜 자본 집약적 산업구조로 만들어나가는 게 중국 공산당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 전략이다. 정치적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과거 문화대혁명이나 천안문 사태를 경험한 중국 공산당은 사회적 소요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유기업 개혁은 수천만 명의 정리해고로 귀결된다. 둘째, 국유기업의 관리자와 노동자 중에 공산당원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미국이 현재와 같은 강경한 기조로 합의를 강요할 경우, 합의를 포기하고 버티는 전략으로 일관할 수도 있다. 중국과 미국이 둘 다 경제 위기를 겪지 않는다면, 미국이 지금의 강경한 태세를 누그러뜨려야만 합의가 가능하다.

 

만약 트럼프가 무역 협상에 대해 합의를 시도한다면, 합의는 중국이 미국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하는 경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때마다 미국 대두 수입량을 늘리는 방식을 써왔다. 이는 트럼프의 지지층 분포도와 관련이 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트럼프를 선택했던 주들 중에는 텍사스, 와이오밍 주 등 광업과 농업 비중이 높은 주들이 많다. 트럼프가 지지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중국이 미국산 원유와 농업 생산물, 전자제품 등을 더 많이 수입하는 방향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런 부분적 합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추후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합의되든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무역갈등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는 중국의 대미 수출 축소, 중국 대미 수입 증대,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자본주의와 한국 경제의 앞날이 모두 밝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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