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평가

김동근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실제 프로세스에 들어간 지 2년이 지났다. 고용노동부는 1월 25일 「공공부문 1단계 기관 정규직 전환 추진실적 자료(2차)」를 통해 현황을 중간 결산했다. 공공부문 상시지속 비정규직 31만 명(전체 비정규직 41만 명) 중 17만 명의 전환이 결정되었고, 그중 13만 명이 전환되어 2018년 12월 말 기준 전환 비율은 76.3%다. 정부는 최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평가 및 향후 과제」를 공개하면서 잠정적인 평가도 했는데, 전환자 연평균 임금은 2783만 원으로 전환 이전보다 391만 원(16.3%) 상승했고, 명절상여금·복지포인트·급식비 등이 도입된 비율은 절반 정도로 나타났다. 전환 당사자들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93점으로 만족도가 대체로 높은 가운데, 고용안정이 4.34점으로 가장 높지만, 처우개선은 3.67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향후에도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정규직 전환 프로세스가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가운데 처우개선에 있어 약간의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동자 운동의 평가는 정부의 평가와 정확히 반대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 진영은 정규직 전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제로” 정책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모든 비정규직이 전환되지 않았고, 상당수 비정규직이 직접 고용되는 대신 자회사에 고용되었으며,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체계에 편입되지 않았고, 따라서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수준에 근접하는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우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정규직화를 평가할 때 정부는 기존 임금수준과 비교해서 얼마나 개선되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지만, 노동운동 진영은 기존 정규직의 임금수준에 얼마나 근접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기존 임금 대비 16% 인상되었으므로 처우개선에 상당한 성과가 있다는 평가와 전환자 임금이 기존 정규직 임금 대비 50%에 불과하므로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고용정책

 

문재인은 집권 후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두 가지 핵심 수단이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였다. 정부가 내세운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①기간제와 파견·용역, 민간위탁을 모두 포함하고 상시지속업무 기준을 완화하는 등 비정규직 전체를 전환대상으로 하고, ②고용안정과 임금·노동조건 개선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전환을 추진하며, ③노사 간 협의의 틀을 마련하여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④일회성 전환 대신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의 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민간으로까지 확산시킨다. 이는 제한된 범위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그쳤던 이전까지의 정규직 전환정책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이 모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고용형태·노동조건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환 예외사유를 통해 정규직 전환의 범위를 제한했으며, 고용안정을 일차적 목표로 설정하고 임금·노동조건 개선에 제한을 두는 단계적 추진을 방침으로 했다. 실제 1단계 전환에서 상시지속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결정 비율은 55.4%였고, 정규직 전환자 연평균 임금은 전환 이전보다 391만 원(16.3%) 상승한 2783만 원이었다. 전환 규모와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노사 간 협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초기업적 교섭 대신 기관별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기관별 자율성을 폭넓게 허용함으로써 사측의 교섭 해태를 묵인했다는 점은 한계적이다. 민간까지 포함하는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 “상시업무 정규직화”를 명확하게 하고 기간제를 “사용 사유 제한”으로 전환하는 등 법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이와 관련한 진전은 없다.

 

한편 정부는 2017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국민 부담 최소화, 정규직과 연대 추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지속가능성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는 공공부문 고용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제약을 고려하여 정규직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고, 기존 정규직의 임금·노동조건에 대해 일정한 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지속가능성」이라는 언급은 전환자 임금체계에 대한 입장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들은 구체적인 정책에도 반영되었는데,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중 고임금자의 임금삭감을 통해 재원 일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기도 했고, 정규직 임금체계에 직무급 요소를 도입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청소·경비·시설관리·사무보조·조리의 5대 다수 전환 직종에 대한 표준임금체계 모델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인되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고용정책은 다음과 같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포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관행을 정착시키되, 재정제약을 고려하여 처우개선은 제한적·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동시에 재정제약과 기관별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데, 정규직에서 직무급 요소를 도입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전환자에 대해서는 직무급제를 기본으로 하는 임금체계를 도입한다.

 

추진되고 있는 정규직 전환은 정부 입장에 비추어 봤을 때도 한계적이다. 상시지속 비정규직 전환율 55.4%를 포괄적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이전 정권에서의 정규직 전환 결과로 만들어진 무기계약직에 대해 비판하지만, 실제 전환자 대다수가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 공공부문 고용정책 자체에 내재한 모순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기관별 격차 축소라는 명분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임금체계 개편은 초기업적 기준을 마련하는 대신 기관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기관별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전환자의 경우에는 정규직과 분리된 별도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려 하는데, 여기서는 초기업적 기준을 적용하여 정규직 임금체계에 대한 입장과 모순될 뿐 아니라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및 차별 해소라는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자회사 고용과 전환자 표준임금체계는 이 과정에서 표면화된 쟁점이다. 정규직과 전환자에 대한 정부의 모순적인 태도는 정규직 임금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입장과 대응

 

전환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 진영은 정부 정책의 한계와 모순을 비판하면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주장한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전환 예외자를 최소화하고, 자회사 전환이 아니라 기존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연공급 중심의 기존 정규직 임금체계에 편입되어 동일한 처우를 받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동시에 정규직 임금체계 개편 및 전환자 표준임금체계 도입에 대해서는 직무급제 반대 입장으로 저지하고, 정부의 재정투입을 대폭 확대하여 전환자 임금수준·임금체계를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공운수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은 이러한 입장을 토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노정 간 협의기구 및 기관별 노·사·전문가위원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전환 범위와 처우개선을 최대화하며, 기관별 교섭 과정에서 투쟁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투쟁을 매개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여론을 확대하고, 정규직 임금체계 개편과 전환자 표준임금체계 도입 시도를 저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실제 공공운수노조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조합원이 3만 명 넘게 증가하여 20만 명을 넘어섰다. 늘어난 조합원 중 비정규직이 2만 명을 차지하는데, 대부분 정규직화 과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조직된 것이다. 또 잡월드 투쟁, 고 김용균 투쟁,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투쟁, 공공운수노조의 비정규직 공동투쟁·공동파업 등 기관별 투쟁 및 공동투쟁이 벌어졌으며, 정부가 추진했던 전환자 표준임금체계 도입 역시 일정하게 저지했다. 공공운수노조의 입장과 계획에 따라 여러 투쟁이 이루어졌고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투쟁이 실제 정규직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바꾸지는 못했는데, 전환 결정 비율은 절반 정도에 그쳤고 대다수가 무기계약직과 유사한 조건으로 전환되었으며, 파견·용역의 다수는 자회사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공운수노조는 무기계약직 임금을 기존 정규직의 80% 수준까지 올리는 등 기존 정규직 임금을 따라잡는 것을 추가 과제로 제시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수단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은 문재인 정부다. 그리고 정규직화의 목표가 기본적으로 고용·임금의 격차 완화라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 그리고 전환의 범위와 처우개선이 불충분하다는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 또한 비교의 기준을 기존 정규직으로 삼는 것 역시 기업별 노동운동이 중심적인 한국의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요컨대 정규직화 과정에서 임금 격차 해소는 공공부문 정규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없애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전환자가 기존 정규직의 임금수준·임금체계를 쟁취함으로써 이를 달성하는 것이 운동의 목표로 설정되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광범위하게 조직된 비정규직 운동의 일반적인 경향과 일치한다.

 

공공부문만을 시야에 놓고 차별 해소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때 기존 정규직의 임금수준·임금체계 쟁취를 목표로 하는 노선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한국 사회 전반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임금 격차 완화를 고려한다면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개별기업 차원의 미시적 쟁점이 아니라 4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더욱이 공공부문을 넘어서서 볼 때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800만에 달하는 비정규직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운동의 전략은 한국 사회 전반의 거시경제적 조건을 고려하는 가운데 전체 비정규직 운동의 전략과 일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실현 가능한가?

 

임금 격차의 현실과 원인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공공부문과 나머지 부문으로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임금수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임금 근로 일자리 전체의 월 평균소득은 287만 원, 중위소득은 201만 원인 가운데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488만 원, 중소기업은 223만 원이고, 고용 형태별로 살펴보면 정규직은 월 336만 원, 비정규직은 월 167만 원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임금은 평균 452만 원이며, 비정규직의 경우 월 199만 원이다. 정리하면,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이 고임금 군을 형성하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이 저임금 군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체 정규직·비정규직과 공공부문 정규직·비정규직을 비교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서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임금 수준이 높다.

 

그림 1 . 부문별·고용형태별 임금수준 비교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아래 세 그래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임금 격차는 기본적으로 근속에 따른 연공 차이에서 발생한다. 정규직의 경우 연령에 따라 근속·임금이 비례하여 증가하는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연령과 근속·임금의 비례 경향이 약하다. 민간부문 정규직보다 공공부문 정규직에서 연령과 근속·임금의 비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때문인데, 대기업의 경우 공공부문 정규직과 유사한 연령-임금 곡선인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유사한 연령-임금 곡선이라는 점을 [그림 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비정규직 간 비교에서도 민간부문보다 공공부문에서 연령과 근속·임금의 비례성이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그림 2]와 [그림 3]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령별 근속년수

 

그림 3.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령-임금곡선 [위: 민간기업, 아래: 공공기관]

 

그림 4. 기업규모별·연령대별 평균소득

 

대기업·공공부문과 나머지 부문으로 극명하게 갈라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로 제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강화하는 토대라는 점에서 노동운동에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임금 격차 해소의 구체적인 방향은 어때야 하는가? 2000년대 이후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비정규직 운동은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의 임금수준·임금체계를 “제대로 된 정규직”이라 규정하고 이를 쟁취하는 것을 임금 격차 해소의 방안으로 사고해왔다. 안정적인 고용·임금체계와 더 높은 임금수준을 쟁취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하지만, 전체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대표하고 단결을 강화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장기적 목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것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조건인지 검토해야 한다.

 

대기업·공공부문의 연공급은 한국의 일반적인 임금체계가 될 수 있는가?

 

연공급 임금체계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살펴보자. 1960년대 중반 이후 공무원·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연공급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사무관리직 중심이었고 생산직의 경우 연공급적 성격이 약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생산직에서도 직급제가 폐지되고 호봉 사다리가 늘어나며 호봉승급액이 늘어나는 등 연공급적 성격이 강화되었다. 1960~1970년대 고도성장과 인구증가, 1980년대 말 노동자 대투쟁과 3저 호황이라는 조건에서 연공급의 적용 범위 확대와 연공성 강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모든 기업에서 연공급이 일반화되었던 것은 아니었고, 중소기업·비정규직 등 내부노동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부문에서는 연공급적 성격이 강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 경제가 구조적 불황에 돌입하면서 연공급 임금체계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게 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연공급이 점차 무너지고 사무직을 중심으로 연봉제 도입이 확산하면서 임금체계의 분화는 더욱 심화하였다. 고용안정이 유지된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실질적으로 연공급체계가 작동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연공급의 토대가 되었던 고성장·인구증가라는 조건이 세계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반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공급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무관하게 근속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는 체계로, 이는 전체 경제 차원에서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는 한편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하여 피라미드형 인구구조가 유지될 때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하다.

 

2019년 1/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019년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으며, 골드만삭스는 1%대의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조건이 단기적 상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한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대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1.7%로 예상하고 1970년대 7.0%, 2000년대 4.4%, 2010년대 3.0% 성장했던 흐름을 지적하며 일시적인 침체가 아니라 추세적인 하락이라 진단한다. 일각에서 해결책으로 주장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단기에서 제한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고정자본투자, 취업자, 그리고 기술혁신을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모두 장기에 걸쳐 저하되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노동인구 저하,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통계청은 2017년부터 10년간 생산연령인구가 250만 명 감소하는 반면 고령인구는 452만 명 증가하고, 합계출산율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2019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되며, 총인구는 2029년을 정점으로 감소하여 2067년에는 392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 피라미드는 현재의 항아리형에서 역삼각형 구조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감소는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한국의 특수성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성숙함에 따라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감소가 증가로 역전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대기업·공공부문의 연공급은 한국에서 표준적인 임금체계였던 적이 없으며,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조건을 고려할 때 이를 쟁취하는 것은 비정규직 운동의 일반적인 과제가 될 수 없다. 이것은 도덕적인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인 판단인데, 도덕적으로 옳지만 실현 불가능한 요구는 단기적으로 대중운동을 조직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객관적 조건을 뛰어넘을 수는 없으며, 이는 대중운동 측면에서도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따라잡는 임금 극대화 전략의 타당성

 

이제 국민경제 차원에서 임금 격차 해소의 객관적 조건을 살펴보자. 일각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선례가 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더욱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권이 의지를 가지고 정부 재정을 투입하여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달성하고, 민간의 비정규직에까지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선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민간부문 비정규직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는 올바른 선례라는 주장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한국의 임금노동자는 2000만 명, 그중 비정규직은 821만 명이며, 그중 시간제 근로자를 제외하면 550만 명이다. 비정규직 월 평균 임금은 167만 원이고, 공공부문 정규직 월 평균 임금은 452만 원이다. 전체 비정규직 임금을 공공부문 정규직 수준까지 인상하려면 국민경제에서 임금분이 연간 281조 원 증가해야 하며, 시간제 근로자를 제외하더라도 연간 188조 원 증가해야 한다.

 

GDP 총액이 1730조 원인 상황에서 이러한 임금 증가가 가능한가? 고정자본소모를 제외한 한국 경제 전체의 순고정자본투자액이 210조 원, 재산소득이 340조 원, 배당이 69조 원인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 논리적으로만 따지더라도 기업이윤을 모두 없애거나 고정자본 투자를 모두 없애는 등 경제 전체의 축소재생산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비정규직과 비슷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 실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은 논외로 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노동운동의 단기적인 경제투쟁과 장기적인 사회변혁의 전망 모두가 한국경제의 성장·발전을 포기하는 것이 될 수는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조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임금 법칙은 기본적으로 노동생산성에 비례하는 임금 상승이다. 임금 상승이 노동생산성 상승을 앞설 경우 자본의 이윤율이 하락하고, 이윤율 하락은 투자 감소와 고용 감소로 이어져, 결국 임금 하락을 유도한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공공부문의 역할이 시장 경쟁에 참여해 이윤 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 국방, 치안, 행정, 보건 등 아예 상품가격이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철도, 도로, 전기, 수도처럼 가격이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적자를 보는 정책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노동생산성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사회성은 오로지 시장과 화폐를 매개로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노동생산성은 사회적 노동의 시간당 밀도를 계산하는 것인데, 경쟁적 시장에서 화폐가격으로 측정될 수 없는 일은 사회적 노동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이런 일들의 사회적 역할은 다른 부문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요컨대 공공부문 임금은 ①사회 전체의 노동생산성과 관계하지만, ②동시에 스스로 생산성을 표현하지는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노동생산성에 제약되지 않을 수 있다.

 

공공부문의 노동생산성 측정이 불가능하며, 사회 전체의 노동생산성과 관계된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은 유사한 민간부문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의 사회적 비교를 통해 정당화될 수 있다. 만약 공공부문 노동자가 국민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 상승과 무관하게 임금을 올린다면, 민간 부분에서 부담해야 하는 조세가 증가할 것이고, 이는 민간 부분의 투자나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 간 단결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요구는 민간부문을 포함하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단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노동생산성에 제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은 현실에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이 정부 재정을 매개로 정책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으로 드러난다. 원리적으로 공공부문의 임금은 시장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노동생산성의 기준이 되는 상품가격이 없거나, 정책적 의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부 조세로 지급되는 공무원의 임금이나, 정부 지원 속에서 파산의 위험이 없는 공공기관의 임금은 역사적·문화적 조건, 그리고 해당부문 노사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공공부문은 저성장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민간보다 임금 인상 여력이 높은데, 구조조정 압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은 이런 측면을 강화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 재정은 현세대에서 조세와 공공요금을 통해 민간부문에 이전되거나 재정적자를 통해 다음 세대로 이전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공공부문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화”요구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다면 재정을 투입하여 공공부문에서라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수준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동운동 진영은 이 같은 측면을 강조했는데, 모범사용자로서 정부의 역할과 공공성,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맥락에서 확장재정에 대한 요구와 결합하면서 이러한 주장은 지속하였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처우 개선이 동반되어야 하고 과정에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의 재정 여력,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 그리고 전체 비정규직의 상황과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의 총고용 대비 공공부문 고용은 2015년 기준 7.6%로 OECD 평균인 21.3%에 비해 상당히 낮다. 또한 경제 위기와 동반되는 고용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고용 확대가 정세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공공부문 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보다 57% 높은 상황에서 현재 공공부문 정규직 임금 수준을 표준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사회적 형평성에 부합하는지는 쟁점이다.

 

단순 계산으로 정규직 임금을 추격해야 한다고 간주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는 53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공공부문 정규직 임금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월 250만 원 정도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할 때 추가 소요 재정은 연간 16조 원 정도다. 공공부문 총임금의 10%를 상회하는 규모의 추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조건이 이러하다면, 정부 재정 제약을 고려할 때 기존 정규직 임금수준과 유사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2018년 기준 GDP 대비 40%로 비 기축통화 국가들과 비교해서 높은 편은 아니지만 낮은 편도 아니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에 따라 사회보장지출 역시 빠른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 중요한 쟁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정규직 임금을 추격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임금 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타당한 방안인가 하는 점이다. 전환자가 기존 정규직 임금체계에 그대로 편입되는 것은 공공부문만을 시야에 둘 경우 차별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이지만, 그렇게 될 경우 비슷한 일을 하는 민간부문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는 더 크게 확대된다. 심하게 말하면,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가 공공부문에 고용되어 있었다는 이유로 최고 임금 군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공공부문이 조세와 공공요금을 재원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이 정당한가 하는 쟁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설사 공공부문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달성된다고 해도 이것이 기준이 되어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가 된다. 국민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없고, 정부 재정이라는 우회로 없이 시장임금이 관철되는 민간부문에서 실현 가능한 경로 역시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규직화 과정에서 폭발한 청년들의 불만은 단순히 감정적이라고 보기보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경쟁이라는 객관적 토대에 따른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잘못된 목표를 추구해온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운동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모든 비정규직이 직접 고용되고 기존 정규직 호봉제에 편입되어 동일한 임금수준을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공부문 내에서, 그중에서도 각 기관 내에서의 차별 해소라는 관점에서만 정당하다. 2000년대 이후 재벌·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조직된 비정규직 운동의 일반적인 노선에 입각한 이러한 입장은 한국 사회 전체의 임금 격차 해소,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많은 한계를 가진다.

 

정규직 임금체계와 비정규직 임금체계를 이원화하는 방향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이 공공부문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 해소,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이라는 원칙에 모순인 것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통한 공공부문 임금 격차 완화를 비정규직의 공공부문 정규직 임금 따라잡기로 해석하고, 이 문제를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재정을 투입하면 된다는 주장 역시 한계적이다. 물론 공공부문 비정규직 다수가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고용안정·처우개선이 필요하며,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노동운동의 기본적인 과제이지만, 그 목표가 공공기관·재벌 노동자의 임금수준·임금체계를 단기적으로 추격하는 것이 되기는 어려우며, 그것이 전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임금 격차 해소, 노동자 단결 강화라는 운동적 목표에 다가가는 방향인지 또한 불확실하다.

 

어떤 실천이 필요했을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정규직화”라는 쟁점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거시경제적 조건을 검토했다. 여러 측면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을 평가할 수 있음에도 한 가지 주제를 긴 분량으로 검토했고, 또 극단적인 가정을 토대로 평가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규직화” 담론은 2년에 걸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동자운동의 핵심적인 원칙이었고, 대응 역시 대부분 이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또한 “제대로 된 정규직화” 담론은 특수한 상황과 조건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비정규직 운동의 일반적인 경향, 즉 사업장별·부문별로 정규직 임금을 추격한다는 목표가 문재인 정권 정책에 대응해 다시 나타난 것이다. 노동운동 진영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응을 평가하는데 이것을 우회할 수는 없다.

 

한편, 전환 대상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임금은 월 200만 원 수준에 불과하고, 전환자 임금 역시 월 230만 원 수준인 상황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임금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노동운동 진영의 요구를 비판하는 것보다 정부 정책의 한계를 비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운동은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차적 목표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노동자 간 단결을 강화하고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장기적 목표를 가진다. 따라서 정규직화 요구가 전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만 한다.

 

아래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몇 가지 구체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어떤 운동이 필요했을지 논한다. 모든 과정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며, 지난시기 운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앞으로의 과제를 생각해보기 위한 토론임을 밝힌다. 무엇보다도 노동운동 진영의 일부로서 사회진보연대 역시 평가의 대상에 포함되므로 본고의 모든 평가는 자신의 실천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기관 내 차별 해소인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운동의 초기업적 토대 구축인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를 전후로 한 정규직화 초기 국면에서 노동운동 진영의 주된 대응은 “제대로 된 정규직화”에 미달하는 내용을 비판하고 가이드라인의 전면적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기관별 협의 방식을 비판하고 정규직화 원칙 전반을 결정하는 노정 교섭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노정 교섭을 통해 달성하려는 내용이 기존 정규직 수준으로의 처우개선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일한 요구였다.

 

검토했다시피 이것은 불가능한 것이었고, 설사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민간부문으로까지 확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타당한 요구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점을 인식했다면 “제대로 된 정규직화” 요구를 일정하게 상대화하는 대신, 전환자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임금수준·임금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각 기관 내에서의 차별 해소에 집중하는 대신 공공부문 비정규직(전환자) 전반을 조직하는 초기업적 운동의 토대를 만드는 방향이다. 기관별 협의 방식을 비판하고 전환자 전체를 포괄하는 사회적 교섭으로 이어지는 데에도, 차후 민간부문 비정규직으로까지 운동의 범위를 넓히는 데에도 더 유리한 방향이었을 것이다. 이런 방향에서는 자회사 전환을 둘러싼 논의 지형 역시 달라졌을 수 있다.

 

실제 진행은 달랐다.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공식적·비공식적 노정 교섭이 있었지만, 처우개선 요구가 일부 반영되는 것에 그쳤고, 정부는 기관별 협의 체계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노동운동 진영은 기관별 투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이후 정부는 전환자 표준임금체계 도입을 시도했는데, 노동운동 진영은 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정규직화” 원칙에 따라 폐지를 요구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표준임금체계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정부는 가능한 수준에서 기업별로 전환자 표준임금체계 안을 관철해나갔다.

 

노동운동 진영이 전환자 표준임금체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대신 폐지를 요구했던 것은 정규직화 초기부터 “제대로 된 정규직화” 원칙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고, 기관별 협의가 상당히 진행되면서 노동조합 조직 여부 및 투쟁력과 기관별 예산 수준에 따라 임금수준에 편차가 발생한 상황에서 폐지 외에 다른 방향을 설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환자 표준임금체계는 시작 임금이 최저임금으로 설정되어 있고 근속·숙련에 따른 인상 폭이 10~18%에 불과하여 지나치게 낮은 등 문제가 많은 모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요구가 유일무이한 원칙이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정규직 전환 초기에 노동조합이 초기업적 임금체계를 요구하면서 쟁점을 선도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전환자) 전체에 적용되는 임금체계 형성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총괄적 투쟁 전선 구축의 실패

 

차별 해소가 핵심 원칙이었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서 정규직 전환 범위와 처우개선 정도, 협의 진행 상황이 기관별로 상당히 다르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대신 전환 과정의 원칙만 제시하면서 기관별 협의에서 대부분 조건이 결정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 공공부문 고용정책 자체가 기관의 역사적 조건이나 예산 수준에 따라 개별화되어 있어 가이드라인 역시 기관별 차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제출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노동운동 진영이 원칙으로 설정한 “제대로 된 정규직화” 역시 이러한 조건에 조응하는 것인데, 정규직 임금수준·임금체계가 기관별로 개별화된 상황에서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라는 원칙 역시 기관별로 적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전환 대응과 투쟁이 각 산별노조 혹은 총연맹 수준에서의 종합적으로 추진될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 결과였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의 구체적 수준이 기관별로 모두 다른 상황에서 이를 조율하여 총괄적 투쟁을 만들 방도를 찾기는 요원한 일이다. 결국 “기관별 기존 정규직을 목표로 최대한의 전환범위와 처우개선을 쟁취한다”라는 원칙만 남은 채 실제 투쟁은 각 단위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전환자 내부에서도 기관의 예산 여력에 따라, 노동조합 조직 여부에 따라, 정규직 노동조합의 입장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력에 따라 전환 범위와 처우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전환자) 간 차별이라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비정규직(전환자)의 공동 요구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시야에서 운동을 만들어나가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다.

 

노동운동의 주요한 경향이 사업장별 투쟁인 상황은 거시적 상황을 보기 어렵게 만들고, 그런 상황에서는 미시적 실현 가능성이 과대평가된다. 지불 여력이 있는 자본, 단위별 노동조합의 투쟁력, 정세적 조건 등에 따라 미시적 실현 가능성은 충분히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위별·부문별 실현 가능성이 모여서 거시적인 실현 가능성이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운동이 거시경제적 조건, 장기적 관점에서 단결 확대의 방향, 공공부문 전체의 고용·임금전략, 민간부문 노동자와의 연대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비정규직 운동, 협소한 목표를 넘어서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민간부문으로 확산하고 있다거나 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한국 사회 전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초기 문재인 정부 “노동 존중 사회”의 대표 정책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 역설적 공정성 논란을 통한 청년층의 반발을 거쳐 전환조건을 둘러싼 기관별·부문별 투쟁, 청와대를 향한 청원으로 귀결되고 있다.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비정규직이 조직되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비정규직 운동의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며,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노동운동 진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퇴행에 대해서 문재인 정권의 정규직 전환 의지 후퇴, “노동 존중 사회” 공약 파기, 소득주도성장 전략 폐기 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타당한 부분이 있지만, 주체적 조건과 자신의 전략·실천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하다. 최대한의 투쟁을 했으나 역량이 부족했다는 평가 역시 가능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해왔던 투쟁을 더 열심히 투쟁해야 한다”는 관성적 의지주의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우리 자신의 전략과 실천이 옳았었는지, 한계적인 지점이 있었다면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않고서는 한계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천명했던 초기, 공공부문을 포괄하는 산별노조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운동의 초기업적 토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 즉 기관별 협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초기업적 교섭을 요구하는 동시에 초기업 교섭의 요구로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자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전환방식·임금체계 등의 포괄적 요구를 제시했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규직화를 두고 투쟁하는 사업장들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위별·부문별 투쟁을 넘어서는 총괄적 운동 방향을 수립하는 한편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을 민간부문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캠페인 및 법제도 개선 투쟁을 하는 데 더 집중했어야 했다. 협소화된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을 확장하기 위한 실천을 지금이라도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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