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1999.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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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실천이 아니던가?

김종철 | 진보정당추진위원회
<b>현재 진보정당추진위는</b>

6월 18일 2차 추진대회를 거쳐 7월말 발기인 대회를 결의한 진보정당창당추진위(이하 추진위)는 1만명 발기인 조직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실적 상황 때문에 발기인대회를 8월 29일로 연기한 상태이다.
현재 추진위에는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고 있다. 대중조직인 민주노총, 전빈련을 비롯하여 진보정치연합, 전국연합 일부 지역연합, 舊사노맹, 舊노진추 등 다양한 정치조직이 참가하고 있다.
정당의 성격을 둘러싸고 무성한 말들이 있지만 정작 추진위 내부에서 공식적인 논쟁은 제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추진위에서의 쟁점을 정리하고, 필자의 입장을 제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지, 추진위 내부에서 간간이 들리는 문제제기와 추진위 외부에서 곧잘 제기되는 몇가지 논쟁지점을 임의로 정리하고, 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제출하고자 한다.


<b>진보정당을 둘러싼 몇가지 쟁점들</b>

크게 보아 다음의 세가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인 듯 싶다.
① 당의 성격 : 선거정당 vs 투쟁정당
② 당의 이념 : 사민주의 vs 근본적 변혁주의
③ 당의 주체 : 노동자중심 vs 민중중심


<b>선거정당인가, 투쟁정당인가</b>

지금 바로 창당을 하고 투쟁을 열심히 하여 내년 총선에 참가하는 것이나, 지금은 대중투쟁에 적극 복무하고 투쟁의 성과로 내년 총선전에 창당을 하여 총선에 참가하는 것이나 거의 비슷한 결과를 낼 것이라면 굳이 지금 창당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시절 대중투쟁의 경험을 통해 정치적 성과로 귀결되지 못하는 대중투쟁이 가지는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왔다. 그래서, 정치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그 중요한 축으로서 진보정당의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당은 투쟁을 기본으로 하고, 선거라는 대중의 실천에 적극 결합하여 대중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다. 즉, 선거정당과 투쟁정당은 크게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는 '정당=정치조직, 정치투쟁=최고의 의식적인 투쟁, 고로 정당=최고의 의식적인 투쟁조직'이라는 생각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정치투쟁은 '정당이 하는 투쟁'이 아니다.
오히려 대중조직의 투쟁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성격이 농후하며, 우리 대중조직의 투쟁은 특히 더 정치적이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하철 파업등은 어떠한 정치조직의 투쟁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인 것이었다.
즉, 정치투쟁은 사회를 변혁하고자 하는 진보진영 전체가 전개하는 것이지, 정당만의 고유한 몫은 아닌 것이다. 정당은 전체 정치투쟁(=권력쟁취투쟁)에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당=정치투쟁, 대중조직=대중투쟁'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당에 대해 과도한 규정을 부여하게 된다. 나는 이러한 잘못된 구분으로 인해 선거정당과 투쟁정당의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진보정당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투쟁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선거에도 적극 결합하는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b>사민주의인가, 근본변혁인가</b>

추진위에는 사민주의자도 있고, 근본적 변혁주의자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 사민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은 사민주의가 사적 자본의 지속적 성장에 그 운명이 달려있음을 잘 모르는 듯하다. 즉, 1970년대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사민당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적극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하여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지, 사민주의 국가가 보여준 높은 수준의 복지에만 관심이 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복지가 가능한 조건, 즉 '지속적인 경제성장=사적자본의 지속적 이윤창출'이라는 조건을 잘 보지 못한다. 이에 반해, 근본적 변혁주의자는 자신의 정체성없이, 반사민주의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아닌가한다. 근본적 변혁이라는 것이 어떠한 체제를 상정하는지, 그 이념은 무엇인가에 대한 규정없이 '개량주의에 대한 반대'라는 기치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쏟아지는 주된 비판은 '평론가 집단'이라는 오명이다.
이러한 이념논쟁은 공식적으로 전개되지 못하고 단순히 지레짐작 수준에서 서로에 대한 헐뜯기 정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좀더 본격적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굳이 내가 생각하는 이념을 말해보자면, '노동자민주주의(=경제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인데 이에 대해서는 지면관계상 더 언급하지는 않겠다.


<b>노동자 중심인가, 민중중심인가</b>

추진위 결성대회였던 지난 4월 18일의 1차 추진대회에서 벌어진 당의 주체논쟁은 향후 이 논쟁이 매우 심각하게 전개될 것임을 드러내주었다. 결국 '노동자가 앞장서고 민중이 중심되는' 정당이라고 규정을 하긴 했으나, 표결까지 가는 대립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노동중심성을 강조하는 것은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하에 노동자 중심성을 탈피하자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중심을 확고히 하는 것이 진보정당 건설초기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또 노동계급만큼 철저히 투쟁하는 계급이 없는만큼 노동중심성을 확고히 하여 핵심대오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입장이 일장일단이 있지만 필자의 입장은 노동중심성을 내부적으로 확고히 하고, 외부적으로는 외연확장을 위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폭력성이 날로 그 강도를 더해가는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에 맞서 가장 조직적으로 맞서 싸우고, 민중운동의 구심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은 노동계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모순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노동계급과 연대한 여타계급의 연대투쟁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노동중심성을 내부적으로 확고히 하고,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여하튼 이 문제는 당명문제, 강령문제 등에서도 핵심적인 사항이 될 것인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하겠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 아니던가?


<b>논쟁의 승화를 위하여</b>

위에서 말한 논쟁들이 공식적으로, 본격 논의되기 위해서는 논쟁의 주체들이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 준비는 이론적 준비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성과에도 기초한 현실적 준비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당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민주적 절차에 입각하여 결정된 사항에 대하여 통일단결하는 자세이다. 단결하지 않을 것이라면 논쟁에 참가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충분한 토론과 민주적 결정, 통일단결하는 자세는 여전히 우리운동의 최대의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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