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0 봄. 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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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없이 거품만 조장하는 혁신성장 정책

파생결합펀드(ELF/DLF),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손실 사태와 코스닥 거품의 폭발

김진현 |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

요약

2020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혁신성장이다. 혁신성장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창업과 생산 활동에 대한 모든 규제를 완화한다. 둘째,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벤처기업 투자자금 규모를 늘린다. 그런데 이 정책은 혁신은 이뤄내지 못하고 금융시장에서 두 가지 위험한 경향을 만들어낸다. 하나는 그림자금융의 성장과 위험한 투자의 증가이며, 다른 하나는 코스닥 시장의 거품 형성이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ELF/DLF)와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손실 사태는 그림자금융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아직 큰 사건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부동산 부문 그림자금융도 매우 위험하다. 그림자금융은 금융혁신 기법을 통해 조달한 자금보다 몇 배 많은 금액을 운용한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그림자금융이 세계적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와 사모펀드가 그림자금융의 핵심이다. 증권사는 은행 채권을 통해 은행에 많은 돈을 투자했으며,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했다. 부동산금융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혼합형 증권인 메자닌을 통해 코스닥 상장기업에 대량 투자했으며, 최근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해외 투자에도 뛰어들었다. 증권사와 사모펀드에 대량 부실이 발생하면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위험을 전파해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통해 대량의 공공, 민간 자금을 코스닥 시장에 끌어들였다. 그 결과 코스닥 지수는 2017년 하반기에 급등했지만, 2018년부터 폭락을 거듭해 2020년 1월에는 2017년 상반기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특히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며 코스닥 거품 형성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게 거품이었다는 게 2019년 들어 명확해졌다.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이 신약 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장래가 밝다고 적극적으로 선전해, 개인투자자들이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과 같은 혁신성장 기조는 새로운 금융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기술혁신의 정체에서 비롯되는 실물경제의 위기는 금융혁신으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관리이며, 당면한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1. 기술혁신의 정체와 혁신성장의 예정된 실패

 
2020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혁신성장이다. 2020년 1월 14일,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는 취임사에서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데 정부의 사활을 걸겠다” “정부는 혁신성장에 전력투구해 경제 활력의 마중물이 되겠다”라고 했다. 같은 해 2월 18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 등 4개 부처 합동 업무 보고도 대부분 혁신성장 정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성장 효과가 없었던 소득주도성장은 집권 초기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7년 3.2%, 2018년 2.7%였으며 2019년은 2.0%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혁신성장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창업과 생산 활동에 대한 모든 규제를 완화한다. 둘째,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벤처기업 투자자금 규모를 늘린다. 특히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벤처기업이 상장된 코스닥 같은 주식시장이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창업을 해서 어떤 사업이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설령 사업이 실패해도 주식 거래를 통한 시세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 결과 벤처기업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다. 그러면 그중에 구글이나 애플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한다는 논리다. 
혁신성장 정책은 민주당의 2020년 총선 공약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정부 부처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베끼고, 조금 더 보탠 정도다. 예컨대 핵심공약 2번이 “벤처 4대 강국을 실현하겠습니다”인데, 이 공약의 핵심은 자금 지원이다. 매년 1조 원의 정부 예산을 벤처에 투자하고, 코스닥·코넥스 전용 소득공제 장기투자펀드를 신설하여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공약으로 "글로벌 4대 제조 강국! 혁신성장으로 이룩하겠습니다!"가 있다. 이 공약에는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규제자유특구를 2024년까지 40개 지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혁신성장은 실패할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세계적으로 기술혁신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블룸(Nicholas Bloom)이 2019년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기술혁신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같은 성과를 내는 데 자원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측정한 연구 생산성은 2000년대가 1930년대의 1/41 수준이다. 일본 경제무역산업 연구소(RIETI)의 미야가와에 의하면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의 기술혁신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둘째, 한국의 기술혁신은 미국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브랜스테터(Lee G. Branstetter)와 한국 조세재정연구원의 권남호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술혁신을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이 미국의 60% 수준이며, 20년간 비슷한 수준에서 정체 중이다. 그들은 핵심적인 이유로 대학 교육·연구의 수준 미달을 지적한다. 수출 주도형 재벌기업 중심의 연구개발, 이민에 대한 무관심 등이 대학 교육·연구의 수준 저하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기술혁신은 정체된 상황에서 벤처기업이 늘어난다고 해서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순 없다. 부작용만 발생한다. 조건 없는 자금 공급은 거품을 키우고, 규제 완화는 사고와 손실을 낳는다. 한국은 이미 김대중 정부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는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면서 1999년 5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코스닥지수는 1년 만에 2.5배 가까이 증가해 2000년 3월 10일에는 283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점에 이른 직후 급격히 폭락하여 2000년 말이 되면 530까지 떨어진다. 이게 바로 제1 벤처 붐이자 제1 벤처 거품이다.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가 시행해왔던 혁신성장 정책은 이미 파산의 징후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징후 두 가지를 분석하고 위험을 진단해본다. 첫째 징후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성장과 금융 시스템의 위험 증가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손실은 그림자금융의 위험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아직 큰 사건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이 내재한 위험도 상당하다. 둘째 징후는 2019년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한 코스닥 거품의 폭발이다. 2017년 초 600을 간신히 넘겼던 코스닥 지수는 2017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2018년 초에는 927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내 폭락을 거듭해 2020년 초에는 670까지 떨어졌다. 라임자산운용의 사례에서 살펴보겠지만, 그림자금융과 코스닥 거품은 상호작용하면서 위험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2. 그림자금융의 성장과 금융 시스템의 위험 증가

 

1) 그림자금융의 개념과 문제점

먼저 그림자금융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그림자금융은 은행은 아니지만, 은행의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은행의 역할’은 신용중개 활동이다. 은행은 예금을 받고 기업에 대출해 준다. 그런데 처음 예금한 돈의 2~3배에 달하는 돈을 대출해줄 수 있다. 예금자들이 단기간에 돈을 인출하는 비율이 낮고, 평상시에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예금자들이 돈을 인출하는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면, 은행은 다른 은행이나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지급한다. 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천만 원 한도의 예금은 국가가 지급을 보증한다. 이렇게 국가는 은행과 예금자를 보호해주는 대신, 은행을 규제하고 관리한다.
그림자금융 역시 조달한 자금의 몇 배의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다. 그러나 진짜 은행이 아니므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따라서 복잡한 금융혁신 기법을 개발해 위험을 회피한다. 그러나 위험 회피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자신만 파산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들에 위험을 전염시킨다. 금융혁신 기법으로 증권사, 은행,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금융의 파산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2007~2009년 금융위기다.
그런데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림자금융은 사라지지 않았다. 국가별로 규제는 시행되었지만, 그림자금융을 없애지 않고 좀 더 안전하게 만드는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규모를 더 키웠다. 왜 그럴까? 
그림자금융이 금융 세계화 시스템에 유용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산업 부문의 이윤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윤율 하락에 대응하여 자본은 두 가지 방법을 고안해냈다. 첫째는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한 자본의 집중이다. 수익성이 낮은 부문은 청산하고, 금융시장을 매개로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통해 수익성 극대화를 꾀한 것이다. 둘째는 이윤율이 낮은 산업 부문 대신 금융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이다. 금융기업의 규모는 커지고 업종도 다양해졌다. 비금융기업들도 금융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런 두 가지 대응 속에서 금융자산이 실물자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를 금융 세계화라 한다.
금융 세계화 과정에서 법인기업과 기관투자자들이 운용하는 현금량이 많이 증가한다. 법인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고, 해외 자회사들의 현금을 본사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기관투자자들은 개인과 기업, 연기금 등에 여유자금을 받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금융기업을 뜻한다. 주식 거래 과정에서 기관투자자가 보유하는 현금량이 크게 증가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주식과 채권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소위 ‘금융 빅뱅’이다. 법인기업과 기관투자자들이 운용하는 현금 운용량은 1990년 1000억 달러에서 2007년 2.2조 달러로 증가한다. 비공식적인 것까지 포함하면 2007년 기준, 약 3.8조 달러로 추정된다. 
이 어마어마한 현금에서 금융 수익을 창출하는 게 그림자금융의 본질이다. 이 자금은 사업이나 투자에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돈이기 때문에 장기간 회수가 불가능한 곳에 투자할 수 없다. 그런데 아무 때나 인출이 가능한 은행 예금은 이자율이 0.1% 정도로 매우 낮아서 수익성이 없다. 
그림자금융은 파격적인 금융혁신 기법을 도입하여 은행보다 높은 수익성과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환매조건부채권(RP)이다. RP는 나중에 특정 가격으로 재구매할 것을 약속하고 발행하는 단기채권이다. 만기가 1일~1년 정도로 짧다. 조달한 자금으로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산 다음, 그 국채를 담보로 RP를 발행하거나 국채를 유동화한 증권을 발행한다. 유동화와 관련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이 방법을 통해 마치 은행과 같이 초기 조달 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이런 방법은 한계를 드러냈는데,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던 미국 국채 발행 규모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채의 대체재로 처음 등장한 것은 주택담보부대출(모기지)을 증권화한 MBS였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증권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이렇게 계약당사자가 고정된 자산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부여하는 행위를 유동화라고 한다. 처음에는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모기지 MBS를 안전자산으로 사용했으나, 이 역시 물량이 부족했다. 
이후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이 대출받은 비우량모기지(서브프라임) MBS를 회사채와 섞어서 증권화하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이 등장하면서 안전자산 수요를 만족시켰다. CDO는 발행한 증권에 순위를 부여해, 후순위 증권이 손실을 우선 떠안게 설계되었다. 이런 금융혁신 기법을 통해 비우량 MBS와 같은 ‘안전하지 않은’ 기초자산을 ‘안전한’ 선순위 CDO로 탈바꿈시켰다. 심지어 CDO는 CDO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발행할 수도 있다. 이를 CDO2(CDO-square)라고 한다. CDO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CDO2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CDO3(CDO-cube)도 등장했다. 
그런데 이런 금융혁신 기법은 예상하지 못한 금융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 펀드에 예치된 자금이 단시간에 대규모로 인출되는 사태를 펀드런(Fund Run)이라고 한다.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현금을 단기간에 대량 인출하는 뱅크런(Bank Run)에 빗댄 표현이다. 그림자금융은 특정 부문의 펀드런을 다른 금융 부문으로 전염시키는 특징이 있다. 2007~2009년 금융위기가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비우량 모기지론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고, MBS, CDO 시장과 그림자금융이 자금을 조달하는 RP 시장에서 펀드런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며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CDO는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림자금융과 ‘안전하지 않은’ ‘안전자산’은 아직도 건재하다. CDO와 비슷한 형태지만, MBS가 아니라 비우량 기업의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대출담보부증권(CLO)이 등장했다. 2018년 CLO 총량은 7500억 달러로, 2007년 당시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CDO의 64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규모다. G20 국가들이 국제금융 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위해 설립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그림자금융 규모를 감시한다. FSB에 의하면 G20 국가와 EU 국가, 금융허브 국가(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케이맨군도)에 위치한 광의의 그림자금융(OFI)의 총금융자산 규모는 2018년 세계적으로 114조 달러에 이른다. 2007년 금융위기 직전 58조 달러의 약 두 배로 증가했다. 
금융 세계화 모델은 2007~2009년 금융위기를 겪고 사실상 몰락했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금융 세계화가 계속 심화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금융자산 규모의 급격한 증가세가 지속하는 한, 그림자금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 한국에서 그림자금융의 성장

현재 한국 경제에서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평균보다 낮지만, 증가 속도는 평균보다 빠르다. 2018년 한국의 광의 그림자금융(OFI)의 총금융자산은 GDP의 131%다. G20, EU, 금융허브 국가를 포함한 29개국 평균은 161%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영국, 스위스, 캐나다, 미국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중국, 홍콩, 독일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2018년의 GDP 대비 OFI 총금융자산 규모를 비교해 증가 추세도 살펴보자. 29개국 평균은 1.16배 증가했고, 선진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캐나다 등 18개국) 평균은 1.27배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1.54배 증가했다. 물론 중국과 같이 12.63배 증가한 국가도 있다.
한국에서 지난 10년간 그림자금융 규모를 키우는 데 가장 많이 기여한 주체를 꼽으라면 증권사와 사모펀드다. 한국은행이 2017년 말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를 통해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자. 이제부터는 원리가 그림자금융의 정의에 일치하는 협의의 그림자금융(NBFI)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본다. 광의의 그림자금융은 모두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 규모를 추산하는 정도로만 살펴본다. 
 

협의의 그림자금융은 기능에 따라 EF1~5로 분류한다.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EF1(30.2%)과 EF3(29.7%)이며, EF5(21.5%)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F1은 집합 투자기구로, 투자자의 돈을 모아 금융투자를 하는 기관이다. 단기자금시장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가 EF1의 36.8%, 채권형 펀드가 46.1%를 차지한다. 이 중 채권형 펀드 시장은 사모펀드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EF2는 단기대출 기관으로 전체의 16.8%를 차지하며, 신용카드 회사나 P2P 업체가 포함된다. EF3는 증권회사가 취급하는 그림자금융 부문이다. 증권회사는 특히 파생결합증권(ELS/DLS)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는 규모를 늘리면서 성장해왔다. EF4는 증권회사가 제공하는 채무보증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 정도이지만 증가세가 빠르고 위험성이 높다. EF5는 유동화 기구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꾸는 금융기관이다. 정기예금 유동화가 EF5의 37.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증권사와 사모펀드 규모는 왜 증가했을까? 제도적 변화를 꼽으라면 증권사의 확장에는 2007년 자본시장법의 제정이 가장 중요했고, 사모펀드의 확장에는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규제 완화가 가장 중요했다. 전자는 노무현 정부가, 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지만, 목적은 ‘벤처기업에 대한 금융투자 확대’로 같았다. 사실 김대중에서 시작해 노무현을 거쳐 문재인으로 이어진 민주당의 혁신성장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면서 ‘대형증권사를 탄생시켜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대형증권사에 유리하도록 규제를 설계했고, 그 결과 증권사 간 합병이 이루어지면서 5대 대형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이 급속히 증가했다. 주요 사업의 성격도 크게 바뀌었다. 2009년 법 시행 이전에는 대형증권사들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주식이나 채권을 대신 사고파는 위탁매매 업무가 수익의 약 70%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8년 즈음에는 위탁매매 업무 비중이 40% 내외로 감소하고 자기매매 업무가 30~40%, 투자은행 업무가 10~15%까지 증가했다. 자기매매 업무는 증권사가 자기 자금으로 주식과 채권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고, 투자은행 업무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주식이나 채권 등의 형태를 통해 자금 수요 기업에 공급해주는 업무를 뜻한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대 핵심전략 중 하나로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선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창조금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창조금융 정책의 하나로 사모펀드 규제 전면완화가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과 운용인력 관련 요건을 대폭 낮췄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완화된 규제를 그대로 놔둔 채 그림자금융 시장을 키웠다. 고수익이지만 위험성도 높은 벤처기업 주식과 채권 시장을 2017년부터 국가 재정으로 키워준 것이다. 벤처기업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사모펀드들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게 되자, 사모펀드 규모는 많이 증가했다. 2015년에 약 240조 원이던 사모펀드 시장규모는 2019년에 약 480조 원으로, 4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다. 
 

3) 파생결합증권(ELS, DLS) 시장의 성장과 반복되는 손실

(1) ELS/DLS의 개념

2019년 여러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한 파생결합펀드(ELF, DLF)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총 판매액은 7950억 원이며, 이달(2020년 2월) 14일 기준 손실금액은 2622억 원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약 33%의 원금이 손실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판매기관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면서(불완전 판매), 판매기관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물론 수수료를 탐내 설명과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지만, 구조적 원인도 같이 살펴봐야만 한다. ELS와 DLS는 증권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자, 그림자금융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ELS와 DLS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다. 여기에 투자하는 펀드가 ELF와 DLF다. 앞으로는 편의상 펀드와 채권을 구별하지 않고 ELS/DLS로 통칭하겠다. 투자 주체는 다르지만, ELS와 DLS에 손해가 발생하면 ELF와 DLF에도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ELS/DLS를 팔아서 조달한 자금으로 안전한 국공채와 위험한 파생결합상품인 옵션을 함께 구매한다. 옵션은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일정한 기간 내에 특정 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이때 옵션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면 ELS, 국채나 원자재 등과 관련된 것이면 DLS다. 국공채 비중이 높으면 원금 보장형이 되고, 옵션 비중이 높으면 원금 비보장형이 된다. ELS와 DLS에 포함된 옵션 상품의 구조는 이해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비유를 통해 설명하겠다. 
요컨대 자동차와 자동차보험을 함께 팔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A에게 보유자금이 1000만 원 있다. 브로커 B는 A에게 투자 상품을 소개한다. 상품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A는 1000만 원을 B에게 투자한다. B는 그 돈으로 자동차를 사고, C는 그 자동차를 6개월간 렌트한 후, 1050만 원에 구매한다. C는 6개월간의 보험료로 100만 원을 B에게 지급하고, 대신 사고가 나면 수리 비용은 B가 전액 지원한다. C는 20년 무사고 운전자다. 
만약 6개월간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B에게는 자동차 보험료 100만 원과 자동차 판매 수익 50만 원이 수익으로 남는다. 그중 50만 원은 수수료 명목으로 B가 갖고 나머지 100만 원을 A에게 지급한다. 그런데 만약 사고가 나서 150만 원 이상의 수리 비용이 발생하면 투자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A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10%나 되고 사고 발생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여기서 A가 DLS나 ELS에 투자한 사람들이고, B가 증권사다. 현재 상황은 큰 사고가 난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2) ELS/DLS 시장의 성장과 위험성

구조적인 관점에서 주요하게 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증권사는 ELS와 DLS를 어떻게 이렇게 많이 팔 수 있었을까? 저금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높았으며, 운용 자산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왜 큰 손실이 발생했을까? 주류경제학 이론과 금융혁신 기법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ELS와 DLS는 2003년 한국에서 처음 출시되었고,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규모가 크지 않았다. 2007년 금융위기 직전에 ELS/DLS 발행 잔액은 18조에 불과했으나, 2014년 하반기 이후 발행이 증가하기 시작해 2016년에 100조 원을 돌파했다.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총 116.5조 원에 달한다. 증권사의 총부채 중 ELS/DLS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1%에서 2015년에는 41%까지 증가했다. 즉, 증권사가 자금 조달의 41%를 ELS/DLS를 통해서 한다는 이야기다. 
발행이 증가한 이유는 초저금리가 이어짐에 따라 은행 예금 수익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5% 수준이었으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2009년에는 2%까지 낮췄다. 이후 2011년에 다시 3%까지 올렸으나,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자 2012년부터 다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해 2016년에는 1.25%까지 낮췄다. 1999년 이후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저금리 상태다. 이후 2018년에 1.75%까지 인상하였으나 다시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2019년 10월부터 1.25%로 복귀한 상태다. 이 때문에 2019년 6월 말 기준 은행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는 1.9%에 불과하다. 
한편 ELS/DLS는 위험하지만, 수익률은 높다.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ELS는 4.9%, DLS는 3.3%다. 수익률이 높으니 증권사가 챙기는 수수료도 더 많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원금보장형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원금비보장형이다. 원금보장형은 전체 투자액에서 옵션의 비중이 5% 정도로 매우 낮다. 앞서 비유로 설명해보자면, 교통사고 발생 시 수리 비용을 전액 보상해주지 않고, 200만 원 한도 내에서만 지원해주는 식이다. 대신 보험료 수익도 10만 원으로 감소한다. 2019년 6월 기준으로 전체 ELS/DLS 중 비보장형 비율은 63%에 이른다. 금리가 낮아진 이후로 비보장형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증권사로서는 높은 수수료 이외에, 운용 자산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LS/DLS는 그림자금융 상품이기 때문이다. ELS/DLS를 판매하여 조달한 자금으로는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을 산다. 그런데 이 채권을 담보로 해서 다시 자금을 조달한다. 앞서 비유로 설명해보자. 6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C가 타는 자동차는 A의 소유이다. 그런데 A가 이 자동차를 담보로 잡고 9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900만 원짜리 차를 한 대 사서 D에게 대여해주는 것이다. 이런 일을 여러 번 반복하면 A는 초기 투자금 1000만 원으로 수천만 원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얼핏 봐도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그림자금융은 금융혁신 기법으로 이 위험을 예측하고 회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 ‘뉴노멀’과 DLS 손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 영국, 미국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S는 위험을 회피하지 못했다. 상품의 작동 원리에 오류가 있진 않다. 2000년대 세계 최고의 천재들은 전부 월스트리트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금융계의 이론적 역량은 훌륭하다.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로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거래나 재무 상태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고 있기도 하다.
손실이 발생한 근본적 이유는 상품 설계의 전제가 되는 데이터와 이론이 무너진 데 있다. 앞선 비유로 설명하자면, 20년 무사고 운전자인 C가 하필이면 첫 사고를 B와의 계약 기간에 낸 것이다. 그것도 차를 폐차시킬 정도로 큰 사고다. 이번 DLS 사건에서는 전제가 ‘독일 국채 금리 추이’였다. 실제로 DLF 판매자들은 투자자에게 “지난 20년간 독일 국채 금리가 –0.2%(원금 손실 시작 지점)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거나, “독일이 망하지 않는 이상 독일 국채 금리가 원금 손실 구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전제가 틀린 이유는 설계한 금융공학자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자본주의가 미지의 영역으로 넘어와 있기 때문이다.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수량 완화를 실시하면서, 미국의 본원 화폐량은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후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6년에 역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6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2019년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주류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수도 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뉴노멀’이다.
다행히 이번에 손실이 발생한 DLS 상품은 전체 7950억 원 규모로 전체 ELS/DLS 규모인 116.5조에 비하면 크지 않다. 하지만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이미 다른 상품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5283억 원 규모의 독일 헤리티지 DLS다. 독일의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 개발 사업에 투자했지만, 실제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예정이다. 1300억 원의 원금이 무기한 상환 연기되어 있는 상태다.
 

4) 라임자산운용 사건

다음으로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사건을 살펴보자. 라임은 전문 사모 운용사다. 소위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의 반대 개념이다. 공모펀드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상품을 설계하고, 공개적으로 다수 투자자를 모집한다. 반면 사모펀드는 금융당국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상품을 설계해,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대신 사모펀드는 50인 이상 투자자를 모집할 수 없으며 1인당 투자금액은 최소 1억 원이다. 
 

라임의 대표 펀드는 두 개로, 메자닌 펀드와 해외무역 금융 펀드다. 라임은 업계 최초로 총수익스와프(TRS)라는 방식을 도입해 수익률을 크게 높였고, 사모펀드 업계 1위 기업이 되었다. 먼저 TRS라는 금융기법에 관해 설명한 후, 해외무역금융펀드와 메자닌 펀드에 대해서 살펴보자.
 

(1) 양날의 검, TRS

TRS는 쉽게 말해 사모펀드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서 투자 규모를 불리는 방법이다. 예컨대 사모펀드 A가 C 기업 주식에 200억 원을 투자하고 싶은데, 조달한 투자자금이 100억 원뿐이다. 사모펀드 A는 증권사 B에게 100억 원을 빌려서 200억 원 주식을 살 수 있다. 1년 후 주식가격이 220억이 되었다. 주식 처분대금 220억 원 중 증권사에 빌린 돈 100억 원과 이자 5억 원, 수수료 1억 원을 지급하면 남는 돈은 114억 원이다. A가 14%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라임은 메자닌 펀드와 해외무역금융펀드 운용 모두에 TRS를 공격적으로 도입해 높은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덕분에 라임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줄을 섰고, 2016년 12월에 4418억 원에 불과하던 투자 수탁고가 2019년 6월에는 5조 7562억 원이 되었다. 증권사로서도 TRS는 좋은 수입원이었다. 사모펀드에서 이자에 더해 수수료도 추가로 받으면서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돈을 빌려서 투자를 했을 때 문제점은, 가격이 오를 땐 수익률을 높여주지만 투자 자산 가격이 내릴 땐 손해가 배가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앞서 사례에서 A가 산 200억 원 주식값이 180억 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주식 처분대금 180억 원 중 증권사 B에게 빌린 돈 100억 원과 이자 5억 원, 수수료 1억 원을 지급하면 남는 돈은 74억 원이다. A의 수익률은 –26%다.
TRS의 또 다른 장점은 펀드의 유동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에서 사모펀드 A는 10명의 투자자에게 10억씩의 자금을 조달받았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투자자 1명이 6개월의 만기가 지난 후 투자를 중단하고 원금과 수익을 회수하기를 원한다고 해보자. 또는 만기가 되지 않았는데 자금 회수를 원하는 투자자도 있을 수 있다. 펀드는 만기 이전에도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와 만기 이전에는 회수할 수 없는 폐쇄형으로 나뉜다. 만기 이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행위를 ‘환매’라고 한다. 라임은 만기가 6개월에서 1년 사이로 짧은 단기 폐쇄형 펀드나, 개방형 펀드를 주로 운용했다. 만기가 짧거나 환매가 가능해 회수가 빠르다는 점은 높은 수익성과 함께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라임이 투자했던 주식은 일반적인 게 아니라 ‘메자닌’이라는 특수한 상품이었다. (메자닌과 관련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메자닌은 만기가 대개 3년 내외다. 따라서 투자 자산을 처분해서 원금과 수익을 돌려주는 건 어렵다. 만기 이전에 처분하면 헐값에 판매해야 해서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자닌같이 만기가 긴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는 만기를 투자 상품과 똑같이 3년으로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라임은 이 문제를 TRS를 통해서 해결했다. TRS는 계약 갱신 주기가 짧고 재계약을 할 때 차입 금액을 늘릴 수가 있다. 따라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자금 회수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지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증권사가 TRS 계약금 증가를 거부하거나, 계약금 회수를 원할 때다. 새로운 투자자가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신규 투자자에게 돈을 받아서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신규 투자자도 없다면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거나, 환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TRS는 투자 규모와 유동성을 키워 라임이 업계 1위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내리막길로 들어설 때 손실 규모를 늘리고 유동성을 악화시켜 환매 중단 사태에 이르게 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2) 해외무역금융펀드

라임의 해외무역금융펀드는 4개의 회사에 투자했다.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으로 미국 무역금융 회사다. 다음이 32%를 차지하는 남미 무역금융 회사인 BAF다. 둘 다 남미 무역금융채권에 주로 투자했다. 
무역금융채권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무역회사 A가 브라질에서 대두를 사서 중국 식품회사 C에 판다고 가정하자. C는 A와 대두 수입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물건을 받고 돈을 지불하는 것은 수개월 뒤다. 브라질에서 대두를 사들이고 배에 실어서 중국까지 보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A는 그사이에 다른 사업을 하고 싶지만, C에게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이 모자랄 수 있다. 이때 A는 C에게서 받을 돈의 권리를 채권으로 만들어서 무역금융회사 B에 팔 수 있다. 또는 수입 계약을 담보로 B에게 돈을 빌릴 수도 있다. 이렇게 무역회사에 향후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하는 게 무역금융의 역할이다.
무역금융은 굉장히 어려운 사업이다. 채권과 무역을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금융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무역금융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는 미국에도 극소수다. 그런데 무역금융 투자에 대한 경험이 없는 라임이 여기에 투자했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중 무역갈등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보호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식품기업들은 미국산 대두에 대한 대안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대두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아마존 삼림을 대거 파괴하면서 대두 생산량 증대에 나섰다. 그런데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남미산 대두 가격도 급등과 급락을 거듭했다. 남미에 관여하는 무역회사의 실적이 악화했고, 이는 남미 무역금융채권에 투자하는 무역금융사들의 사업 실패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IIG의 자산은 대거 부실화되었지만, IIG는 이를 숨기고 펀드 수익률을 조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도처리 된 부실 매출채권을 묶어서 대출담보부증권(CLO)을 발행했다. 부실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하면 CLO 신규 판매 대금으로 지급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를 간파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IIG를 조사했고, IIG는 파산했다. BAF도 실적이 악화하면서 라임이 투자한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한다. 
라임 해외무역금융펀드 자금의 72%를 투자한 두 기업이 위기에 빠지자, 라임 역시 해외무역금융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라임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또 다른 금융혁신 기법을 활용한다. 2019년 4월에 해외무역금융펀드를 싱가포르 무역금융회사인 로디움에게 5억 달러에 매각한 것이다. 부실 자산을 인수했기 때문에 로디움은 많은 조건을 달았다. 매수금액의 60%는 2년 8개월 후에 지급하고, 나머지 40%는 4년 8개월 후에 지급한다. 그러나 매수금액 지급 전에 해외무역금융펀드에서 2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매수금액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밝혀진 손실만 2월 14일 기준으로 1억 달러다. 결국 로디움은 매수금을 지불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해외무역금융펀드의 부도를 뜻한다. 라임은 부도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로디움은 왜 굳이 이런 부실 자산을 매입했을까? 현재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실사가 완료되는 2020년 3월이 되어야 밝혀지겠지만 투자업계에서 추측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라임은 해외무역금융펀드를 로디움에 매각한 2019년 4월부터 8월까지 새로운 무역금융펀드를 모집했다. 2700억 원의 자금이 모였고, 이 중 470억 원은 로디움의 자회사인 트리테라스에 투자되었다. 즉 로디움이 라임의 부실 자산을 매입해주는 대가로 자회사에 대한 투자를 유치했을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새 무역금융펀드 2700억 원 중 750억 원은 라임이 보유하고 있던 다른 부실펀드에 투자되었다. 신규 유치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부실펀드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을 돌려준 것이다.
 

(3) 메자닌 펀드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 증권을 말한다. 채권은 만기와 이자가 정해져 있고, 기업의 실적과 관계없이 무조건 상환해야 한다. 안전하지만 대신 수익률은 낮다. 주식은 만기와 이자가 없고, 기업의 실적에 따라 수익률 변화폭이 매우 크다. 따라서 안전성은 떨어지는 대신,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도 있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을 섞어놓은 것인데, 대표적인 게 전환사채다. 최근 4~5년간 한국에서 발행된 메자닌 중 전환사채 비중은 70% 이상이다. 전환사채는 채권의 형태로 발행되지만, 정해진 조건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증권이다. 투자자가 주식으로의 전환을 원하면 발행회사는 신주를 발행해서 주식을 지급한다. 이외에도 여러 메자닌이 있지만, 편의상 이 글에서는 전환사채를 중심으로 설명하겠다.
메자닌은 현재 실적은 나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진 기업들이 주로 발행한다. 이런 기업들은 위험하므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대출을 할 때 매우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만 한다. 그런데 메자닌은 대개 이자율이 낮고 심지어 이자가 없는 것도 있다.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 가능성만 보고 이런 기업의 주식을 사기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꺼려진다. 그런데 메자닌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주식가격이 내려가면,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채권으로 유지해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물론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에는 채권이라 해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메자닌 시장은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와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의 등장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2014년까지는 연간 발행 규모가 1조 원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이후로 급증한 사모펀드가 메자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4조 원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했다. 코스닥벤처펀드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어지면서 출시 3개월 만에 3조 원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자산의 50%를 의무적으로 코스닥 상장기업의 채권, 주식, 메자닌에 투자해야 했다. 이에 따라 메자닌 연간 발행금액은 2018년 5조 원을 돌파했다. 때마침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코스닥 지수가 급등하면서, 특히 코스닥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메자닌 발행이 급증했다.
라임도 메자닌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TRS를 이용해 투자 규모도 증가시켰다. 2017년 하반기부터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메자닌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거두었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큰 시세차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8년 하반기부터 코스닥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실 메자닌은 주식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원금 손실 위험은 없다.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라임의 메자닌 펀드의 만기가 6개월~1년 정도였다는 점이다. 메자닌은 이자율이 낮아서,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수익률이 낮다. 더욱이 TRS를 동원했기 때문에 수익률 감소 폭은 더 컸다.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펀드에 재투자하지 않거나 환매를 요구했다. 그러나 메자닌의 만기는 대부분 3년이었기 때문에, 유동자금이 부족했다. 라임은 메자닌을 다른 회사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메자닌 가격은 좋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큰 손실이 났다. 그러나 매각마저도 순탄치 못했고,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 전환 후 판매하는 강수까지 두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라임은 결국 환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메자닌을 발행했던 기업들도 경영난을 겪었다. 발행했던 메자닌 가격이 하락하면서 추가 메자닌 발행이 어려워지고, 주식 매물이 대거 등장하면서 주가도 하락했다. 갑자기 신주발행이 급증하면서 경영진이 소유한 주식 비중이 급감해 경영권 위기도 겪었다. 덩달아 메자닌 발행기업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급증했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메자닌을 발행하는 중소기업에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가 코스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테니, 부동산에 투자하지 말고 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하라고 개인투자자들을 부추겼다. 이를 믿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았다.
 

5)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의 위험

그림자금융이 내재한 위험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부동산과 연관된 대출이나 금융상품(이하 부동산금융)이다. 주택가격 하락과 부동산금융 부실화가 상호작용하면서 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0~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2007~2009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1%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2019년 상승 폭은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글에서는 부동산 시장 그 자체보다는 금융과의 연관성에 초점을 둔다. 부동산금융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P2P 업체이며, 규모를 고려했을 때는 증권사가 금융 시스템에 미칠 위험이 제일 크다. 
 

부동산금융은 꾸준히 증가했다. 명목 GDP 대비 규모가 2012년 69.5%에서 2019년 9월 105.1%까지 증가했다, 두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수요 측면에서는 가계대출 비중이 줄고, 기업 대출과 금융투자상품(펀드, MBS 등) 비중이 늘고 있다. 2012년과 2019년 9월을 비교해보면 기업 대출 비중은 35.1%에서 36.6%로 증가했고, 금융투자상품은 7.6%에서 11.0%로 증가했다. 더 큰 변화는 공급 측면이다. 부동산금융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은행 비중이 줄었다. 2012년과 2019년 9월을 비교해보면 비은행 금융기관 비중은 31.2%에서 41.0%까지 증가했고, 은행 비중은 68.8%에서 59.0%로 감소했다. 
 

(1)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증권회사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을 통해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의 현황을 파악해보자. 2018년 9월 기준으로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은 총 474.9조 원으로 전체 부동산금융의 약 25%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 경기 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특히 위험한 그림자금융은 약 80조 원 정도다. 수요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PF 관련 금융으로, 전체의 82%를 차지한다. 공급 측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증권회사로, 직접 대출한 금액만 19.4조 원이고, 채무보증 한 금액이 12.4조 원에 달한다. 
이제 가상의 사례를 들어 PF가 무엇인지, 증권회사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설명해보겠다. 건설사 C는 수도권 모처에 빌딩을 하나 짓고 싶은데, 현재 자금이 200억 원 모자란다. 은행에서 빌리면 대출 이자율이 높다. 건설사 C의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좋기 때문에, 이 빌딩 건설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은 높다. 여기서 증권사 B가 개입해 빌딩 건설 프로젝트를 아예 C로부터 독립시킨다. 돈을 빌리는 주체가 건설사 C가 아니라, 빌딩 건설 프로젝트 P가 된다.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에 대한 권리나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책임은 C가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에 귀속된다. 여기서 핵심은 증권사 B다. 프로젝트 설계에도 참여하고, 수익성을 평가하고 투자자를 유치한다.
투자자 A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100억 원을 대출하기로 했으며, 증권사 B도 자체적으로 100억 원을 대출했다. 그런데 건물이 완공되지 않거나, 완공되어도 팔리지 않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 A는 100억 원에 대한 보증을 요구했다. 증권사 B가 채무보증을 선다. 개발이 한참 진행되는 와중에 투자자 A는 좋은 투자처가 생겨서 100억 원을 돌려받고 싶었다. 그러나 만기가 한참 남았기 때문에 A는 P에 대한 대출 계약을 유동화회사 S에게 100억 원에 판다. 유동화회사 S는 본래 A 것이었던 100억 대출 계약에 대한 권리를 증권으로 만들어서 판매한다. 그런데 역시 부동산 대출 계약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채무에 대한 보증이 필요하다. 증권사 D가 100억 유동화증권에 대한 보증을 선다. 유동화된 증권은 투자자 K가 샀다.
만약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서 25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가정하자. 건설사 C가 30억 원을 가진다. 증권사 B는 원금 100억, 이자 8억, 채무보증 수수료 2억 원을 받는다. 투자자 K는 100억 원과 유동화 증권 이자 8억 원을 받는다. 유동화회사 S는 수수료로 1억 원을 남겼다. 증권사 D는 채무보증 수수료 1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건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프로젝트가 실패해서 수익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가장 행복한 건 투자자 A다. 손해 본 게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K가 100억 원 채권 상환을 요구한다. 만약 B가 자금 여력이 있다면 K에게 100억 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B는 직접 투자한 100억 원과 채무보증 100억 원, 모두 합쳐 200억 원의 손해가 났다. 그런데 B에게 자금 여력이 없다면 문제가 커진다. 증권사 B는 부도가 나고, K는 증권사 D에게 상환을 요구한다. 만약 D가 자금 여력이 있다면 D가 100억 원을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D에게 자금 여력이 없다면 증권사 D도 부도가 나고, K는 100억 원의 손실을 본다. 
증권사의 PF대출, 채무보증, 유동화증권 관여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두 가지다. 자금 조달 방식과 투자대상 때문이다. 증권사는 주로 단기자금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평소에는 금융혁신 기법을 통해 자금 유출 위험을 회피하지만, 특수한 상황이 닥치면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그러면 증권사는 PF에 투자한 자금을 즉각 회수해야 하는데, 부실하지 않은 PF도 급하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결국 특정 PF의 부실화나 부동산 외의 금융 스트레스가, 관여한 증권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증권사가 단기자금을 모집하는 대표적인 상품이 환매조건부채권(RP)이다. 2019년 9월 기준으로 증권사 부채의 평균 28%가 RP다.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ELS/DLS로 27%다. 증권사는 ELS/DLS로 조달한 자금으로 국채, 은행채 등을 산 다음, 그걸 담보로 RP를 발행한다. RP는 증권사가 나중에 특정 가격으로 재구매할 것을 약속하고 발행하는 단기채권이다. 예컨대 100억 원의 RP를 발행해 만 명의 고객에게 나누어 팔고, 3개월 후 해당 RP를 102억 원으로 증권사가 재구매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RP를 판매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CMA 통장이다. CMA 통장에 100만 원을 예치하면, 3개월 후에 102만 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RP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일부 부동산 같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내기 때문에 은행보다 수익률이 더 높다.
다음으로 투자대상이다. 부동산을 위치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용도에 따라 주거용, 상업용, 산업용으로 나눠보자. 증권사들은 비수도권 상업용 부동산 투자 비중을 계속 늘려왔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증권사가 채무 보증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추이다. 2017년 상반기와 2018년 하반기를 비교해보자. 수도권 비중은 83%에서 66%까지 감소했다. 상업용 부동산인 오피스텔 투자 비중은 14%에서 23%로 증가했고, 마찬가지 상업용인 지식산업센터 투자 비중도 6%에서 14%로 증가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2019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비수도권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 전망은 매우 어둡다. 비수도권 중 광역시를 제외하고 2014년과 2019년을 비교해보면, 상가의 공실률은 13.5%에서 14.6%로 증가했고 투자수익률은 5.6%에서 4.3%로 하락했다. 오피스(사무실)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14.6%에서 20.3%로 증가했고, 투자수익률은 4.5%에서 3.7%로 감소했다. 비수도권 광역시도 강도만 덜하다뿐이지, 공실률이 증가하고 투자수익률이 감소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편 비수도권 주거용 부동산도 전망이 밝지 않다. 주거용 부동산에서는 미분양주택 중 준공 후 미분양주택 비중이 중요한 지표다. 분양하는 물량이 몰리면 일시적으로 미분양주택이 증가할 수 있으나, 공사가 끝나기 전에 모두 분양되면 건설사 수익성에 큰 타격을 주진 않기 때문이다. 반면 공사가 다 끝난 후에도 분양되지 못한 미분양주택(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문제다. 결국 집을 팔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준공 후 미분양주택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7.1%에서 2019년 10월 기준 34.7%까지 증가했다. 특히 심각한 지역은 경남, 경북, 충남, 경기 지역으로 전체 준공 후 미분양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6.1%다. 
 

(2) P2P 대출의 위험성

P2P 대출은 쉽게 이야기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온라인 사채다.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이나 기업이 인터넷으로 대출 신청을 하면, P2P 대출 업체(이하 P2P)가 대출요건을 검토하고 투자자를 모집한다. 실제 잘하고 있는지를 논외로 한다면, P2P도 기본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고, 업체가 대출을 거부하는 일도 많다. 은행과 다른 점은 대출 부실화에 따른 위험을 P2P가 아니라 투자자가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에서는 돈을 빌리지 못하는 위험한 대출도 P2P에서는 높은 이자를 책정해 실행될 수 있다. 단,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은 소득수준에 따라 1억 원이나 5천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한 명의 차입자에게 여러 명의 투자자가 연결되는 구조다. P2P는 차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이자 외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P2P 시장은 급속히 성장해왔다. 2016년 말과 2019년 말을 비교해보면, 누적대출액은 6289억 원에서 8조 6천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대출 잔액도 4140억 원에서 2조 38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대출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출 이자가 8~16% 정도로 일반적인 사채보다 낮고 신용정보기관에 대출 정보가 등록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P2P 대출액의 6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부동산경기가 좋았고, P2P 대출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부동산 PF 대출이 30%, 부동산 담보 대출이 28%, 부동산 대출 자산유동화증권 비중이 8% 정도다. 
최근 들어 P2P 업계 연체율이 크게 오르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주로 부동산 대출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모여 있는 한국P2P금융협회 소속 45개 협회 회원사 평균 연체율을 보자. 2018년 12월 말 5.79%에서 2020년 1월 말 9.32%로 증가했다. 누적 대출액 1조 403억 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테라펀딩의 1월 말 연체율은 17.48%로 한 달 만에 4.51%P 상승했다. 테라펀딩은 최근 충남과 경기도의 다세대와 연립주택 신축 상품이 부실화되어 매각하는 과정에서 23.4%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매각은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최근 금융감독원은 P2P 업체 ‘팝 펀딩’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기, 횡령, 자금 유용 등의 혐의다. 2019년 1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혁신적’이라며 추켜세웠던 기업이며, 2017년 민주당이 대선 자금을 대출받는 ‘문재인 펀드’를 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팝 펀딩의 연체율은 45%에 이른다. 
P2P가 가진 위험성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대출의 부실화와 2차 시장을 통한 위험 확산이다. 대출의 부실화 위험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은행은 부실한 대출을 할 수 없게 국가가 관리·감독 한다. 또 대출이 부실해지면 은행이 손실을 보기 때문에, 대출 심사도 신중하게 할 동기가 있다. 하지만 P2P는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대출이 부실해져도 P2P 업체의 평판이 떨어질 뿐, 직접적인 손실은 입지 않는다. 따라서 대출 심사가 부실해질 수 있고, 투자자는 대출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돈을 빌려줄 가능성이 있다.
더 문제가 되는 건 2차 시장의 존재다. 투자자가 대출 계약을 다시 판매해서 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 경우 2차로 대출 계약을 인수하는 투자자는 계약 조건이나 자금 운용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부실한 대출거래가 청산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P2P 2차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부동산 전문 P2P ‘투게더 펀딩’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은 최근 누적 구매금액 66억 원을 달성했고, 개인신용을 취급하는 P2P 업체 ‘렌딧’은 2019년부터 2차 시장인 ‘렌딧마켓’을 출시해 2020년 2월 24일 기준 누적 거래량 59만 건을 넘겼다. 
문재인 정부는 P2P를 유망 핀테크 산업의 하나로 보고 육성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작년에는 P2P를 공식화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을 제정했으며, 2020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에 의하면 P2P를 통한 ‘플랫폼 매출망 금융’을 추진 예정이다. 플랫폼 매출망 금융은 590만 중소·소상공인들이 P2P 업체를 통해 상거래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상거래매출채권은 앞서 설명했던 무역금융채권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향후 상품 대금을 받을 권리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개념이다. 이 역시 경기침체로 인해 자영업자 매출이 악화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6) 파생결합펀드와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손실 사태의 함의

DLS 펀드의 손실금액은 2020년 2월 14일 기준으로 2622억 원이 될 예정이다. 라임자산운용 손실액은 3월 실사가 끝나야만 정확한 금액이 나오겠지만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사건이 여기서 끝난다면 좋겠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한 저금리로 증권사와 사모펀드들이 금융혁신 기법을 동원해 위험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의 유행으로 인해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소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주식 옵션에 기반한 ELS나 해외 투자의 손실 가능성도 훨씬 커졌다.
사모펀드와 증권사 중에서는 증권사가 더 중요한데, 그림자금융을 통해 대부분의 금융기관과 연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ELS/DLS 총액은 116.5조에 달하는데, 만약 대량 부실이 발생하면 증권사의 자금 조달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또 증권사가 사모펀드들과 맺고 있는 TRS 계약은 2020년 초 기준으로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하는 사모펀드가 발생하면서 증권사가 손실을 볼 수도 있고, 반대로 손실을 두려워한 증권사가 TRS 자금을 회수하면서 사모펀드들이 파산할 수도 있다. 실제로 라임 사태로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TRS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들은 사모펀드인 알펜루트자산운용에 대해서 최근 총 460억 원어치 TRS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1108억 원 규모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증권사가 가진 또 다른 위험은 부동산금융의 부실화다.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우발채무 규모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채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래에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채무를 뜻한다. 예컨대 PF나 유동화증권 관련 채무보증이다. 2019년 10월 언론 보도로는, 부동산 관련 증권업계의 우발채무는 24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총자본(60조)의 40%에 달한다.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우발채무는 38조 원이다. 
증권업계의 부동산 투자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최근 증권업계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급증했는데, 그걸 반영하는 게 부동산 펀드와 특별자산 펀드 규모다. 2015년 말과 2019년 9월 말의 해외 투자액을 비교해보자. 부동산 펀드는 12.3조 원에서 50.7조 원으로 증가했고, 특별자산 펀드는 9.5조 원에서 40.9조 원으로 둘 다 4배 넘게 증가했다. 그런데 해외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감소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제대로 실사도 하지 않고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사고도 생겼다. 2019년 상반기에 JB자산운용에서 운영하고 KB증권이 판매한 호주 부동산 펀드 사고가 대표적이다. 호주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탈이 펀드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장애인 임대용 아파트 사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호주 정부 지원금도 받았다. 그러나 매입하고자 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자 아파트가 아닌 다른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KB증권은 긴급하게 자금을 회수했으나, 손실은 약 1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증권사의 실적이 악화하거나 파산하는 경우, 전체 금융 시스템에 강한 부정적 충격을 가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은행에 미칠 영향이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을 통해 경제 주체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고, 화폐와 신용 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가는 법적으로 은행을 보호하게 되어 있다. 은행이 대거 파산하게 되면 경제 위기가 수습 불가능하게 된다는 사실이 1930년대 대불황의 역사적 교훈이다. 
 

그런데 한국은 은행이 그림자금융을 통해 증권사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FSB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은행들이 그림자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총자산의 11.0%에 달한다. 이는 선진국 평균 4.3%와 신흥국 평균 2.6%보다 훨씬 높다. 조사대상국들 가운데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 브라질, 칠레, 남아공밖에 없었다. 은행이 그림자금융을 통해 얻는 자금 중에서는 증권사가 공급한 자금 비중이 53.7%로 가장 높았다. 이는 대부분 증권사가 ELS/DLS를 발행한 자금으로 은행의 채권을 안전자산으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증권사 부실화가 발생했을 때, 은행 채권을 대량 매각하면서 은행의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은행이 그림자금융에 빌려준 돈의 규모도 2018년 기준 은행 총자산의 5.28%로 낮지 않은 수준이다. 선진국 평균은 4.11%, 신흥국 평균은 3.93%다. 가장 많이 빌려준 곳은 역시 증권사로 전체 빌려준 자금 중 33.3%를 차지한다.
사모펀드는 증권사보다 규모나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작지만, 더 취약하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정부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0월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자기자본 기준을 40억에서 20억 원으로 크게 낮췄다. 개인 최소 투자금액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내렸다. 또 증권사가 사모펀드에 TRS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어 라임이 TRS를 활용할 수 있었다. 운용인력 규제도 완화했는데, 이 때문에 라임의 부실 펀드 설계 대부분에 관여한 이종필 전 라임 최고운용책임자가 경력이 부족한데도 라임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코스닥 상장 기준이나 관리·감독 기준을 완화했으며, 10조 원 혁신모험펀드나 12조 원 스케일업 펀드 등의 대규모 정책자금을 공급했다. 또 코스닥벤처펀드를 설립하고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해 출시 3달 만에 3조 원의 펀드가 형성되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50%를 중소·벤처기업의 주식, 채권, 메자닌에 투자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메자닌 시장을 키워 사모펀드를 육성했다. 
사모펀드의 앞날은 메자닌 시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사모펀드의 주 수입원이 메자닌 펀드이기 때문이다. 향후 3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메자닌의 규모는 엄청나다. 2021년 2조 4417억 원, 2022년 4조 6034억 원, 2023년 4조 1542억 원이다. 코스닥 주가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사모펀드들이 이 돈을 모두 회수한다면, 메자닌 발행기업은 물론 사모펀드들도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다. 따라서 사모펀드가 살아남으려면 메자닌 발행기업의 주가와 코스닥 지수가 꾸준히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2019년 코스닥시장의 성적은 형편없다. 거품이 폭발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다음 장에서 코스닥시장을 주도하던 기업들의 주가가 왜 폭락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3.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바이오 거품의 폭발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의 3대 신성장 산업으로 바이오·헬스,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를 선정한 바 있다. 그런데 반도체나 수소/전기차는 모두 삼성, SK, 현대 등 재벌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을 통해 자금을 공급해 줄 필요성이 떨어진다.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혁신성장 본연의 목표와도 거리가 있다. 반면 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진출해 있긴 하지만, 시장을 장악하진 못했다. 오히려 바이오 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 바이오는 메자닌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종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코스닥 거품의 형성과 폭발 과정을 살펴본다. 
 

1) 2019년 한국 바이오산업의 초라한 성적표

2019년 초까지만 해도 한국 바이오산업은 블록버스터급(매출액 1조 원 이상) 신약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이런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은 문재인 정부 탓이 크다. 혁신성장 정책의 핵심은 두 가지로, 규제 완화와 코스닥시장 활성화다. 궁극적 목표는 한국에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즉,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나 쉽게 창업하고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없애야 한다. 설령 상품 생산에 실패하더라도 기업이 수익을 내고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게 코스닥시장에서 자금을 대량 공급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사람들이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도록 한국 바이오산업의 잠재력을 과대포장 해주었다.
정부의 지원과 소위 ‘4차 산업혁명’ 붐을 타고 바이오기업들의 주가는 치솟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 10위 기업 중 6~7개가 바이오기업이었다. 시가총액은 간단히 말하면 기업의 전체 주식 수에 현재 주식가격을 곱한 값이다. 코스닥은 바이오가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제약 기업 중 신약다운 신약을 생산하거나, 의약품 수출로 많은 수익을 남기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가치를 부풀려 홍보하고, 투자자들은 개발 중인 신약의 미래가치를 보고 주식을 샀다. 투자의 결과로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탄생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2019년에 임상시험을 종료하고 결과를 발표한 기업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신약개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주가는 폭락했다. 전문지 데일리팜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대표 바이오제약 73개 기업의 2019년 초와 말의 시가총액을 비교한 결과, 1년 사이에 증발한 시가총액이 약 19조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는 것이 신라젠, 헬릭스미스, 에이치엘비다.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인 ‘펙사벡’이라는 신약을 개발 중이었다. 창사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이지만, 기술력이 높다는 이유로 코스닥에 특례 상장되었다. 미국 FDA가 2015년 펙사벡의 미국 임상 3상을 허가하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주가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1만 원대로 시작한 주가는 2017년 하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11월에는 15만 원까지 치솟았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까지 올랐다. 2019년 3월에는 1100억 원의 메자닌을 발행했다. 3000억 원이 목표였으나, 임상 3상 결과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불안으로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2019년 8월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가 펙사벡 임상 3상 시험을 평가한 결과,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임상시험의 중단을 권고했다. 이후 주가는 완전히 폭락해 시가총액 4조가 증발한 상태다. 언론 보도로는 신라젠 대표 및 특별관계자와 회사 임원들은 임상 실패 이전에 이미 주식 매각으로 많은 수익을 남겼다. 2015년 코스닥 상장 이후로 총 292만 765주를 매도해서 2천515억 원을 벌어들였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신약인 ‘엔젠시스’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다. 헬릭스미스 역시 2017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2019년 3월에는 약 25만 원까지 치솟았다. 신라젠 주가가 폭락한 2019년 9월에는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갔다. 하지만 9월 중순 미국에서 전문가팀으로부터 임상시험 데이터가 오염되었다는 진단을 받는다. 임상시험은 위약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대조군에 가짜 약을 주고 실험군에 진짜 약을 준다. 의사와 환자들은 복용하는 약이 가짜 약인지 진짜 약인지 모르기 때문에 심리적, 행동적 변화로 인한 교란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이를 이중맹검이라 하며, 임상시험의 기본 토대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진짜 약과 가짜 약을 모두 복용한 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헬릭스미스는 약물이 실제 효과는 있어서, 임상시험을 다시 실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상시험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못했기에 기술력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당연히 주가는 내려갔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2조가 사라졌다.
2020년 2월 14일, 헬릭스미스는 새로운 입장을 발표한다. 자체 조사 결과 약물 혼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약물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엔젠시스의 약효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임상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월 19일에는 메자닌 800억 원을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9월 헬릭스미스가 총 1000억 원 규모의 메자닌을 발행할 때, 205억 원을 인수했던 라임자산운용은 이번 인수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에이치엘비는 거품이 폭발했다가 더 큰 거품이 부풀었다는 측면에서 오늘날 혁신성장 정책이 가진 위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에이치엘비는 본래 구명정을 만드는 회사였다가 바이오기업으로 변신한 기업으로, 진행성 위암 신약인 ‘리보세라닙’을 개발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역시 2017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2017년 상반기에 1만 2천 원대였던 주가가 2018년에는 12만 원을 넘겼고, 2019년 초에는 시가총액이 1조 3천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9년 6월, 리보세라닙이 통계학적으로 생존 기간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반전은 그다음부터다. 9월 말경 에이치엘비는 생존 기간은 증가시키지 못했지만, 무병 생존 기간은 1개월 증가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결과가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해당 학회 기간 발표된 가장 훌륭한 연구에 수여 되는 ‘The Best of ESMO 2019’에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폭등해 6월 결과 발표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 10월에는 21만 원까지 갔다.
무병 생존 기간은 치료 성공 이후 질병의 증상이나 징후가 다시 나타나기 이전까지 기간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에서는 생존 기간을 기준으로 효과를 평가하며, 여건상 생존 기간을 측정하기 어려울 때 무병생존 기간을 대신 사용한다. 따라서 생존 기간이 훨씬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시험 결과다. 그리고 2019년 11월 26일 미국 블룸버그 지(Bloomberg)의 보도로는, ESMO 대변인은 리보세라닙에 공식적으로 수여 된 상은 없다고 밝혔다. 리보세라닙 연구 결과는 ‘흥미로운 결과(highlights)’ 목록에 포함된 것뿐이며,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공로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에이치엘비 측은 ‘상’을 받았다는 표현은 쓴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에이치엘비의 2019년 말 시가총액이 2019년 초보다 훨씬 더 큰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에이치엘비도 메자닌을 대량 발행해왔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2월 현재까지 발행한 메자닌이 1055억 원이며,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미전환 메자닌이 530억 원이다. 지난 2020년 2월 19일에는 356억 원을 들여 미국에 위치한 면역항암제 개발기업인 이뮤노믹테라퓨틱스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 거품만 키우고 과학기술은 발전시키지 못하는 혁신성장 정책

앞서 분석한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모두 2017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고, 2019년 임상시험 결과 발표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소위 ‘바이오 거품’이다. 왜 하필 2017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는지 명확한 요인을 밝히는 건 어렵다. 그러나 2017년 하반기부터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앞세우며 시행했던 여러 보건의료정책들이 거품 형성에 기여했다는 건 확실하다.
규제 완화 정책이나 신의료기기·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관련 종목 주가들이 치솟았다.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 계획이 발표되었고, 12월에는 배아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제 연구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그 결과 코스닥에 상장된 제약기업들의 주가 추이를 나타내는 제약업종 지수는 2017년 하반기에 급등하여 2018년 초에는 1만 374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8년 상반기 이후에 점차 하락하여 2020년 1월 2일에는 7662까지 떨어진다. 거품이 형성되었다가 폭발하여 사그라지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 역시 거품을 조장했다. 2018년 1월, 금융위원회는 벤처기업들의 코스닥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최대 2800여 개 기업이 추가로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게 되었다. 연간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 수는 2017년 99개, 2018년 101개, 2019년 108개로 지속해서 증가해왔다.
2019년 6월에는 관리·감독 기준도 대폭 완화해주었다. 본래 코스닥 상장기업은 매출액이 30억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한다. 그런데 매출액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기술력이 우수하다면서 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5년간 관리종목 지정을 하지 않는다. 2019년 6월 규제 완화는 소위 ‘우수 기술보유 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액 요건을 아예 면제해주었다. ‘우수 기술보유 기업’이란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시가총액 4천억 원 이상의 기업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2019년 초까지만 해도 ‘인보사’로 물의를 빚었던 코오롱 생명과학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건부 허가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승인받은 후 약속했던 의무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파미셀 같은 제약사도 포함되어 있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시장가격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용되지만, 바이오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시기에 기술력과 무관하게 부풀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혜택을 본 바이오기업들이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내는 현상이 발생한다.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그 실태가 드러났다.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도입된 200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총 76개다. 바이오기업은 61개사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이 바이오기업 중 2018년 흑자를 낸 기업은 단 6개였고, 신약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3개였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제약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 등 대기업의 바이오제약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 정책 때문에 투자자들은 한국 바이오제약 부문에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된다. 즉,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이 과대평가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여 년간 30여 개의 신약을 개발해왔지만, 그중 교과서에서 표준치료로 제시될만한 것이나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올린 신약은 하나도 없다. 이는 한국 바이오제약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본래 바이오제약 부문은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성과를 내기까지 아주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계 20대 제약기업 중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 기업이다. 이들 국가가 과학기술과 대학교육에 투자하기 시작한 역사는 최소 백 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유럽의 아성에 도전하는 유일한 국가가 일본인데, 20대 제약기업 중 일본 기업이 하나 포함되어 있다. 이미 1967년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된 일본마저도 과학기술이 경지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한국이 설령 제대로 된 과학기술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학기술 역량이 무르익기까지 수십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또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혁신성장 정책은 근시안적이고, 방향조차 잘못되었다. 과학기술 역량 강화보다는 없는 기술을 쥐어짜서 상업화시키는 데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거품이 형성되고 폭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고, 제대로 된 기술개발보다는 창업과 자금 유치에만 매달리게 된다. 

 

3) 제약산업에 투자해서 거품을 다시 키우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런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바이오제약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2019년 7월 16일 자금운용위원회에서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주식형 펀드, 부동산, 사회간접자본 등에 투자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7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 적립금을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우리의 1차 목표는 의료보장이고, 그다음이 제약산업 육성이다. 따라서 수익률이 같다면 가급적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에 투자하면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문재인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이 혁신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도 과감하게 쓰려고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공단이 주식, 특히 김용익 이사장의 발언대로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주식에 투자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보건당국이 보험가입자들 편이 아니라 바이오기업 편을 서게 된다. 국민건강보험이 바이오기업의 주주가 된다면, 해당 바이오기업이 생산하는 의료기기·의약품에 대해 느슨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 허가를 쉽게 해준다든가, 보험 급여 적용을 쉽게 해주는 것이다. 둘째, 바이오기업 주식은 위험하므로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2019년 12월 18일 기준으로 10억 원 이상 헬스케어펀드 24개의 성과를 집계한 결과, 연초 이후 3.37%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했다. 수익률이 –20% 이하인 펀드도 여럿 있다. 펀드도 이 모양인데,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더 위험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금 운용규칙 28조 3항, “주식, 주식에 투자하는 증권 펀드 등 투자 시 높은 위험이 따르는 금융상품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라는 조항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직접 투자하지 않고 위탁 운용을 할 것이며, 여러 분야(전기, 건설, IT 등)의 주식을 위험 분산 하여 투자하도록 관리할 것이다. 건강보험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공단이 자금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 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는 원칙적으로 모순되는 주장이다.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려면,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 투자 비중을 다른 부문에 비해 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접 투자하지 않고서도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 투자 비중을 올리는 일은 가능하다. 공단은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맺어 자금 운용을 위탁하고, 운용 성과를 평가해 재계약 여부를 판단한다. 자금 운용 성과를 평가할 때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에 투자한 자금 규모에 비례해서 가산점을 부여하면 된다. 운용사로서는 재계약을 따내려면 의식적으로 한국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투자를 설계하는 데 있어 수익률 외 다른 목표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주가 부진을 고려하면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렇게 코스닥시장을 통해 바이오제약 기업에 투자한다고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도 아니다.
 

4. 지금 필요한 것은 혁신성장이 아니라 위기관리 대책

 
금융 세계화를 매개로 한 경제성장 모델은 2007~2009년 금융위기라는 심각한 부작용만 낳으며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대안적인 자본주의 경제성장 모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금융 세계화는 계속 심화하고 있다.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한국이다. 1997년 IMF 구조개혁과 2006년 한미FTA 이후로 금융화가 점점 심각해졌고, 그림자금융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또 정부가 금융 규제를 없애고 여기에 대규모 정책자금을 공급하면서, 위험한 증권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 조달이 성행했다. 그 결과 벌어진 일들이 DLS와 라임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코스닥 거품 형성과 폭발이라는 현상이다.
그러나 나타난 문제들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금과 같은 혁신성장 기조는 새로운 금융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기술혁신의 정체에서 비롯되는 실물경제의 위기는 금융혁신으로 해결할 수 없다. 현재로선 폭발적인 기술혁신을 끌어낼 방법은 묘연하며, 설령 있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이뤄낼 순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관리다. 기술혁신을 달성하기 전에 금융위기가 찾아오면, 한국 경제에는 희망이 없다.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당면한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같은 사이비 경제정책을 봤을 때, 문재인 정부는 주관적인 희망이나 의지만 있으면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낙관적 포퓰리즘과 금융화가 만날 때, 금융위기라는 폭탄이 성장한다. 그 폭탄이 터졌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대안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노동자 민중도 엄혹한 정세를 객관적으로 인지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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