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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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1-2.42호

십자군 이야기1- 충격과 공포

장은미 | 회원
친구의 소개로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제목은 「십자군 이야기 I ― 충격과 공포」
대학교 때 가끔 마주친 선배가 저자이기에 주저 없이 책을 샀으리라. 그런데 뜻밖에 횡재를 한 듯한 뿌듯한 맘으로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려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역사 이야기다. 중세사에서 가장 비중 있는 사건-십자군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하여 시간순으로 써 내려간 역사책이자,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명쾌한 설명과 함께 역사 속 살아있는 인물과 사건을 그림으로 그려낸 만화책이기도 하다. 하기에 책을 읽는 다는 느낌보다, 위트 있는 그림을 보며 당시의 역사를 정리하는 기분이 든다. 또한 만화 사이사이 역사적 고증을 위한 인용문과 발췌문은 부족한 세계사 지식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만화가 다 그렇지 하며 한번 읽고 마는 그런 가벼운 책 또한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미국의 끊임없는 전쟁 시도와 실리주의라는 구실을 가지고 있는 이라크 파병 결정에 “폭력과 공포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진리로서 일격을 가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전쟁”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십자군 전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 책은 여전히도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벌여지는 전쟁을 일상화하며 살아가는 현 시대 사람들에게 무엇이 진실이며, 역사를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을 일깨운다.
게다가 책 끝에는 “제노사이드(민족에 대한 대량학살)의 심리학”이라는 소제목으로, 십자군 전쟁의 도화선이 된 대량학살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고등학교 때 단체관람이라며 멋모르고 보았던 ‘쉰들러 리스트’였지만, 나는 아직도 그 빨간 옷을 입은 유태인 소녀의 죽음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이 느꼈을 극도의 공포감과 삶의 처절함을 보면서도, 나는 가슴이 한쪽의 아림 이상은 느낄 수 없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고민의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십자군 이야기는 현재 “프레시안”에 연재되는 만화를 책으로 옮긴 것이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다섯 권이 더 발간될 예정이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자는 그 역사를 되풀이 살아야 한다″는 진리가 잊혀진 오늘날, 이 책은 모든 이들이 쉽게 읽고 의미를 새길 수 있는 책이겠다. 앞으로 발간될 다섯 권의 책도 기대해본다.

내가 스스로 가장 부끄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 것이다. 심하다 싶게 책을 안 읽을 정도로, 나는 아직 책 읽기에 흥미를 못 붙이고 있다. 냉철하게 세상을 보기 위해서 나에게 책을 읽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라는 것을 깨달은 지도 참 오래됐는데 말이다. 그래서 『책과 나』꼭지 글을 써달라는 청을 받았을 때, 무척 난감했다. 솔직히 무서웠다. 더욱이 월간 사회진보연대엔 실천하면서 나온 많은 고민들을 밤을 지새며 힘들게 써 내려간 참으로 의미 있고 소중한 글들이 실려있는 곳인데...내가 쓸 자격이 있을까 스스로 질책하며 여지껏 읽은 책들을 떠올려보았다.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쳤던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주저 없이 「전태일 평전」이 떠올랐다. 대학교 2학년 때, 선배가 생일선물로 사준 책이었다. 터미널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지쳐서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책을 읽은 것이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복받쳐오는 서러움과 슬픔에 혼자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삶인지 그때야 비로소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되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남들에게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소신을 굽히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아갔던, 그리고 결국 그 길에 자신을 받쳐야만 했던 전태일 열사의 삶을 보면서, “행동하는 삶”에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는 용기도 배울 수 있었다. 그 후로 5년, 쉽게 무던해지고, 쉽게 적응하며 “적당히”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는,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일침하는 기회로 삼자는 맘으로 글을 쓰겠다고 했다.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내가 앞으로 좀더 예민하게, 좀더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도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에게 이곳에 글을 쓴다는 것은 여전히 부끄러운 일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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