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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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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총파업 투쟁을 노동자운동 혁신의 계기로

박준형 |
정부와 자본의 비정규직관련법안 개악시도에 맞서 총파업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정부의 노동법 개악 시도는 그 동안 꾸준히 진행되어온 노동의 불안정화 과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촉진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번 하반기 투쟁이 97년과 비교되는 것도 단지 '총파업'이라는 투쟁형태가 일치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쟁점에 있어서 노동의 불안정화를 둘러싼 계급적 대립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이번 하반기 총파업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성공'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투쟁 속에서 노동자계급이 한발 더 내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반기 총파업 투쟁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하반기 총파업 투쟁은 '비정규노동법개악 반대 총파업'이다. 직접적으로는 정부의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막기 위한 투쟁이다. 법안의 개정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투쟁의 직접적인 목표는 당면 투쟁의 구호들 속에서 요약되어 있다. 또한 법안의 국회 상정일정에 맞춘 각종 투쟁도 이 투쟁의 성격을 보여준다. 규제개혁위원회, 당정협의, 국무회의, 상임위, 본회의 등에 각 투쟁이 배치되어 있다.
민주노총의 투쟁 요구는 크게 4가지로 제시되어 있는데, 하반기 투쟁의 성격으로 볼 때 그 중 '파견법 개악 저지와 비정규 차별철폐'가 핵심이다. 그 동안 주5일제 관련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 경제자유구역법 반대투쟁 등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거나 조직하려고 했던 투쟁들은 주로 국회의 입법처리 과정과 맞물린 것이었고 이런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번 투쟁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투쟁의 계기가 법제도 개악으로 조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측면이 투쟁의 한계를 직접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투쟁요구가 수세적인 것은 사실이다. 많은 운동주체들은 이 투쟁이 단지 법안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만이 아니라 90년대를 거치면서 꾸준히 추진되고 98년 IMF구제금융위기 이후 전면화된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투쟁의 의미를 확장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제안들처럼 현재 입법이 준비되고 있는 비정규노동법 개악저지를 넘어서는 파견법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으로 전개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과 단락시켜야한다

이번 비정규노동법개악이 왜 추진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이 투쟁의 요구가 어느 방향으로 확장되어야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하반기 투쟁에서는 개악시도의 원인을 대중과 함께 인식하고 당면 투쟁을 이 원인에 대한 투쟁으로 단락(short-circuit)시킬 필요가 있다. 이 투쟁이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에 대한 투쟁이면서 동시에 법안을 상정한 정권과 그들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투쟁 슬로건에 반영해야한다.
예를 들어 조합원 교육에 있어서도 "이번 비정규노동법개악이 우리의 처지를 이러 저렇게 악화시킨다"는 논리가 조직화의 기본이 되어야하지만, "이번 개악시도는 자본과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이런 저런 흐름에서 나온 것이다"라는 점을 대중과 공유해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투쟁의 요구는 당면한 '비정규노동법 개악저지' 슬로건과 '신자유주의 반대', '신자유주의 정권 노무현 정권 반대'로 확장되어야한다. 노무현 정부의 계급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번 과정을 통해 노동자 대중이 이 투쟁의 정치적 성격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신자유주의 제반요소가 어떻게 작동하면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제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투쟁의 쟁점을 보다 확장시키고 정치적인 쟁점과 단락시키는 것은 투쟁의 성과를 단지 법안의 상정여부, 통과여부로 좁히지 않고 총파업 투쟁을 계급투쟁의 진전에 한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번 총파업의 준비과정에서 각급 대중조직들은 조합원 대중에 대한 교육을 전면적으로 배치하고 조직화해가고 있다. 이런 교육 과정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폭로를 넘어 자신들의 삶을 위협하는 이 공격의 원인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되도록 조직하자. 이를 위해서 하반기 투쟁의 핵심의제들(비정규노동법 개악반대, WTO DDA, FTA, BIT반대, 전쟁반대)을 신자유주의 반대의 맥락 속에서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정규노동법 개악저지'와 '신자유주의 반대', '정권반대' 등의 정치적 슬로건을 단락시키는 것은 이 투쟁을 보다 정치적으로 '상승'시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장 하반기의 투쟁의제인 WTO DDA, FTA, BIT반대, 전쟁반대 투쟁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라는 쟁점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투쟁이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사회적 합의'의 본질을 폭로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도 주목하자.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반대를 대중적으로 전면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 많은 운동주체들이 깨닫고 있는 것처럼, 노조운동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고분고분한 협조자로 조직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구성을 파탄 내는 것은 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정면으로 투쟁하는 과정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세를 변화시키자 : 투쟁동원에서 계급형성으로

이렇게 투쟁의제를 확장하는 것은 이 투쟁의 성과를 어디에 남길 것인가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직접적으로 정권의 비정규노동법 개악시도를 분쇄하고 수년간 거침없이 추진되어온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에 저지선을 구축해야한다. 법안의 통과여부, (어떤 식으로든 통과될 경우) 구체적인 내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또 한편 이 투쟁의 성과는 법안 개정의 '수위'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위력적인 투쟁을 통해서 폭주하는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을 멈추고 수년간 개별 사업장에서 진행된 분산된 투쟁에서 계속 패퇴해왔던 노동자 대중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 이를 통해 계급형성이라는 과제가 얼마나 성취되었나가 성과의 척도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기본적으로 투쟁동원 전략에 입각해있다. 가능한 최대의 조합원을 파업 혹은 가두시위에 동참시키는 것을 통해서 정부와 자본을 압박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번 하반기 총파업 투쟁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비록 이번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도화 전략에 치중해 왔을지라도 그렇다. 투쟁동원과 제도화 전략은 서로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실재로 민주노총의 각 지도부는 강조점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양자를 병행해왔기 때문이다.{{) 『노조운동의 전략 분석 : 민주노총의 과거, 현재, 미래』 장귀연 2004
}}
이러한 투쟁동원은 당면한 현안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제한되고 그렇게 조직되기 쉽다. 투쟁동원은 다른 무엇보다 대정부, 대자본 '압박수단'으로 사고되기 때문에 사후적인 평가도 눈에 보이는 실리적 '성과물'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놓고 진행될 수밖에 없다.(이번 투쟁에서는 법안의 상정여부, 상정된 법안의 내용여부가 평가의 대상인 '성과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인 규모에서 조직되고 진행되는 투쟁 사안들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에 비추어 생각하자면 이러한 대차대조표를 중심에 놓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러한 방식의 평가는 (보다 확장된 형태라고 할지라도) 대중의 실리주의를 부추길 뿐더러 투쟁의 다음 전망을 열어가는 데에도 장애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투쟁의 성과를 어디에 남길 수 있도록 투쟁을 조직할 것인가? 올해 하반기 총파업과 같은 전국적이고 전계급적 쟁점에 대해서 진행되는 투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성과는 계급 내적으로는 '계급형성'으로 남겨진다. 개별화된 사업장의 요구가 아니라 전계급적 요구, 계급투쟁의 쟁점이 가장 첨예하게 격돌하는 쟁점에 대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계급적 단결이 강화될 수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투쟁은 전국적으로 단일한 쟁점으로 진행되는 연대투쟁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계급형성의 과정으로 적극적 조직할 경우 많은 성과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투쟁의 성과를 법안 내용의 일부 개정 등 실리적인 것으로 제한할 때 개별노조에서도 쟁점은 실리적인 것으로 제한된다. 그 '실리'가 단위사업장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때 전체 투쟁에 복무할 과제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 따라서 투쟁의 전체 목표를 계급적 역관계의 변화, 계급형성에 복무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광범위한 조합원 교육과 현장투쟁, 가두투쟁을 배치해야한다.
한편, 전계급적인 쟁점에 대한 투쟁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반드시 계급적 단결이 우선되고 계급형성적 투쟁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해야한다. 지난 2002~2003년에 진행된 주5일제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투쟁이 그러한 경우라고 할 것이다. 당시 대기업노조들의 경우 이미 각자 주5일제 교섭을 완료하고 있었거나 향후에 교섭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동참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다.{{) 물론 주5일제 투쟁은 이것이 과연 '전계급적 쟁점'을 담보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란 정규직 노조의 것으로는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노동의 불안정화 속에서 노동자 대중 다수에게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한 투쟁 자체를 고사시켰기 때문이다.(『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운동의 대응』 이현 2003) 그런 점에서 올해 하반기 총파업 투쟁은 노동의 불안정화 자체를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른 상황이다. 그러나 투쟁요구의 성격이 투쟁 전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 이번 비정규직노동법 개악안이 통과되더라도 자기 조합원들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노조들에게는 동일한 선택이 여전히 가능하다. 노동자계급 내부의 균열을 확인하고 오히려 심화시킬 이런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상급단체와 단위노조, 현장 활동가의 수준에서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대중을 변화시키는 총파업을 조직하자

계급투쟁 지형의 변화, 계급형성 관점에서 진행되는 전체 투쟁의 흐름에 따라 각 단위의 투쟁계획이 구성되어야한다. 단순히 상급단체의 지침을 실행하기 위한 수동적인 방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각 단위에서 가장 효과적인 투쟁조직화 방안을 스스로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이 일정한 시기에 그냥 집회투쟁에 결합하도록 조직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 투쟁에 결합하는 것을 통해서 조직적 운동적 성과를 남길 수 있도록, 이를 통해 투쟁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이 각 현장에 맞게 생산되어야한다. 그것은 단지 실무적인 일정을 짜는 문제가 아니라 해당 조직의 상황에 가장 맞는 방식으로 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서 해당 조직과 이에 속한 대중을 변화시키는 종합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문제이다.
각 사업장에서는 총파업 집회에 조합원을 동원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활동을 전개하자. 각 현장에서 각 현장의 쟁점으로 임단투를 진행할 때처럼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준법투쟁부터 시작해서 투쟁의 파고를 높여가고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연결시키자. 전조합원 교육과 토론을 반드시 배치하자. 이 시도가 노동자 계급 전체에 가하는 공격이라는 점, 우리 현장도 빗겨갈 수 없다는 점을 공유해야한다. 정권과 자본의 비정규노동법 개악이 우리 현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스스로 분석하고 선전하는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조직의 모든 부분을 가동시키자. 각 사업장에서 '우리 사업장의 파업을 준비할 때처럼' 총파업까지 가는 과정에서 노조의 활동을 하나하나 배치하자.
이는 힘있는 총파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과정일 뿐 아니라 조합원 대중이 이 투쟁의 요구를 자신의 것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렇게 각 현장의 힘이 모였을 때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단지 '하루파업'의 형태로 집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그 힘을 소진하지 않고 비정규직노동법 개악을 실질적으로 철회시키는 투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번 투쟁과 같이 전계급적인 사안에 대해 전국적으로 조직되는 투쟁은 각 단위 사업장에게는 하나의 기회다. 조합원 대중에게 신자유주의의 모순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교육하고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이를 통해서 대중과 조직 모두가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인 것이다. 올해 하반기 투쟁은 나날이 확대되어 가는 노동의 불안정화 공세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투쟁임은 물론이지만 노동자 운동이 스스로의 체질을 개선해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노동자 운동은 이 투쟁을 통해서 정권과 자본의 비정규직노동법 개악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실리주의도 분쇄해야하는 것이다. PSSP
주제어
노동
태그
배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