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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새로운 담론을 위해 ①] 한터여성종사자연합 부대표 이선희씨와의 인터뷰

기획팀 |
한터여성종사자연합 부대표 이선희씨와의 인터뷰

여의도 국회 앞에는 수많은 천막들이 즐비한다. 그런데 그 맞은편 외딴 천막 하나가 있다. 이불을 뒤짚어 쓴 채 추위를 피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한터여성종사자연합(이하 한여연) 성매매 여성들이 그곳에 있다. 성매매방지법으로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진 그녀들이 전국에서 모여 성매매방지법에 반대하는 농성을 시작한지도 벌써 33일째. 죽기를 각오하고 농성하고 있는 그녀들이 말하는 요구사항과 성매매 공간의 실태를 귀담아 들을 때다.


Q. 농성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요.
A. 성매매특별법으로 당장 아무것도 못하게 됐잖아요. 쉽게 말해서 밥을 먹으려면 밥값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 이 법안으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았잖아요. 우리의 생존권,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나왔어요. 여의도에서 단식하고 있는 분들은 계속 단식 중이시고, 다른 분들이 여기 열린우리당사에 자체적으로 와서 참가하고 있어요. 대규모 집회를 하는 건 저희가 너무 힘이 들고. 재정적인 부분도 있고 해서. 영업을 안 한지 두 달이 넘어서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소규모라도 모였어요.

Q. 단식농성을 하면서 여성단체나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A. 그분들 눈으로 보고 발품을 팔아서 현장 검사를 해달라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그분들은 보수적인 입장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어요. 우리가 음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양지로 나와서 단식도 하고 농성도 하고 있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편견을 갖고 너희는 이렇다 비판만 하지 말고 왜 이 여성들이 길바닥에 나 앉아서 33일째 단식을 하는지, 열우당 앞에서 소리 높여 집회를 하는지 들어달라는 거예요. 지금 전혀 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잖아요. 단지 생색내기 식으로 찾아오지 말고 대화를 하러 왔으면 좋겠어요. 일단 편견을 버리고 사실적인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거예요. 언론도 기자들 사견으로 쓴 기사가 많으니까 우리의 이야길 들어달라는 거죠.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로 이제는 '너희가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 이런 질문은 떠날 시기가 되었다는 거예요. 지금 벌써 33일째 단식하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그럼 이분들이 왜 굳이 저 자리에서 이러고 있나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때가 됐다고 봐요. 이제는 당신들의 목소리만 들으라고 할 때는 지났다는 거예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생각해달라, 더 이상 우리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지 말라는 거예요.
여성부나 여성단체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거잖아요. 그분들은 우리랑 줄다리기를 하려고 하고 있어요. 우리가 더 가면 지쳐 떨어지겠지 하는 이런 식의 생각. 이건 줄다리기도 아니고 명분싸움도 아닌데. 우리는 생계가 달려 있어서 이 자리까지 나와서 이렇게 부딪히고 있는데 이분들은 명분쌓기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열이 받는 거예요.

Q. 그렇다면 단식 농성하시는 분들의 요구사항은 뭐죠?
A. 저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자율화죠. 민주주의 국가에서 규제적인 법 적용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게 성산업이고 한순간에 생긴 직업이 아닌데. '이거 하지마' 하면서 지금 규제하고 있는데, 소위 '진보적인' 국가 정책에 따라 죽으라는 이야기밖에 안되죠. 우리가 원하는 건 자율화인데, 그게 안된다면 묵인해달라는 거고. 그것도 안되면 어차피 2007년 유예기간은 정부가 우리에게 약속한 부분이니까 약속이라도 지켜달라는 거죠. 거짓말만 하지말고. 약속을 지켜주면 우리 스스로 벌어서 자립하겠다는 거예요. 자신들만의 미래가 있어서 그동안 계획성 있게 살아온 사람들인데 하루아침에 계획이 무산됐어요. 앞길의 미래가 먼 훗날 몇 십년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거죠. 그런 걸 보장해달라는 거예요.

Q. 자율화라는 표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 규제는 약간은 필요하죠. 저희는 이걸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정말로 변칙적인 곳과 음성화된 곳하고 법 적용은 세분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자율화가 안되면 법 적용을 달리해서 관리해주셨으면 하는 거죠.
저희들은 정말로 업소에서 일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나오면 되요. 우리가 일하고 싶은 곳에 찾아서 가기도 하고. 우리가 생활하는 부분에서 감금 이런 건 없어요. 12시간 내지 11시간 영업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율이예요. 다만 우리가 힘든 직업이니까 (밖에) 잘 안나가니까 그런 이야기들이 없지 않아 들릴 수 있는데. 나름대로 낮에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낮에 영업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리고 밤엔 집으로 돌아가고. 요새는 착취 같은 건 있을 수 없다고 봐요. 요새 아가씨들이 옛날처럼 무지하지 않구요. 인터넷도 활성화되고 있고 자기만의 권리를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너네는 착취당하고 감금당한다고 말하는 건 말이 안되요. 극소수의 그런 경우는 있지만, 대다수를 그렇게 보지는 말아달라는 거예요.

Q. 그러면 돈 모아서 나가서 생활하시는 분들도 있나요?
A. (집회에 함께 하고 있는 한 여성을 가리키며) 쟤는 돈 벌어서 엄마랑 같이 식당하고 있어요. 한 가족처럼 지냈던 놈이라 우리 고생하는 꼴 못 본다고 캠코더로 활동 찍고 기사 올라오는 거 뽑아주고 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자기도 용돈 쪼달리는데 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Q. 방지법 시행 후 당사자들로서 느끼는 변화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우리가 대규모 집회를 하는데, 인원이 많이들 줄어들었어요. 자매님들의 인원이 줄어든다는 걸 느껴요. 그분들도 자기들 생계가 있으니까. 자녀가 있는 분들, 노부모님을 모시는 분들이 있는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연령층이 다양해서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있는데. 20대 초반 분들이야 술집에 가도 되지만 나머지는 안그러니까. 그럼 어딜 가겠는가. 외국에 갈 수 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음성적인 데로 들어가서 영업하고 있고. 피부로 느끼는 것은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면 우리들이 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하루아침에 어디 가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는 자발/비자발을 막론하고 한 달에 37만원씩 준다고 하는데, 37만으로는 살기가 힘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더 장기화되면 저희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예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나만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자녀, 부모님 모든 분들이 생활이 안되죠. 단체로 죽으라는 이야기일 뿐이예요.

Q. 한여연은 포주와 연관되어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A. 연계는 되어있죠. 그분들과 우리는 이를테면 동업자예요. 그분들은 자금으로, 우리는 막말로 자신을 담보로 영업을 하는 거니까. 하나의 동반자, 투자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업주의 강요나 착취, 업주가 시켜서 나왔다고 하면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죠. 그리고 설령 정말 업주의 강요로 나왔다 하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여성들이 33일째 단식을 하고 길거리에 나앉아있을 때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물어달라는 거예요. 업주의 강요가 있다면 그 여성들이 업주의 강요를 밝힐 거 아니예요. 근데 있지도 않은 업주의 강요를 이유로 아예 이야기조차 하지 않고 있잖아요.
대기업에도 고용주가 있잖아요. 우리도 어찌 보면 산업인데 노동자가 있으면 고용주도 있는데. 대기업 같은 데도 일반 직장인들에 대한 착취가 있잖아요. 그쪽은 대기업이고 우리는 소기업이니까 우리를 상대로만 우리는 노동권을 착취당한다고 뭐라고 하는 건가. 왜 우리만 뭐라고 하느냐는 거지. 그 쪽은 정말 재력있는 분들이라서 그런가.
매매라는 말 자체도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이것도 하나의 육체노동이예요. 그래서 성노동자로 봐달라는 거죠. 우리는 근로기준법에도 해당이 안되잖아요. 우리도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인데 왜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느냐는 거지. 노동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간적인 권리도 박탈당하고 있잖아요.

Q. 영업을 못하고 있을텐데 상황은 어때요?
A. 우리가 없으니까 영업도 못해요. 우리가 갈 데가 없으니까 가게에서 생활을 하는데 우리 밥 해먹이려면 식비가 만만치 않은데 그게 미안하죠. 그분들에게도 밝은 미래가 보여야 되는데. 사실상 돈 많은 업주들은 다 빠져나갔어요. 영업을 전환했단 말이죠. 그런데 지금 있으신 분들은 다 빚더미에 앉아있어요. 진짜 하루 일하고 도망가고 선불 떼고 도망가고 남아있는 업주들은 우리보다 더 거지예요. 그분들이 우리 붙잡고 울면서 미안하다고 그래요.

Q. 언론에서는 선불금을 불합리한 제도로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A. 선불금이라는게 자기가 가령 다른 데서 빚이 있으면 땡겨서 갚아야 되잖아요. 우리가 집장촌까지 오느라 신용도가 낮아서 은행을 상대로 담보가 있어서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서 쓰고 있어요. 그런데 그거를 우리를 묶어두려는 쇠사슬로 보는 것 같은데, 우리는 얼마든지 일하기 싫으면 다른 데로 옮길 수도 있고 다른 데서 땡겨다 갚아도 되요. 그걸로 업주들한테 묶여서 못 움직인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죠.
선불금 무효라는 캠페인 때문에 많은 업주들이 빚더미에 앉아있어요. 69명을 상대로 통계를 냈는데 97억이라는 빚이 있을 정도예요. 극소수를 제외하면 다들 장소를 임대해서 장사를 하는데 200~300만원 가계세를 내고 생활하는데. 돈이 없어서 아가씨 들어오면 1000만원씩 선불금 주려면 남한테 빚을 얻어서 주는데 하루 일하고 도망가고 하루도 못채우고 당장 도망가고 하니까 자료 있는 것만 따져도 97억이예요. 세상천지에 어느 나라가 남의 돈 떼먹으라고 하는지. 우리도 정말 피해여성이 있으면 도망가라 신고해라 대놓고 얘기해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가씨가 90%예요. 그런 선물 무효화 때문에 또 다른 범죄가 생기는 거예요. 두세 번씩 선불 떼면서 도망가는 아가씨가 있어요. 이런 아가씨들 때문에 악덕 업주, 포주 얘기가 나오는 거죠. 거의 대부분은 남의 돈 갚아야 한다는 생각들로 일해요. 나와서 대놓고 집회도 하고 싶고 목소리도 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쌍하기도 한 게 사실이예요.

Q. 농성하면서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A. 처음에는 안됐다 음료수도 사다주고 했는데, 지금은 오래 돼서 약간 무관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나와서 농성하다 보니까 여성해방운동가 분들도 저희들하고 한자리에서 목소리를 같이 내진 않아도 뒤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고. 저희들은 저희들 목소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여러 방면에서 저희들에게 도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소식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우리가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니구나. 어제는 저기 과일가계에서 귤 한 박스 주셨어요. 먹고 힘내서 하라고.

Q. 농성하는데 어려운 점도 많으시겠어요.
A. 단식농성하는데 저녁에 별별 사람이 다 와요. 그분들이 들어와있는 걸 달갑지 않게 보는데, 업주를 보내면 이상한 남자들이 막사 안에까지 들어오고 그래요. 우리는 보호받을 자격조차 없는가. 업주가 있으면 감시한다고 그러고 업주 보내면 우리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강제로 연행하려고나 하고. 한터 사무국장을 주동자로 몰면서 연행했어요. 주동자가 어디 있나. 다들 개개인의 생활고 때문에 이렇게 나온 건데. 잘못된 거죠.
어떤 남자분들은 지나가면서 "쟤네들 많으니까 하나 골라서 연애하고 나와" 하는데 그렇게 우리를 폭언에 방치되도록 내몬 것이 여성단체나 여연이라는 거죠. 재네는 피해여성이고 보호받아야된다고 하면서 우리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데 개입했어요. 그사람들 말 자체에 허구성이 있어요.
직업 환경이 남들보다 열악하대서 이렇게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거 비참해요. 이렇게까지 끌고 오는 것도 사실상 힘이 들어요. 이제 한 단계 넘은 것 같으면 그대로 또 물러나있고.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들어요.

Q. 앞으로 투쟁 계획은 어떠세요.
A. 지금은 열우당사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데, 여성부에서도 집회할 거예요. 직격탄을 날리게. 여성부 장관이 우리에게 유예기간 준다고 했는데 강제집행 했으니까 자기 말을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여성부와 여성단체가 우리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었으니까. 우리는 피해여성이고 보호받아야할 여성이라고 자기네들이 이야기하고는 형사처벌했으니까. 직격탄을 날리게 6일부터 말일까지 집회할 거예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많아요. 이제까지는 저희들만의 힘으로 했는데 너무 힘들어요. 더 이상 시일이 지나면 우리가 더 힘들어져요. 나야 좀 힘들어도 상관없는데. 자매님들도 힘들고. 이분들이 다 각자 자기만의 생활고라면 목소리가 빈약할텐데. 이분들도 저도 다들 부양가족이 있단 말이예요. 우리랑 목소리를 같이 낼 수 있는 분들이랑 연대해서 빨리 길을 찾아야죠. 더 이상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없으니까.
한터에서 부산과 인천만 따로 활동하고 있어요. 종착점은 같은데 가는 방향은 다를 뿐이죠. 계속 연락하고 살아요. 우리는 아예 여성단체와 손을 놓고 있고. 그 쪽은 자활은 하겠다 하고 싶은 사람은 자활하고 아닌 사람은 빠지고. 가는 길만 다를 뿐 궁극적으로 우리와 같아요.

Q. 다른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A. 힘드시더라도 조금씩 참고 어려움을 같이 견디면 하나보다는 둘의 힘, 둘 보다는 많은 이들의 힘이 크니까. 다들 힘드신 거 아는데 조금씩만 참고 외로운 싸움을 견뎌내요. 여기 같이 있지 못하고 음성적인 곳에서 해외에서 일하시는 분들 희망 잃지 말고 우리 국내에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어요.(울음)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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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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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성 헤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