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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1999.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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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팔아 현대를 살리자

출판편집팀 | 사회진보연대
지난 2월 국제신용평가기관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적인(?) 기사가 신문 헤드라인을 점하고 있을 즈음, 그 밑 전면광고란에는 당황스러운 광고가 하나 실렸다.
"Buy Korea!!" 현대투자신탁에서 새로 내놓은 증권상품이었다. 이 상품은 발매 일주일만에 수익액 1조를 뛰어넘더니, 이제는 '나라를 파는데 전국민이 동참하여' 5조 돌파의 개가를 올리고 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하여 현대는 이제 '여성을 위한 강연회', '대학생을 위한 장학사업', '실직자를 위한 기금예탁' 등의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Buy Korea Funds"의 속을 들여다보자.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아 과감히 직장을 떠난 퇴직자들을 위한 퇴직금 펀드’, ‘어린 나이에 IMF의 고통을 겪어낸 우리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믿고 한국경제에 투자하는 자녀행복 펀드’, ‘한국경제가 IMF를 벗어나 제2의 르네상스를 이뤄낼 것으로 확신하면서 그 결실을 자산증식으로 키워가고자 하는 르네상스 펀드’ 등이 있다. 가히 ‘국가의 위기를 걱정(?)’하는 듯하다.
나라를이러한 현대의 발빠른 행보에 다른 재벌 역시 뒤질세라 다양한 증권상품을 선보이며 Funds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얼마전 현대전자와 경기화학의 주가조작(일명, 작전)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대재벌의 대형펀드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일례로 “Buy Korea Funds"의 경우 총수탁고가 5조원을 돌파하였다고는 하지만, 막상 현대투자신탁의 자본금은 300억원에 불과하다. 90년대 초반이후 투자신탁사의 부실운영에 의한 부도사태의 폭발, 투자자의 피해 속출, 이를 시발로 한 금융권의 혼란이 결국 IMF 구제금융을 불러오는 한 요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경제위기가 극복되어가고 있다’라는 선전속에 또다시 총 수탁고의 0.006%밖에 달하지 않는 자본금으로 국민의 돈을 유용하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또다른 하나는 대형펀드 자금이 자체 계열사 지원이나, 내부자 거래, 심지어는 주가조작을 통한 불공정 거래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재벌들의 펀드들끼리의 담합, 서로 상대방 계열사의


발행증권을 사주는 식의 자금운용 또한 가능하다. “각 펀드의 10% 이상을 계열사 주식에 투자할 수 없다”는 법조항이 있다 한들, 사실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가령 200조원 규모의 대형펀드가 등장할 경우 10%(20조원)을 투자하면 현대그룹(주식시가총액 19조 5000억원) 전체를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다시 기업간의 무리한 통합과 인수합병의 길이 언제나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도 주가호황을 틈타 투자되는 국민의 돈으로 말이다.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차입, 무`리한 사세확장, 부정부패와 관치금융 등 현재 재벌개혁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자체 구조혁신보다는 국민을 돈을 부당운용해 이윤창출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또다시 금융위기가 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것인가?

하지만 지금의 모습에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가입자 보호와 건정성 확보가 아니다.
일방적인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통하여 경제위기의 모든 고통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정부와 재벌의 방침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도마뱀의 꼬리를 잘라내는 사소한(?) 조치에도 엄살을 피우는 재벌의 문제는 소액주주운동, 경영투명성 재고 등 본질적 개혁과는 어느정도 거리를 둔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 속에서 경제위기의 주범인 재벌의 해체는 요원하며 민중의 생존권은 총체적으로 파탄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Buy Korea Funds"를 보며 수년전 모 상품의 “정복할 것이냐, 정복당할 것이냐”라는 광고문구가 되살아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작년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돌반지까지 꺼내던 “금모으기 운동”은 또 어떠하였는지...
자신의 푼돈을 투자하는 것으로 ‘경제를 살리는’데 동참한다는 자부심에 흐뭇해 할 것인가? 단기간의 시세차익과 투자성공으로 약간의 이익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인가?

굳이 투자하고 싶은 상품문구를 떠올리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Sell Hyundai & Save People Fu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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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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