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3 가을.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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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선거연합정당의 문제점」 독자에게

정지현 | 노동위원장
1. 민주노동당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청년 세대에게 진보정당은 멀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노동자의 정당이라는 인식보다는 우리를 도와주고 연대해주는, 좀 더 진보적인 정당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 활동하던 시기는 당과 노동자의 거리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의 정당이라는 인식을 갖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했었나요?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분당을 겪는 과정이 실제 조합원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민주노동당이 활동하던 시기에 당과 노동자의 거리는 지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직접 건설한 정당이어서 배타적 지지를 했고, 노동자 정당이라는 인식이 손쉽게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정치활동 활성화는 부족했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스스로도 그 점을 한계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먼저 민주노총의 경우를 봅시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가지고 있었기에,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은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당적을 유지하고 후원금을 냈습니다. 수치로 보면 2004년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대비 당권을 가진 조합원 비율은 3.6%(25,345명), 2007년에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대비 당권을 가진 조합원은 3.44%(31,990명)로 조합원 대비 당원 조직율은 5% 내외입니다. 민주노총 내 당원 비율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민주노동당 내 민주노총 당원 비율은 2001년 47.94%, 2003년 43.49%, 2005년 42.32%, 2007년 40.08%로 상당합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내 당원의 비율이 적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지만,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정치활동을 직접 확산하기보다는 민주노동당에 이를 일임하고 위탁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창당 시기에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정치의식화와 관련한 교육, 활동,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하지는 못했기에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지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에 큰 영향을 미친 배경에는 합동연설회 폐지,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 금지, 지구당 폐지,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04년 정치관계법(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이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은 이러한 법 개정으로 인해 단위 사업장에서 할 수 있는 정치사업 개발이 어려워지고, 사실상 ‘대중정당 모델’이 제어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이처럼 민주노총은 조합원에 대한 직접적인 정치활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관련한 고민은 있었으나 그러한 활동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한편 민주노동당에서도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의 정치활동을 만들어내고 민주노동당 지지 활동의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그 시도 중 하나가 직장분회(현장분회) 설치이고, 다른 하나가 부문할당이었습니다. 

우선 직장분회를 봅시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시기부터 당원의 세포단위로서 분회를 설치하여 운영하였고, 민주노총 내 개별 사업장에서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구성된 직장분회(현장분회)의 설치를 추진했습니다. 분회의 규모는 점차 확대되었는데, 2003년 340개에서 2005년에는 1018개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직장분회는 더는 확장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냅니다. 중소사업장의 경우 직장과 실제 거주공간이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직장분회가 편재되어 있는 지구당 내에서 생활하지 않는 당원이 많았기에 집중된 활동을 만들어 내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은 직장분회를 책임져야 할 노동위원회의 활동에 조직적인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역위원회 활동은 지역주민사업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직장분회는 방치되었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또한 당원이 밀집되어 있는 대규모 사업장은 직장분회 활동이 자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이었지만, 이 역시도 해당 직장분회와 지역분회 사이에 사업이나 권한이 중복되는 등 위상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렇듯 초기에는 직장분회(현장분회)를 민주노총과 당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두고 추진했지만, 내실있게 운영되기는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민주노동당 내에서 현장의 노동자 당원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공백으로 남게 됩니다. 이런 전사로 인해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분화된 각각의 정당에서도 직장분회 혹은 직장위원회를 긍정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부문할당 문제를 봅시다. 민주노동당은 초기부터 이념과 실천을 공유하는 배타적 지지 단체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부문 할당에 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배타적 지지 단체에 대의기구 구성원 총수의 일부를 할당하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배타적 지지 단체에 할당된 중앙위원과 대의원의 선출방식을 해당 단체에 맡겼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전체 할당대의원 수를 당으로부터 통보받으면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연맹별 지역별 배정기준과 숫자를 확정하여 민주노동당에 통보하였습니다. 민주노동당 전체 대의원은 할당대의원과 선출대의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민주노총 조합원은 당원의 자격으로 민주노동당 지역대의원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에 할당해 구성되는 할당대의원과 민주노동당 내에서 직접 선출하는 선출대의원에 모두 분포하게 됩니다. 2002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구성을 보면, 노동조합 출신은 42%(41명), 2005년 민주노총 소속 중앙위원은 34%(75명)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에 점차 다양한 계층이 입당하여 기존의 할당 방식을 비판하고 자신들에 대한 할당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의 할당 비율은 전체 25~30% 정도였고, 그 안에서 노동자·농민·빈민 부문의 비율을 나누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할당 비율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동부문 할당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곧 민주노동당의 노동중심성을 드러내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하며 할당비율을 유지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를 즈음하여 민주노총 내부에서 일련의 부정적 사건이 벌어집니다. 2005년 1월 기아차 노조 간부 등 14명이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2월~3월에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5월에는 부정 채용 혐의로 현대차 노조 간부 8명이 구속됐으며, 10월에는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일련의 사건은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2005년 들어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는데, 그 원인이 민주노총의 연이은 부정적 사건에 있다는 인식이 커진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민주노총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원내 대안정당으로서 위상을 분명히 하자는 입장과 민주노총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계급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논쟁이 이어집니다.  

다만 전자의 입장과 관련해 한 가지 짚을 점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거리두기는 민주노총의 대국민 인식 악화를 계기로 강화되지만, 사실상의 속내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면서 노동자정당으로 고착화되는 것에서 벗어나 전 국민으로 지지기반을 확대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정당에 있어 중요한 쟁점이었으나, 민주노동당 분당 시점까지도 명확히 정리되지 못합니다.

이렇듯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를 밀접하게 만들고자 하는 흐름 속에서 당과 노동자의 물리적 거리는 좁았으나, 이념·노선을 추구하고 정치활동을 실현하는 실질적 거리는 그리 가깝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조직형식적인 관계에 머무르게 됩니다. 민주노동당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으로 인적, 재정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때문에 민주노총 조합원 당원에 대한 정치활동에 소극적이었고, 민주노총 역시 당과의 관계를 배타적 지지와 부문할당제에서의 지분을 중심으로 한 상층 사업 수준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합니다. 

2007년 대선 이후 꾸려진 혁신위가 좌초되고 민주노동당이 분당되면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설정, 민주노총의 정치활동 활성화라는 쟁점은 더 논의되지 못하고 소멸합니다. 북핵문제와 패권주의 문제도 심대한 쟁점이지만, 위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진지한 반성과 극복이 필요했습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역사를 보며 얻을 교훈은,  진보정당의 통합이 우선이라는 일차원적인 고민보다는 노동자의 정치활동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선결 과제라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세력화는 답보할 뿐입니다. 종합하면, 민주노동당 당시 민주노총 조합원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의 정당이라는 인식은 있었으나, 거기서 더 발전하지 못한 채 의무적인 지지수준에 머물렀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에 대해서도 짧게 덧붙이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은 조합원에게 큰 실망과 걱정을 줬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도 남아있었고, 다른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는 흐름도 보였기 때문에 그 실망과 걱정에 편차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큰 충격과 실망을 준 것은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였습니다. 2012년 총선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을 겪으며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공식 철회했고, 민주노총 조합원도 집단 탈당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조합원은 진보정당 운동의 회생 불가능성을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조합원은 정치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으며, 진보정당을 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이 되는 세력으로 사고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배타적 지지 철회 이후 통합진보당 지지에서 이탈한 간부와 조합원의 지지가 새로운 진보정당이 아니라 거대 야당, 즉 민주당으로 이동한 점입니다. 물론 이는 2008년 이후 야권연대의 흐름이 부각하면서 계속된 경향이었지만, 2012년 이후부터는 더욱 강화됩니다. 사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선거 시기 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당선 가능한 다른 정당 후보를 찍더라도, 비례대표 정당명부에서만큼은 민주노동당을 찍으라는 방식에서도 이미 존재하였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노골적 지지는 2012년 대선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석행 전 위원장, 배강욱 전 부위원장은 문재인 캠프에, 이용식·김태일 전 사무총장, 이영희 전 정치위원장은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는 등 민주노총 전직 임원이 노동계를 대표하는 인사의 자격으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지금까지도 상당한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2. 실제로 민주노총 현장 간부, 조합원들은 실리적인 이유로 진보정당보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정책협약을 맺곤 합니다. 정치세력화의 목표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굳이 어려운 진보정당 활동의 길을 가는 것보다 민주당과 반여권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더 쉽고, 실제로 노동운동가 중 민주당에 투신한 인사들도 있으니까요. 민주당이 현실적으로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데 왜 민주당과 연합하면 안 되냐는 질문과 함께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민주당 지지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무당층의 증가에서도 보이듯이, 보수양당을 중심으로 하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져가지만 이 불만이 진보정당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 현실과도 조응합니다. 정치에 대한 환멸과 무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정치의 위기를 타파하고 대안적인 정치세력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공백이 보입니다. 이에 근시안적인 선거연합정당 건설이 아니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민주노총 확대간부 정치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대선에서 조사에 응답한 간부의 42.6%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절반 이상이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상에서는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와 더 많이 소통하고 요구를 관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특혜와 지원을 대가로 정치적 지지를 교환하는 관계인 후견주의가 민주노총에 팽배합니다. 이러한 후견주의는 노동조합을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존립할 수 없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민주당과 함께한다는 것은 노동조합이 취하는 어떠한 정치적 행보와 입장도 민주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민주당과 함께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에게 심판받으면, 민주당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 진보정당을 비롯해 그들과 함께하는 노동조합도 같이 심판받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민주당을 방어해야만 할 것입니다. 결국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은 민주당의 하위파트너 이상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게 됩니다. 

게다가 민주당이 얘기하는 노동자와 민중은 정치의 주체로서 노동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당리당략에 따라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이는 그간 노동계와 민주당의 관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조법 2조 개정 문제가 있습니다. 민주당이 노조법 2조 개정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윤석열 정부를 반대하려는 것 때문이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원청 사용자성을 보장해주려는 의도 때문은 아닙니다. 비록 을지로위원회가 노동계와 발을 맞추는 식으로 일선에서는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정작 노동자 시민이 요구하는 권리로서의 법안을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민주당을 지지하고 그 반대급부로 정책협약을 따내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눈앞의 작은 도움만 받다가 정작 스스로의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해 민주노총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습니다. 

이런 후견관계에 도사리는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본인이 여러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고 포퓰리즘 비리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 자정 능력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전반적인 퇴행으로 가고 있는 민주당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한 묶음으로 인식되면서 신뢰도가 동반 추락하고 있습니다. 진보정치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행했던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관계가 도리어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의 운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당과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2012년 통합진보당을 통해 이미 실패했음이 드러난 야권연대 전략을 멈추어야 합니다. 민주당과 손쉽게 함께 하는 흐름은 진보정치가 스스로의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는 무능을 시인할 뿐입니다. 

따라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당장 필요한 것은 진보의 재구성입니다. 그중에서도 반민주당을 기치로 한 진보 재구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을 창당했을 당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은 민주당과는 다른 진보를 그려내려고 했습니다. 민주당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내용으로 진보정치 재구성을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586식 세계관에 입각한 낡은 진보 관념을 반성 없이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진보의 길을 제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정치세력화의 주체로서 자신의 분명한 과제를 구현하는 가운데 사회적 위상을 되찾아야 합니다. 최근 진보정당의 총·대선, 지자체 선거 결과를 보면 하나같이 성적이 저조합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정의당은 803,358표(2.37%), 노동당은 9,176표(0.02%), 진보당은 37,366표(0.11%)를 얻어, 진보정당을 다 합쳐도 지지율이 3%를 넘지 못합니다. 민주노동당의 2002년 대선 지지율 957,148표(3.89%)에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는 진보연합정당을 하나로 만든다고 해서 진보정당이 사회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단언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나타냅니다. 보수양당 정치에 대한 불신이 진보정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진보정당 스스로도 보수양당정치의 대안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세력, 보수 양당의 2중대, 북한 추종 세력 등, 대중이 진보정당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진보정당이 대안세력으로 보이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는 진보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정당이 바로 서기 위해서도 노동조합은 정당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치적 역할을 통해 광범위한 대단결을 만들어야 합니다. 업종을 넘어 노동자 대단결을 이루려는 산별노조를 구축하고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가운데 정치적·사회적 운동을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총선방침 논의가 불거지면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가장 토론이 어렵다고 느꼈던 대목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역사만큼이나 정치세력화, 노동중심성 등 관련한 개념에 대한 공동의 합의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치세력화는 좁게는 정당을 건설하는 것에서부터, 존재하는 정당을 선택하여 배타적 지지하는 것, 넓게는 스스로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노동자 대표성을 가진 존재로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 개념 합의가 없는 가운데, 정치세력화의 의미를 노동자 후보를 당선시키고 진보정당이 집권하는 것으로만 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중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합원의 실리주의적 이해를 정당화하거나, 노조 상층 인사의 원내 진입을 옹호하는 것으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일단 개념 정립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노동자 계급이 이념적·조직적으로 보수주의 혹은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구분하여 정치적·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운동 전략 전반을 의미합니다. 노동중심성은 노동자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고 보편적 권리를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개념의 합의도 전제되지 않은 채 정치세력화를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고유한 정치활동 계획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원을 찾겠다는 것이 정치세력화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노동조합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거 때가 되어 후보선출과 지지에만 집중하는 정치활동을 개선하고 일상적 정치활동사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앞선 조사에서 알 수 있듯 민주노총 간부조차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진보대통합을 하자는 당위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정치세력화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시작의 단초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표상을 바꾸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보편적 권리로서 노동을 말하고, 노동자 간 격차를 해소하고 계급적 단결을 촉구하는 가운데,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고 노동해방을 지향하는 운동 세력으로서 노동조합이라는 위상을 세워나가는 것에서부터 정치세력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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