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026년 한국 주식시장은 ‘기괴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극심했다. 첫 거래일인 1월 2일 종가 4312였던 코스피 지수는 6월 22일 911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7월 30일의 5593까지 한 달여 만에 -38.6% 폭락했다. 지수가 하루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은 올해 들어 8월 4일까지 33일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 지수는 4일, 홍콩 항센 지수는 0일이었다. 한국과 비슷하게 반도체 호황을 겪는 대만 가권지수도 2일에 불과했다.
[그래프] 코스피 지수(왼쪽, 파란색)와 코스피 변동성 지수(오른쪽, 검정색)
(출처: 《블룸버그》)

변동성 지수(공포 지수)는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 보여준다. 주식시장이 공포 상태인지 아닌지 가르는 기준은 보통 30으로 본다. 미국과 비교하면, S&P500 변동성 지수인 VIX는 올해 대체로 10대 후반에 머물렀다. 반면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인 VKOSPI는 연초 1월 2일 이미 30.6을 기록하며 공포 구간에 진입한 채 계속 상승해,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4일 80.37까지 치솟았다. 특히 6~7월이 심각했는데, 6월 9일 91.23에 이른 변동성 지수는 한 달간 90 근처에 머물렀고, 6월 29일 사상 최고치인 96.94를 기록했다. 코스피 역대 서킷브레이커(주가지수가 8% 이상 폭락할 때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조치) 발동 15회 중 9회가 올해, 특히 6~7월에 집중됐다.
7월을 지나며 사람들의 분위기도 달라진 듯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얼마를 벌었다는 ‘수익 인증’ 사연이 인터넷에 회자되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을 자극했지만, 이제는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손실 인증’이 퍼지고, 후회와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결혼자금을 불리려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앞당기려고, 노후를 대비하려고, 저마다 비슷한 이유로 주식시장에 진입했지만, 상승장을 믿으며 저축을 주식으로 옮기고 심지어 자산을 팔아 투자금을 키우며 점점 더 공격적으로 베팅했던 이들은 결국 폭락장에서 손실을 입었다. “2030 다 마찬가지예요. 부동산을 사고 싶어도 너무 올라 있고 자산 격차는 벌어지고,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주식이 희망이 될 줄 알았는데, 다들 희망이 되지 못했네요.” 저축에 대출까지 더해 레버리지 ETF(상장지수 펀드)에 투자했다가 두 달 만에 절반을 날렸다는 한 청년은 “주변에서 너도나도 돈을 벌었다는 소리에 잠시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올해 여러 차례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을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코스피 지수의 폭락으로 귀결된 만큼, 이 글은 그간의 논의를 종합하며 현 상황을 설명하고자 한다. 깊은 이해를 위해, 《사회운동포커스》에 실린 이전 글들을 함께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이재명 정부 ‘금융 포퓰리즘’의 모순과 한계」, 2026년 4월 14일.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1)」, 2026년 6월 15일.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 2026년 6월 18일.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3)」, 2026년 6월 19일) 이 글은 다음 질문들에 답하고자 한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극단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이런 광풍의 경제적·사회적 효과는 무엇일까? 그 후과를 어떻게 평가하며, 무엇을 교훈으로 남길 것인가?
1. 주가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작년 중순부터 코스피가 오르기 시작한 후, 폭락 이후인 지금까지도 증권사와 언론에서 계속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반도체 기업들의 역대급 실적이다. 그러다가 6월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이어서 7월 주가가 폭락하자, AI 투자의 불안정성, 반도체 산업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금리 상승 추세 등이 지적됐다. 그러다 8월 후반부터 주가가 다소 반등하자,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여전히 탄탄한데 주가가 떨어졌으니, 주식을 다시 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경제 뉴스를 보는 이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올해 있었던 두 사건을 볼 필요가 있다. 7월 29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7%, 557% 증가했다. 그런데 SK하이닉스 주가는 일주일 동안 20% 넘게 폭락했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였다. 8월 21일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주주 환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다음 거래일인 24일 주가는 8.7% 하락했다. 자사주 소각 연기 등 환원책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이유로 꼽혔다. 두 사건을 달리 표현하면, 실적과 주주환원책 발표에 대한 ‘선반영된 기대’가 과했다는 점이 발표 당일에 드러나며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주식투자를 하면 할수록 깨닫게 되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실적과 같은 경제적 ‘펀더멘털’이 아니라, 사람들의 주관적 기대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경제학에서 ‘단기’는 1년 이내의 시간 범위를 뜻한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역설적으로 그 논리 탓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의 주관적 기대가 얼마여야 적정한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두 사건에서 정말로 사람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인지, 주가가 떨어졌으니까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높았다’고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대’와 관련된 지표로 자주 쓰이는 것이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증권사가 주로 사용하는 1년 선행 PER은 증권사가 예상한 미래 1년의 기업이윤 대비 현재 주가가 몇 배인지를 뜻한다. 향후 기업이 벌어들일 이익과 비교해 주식시장이 현재 얼마나 높은 가격을 부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물론 경제학자는 선행 PER을 사용하지 않는다. 기업이윤은 그 자체로도 회계상 이유로도 단기 변동이 심하며, 향후 1년의 예상치가 정확히 맞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장에서 보겠지만, 이런 이유로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경기조정 장기 후행 PER을 사용한다.)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에서 PER을 오용하는 문제를 다뤘다. 핵심은 PER이 다른 국가나 기업보다 낮거나, 국내의 역사적 평균보다 낮다는 것으로부터 향후 단기간에 주가가 오른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 대만 TSMC의 선행 PER은 약 24배인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선행 PER은 6.7배로 약 3.5배 차이 난다. 그렇다면 삼전닉스가 저평가되었으므로 주가가 3.5배 더 올라야만 하는가?
그런 저평가에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TSMC보다 삼전닉스가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의 변동성이 훨씬 심했고, 공급망에서의 지위나 글로벌 투자 접근성도 다르다. 주주 구조도 TSMC는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 자금 중심인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 지배구조상 재벌 체제의 결함도 물론 고려 대상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인들이 각각 주가에 얼마씩 반영되어 삼전닉스의 PER을 TSMC보다 낮추었는지 추정할 도리는 없다. 게다가 그런 구조적 요인이 단기간의 주가 변동에서 얼마나 고려되는지도 미지수다.
국내에 국한하더라도, PER이 단기간에 역사적 평균으로 회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올해 7월 기준, 지난 10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선행 PER의 평균은 각각 11.84배, 7.28배였다. 증권사들은 지금 삼전닉스의 선행 PER이 이보다 낮으므로, 향후 기업 실적이 폭등함에 따라 주가가 훨씬 더 올라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왜 주식을 사지 않냐고 연일 성토하고 있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6~7월의 극단적 변동성과 폭락을 경험한 이들이 선뜻 다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을 단순히 비이성적이라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개인투자자가 말하듯, “한국 주식시장은 실적이 나와도 박살 나고, 안 나와도 엄청 오르고. 도박판인 느낌이라 없던 믿음도 거의 사라졌어요”라 할 수 있다.
또한, 객관적으로 그럴 만한 자금 여력이 있는지도 문제다. 올해 6~7월 역대 최대 규모의 ‘빚투’가 보여주듯, 코스피 9000도 수많은 사람이 돈을 빌려서 만든 결과였다. 게다가 7월 폭락으로 빚이 급격히 늘거나 고점에서 물린 사람들이 남은 상황에서, 과연 어디서 신규 자금을 더 끌어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론, 폭락 전에 주식을 처분해 수익을 낸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들이 지금 시점에 부동산 대신 주식을 택할 만큼 주식시장이 확신을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내가 아닌 외국인에 호소한다면, 앞 문단에서 말한 국제 비교 문제로 다시 넘어간다.)
정리하면, 주가로 표현되는 사람들의 기대나 ‘가치평가(valuation)’가 과연 기업이윤과 같은 경제적 펀더멘털을 정확히 따르는가가 문제다. 가치평가 자체가 주관적 요소를 포함하므로, PER과 같은 지표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PER이 낮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비합리적’이어서 가치평가를 잘못한 것인지, 정확히 분해해서 추정하기 어렵다.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에서 설명했듯, 인과관계가 반대로 될 수도 있다. 선행 PER이 외국보다, 혹은 역사적 평균보다 낮다는 것을 근거로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설득함으로써, 사람들이 주식을 사게 만들어 주가를 올리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상대로 선동했듯 말이다. 이 전략이 결국 실패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다시 사람들을 설득하는 형국인데, 지난 상황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근본 동인인 기대에 관한 경제이론과 실증 연구의 도움을 받아, 관련 개념과 층위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2. 주식시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많은 사람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 측면에서 주식시장에 접근하지만, 주식이 무엇인지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주식은 기업의 공동소유자로서 향후 기업이윤의 일부를 배당으로 받을 권리의 증서다. 여기서 두 가지 지점에 주목할 수 있다. 첫째,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발생한 이윤의 일부인 배당이 실물경제와 주식을 연결하는 고리다. 둘째, 미래의 이윤과 배당의 흐름은 현재 시점에서 정확히 정해진 게 아니다.
둘째 지점에 착안해 개념을 처음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다. 그는 현재 보유한 자금에 기초해 미래 소득을 받는 화폐자본(예금·대출)과 미래 예상 소득을 현재화한 자금인 가공자본(채권, 주식 등)을 구분했다. 둘의 핵심 차이는 후자의 ‘가공적(fictitious)’인 면이다. 주식을 사는 것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배당 흐름을, 지금 가진 돈과 맞바꾸는 것이다. 즉, 주식의 가치는 장부상 가치일 따름이다. 대출이 계약상 정한 금액을 받는 것과 달리, 배당금은 미래 기업이윤에 따라 변동하며 주식을 가진 사람이 그 불확실성을 부담한다.
마르크스는 가공자본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설명했는데, 이는 현대경제학으로도 이어진다. 주가는 우선 예상되는 미래소득을 현재의 이자율로 자본화한 것으로 결정된다.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화다. 이는 경제적 요인에 따른 주가 변동 이론(3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가공자본이 특유의 불확실성 탓에 투기의 대상이 되며, 이때 가격은 경제적 요인에 따른 결정과 괴리되어 크게 부풀려지거나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가 1929년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이었다. 이 사건은 현대경제학이 경제적 요인 외의 주식시장 고유 요인에 의한 주가 변동 이론(4장)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리하면, 경제적 요인에 따른 주가 변동과 주식시장 고유 요인에 따른 주가 변동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 어떤 이론이 더 설명력이 있는가? 이를 논하려면 투자자의 행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주식시장’이라 부르는 것은,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하고 투자자가 최초로 구매하는 발행시장이 아니라, 이미 발행된 주식이 거래되는 유통시장이다. 발행시장이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그 대가로 배당 청구권을 갖는 곳이라면, 유통시장은 투자자들끼리 배당 청구권을 거래하는 곳이다. 유통시장은 권리의 자유로운 이전을 가능하게 하지만, 주식 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가격이 변동해 자연스럽게 시세차익 목적의 매매가 발생한다.
따라서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는 투자와 투기로 구분된다.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투기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떤 행위가 주식시장을 지배하느냐에 따라 주가 결정의 메커니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시경제학에서 투자란 엄밀히는 기업이 고정자본을 늘리는 것만을 지칭한다. 다만, 주식시장 차원에서는 기업의 증자에 참여(발행시장에서 주식을 구입)하거나 배당을 목적으로 주식을 ‘자산’으로서 장기 보유하는 것도 넓게 투자로 본다. 이 경우,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을 연결하는 배당이라는 고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투기는 배당금 수취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단기 가격 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연결고리인 배당의 역할이 옅어지고, 주식은 ‘자산’으로 취급되지 않게 된다. 투기에서는 단기에 공급이 제한된 시장에서의 ‘수급’,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투기에서 도박이 파생될 수 있다. 이는 주가의 변동 자체에 내기를 거는 것이다. 단기 선물·옵션거래가 대표적이며, 화제의 몇 배 레버리지 상품도 이 범주에 해당한다. 워런 버핏은 올해 5월 2일, “하루짜리 옵션을 사거나 판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고 투기조차 아니며 도박”이라 말했다. 초단기 거래의 영역에서는 기업 실적이나 금리 같은 요인이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이다. 물론 기업 실적 발표일이나 정책금리 발표일 등 뉴스가 있는 날에는 초단기 변동이 그런 경제적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상술한 사례들처럼, 실적이나 금리 자체보다는 이에 대한 단기적인 ‘선반영된 기대’가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주식 매매의 의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도 않거니와 목적이 변할 수 있고, 이를 파악하거나 추정할 방법이 없어, 투자·투기·도박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행위가 주식시장을 지배하느냐에 따라 주가 결정 메커니즘이 달라지므로, 구분은 의의가 있다.
3. 경제적 요인은 주가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1) 주가 변동의 경제적 결정요인
주식이 미래 기업이윤의 일부를 배당으로 받을 권리임에 착안해, 주가 결정에 관한 가장 단순한 경제 모형인 배당할인모형이 도출된다. 여기서 주가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결정된다.
주가 = 미래 주당배당금 흐름 ÷ [무위험이자율 + 위험 프리미엄]
= [주당순이익 × 배당성향] ÷ [무위험이자율 + 위험 프리미엄]
식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측면 요인들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먼저 실물경제 측면에서 주당배당금이 증가하면 주가가 상승한다. 주당배당금은 주당순이익(EPS), 즉 기업이윤을 주식 수로 나눈 것에다 배당성향(기업이윤 중 배당으로 분배하는 비율)을 곱한 것이다. 즉, 기업이윤이 증가하거나, 기업이 주식 수를 줄이거나, 배당성향을 높이면 주가가 오른다. 여기서 기업이윤은 실물경제 영역에서 결정되며, 주식 수나 배당성향은 기업의 정책에 따라 정해진다.
금융시장 측면 요인은 분모의 ‘무위험이자율 + 위험 프리미엄’이다. 이것이 상승하면 주가가 하락하는데, 그 원리는 주식과 다른 자산, 특히 안전자산인 국채와의 비교다. 위험자산인 주식의 수익률이 최소한 국채 이자율보다는 높아야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할 것이다. 따라서 국채 이자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주식 투자의 유인이 낮아지고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이동해 주가가 하락한다.
무위험이자율이 ‘주식이 최소한 이것보다는 벌어야 한다’는 바닥선이라면, 위험 프리미엄은 그 바닥선 위에 투자자들이 추가로 요구하는 보상이다. 주식은 국채와 달리 원금도, 이자도 보장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주식에는 국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데, 이 추가 요구분이 위험 프리미엄이다.
위험 프리미엄은 금리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와 불안감에 따라 출렁인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손실의 위험도 커지므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보다 더 큰 보상을 주식에 요구하고,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거꾸로 말해, 그만큼 더 큰 수익을 주지 못한다면 안전자산보다 주식에 투자할 유인이 떨어진다. 그래서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주가가 하락한다. 반대로 주식의 변동성이 약하고 완만하게 상승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주식 수익률이 국채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으로 낮아져도 주식에 투자할 유인이 있다. 즉,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면 주가가 오른다.
위험 프리미엄은 투자 심리를 반영하므로 직접 관측할 수 없어 여러 방식으로 추정되는데, 서론에서 언급한 변동성 지수(VIX나 VKOSPI)는 투자자들의 공포·불안 심리와 상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위험 프리미엄의 방향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위험 프리미엄은 실제의 변동성이나 손실 가능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강세장에서 주가가 출렁임에도 낙관론이 팽배해 투자자들의 위험 허용도가 높아질 때에는, 위험 프리미엄이 실제 위험 수준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기도 한다.
2) AI 투자, 반도체 호황과 금리 상승
경제적 요인 측면에서 올해 코스피의 극심한 변동성을 설명해 보자. 기본 구도는 「이재명 정부 ‘금융 포퓰리즘’의 모순과 한계」에서 설명했다.
작년 이재명 정부 출범부터 11월 전까지,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정책 개선을 기대하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어 코스피가 완만히 상승했다.
11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 기업 실적이 개선 정도를 넘어 2026년에 천문학적 기록을 세우리라는 전망이 확실시된 데다가, 코스피의 완만한 상승을 목도하며 개인투자자 자금이 그간의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하며 급격히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코스피는 완만한 상승에서 급격한 상승으로 전환되면서 변동성도 높아졌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작년 말부터 세계적으로 국채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기 시작했고, 특히 한국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심각했다. 이에 위험에 민감한 기관 중심의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의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했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히려 순매수액을 늘려갔다. 위험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외국인과 개인 간 줄다리기로 변동성이 더욱 심해지고, 이는 외국인의 순매도를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래프] 개인(파란색), 기관(검정색) 및 외국인(회색)의 국내 주식 순매수액(순매도액)
(출처: 《블룸버그》)

기업이윤이나 금리 측면에서 지금 상황은 「국제무역과 금융의 분절화, 달러체제의 위기 가능성과 한국경제」(《계간 사회진보연대》, 2025년 겨울호)와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1)」의 설명에서 크게 변하진 않았다. 즉, 한국 반도체 기업의 천문학적 이윤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AI 부문에서 하이퍼스케일러(데이터센터와 같은 AI 연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의 막대한 자본지출과 손실이 지속된다는 뜻이며, 그 자금 조달을 둘러싼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국채 금리의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여기서는 6월 《사회운동포커스》 글 이후 이슈가 된 몇몇 문제만 언급하겠다.
S&P글로벌이 8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에 대한 수요 증가로 6대 하이퍼스케일러(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스페이스X)가 2026년 8,700억 달러, 2027년 1조 3,000억 달러의 자본지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자금 조달 문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리라 전망했다. 감을 잡고자 이 지출을 커버하려면 사용자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단순 추정하겠다. 2026년의 8,700억 달러를 당해 유료 개인사용자 수 추정치인 1,500~2,000만 명으로 나눈다. 그러면 1인당 1년에 43,500~58,000달러, 1달러=1400원 환산 시 6,090만~8,120만 원을 내야 AI 부문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개인사용자만이 아니라 기업사용자도 있고 이들이 돈을 더 많이 낸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반대로 기업사용자는 개인보다 데이터센터 연산 능력을 훨씬 더 많이 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중순부터 불거진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의 지연, 7월 오라클의 신용등급 강등, 메타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임차) 사업 진출 등 관련 이슈들이 연이어 터졌는데, 그중 특히 8월 11일 엔비디아가 발표한 이른바 ‘GPU(그래픽처리장치) 금융’이 중요하겠다. 엔비디아가 거대 자산운용사·사모펀드와 함께 금융 플랫폼(SPV, 특수목적회사)을 설립하고, 이 플랫폼이 미래 GPU 임대수익을 담보 삼아 투자를 유치해 GPU를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AI 기업들의 적자가 확대되며 신용도가 하락하고,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이 문제로 지적되자 이런 대책까지 나온 것이다.
올해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주요 선진국에서 시장·정책금리가 상승하던 추세가 가속되는 상황도 심각하다. 각국 재정적자의 급격한 증가와 AI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물가 측면에서도 유가뿐만 아니라 반도체 가격이 상승(‘칩플레이션’)해 인플레이션이 가속되고 있다.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1)」에서 다룬 두 시나리오 중, AI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가 현실화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자, 재무부가 신규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기존 국채를 매입하는 ‘바이백(buy-back)’을 실행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물론 한국은 당장은 하이퍼스케일러의 막대한 투자에 수혜를 입고 있다. 다만, 반도체 매출에서 데이터센터용 비중이 급등해, 수요자인 하이퍼스케일러의 부담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구조가 되고 있다. 상술한 AI 부문의 이슈가 반도체 부문도 흔드는 것이다. 또한 시스템반도체·메모리반도체의 높은 가격이 문제시되면서 하이퍼스케일러가 자체 시스템반도체(ASIC,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된 반도체)를 도입하거나, 범용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는 중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의 위탁생산) 중심인 대만의 반도체 호황이 가격 상승보다는 생산 증가에 기반한 반면, 한국이 주력으로 삼는 메모리반도체는 현재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해 영업이익률이 높은 상황이라 공장 증설에 따라 이익률이 다시 하락할 수 있고, 시스템반도체보다 비교적 기술 추격이 쉽다는 문제도 있다. 삼전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중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생산능력을 옮기면서 역설적으로 범용 메모리반도체의 마진율이 HBM의 마진율을 초과했는데, 범용 메모리반도체는 더 대체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공장 건설로 몇 년 후 메모리반도체의 ‘피크아웃(호황에서 불황으로의 전환)’이 올 전망이 지배적이며, 중국의 추격에 따라 한국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도 가시화됐다. 특히 7월 27일 중국 창신메모리(CMXT) 상장 후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공장 증설이 완료되고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증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당분간은 삼전닉스의 천문학적 이익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이윤과 금리 측면 문제는 올해 들어 더 심해지긴 했지만, 이미 계속 존재했던 것들이다. 경제적 요인들의 추세가 급변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로써 한국 주식시장이 올해 상반기 유독 발작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것을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
물론 1장에서 확인했듯 주가에는 기대가 선반영되며, 미래에 올 메모리반도체 피크아웃이나 금리 상승이 주가에 미리 반영돼 주가가 폭락했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시점까지를 어떻게 선반영한 것인지 알기는 어렵다. 거꾸로, ‘미래에 반도체 피크아웃이 발생할 것이다’와 ‘당분간은 반도체 기업의 천문학적 이익이 지속될 것이다’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에 앞의 이야기가 부각됐을 수도 있다.
결국, 경제적 측면에서 위험이 강해진 것은 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폭락을 설명하는 데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다른 설명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4. 주가는 어떻게 ‘펀더멘털’과 괴리되는가
1) ‘비이성적 과열’: 집단 심리와 피드백 루프
사람들은 기업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1929년 10월 미국 주식시장 폭락 이전에 신고전파 경제학의 관념도 그러했다.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를 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다. 당시 대표적인 경제학자였던 어빙 피셔는 1929년 10월 “주가는 영원한 고지에 올라섰다”고 선언했다. 미국에서 기술혁신을 토대로 한 신생 대기업들이 급속히 성장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주일 후 주식시장이 대폭락했다. 심지어 주가가 급락한 대기업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았는데도 말이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 폭락(대공황)과 이어진 1930년대 대불황은 두 가지를 보여줬다. 첫째, 실물경제가 호황이어도 주가는 폭락할 수 있다. 둘째, 주식시장의 폭락이 거꾸로 실물경제의 장기 침체를 낳을 수도 있다. 즉,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를 단순히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다.
첫째 문제에 관해, 경제학자 케인즈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에서 주식시장 고유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주식시장 참여를 두 유형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기업의 장기적 실질 수익을 보고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 심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케인즈는 후자를 ‘투기’라 부르며, 주식시장이 발전할수록 투기의 비중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케인즈는 투기에는 경제적 요인에 대한 고려보다는 그와 다른 고유의 논리가 작동한다고 봤다. 이는 마르크스가 먼저 지적한 것인데, 케인즈와 케인즈주의자들은 그 논리를 구체화하고 실증한 셈이다. 케인즈는 이를 신문사가 개최하는 미인대회에 비유했다. 독자들이 가장 예쁘다고 꼽은 얼굴을 맞추면 상금을 받는 대회다. 여기서는 객관적 판단보다는, 독자들이 가장 예쁘다고 고를 것 같은 얼굴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즉, 참가자 모두가 다른 참가자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며 그에 맞춘다. 대중 스스로 대중의 평균적 기대를 추종한다는 원리다.
이는 개인 수준에서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이지만, 집단적으로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낳는다. 불확실한 미래를 완전히 계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움직인다. 내가 주식을 사는 이유는 ‘남들도 사니까’이고, 남들이 사는 이유도 그렇다. 이렇게 집단적 낙관론이 형성되면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것에서 괴리되어 더욱 상승할 수 있다. 물론, 이 메커니즘은 주가를 과도하게 하락시키는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주가 변동의 비합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이론을 실증한 경제학자 중 대표적으로 로버트 실러가 있다. 1장에서 언급한 주가수익비율(PER)의 한계, 즉 회계적 기업이익의 단기 변동을 제거하고자, 실러는 경기순환을 조정하고 인플레이션을 제거한 10년 단위 후행 PER을 지표로 삼아 미국 주식시장을 분석했다. 그 결론은 이러하다. ① 주가의 변동성은 기업이윤을 반영하는 배당의 변동성보다 훨씬 컸다. ②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의 중심선은 기업이윤을 따라가나, 단기에 주가는 기업이윤에서 괴리된다. ③ 양자의 괴리는 금리 변동으로도 온전히 설명되진 않았다. 결국, 주가가 기업실적이나 금리 같은 경제적 요인에 따른 추세에서 벗어나 과도하게 변동하게 하는 무언가가 작용한다.
실러는 『비이성적 과열』(2000)에서 그 무언가를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로 설명했다. 어떤 행동의 결과가 다시 그 원인에 영향을 미쳐 다음 결과를 강화하는 순환적 과정을 뜻한다.
먼저 주가가 실제로 꽤 오랜 기간 상승한다. 그러면 차츰 전문가는 물론 온갖 사람이 나와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경제적 이유들을 찾고, 주식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미래 전망을 주가 상승으로 확정시키며 불확실성을 ‘주관적으로’ 없애버리는 ‘서사(narrative)’가 만들어진다. 사실 주가가 오를 것이라 떠드는 수많은 이들 가운데 어떤 경제적 요인들이 각각 주가 변동에 얼마의 영향을 줄지 정확히 설명·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정상화’로 코스피 5천을 달성했고, 여기에 반도체 호황으로 2~3천이 추가됐다고 말한 것은 아무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다.) ‘AI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새 시대를 만들 것이다’와 같이, 주가 상승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
낙관적 서사가 여론을 지배하며 경제적 요인과 주가의 인과관계가 깨진다. 사람들이 사실은 불확실한 미래가 확정되었다고 확신하게 되면, 더 많은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유입되어 주가가 추가로 상승한다. 추가 상승은 낙관론을 더욱 강화시키며,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그럴수록 주가 상승은 점차 경제적 요인과 무관하게, 서사 자체에 의해 발생한다. 이렇게 주가가 경제적 펀더멘털과 괴리된다.
2) 개인투자자 주도 시장과 FOMO의 지배
한국 주식시장으로 돌아오자. 이에 대해서는 실러가 사용한 경기조정 장기 후행 PER이나 경제학자들이 주가순자산비율(PBR) 대신 사용하는 ‘토빈의 Q’ 같은 지표에 관한 최근 자료가 없다. 아쉽지만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에서 사용한 MSCI 지수에서 한국의 12개월 후행 PER을 보겠다. 이는 특정 시점 기준 이전 1년의 주당순이익 대비 주가를 뜻한다. 즉, 이전 1년의 성과 대비 미래 주가 변동에 대한 ‘선반영된 기대’를 표현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프] 한국 및 주요국 주식시장의 12개월 후행 PER
한국의 PER 변동이 다른 주요국보다 크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 참여자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 불안정함을 뜻한다. (출처: MSCI·MacroMicro)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에서 PER이 2025년 4월 9.8배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2026년 5월 23.7배에 이른 상황을 확인했다. (고점은 2026년 4월 25.3배였다.) 이는 6월 24.4배를 찍은 후, 7월 18.6배, 8월 12.0배로 급락했다. 미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올랐다가 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배당수익률은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2026년 5월 29일의 0.65%에서 8월 31일의 0.82%로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배당 목적의 장기 투자 측면보다는, 투기 측면에서 기대가 급변했다고 볼 수 있다.
3장에서 언급했듯, 작년 11월 이전에 기관 중심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던 완만한 상승에서 11월 이후 개인투자자 주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흐름이 전환된 것에 주목할 수 있겠다.
올해 코스피 거래량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았다. 2025년 12월 기준 소유 주식 수로는 개인이 48.0%를 점했지만, 코스피 거래량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연초부터 2월 5일까지 일평균 약 67%였다. (임필수, 「이재명 정부 1년, 한국 정치 어디로 가나」,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6년 여름호.) 미국과 비교하면, 여기서도 거래량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최근 빠르게 상승해 올해 7월 약 30%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거래량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훨씬 높다는 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한 한국 주식시장의 특징인 셈이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자보다 전문성, 정보력, 자금력이 약하고, 집단 심리에 기반한 투자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관투자자가 완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7장에서 다룬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한국 개인투자자는 과잉확신, 처분효과, 복권형 주식 선호, 군집거래의 특징을 보이며, 따라서 기관투자자보다 수익률이 낮다.
게다가 한국 개인투자자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주식 보유 기간이 현저히 짧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한미래전략연구소는 올해 4월 보고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평균 보유 기간이 9일에 불과하다며 “단기 매매 중심의 수급 구조가 코스피 지수의 구조적 저평가를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다른 주요국 대비 거래회전율(주식 수 대비 거래횟수, 주식이 얼마나 자주 손바뀜되는가)이 높아, 위험 프리미엄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 경제적 펀더멘털을 고려한 장기·가치투자가 매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두려움(FOMO)이라는 집단 심리가 한국 사회를 유독 극단적으로 지배했다. 실제로 주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초단기 거래나 레버리지 상품이 위험하다는 설명에 “알아”라고 대답하는 ‘밈’이 유행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투기 내지는 도박의 위험성을 몰라서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신과 기관들이 지적하듯 “한국 개인투자자의 광란을 보여주는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위기의 경향을 설명하면 충분하지, 무슨 집단 심리를 논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들이 사회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세상을 극한의 경쟁으로 인식하며 끊임없이 서로 비교하고, 오직 자기만이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세태에서, 어떤 객관적 분석을 제기해도 불충분할 것이다. 필자는 6월쯤 식당 옆자리에서 갓 20살이 된 정도로 보이는 청년들이 “이번이 아니면 평생 기회가 없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밤을 새서라도 공부하고 거래해야 한다”며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사회운동은 이런 심리와 세태에 어떻게 접근하고 대처할 것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5. 주식시장은 어떻게 사기극이 되는가
1) ‘자연발생적 폰지 사기’: 제로섬 게임과 여론전
실러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는 피드백 루프에 따른 주가의 급등과 폭락을 ‘자연발생적 폰지 사기’라고 봤다. 구조는 폰지 사기와 동일하되, 어떤 사기꾼이 특정 대상에게 행한 인위적 사기라기보다는 대중이 스스로를 속이는 사기라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우선 ‘폰지 사기’는 주식시장에 먼저 들어온 사람이 나중에 들어온 사람의 돈으로 수익을 내고,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들이 최종 손실을 떠안는 구조를 의미한다. 2장에서 설명했듯 주식 유통시장에서 거래는 참여자들 사이의 거래인데, 그나마 주식시장과 기업을 연결하는 고리인 배당 목적의 장기 투자성 거래가 약해지면, 유통시장은 ‘수급’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되어버린다. 워렌 버핏은 7월 15일에 “모두가 도박을 선호하는 상황에서는 가치주를 찾기가 어렵다”며, 주식시장이 도박꾼들 간의 게임이 될수록 경제적 요인을 고려하는 투자자는 투자 기회를 더욱 찾지 못해 시장에서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탈은 시장을 더욱 도박판으로 만든다.
실러는 자연발생적 폰지 사기가 투자자의 과잉확신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킨다고 설명한다. 주식을 산 사람에게 일단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주가가 오르리라 믿게 해, 자기 주식을 더 비싸게 사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주가 상승에 불리한 정보는 무시하고, 유리한 정보만 들으며, 낙관론을 남들에게 설득하고 끌어들이려 한다. 반대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관론을 확산시키려 한다. 이들에게 어떤 경제적 요인들이 주가 변동에 각각 얼마의 영향을 주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투기꾼들에게 AI나 반도체 산업 관련된 정보들, 삼전닉스의 실적이나 창신메모리의 상장, 혹은 미국 정책금리 인상 등 경제적 요인에 관한 정보들은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확산시키는 ‘재료’로서, 즉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모으거나 퇴장시키는 여론전의 도구로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럴수록 무슨 뉴스가 주가에 어떻게 얼마나 반영된 것인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경제적 요인은 주가에 영향을 주지만, 객관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기대 형성의 차원에서 ‘주관적으로’ 반영된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이 하나의 사기극이 되어 간다. 사람들이 주식은 기업이라는 실물경제 기반이 있으므로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과 다르다고 생각하나, 그런 상황이 심해지면 주식은 코인과 별반 다를 바 없어진다. 한국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표현처럼, ‘코인보다 못한 코스피’가 되는 것이다.
2) 2026년 상반기 게임의 승자와 패자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의 ‘게임’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실을 봤나.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는 주식 시세차익(자본이득)에 대한 세금, 즉 금융투자소득세가 대다수 투자자에게 적용되지 않아, 그 전모를 정확히 알 방도는 없다. 투자자마다 사고판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일 텐데, 세제가 없으니 정부가 국민의 자본이득을 파악하지 않는 것이다. 각종 자료로 대략의 그림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래프] 올해 코스피 지수대별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금액 추정치
그래프에 나온 구간 위로는, 8500~9000구간 6.2조 원(금융투자 합산 14.5조 원), 9000~9500구간 3.4조 원(금융투자 합산 3.8조 원)으로 추정된다. (출처: 키움증권·아시아경제CORE)

먼저 코스피 지수 구간별로 보자.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7000선 이상 구간에서 개인투자자의 주식 현물 순매수 총액은 약 87조 원이다. 여기에 개인의 ETF 및 파생상품 매매 금액 약 24.5조 원을 더하면 111.5조 원에 달한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7000을 넘은 것은 5월 6일부터 7월 23일까지였으니, 대략 그 사이에서 주식을 산 경우겠다. 이 구간에서 주식을 순매수 즉, 판 금액보다 더 많이 산 개인투자자는 코스피가 7000 아래로 떨어진 7월 23일 후에 주식을 팔아 손실을 실현했거나, 혹은 팔지 못해 계속 갖고 있는 (이른바 ‘물린’) 상태일 것이다. 이들이 올해 상반기 ‘게임’에서, 마지막에 들어와 손실을 안은 사람들이겠다.
[그래프] 삼성전자 25만원 이상, SK하이닉스 160만원 이상 구간에서 주체별 순매수 금액 추정치
(출처: 키움증권·아시아경제CORE)

개별 주식(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구간별로 보면, 삼성전자 25만원 이상 구간에서의 개인 순매수는 21.8조 원이며, SK하이닉스 160만 원 이상 구간에서의 개인 순매수는 37.2조 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구간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6조 원 순매도, SK하이닉스를 47.7조 원 순매도했다. 해당 구간에서 개인은 그보다 가격이 더 오를 것에 걸었고 외국인은 반대로 봤는데, 결국 국내 개인투자자가 게임에서 졌다.
[그림] 운용자산의 규모에 따른 수익률 차이
(출처: 《서울경제》)

자산 규모별로 보면, 「이재명 정부 1년, 한국 정치 어디로 가나」에서 인용한 통계가 여전히 최신 자료다. 이는 ‘돈이 돈을 번다’는 상식이 한국 주식시장에도 적용됨을 보여준다. 증권사 계좌가 있는 이들 중 이미 주식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의 2025년 수익률이 1000만원 미만 투자자들의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았다.
주목할 점은 거래회전율(주식 수 대비 거래횟수, 주식이 얼마나 자주 손바뀜되는가)의 차이다. 자산 10억원 이상 투자자의 회전율은 약 4배인 반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투자자의 회전율은 약 166배였다. 전자는 돈이 급하지 않으니 장기 투자를 하며, 따라서 주식시장에 이미 오래전부터 진입했을 것이고, 이번 급등에서 평가이익도 컸을 것이다. 반면 후자는 적은 돈으로 수익을 내려니 짧게 자주 거래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그 탓에 변동성 장세에서 수익률이 낮았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주식소유자 관련 통계도 참고할 수 있다. 2025년 말에 주식소유자 중 5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상위 1% 투자자가 전체 개인투자자 주식 보유액의 약 60%를 차지했다. 소유 주식 수 기준으로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보유한 주식 수가 전국 시·군·구 중 1위였다.
종목별로 보면, 올해 연초부터 6월 말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매수한 종목 각각의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종목 간 양극화를 보여준다. 연초에 사서 6월 말까지 보유했다는 가정하에, 국내 주식 50개 종목의 평균수익률은 20.5%로 겉보기엔 양호했다. 그러나 수익률 상위 5개 종목의 평균수익률이 198%에 달해, 소수의 주도주가 나머지의 손실을 가리는 착시효과를 냈다. 이 탓에 개인투자자 중 손실을 본 투자자의 비율은 평균 73.45%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 국내 매수 상위 50개 종목 중 손실투자자 비율이 20% 미만인 것은 삼성전자(12.3%), SK하이닉스(16.1%), 삼성전자 우선주(11.6%)와 삼성전기(12.7%) 등에 불과했다. 반면, 절반인 25개 종목은 손실투자자 비율이 80%를 넘었다. (다만 개인들이 가정대로 행동하진 않았을 것이므로, 실제는 이와 다르겠다.)
[표] 외국인의 주식·채권 투자자금
2026년 7월까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1,309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2025년 한 해에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인 70.7억 달러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는 수치다. (출처: 한국은행)

올해 상반기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논함에서 외국인을 빼놓을 수 없다. 3장에서 확인했듯, 작년 중순부터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올해 주가가 상승하고 변동성이 심해지자 대규모로 빠져나갔고, 이를 국내 개인투자자가 떠받쳤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연속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되었으며, 특히 6월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323억 7,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팔고 개인이 사는 줄다리기가 상반기 내내 지속되다가, 결국 6월을 지나며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이 한계에 부딪히며 7월에 균형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자연스러운 폰지 사기’ 개념으로 보면, 외국인이 이익을 보고 국내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은 셈이다.
6. 수급의 한계는 어떻게 금융 불안정으로 이어지는가
1) ‘민스키 모멘트’: 빚으로 쌓아 올린 시장의 붕괴
실러는 집단 심리에 의해 주가가 과도하게 변동하는 ‘비이성적 과열’을 설명했으나, 주가가 완전히 주관적으로 결정된다고 본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낙관론을 설파한다 하더라도, 새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투자자 수와 자금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열이 한계에 도달하며 주가가 폭락하며, 이때는 비관론이 크게 확산하고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음(-)의 피드백 루프가 작동한다.
비합리적 과열과 폭락, ‘수급’의 한계라는 부분을 더 객관적인 경제적 요인으로 분석한 것은 하이먼 민스키다. 자본주의에서 호황이 지속되면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레버리지 투자, 즉 차입을 통한 투자가 늘어나고, 이것이 금융 불안정성을 키워 약간의 변동이 투자의 급격한 변동과 금융위기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다.
이런 설명은 주식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주가 상승이 지속되고 낙관론이 확산하며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이미 있는 돈을 투자하는 것에서 차츰 다른 자산을 팔거나(이른바 ‘머니 무브’), 심지어 빚을 동원하는 단계로 나가는 것이다. 신규 자금 유입이 한계에 다다르는 셈이다. ‘머니 무브’는 다른 부문들에 압력을 주며 신용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금융 불안정성이 높아진다. 레버리지 투자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약간의 주가 변동에 투자자의 현금 흐름이 취약해지고 대출금 회수가 촉발된다. 결국, 빚을 갚고자 주식을 청산(‘반대매매’)하게 되어 이것이 주가의 추가 하락을 낳는 악순환이 발생하며 주가가 폭락한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두 가지 지표를 통해 이 문제를 살펴보자.
2) ‘빚투’의 팽창과 청년층의 손실
먼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이른바 ‘빚투’ 잔고다. 시티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200 지수와 신용융자 잔액의 상관관계는 올해 92.2%에 달했다. 주가 상승기에 투자자들의 ‘빚투’가 늘고, 하락기에는 반대매매와 차입 축소로 신용융자가 줄어드는 흐름이 밀접하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그래프] 2026년 월말 기준 신용공여 잔고 추이 (단위: 조 원)
신용공여 잔고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린(신용융자) 후 아직 갚지 않고 남아 있는 금액을 뜻한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빚투 잔고는 올해 1분기 일평균 31.1조 원에서 2분기 일평균 35.9조 원으로 증가했고, 6월 24일에는 38.6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빚투의 증가는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다시 이것이 빚투의 청산으로 이어지는 불안정성을 야기하여, 결국 ‘민스키 모멘트’가 발생했다. 빚투 잔고는 7월 주가 폭락으로 한 달 만에 급감해, 7월 31일 28.9조 원으로 6개월 만에 3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7월 동안 반대매매 규모는 9,928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다. 강제 청산(반대매매)된 증권 계좌가 약 36만 개로, 이 중 62%가 35세 이하 청년층에 집중됐다.
그런데 빚투 잔고가 8월 3일 27.4조 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8월 말 33조 원대로 반등했다. 정부가 8월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본예탁금을 올려 투자를 까다롭게 만들자, 투자자 자금이 레버리지 ETF 대신 주식 현물에 대한 빚투로 이동한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하루 평균 신규 신용융자 수량이 규제 이전과 비교해 52.3% 급증했다. 투자자가 넣는 돈은 적지만 이를 다른 수단으로 불림으로써 더 많은 돈을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레버리지 투자’라는 의미에서, 빚투와 레버리지 ETF가 서로 호환되는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3) 레버리지 광풍과 변동성의 증폭
두 번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이는 빚투와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돈으로 몇 배의 수익률을 내고자 파생거래를 함으로써, 빚투처럼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오르게 하고, 내릴 때는 더 내리게 하는 변동성 증폭 효과가 있다.
올해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총 16개가 상장된 후, 약 2주 만인 6월 15일에 그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15.4%를 점유했다. 7월에는 16종 합산 거래대금이 일평균 12.3조 원을 기록해, 코스피 거래대금의 약 40%를 차지했다.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1)」에서 경고했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문제가 매우 빠르게 실현된 것이다.
[그래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 추이
상품명에서는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를 구분하나, 원리상 둘이 같아 ‘레버리지’를 인버스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보통 쓴다. (출처: 한국거래소·머니투데이)

레버리지 상품 시가총액은 6월 22일의 525억 달러(약 76조 원)까지 팽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낳아, 결국 7월 29일의 190억 달러로 고점 대비 335억 달러가 급감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6월 고점 대비 84%,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는 74.7% 폭락했다.
HSBC는 이 과정에서 한국 증시가 “건전 자산까지 팔기 시작”하는 ‘민스키 모멘트’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레버리지 ETF는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손실이 크게 확대되어, 투자자들이 다른 주식 종목이나 자산까지 매도하면서 자산가치 감소가 추가적인 주가 하락으로 증폭되는 과정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7. 주가 부양 정치는 무엇을 남겼는가
이 대목에서 지난 6월에 비판했던 이재명 정부의 주가 부양 정치가 현재 무엇으로 귀결되었는가를 짚지 않을 수 없다. 기관투자자의 시각을 주로 담는 경제지들은 일관되게 정부의 두 가지 정책이 안 그래도 높은 한국 주식시장의 도박 심리와 변동성을 극대화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부적격 대상이 되도록 만들고 대규모 자금 유출에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한국 역시 투자하기에 부적합한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블룸버그, 2026.8.3.)라는 기사가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이 글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반등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정부의 ‘서투른 코스피 부양 시도’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화시켰다는 점을 먼저 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폐해가 널리 알려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뿐만 아니라, 올해 초 국민연금이 코스피 보유분을 매도하지 않으려고 자체 규정을 어기고 국내 주식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것의 폐해도 지적한다. 연기금의 고유한 균형 유지 메커니즘을 무력화해, 한국 주식시장의 과열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1)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의 역풍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세계적으로도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1)」에서 IMF 금융안정보고서를 인용하며 지적한 바 있다. 폐해가 한국 시장에서 더 크리라는 점도 예상 가능했다. 계속 지적했듯 한국 주식시장은 거래량 기준 개인투자자 비중이 2/3에 달하며, 단기 거래 중심이고,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1월 13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요 운용사 대표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규제를 완화하자는 건의를 수용했고,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밀어붙여, 4월 2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5월 27일 상품이 출시됐다. 그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는 것을 명분으로 들었다. 쉽게 말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가 없어서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아닌 ‘미장(미국 주식시장)’을 향하므로, 이들을 국장으로 되돌리려면 국장도 미장처럼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폐해나 한국 시장의 특성을 무시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에 무비판적으로 맞춰준 결과,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올해 2~5월 개인투자자 자금이 소폭 미장에서 국장으로 돌아왔지만, 변동성이 극심해지며 외국인 자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유출되고 환율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레버리지 상품 거래의 자격 조건을 강화했고, 규제 시행 3일 후인 8월 3일 기준 레버리지 상품 합산 거래대금이 1.2조원으로 급감하긴 했으나, 이미 국장은 폭락했고 신뢰를 상실한 후였다. 시티은행은 7월 29일 기준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한국 개인투자자의 총손실을 약 387억 달러(56.2조 원)로 추정했다.
2)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의 대가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에서 기관투자자는 개인과 달리 자금 운용의 원칙이 있는데, 이재명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국민연금이 개인투자자처럼 행동하도록 강요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실러와 같은 경제학자들이 비판하듯, 기관투자자의 운용 원칙에 기반이 되는 금융공학과 같은 재무이론들에는 결함이 있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의 특수성이나 국민연금의 정치적 동원이 왜 문제인지 인식하려면 개인과 기관의 구분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자기 재산을 투자하는 개인과 달리, 다른 사람들의 자금을 모아 대신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에게는 체계적이고 방어 가능한 투자 근거를 제시하는 게 요구된다. 따라서 개인투자자가 주로 집단 심리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기관은 각종 재무이론을 동원해 위험과 수익률을 계량화하고, 위험을 분산·최소화하는 수식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며 투자의 합리적 근거를 세우려 한다. 이렇게 한다고 손실을 100% 막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관’이 다 같은 기관은 아니다. 그들의 용어로 ‘트레이딩’, 즉 투기성 단기 매매를 주력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시장의 ‘비합리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며, 위험을 더욱 감수한다. 한편, 패시브 펀드(펀드매니저가 종목을 변경하지 않고, 정해진 포트폴리오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펀드)나 패시브 ETF(개인이 직접 사고팔 수 있는 패시브 펀드)가 도입되며, 기관의 거래가 개인의 거래 행태에 많이 동조화되기도 했다. 여기서 기관은 개인의 거래에 따른 파생거래를 기계적으로 수행할 뿐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그런 경우들이 아니며, 앞 문단의 원리를 따르는 곳이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에는, 한편으로는 글로벌 패시브 펀드 차원의 기계적 리밸런싱(상품의 정해진 설계에 따른, 한국 주식 비중 맞추기)이 작용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 판단을 직접 하는 기관들은 블룸버그 기사가 말하듯 한국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위험 회피를 위해 시장에서 빠졌다. 이재명 정부는 앞의 문제만 얘기하는데, 뒤의 문제가 중요하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로 행동해야 했다. 개인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코스피가 엄청 오르니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트레이딩’을 하는 곳도 아니고, 일반 기관보다도 위험 분산이 더 중요한 입장에서 몇 개월의 상승만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대폭 변경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의 상단을 거의 30% 가까이로 올린 것은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운용 원칙을 무시한 처사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처사는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 변동성에 일조했다. 기관들이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내린 투자 판단과 설정한 적정 주가는 주가의 안정성에 기여한다. 그 기준이 장기간 유지되며 이를 초과하면 팔고 미달하면 사기 때문이다. 이는 실러가 말한 ‘비이성적 과열’이나 폭락을 다소 제어한다. (상술했듯 100% 제어하진 못한다.) 국민연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거대한 자금 규모를 가진 기관이므로 제어 효과도 크다.
외신과 기관들은 국민연금이 외국인과 함께 리밸런싱을 했다면 상반기 주가가 9000까지 폭등하진 않았겠지만, 대신 코스피의 안정성에 신뢰를 주어 장기적으로 주가에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 지적한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거래가 잠기면서, 코스피 폭등이 발생하고 외국인의 순매도와 개인의 순매수 간 줄다리기로 인한 변동성 장세가 더 길게 지속됐다. 이미 일이 이렇게 전개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달은 7월에 리밸런싱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고, 이에 매도 중단과 재매수를 반복하는 등 여론을 의식해 운용을 불안정하게 했다. 주식시장의 혼란도 가중됐고, 정부가 연금을 자기 마음대로 쓴다는 인식이 퍼져 연금에 대한 신뢰도 하락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주가 상승으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본다면서 국민연금 고갈 연도가 24년이 미뤄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2)」에서 그 모순을 지적했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장부상 이익(평가이익)인데, 국민연금은 정작 국내 주식 비중 상향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 없다. 연금을 주식으로 지급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결국 글에서 예상했던 대로 리밸런싱 유예로 차익 실현을 못한 채 폭락을 맞았다. 올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내년이 돼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올해 코스피 급락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약 180조 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작년 운용수익금 231조 6천억 원이 가져온 4년의 기금 소진 지연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
3) 퇴직연금 기금화 논란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3)」에서 퇴직연금 문제도 언급했다.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퇴직연금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관련하여 올해 2월 노사정 합의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기금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이슈가 되었다. 우선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법을 회사가 결정하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확정기여(DC)형은 가입자가 운용방법을 결정한다. 여기서 가입자가 알아서 은행이나 증권사가 제시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선택지 외에, 기금에 맡기는 선택지도 추가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에는 앞 절에서 설명한 맥락이 있다. 즉, 개인 대 기관의 문제다. 작년부터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자금을 증권사로 급격히 옮겼는데, 이는 당연히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위함이다. 이런 퇴직연금 자금은 올해 주식시장 변동성에 기여했을 것이다. 또한, ‘롤러코스피’에 이은 폭락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국내 반도체 관련 ETF였는데, 7월 폭락 과정에서 이 ETF들이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했다. 따라서 퇴직연금을 기금화하면 운용을 맡은 기관은 적어도 개인들처럼 위험한 투자는 안 하지 않겠냐는 제기가 나온다.
다만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3)」에서 지적했듯, 정부가 기금화를 통해 퇴직연금 자금을 주가 부양에 동원하려는 시도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연금공단을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사업자로 참여시키거나,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퇴직연금공단을 만드는 안을 제기하자,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하듯 퇴직연금도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은 개인이 자율적으로 굴려야 한다며 기금형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와 같은 정부의 조치가 이런 논란을 야기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기금 운용자에 대한 고용노동부나 노동조합의 통제를 강조하는 입장을 냈다. 노사정 공동선언은 기금 운용 주체를 금융기관형(민간 금융회사), 연합형(복수의 사용자가 연합한, 노사 공동설립 수탁법인), 공공기관형(공공기관이 설립한 기금)의 세 유형으로 제시했다. 그중 금융기관형과 연합형은 공공기관형과 달리 별도의 수탁법인을 설립한다. 민주노동연구원은 이를 일반 영리 금융기관이 아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인가받는 특수법인으로 규정하며, 감독을 금융위원회가 아닌 고용노동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합형에는 총연합단체나 산별노조의 참여 근거와 단체협약을 통한 가입 등을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근본적 문제가 남는다. 실러는 미국에서 기존 DB형 대신 DC형 퇴직연금이 부상하며, 노동자들의 자산 증식에 대한 개념과 투자 문화가 변했고, 이는 노동자 개개인이 주주처럼 자율적으로 투자 판단을 하게 해 노동조합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이전처럼 회사가 연금을 주는 게 아니라 노동자 개개인이 스스로 관리하는 이상, 개인이 직접 금융상품을 사든 기금에 맡겨서 간접 투자를 하든 수익률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나 노동조합이 가입자·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 퇴직연금 기금 운용에 개입한다 하더라도 수익률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번 퇴직연금 기금화 논란처럼 개인들이 투자 자율성을 근거로 기금 수탁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주주의 입장에서 판단하게 된다는 근본적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매우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한국의 투자 문화가 있는 한, 개인이냐, 기관이냐, 기관에 대한 통제냐는 문제는 부차적일 수 있다.
4)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유예된 결과
한국 주식시장이 개인투자자 중심, 시세차익 목적의 단기 거래 중심이라는 특징이 강한 데에는 세제의 결함도 작용한다. 장기 보유에 따른 배당 소득에는 세금이 부과되나,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금융투자소득세)는 ‘대주주’가 아닌 이상 부과되지 않는다. (코스피 시장에서 ‘대주주’란 특정 기업의 주식을 50억 원 이상 혹은 지분율 1% 이상 보유한 주주를 뜻한다.) 이런 세제는 투자 대신 투기에 유인을 주며, ‘소액주주’인 개인투자자들은 투기에 대해 어떤 부담도 지지 않는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주식시장 관련 세제와 반대된다. 가령 미국은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 Capital Gains Tax)와 배당소득세(Dividend Tax) 모두에서 주식을 장기 보유할 시 세율이 줄어든다.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금융투자소득세가 2024년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의 합의하에 유예되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이 결국 금투세 사실상 폐지 입장으로 간 것은 표심을 고려해 개인투자자의 반발에 굴복한 탓이었다. (「금투세, 결국 폐지 수순으로 가는가」, 《사회운동포커스》, 2024년 10월 15일.) 2025년 세제개편안에서 이재명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려다가 철회했다. 연말에 ‘자산가’들의 과세 회피 매물이 나와 주가가 하락하면 자기들도 피해를 본다는 ‘개미’들의 원성 탓이었다.
2024년 당시 금투세 시행 유예를 주도했던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코스피 지수가 4000대를 가게 되면 시장 참여자들도 기꺼이 금투세를 받아들일 것”이라 말했다. 4000을 넘어선 지 한참이지만, 올해 상반기 이재명 정부가 주가 부양에 나서는 상황에서 금투세 논의는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도 이재명 정부도, 금투세가 없는 게 과연 ‘자본시장 정상화’에 부합하는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세제를 동원하면서, 주식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 것은 황당하다. 후자는 ‘생산적 투자’라 강변하나, 주식 유통시장에서 도는 돈이 기업에 투자되는 건 아니라는 점은 이재명 본인도 알 상식이다. 그럼에도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과 주가 부양 정치의 위험성 (3)」에서 썼듯, 정부가 주식시장을 관리하기는커녕 스스로 플레이어로 나서서 판돈을 키우는 저의가 무엇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근시안적 주가 부양 정치를 행하며 도박을 부추기고, 주가 상승의 이익은 상위 자산가들에게 집중되도록 내버려두며,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수단을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이유로 포기한 대가가 무엇인지, 올해 주식시장은 보여주었다.
5) ‘자본시장 정상화’인가 포퓰리즘인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줄곧 강조하던 기조가 부동산 대신 ‘생산적’인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부동산시장 가격은 억압하고 반대로 ‘자본시장 정상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모두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자본시장 정상화는 한국에서 이른바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거의 동일시된다. 즉,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극복해 주가를 전반적으로 올리자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 자본시장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 지배구조에서 재벌 체제의 결함이다. 작년부터 진행된 일련의 상법 개정은 이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고, 단지 재벌 대기업들이 배당을 더 늘리도록 주가 부양 측면에서만 접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이나 대주주만이 아니라 소액투자자들도 ‘함께 부자가 되자’는 수준의 얘기였지, 근본적인 개혁은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단일상품 레버리지 ETF 도입이나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는 그 정도 수준도 못 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작년 말부터 개인투자자들이 유입되며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하자, 이 흐름에 올라타 변동성을 더욱 부추기는 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처럼 국민의 자산 구성을 부동산 중심에서 주식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은 주식을 ‘자산’으로서 장기 보유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집을 팔아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것은 선진국 방식으로의 전환이라 볼 수 없다. 결국, 투기·도박성 단기 거래와 변동성이 극심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커녕 반대로 ‘투자 부적격 국가’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는 정부가 경제 개념이 없고 원칙을 무시하며, 그때그때 자기들이 보기에 지지율과 득표에 유리한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제멋대로 펼치는 탓이다.
올해 세제개편안 논의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을 둘러싼 해프닝도 이를 보여준다. ISA는 계좌 내 투자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이번에 정부가 기존 ISA 계좌의 계약기간을 제한하고, 새로 ‘생산적 금융 ISA’를 만들어 이것으로는 (정부 정책인 국민성장펀드를 포함해) 국내 투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려 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국장 투자를 강요한다’며 크게 반발하자, 기존 ISA 계좌 혜택도 유지하고 ‘생산적 금융 ISA’도 도입하는 쪽으로 변경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노동소득에는 잘 적용되는 원칙이 금융소득에 적용되지 않는 ISA 계좌의 문제도 있지만, 정부가 이를 이용해 국내 증시 부양을 유도하려는 시도도 이상하고,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절충한 방식도 이상하다. 그야말로 경제 개념도 원칙도 현실 이해도 없는 포퓰리즘이다.
8. 주식시장의 과열과 폭락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주식시장의 과열과 폭락은 투자자들만의 문제로 보이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여기서 지적하는 문제들은 아직 가능성을 짚는 수준이며, 향후 전개를 더 살펴봐야 할 것이다.
1) 1930년대 대불황의 교훈
주식시장이 실물경제를 반영할 뿐인 ‘거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가 1929년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대공황’)이 촉발한 1930년대 대불황이다.
자동차, 전기와 같은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급속히 성장하던 신생 대기업과 기존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던 와중에, 은행 신용의 축소를 매개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된 게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지금 AI처럼, ‘광란의 1920년대’에 신산업이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하며 자금을 빨아들였다. 물론 지금 AI 부문은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하는 반면 그때 자동차·전자제품 부문은 이윤율이 상승했다는 중대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반면, 전통 제조업은 이윤율이 하락했고, 자금이 신산업에 쏠리면서 자금 조달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신산업 기업들의 천문학적 이익은 ‘새 시대가 도래한다’는 강력한 낙관론을 낳았고, 이는 주식시장에서 실러가 말한 ‘비이성적 과열’을 낳아 1929년 10월의 폭락으로 귀결되었다. 기업이윤이 천문학적이었으나 주가 폭락이 일어났다는 점이 중요한데, 대폭락 이후로도 금융가들이 기업이윤은 여전히 높으므로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 대중을 설득했지만 주가는 결국 더 떨어졌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당시에는 은행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20년대의 광란 속에서 지역의 소규모 은행들은 지역 농민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을 줄여가며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에 자금을 공급(예치)하고 주식 투기에 썼다. 주가가 폭락하자 자금 규모가 적은 이들 소형 은행부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다. 이에 은행들은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자금 조달 압박을 이미 받고 있던 지역의 한계기업들에서 대출을 회수하려 했고, 이 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한다. 이는 다시 지역 중소은행의 도산으로 이어졌다.
소규모 은행들이 대형 은행에 예치했던 자금도 회수하면서,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에서도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고 연쇄 파산이 일어났다. 이에 엄청난 성장을 구가하던 대기업들에서도 자금이 회수돼야 했고, 대기업은 자금줄이 끊겨 투자와 생산이 급감했다. 신용의 축소가 실물경제의 취약 부문부터 투자 회수와 파산을 낳고, 이것이 신용위기를 다시 낳아 결국 실물경제의 잘 나가는 부문까지 전이된 것이다.
현재 반도체 부문 외에는 실물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반도체 호황과 삼전닉스 주가만 바라보지만, 양극화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 전반이 안 좋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과열되는 것이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공황 당시 신용 축소는 기업 투자만이 아니라 가계 소비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처음의 주가 폭락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 은행들이 도산하면서도 가계 자산이 줄어들어 소비가 준 것이다. 이는 다시 기업 생산의 감축에 영향을 주었다.
벤 버냉키·마크 거틀러·사이먼 길크리스트는 「금융가속기와 안전자산으로의 도피」(1996)에서 대공황에서 대불황으로 나아간 이런 메커니즘을 정식화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가계의 순자산이 감소하며, 이는 금리 상승과 신용경색으로 이어진다. 이는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의 감소를 낳고, 실물경제가 침체되며 기업 이익이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니, 다시 주가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금융가속기’라는 표현은 초기의 작은 충격이 금융시장을 매개로 훨씬 큰 실물경제 침체로 증폭된다는 뜻이다.
2) 예금·채권에서 주식으로
한국으로 돌아오면, 먼저 금융시장 내에서 자금 쏠림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가계가 순증가시킨(순매수한) 금융자산 중 예금이 131.5조 원으로 여전히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주식·펀드의 순증가가 106.2조 원으로 2024년 대비 2.5배 급증했다. 보험·연금의 순증가도 87.1조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채권 투자 규모는 2024년 37.4조 원에서 2025년 4.6조 원으로 크게 줄었다. (물론 예금의 일부도 은행을 통해 채권에 투자될 것이므로, 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래프] 금융자산 유형별 가계의 자산 순증가(순매수)액, 2025년 1분기와 2026년 1분기 비교
(출처: 한국은행·매일경제)

2026년 1분기와 2025년 1분기를 비교하면, 가계의 금융자산 순증가(순매수) 총액은 각각 97.4조 원과 96.3조 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구성은 완전히 뒤집혔다. 2025년 1분기에는 현금·예금이 52.8조 원, 주식·펀드가 30.4조 원 순증가했지만, 2026년 1분기에는 주식·펀드가 61.4조 원, 현금·예금이 32.2조 원 순증가했다. 보험·연금은 12조 원에서 10.3조 원으로 소폭 줄었고, 채권은 2.6조 원 순매수에서 7.4조 원 순매도로 전환됐다.
정리하면, 2024년 대비 2025년 연간 기준으로도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했는데, 이러한 흐름이 2025년 1분기 대비 2026년 1분기에 훨씬 더 두드러졌다.
이런 자금 이동은 어떤 경제적 효과를 낳을까.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쏠리면서 현금·예금과 보험·연금의 순증가세가 둔화되고, 심지어 채권은 순매도로 전환됐다. 이는 가계·기업대출과 회사채·국채시장에 압력을 가해, 금리의 상승을 촉진할 수 있다. 가계, 기업, 정부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3) ‘빚투’가 흔든 가계금융
가계대출 측면에서 ‘빚투’가 가한 영향도 짚을 수 있다. 올해 빚투 수요는 기타대출(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급증으로 이어졌다. 5대 시중은행의 기타대출은 올해 상반기 목표치의 무려 3.2배를 초과했다. 이에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통제가 쉬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7월 초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주식시장의 과열이 주택 수요자의 자금조달 경로를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가계부채 전체로 보면, 부동산 ‘영끌’과 주식 ‘빚투’가 동시에 진행되며 가계 신용 규모가 올해 2분기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전체 가계 부채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이자비용이 금리 0.25%p당 3.2조 원에 달하리라 추산된다.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한 부실이 확대될 위험이 존재한다.
4) 환율 폭등과 불안정
이 밖에 환율을 통한 경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 자금이 원화에서 달러로 환전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월 1일 1,441원에서 6월 5일 1,558원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역설적으로 주가 폭락으로 인한 외국인 매도세 감소,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대규모 환전, 정책금리 인상으로 인한 한미 간 금리 차이의 소폭 감소로 환율이 진정되었으나, 진정된 상태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흥미롭게도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올랐다. 이는 수출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측면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주식시장 변동이 환율과 수입물가를 통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시장을 억압해 ‘생산적’인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겠다며 일련의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이는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을 거스른다. 한 개인투자자의 말처럼, “집 살 돈으로 주식 하라고 하는데, 결국엔 집을 사기 위해 주식을 하는 거죠”다.
이 대통령의 구상과는 반대의 자금 이동이 최근 강해진 것이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1~7월 주택 구입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8조 334억 원으로,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5조 8205억 원)를 넘어섰다.
전체 주택 매입자금에서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1%에서 올해 6.2%로 두 배가 됐다. 특히 코스피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4~5월에 이 흐름이 집중됐다.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4월 1조 4946억 원, 5월 1조 9563억 원으로 급증했고, 5월에는 비중이 8.0%까지 치솟았다. 물론 주택 매입자금에서 그 비중이 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주식으로 불린 자산을 부동산으로 옮기는 흐름은 확실히 강해지고 있다.
[그래프] 주택 매입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액수
(출처: 《중앙일보》)
구체적으로 어디로 향하는지도 나온다. 전체 주식·채권 자금의 절반 이상(52.9%)이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집중됐고, 서울(64.4%)과 경기(27.5%)를 합치면 91.9%가 수도권으로 향했다. 서울 내에서도 43.5%는 강남·서초·송파에 쏠렸다. 정부가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를 공언하는 동안, 실제로는 주식 수익이 강남 아파트 매입자금으로 흘러들고 있다.
실러는 2000년대 초 미국 닷컴버블 붕괴 이후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심리적 요인을 지적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역시 주식은 불안정하고 부동산이야말로 해답’이라는 부동산 불패 서사가 강화되며 투자 붐이 일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결과로 이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수요 통제를 위해 세금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부동산을 대체할 투자 수단으로 주식시장을 살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연스럽게 막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정작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이를 막겠다고 정부가 세제를 더욱 강력히 동원해 역효과가 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9.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가
7월의 코스피 폭락 이후 주식시장 분위기는 크게 두 방향으로 갈렸다. 한쪽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국장은 믿을 수 없다’며 등을 돌리고 미국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국내 증권사와 언론이 다시 ‘펀더멘털’을 꺼내들며 주가가 이미 바닥을 쳤으니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게임의 ‘2라운드’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역대급 실적이라는 이야기는 작년 말부터 주가가 급등할 때나 폭락할 때나 내내 나오던 말이었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몰라서 주가가 폭락한 게 아니라는 점을 본문에서 설명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조건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논리로 주가 상승을 반복하더라도 과연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주목할 점은 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6장에서 확인했듯, 규제가 시행된 8월부터 투기적 수요가 현물 신용융자(‘빚투’)로 이동했다. 혹은 미장으로도 향하고 있다. 7월에 한국 내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46억 달러로 폭증했는데, 1위 종목은 미국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상품이었다. 국장의 변동성이 심해 레버리지 투자 손실이 크며 규제까지 예고되자, 시장 전체 거래액이 커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기는 미장에서 더 강한 레버리지 도박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규제는 도박의 형식만 바꿨을 뿐, 행태는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다시 국장으로 모은들, 올해 상반기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리라 보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에서 두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주식 유통시장이 도박장이 되며 양극화가 심해졌다. 5장에서 확인했듯, 외국인이 이익을 보고 국내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았다. 개인투자자 내부에서도 자산 규모가 클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8장에서 확인했듯, 주식 수익금의 절반 이상이 강남 고가 아파트 매입 자금으로 역이동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이 자산 격차를 해소하는 통로가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키는 통로로 작동한 것이다. 단기 거래 중심의 극단적 변동성 장세에서, 주식 유통시장은 자산 규모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들로부터 돈을 가져가는 약육강식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주식시장에 매달리는 상황은, 단순히 개인의 탐욕이나 무지로 치부하긴 어렵다. ‘이번이 아니면 평생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이 그것을 추동한다. 부동산은 넘볼 수 없이 올라 있고, 임금으로는 자산 격차를 좁힐 수 없으며, 사회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주식시장은 유일하게 남은 기회처럼 보인다. 그러니 그 기회가 실은 도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드는 것이다. 금융과 경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시민사회의 붕괴를 막으려면 그런 심리와 세태를 낳는 구조의 변혁, 즉 노동의 가치가 보장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기능하는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사회운동은 이 길을 걸으며 시민사회의 재건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재명 정부의 주가 부양 정치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의 극심한 변동성이 낳은 경제적·사회적 효과는,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를 무작정 들어주고 심지어 부추기는 포퓰리즘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정부의 의도와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레버리지 ETF 도입은 변동성을 증폭시켰고, 양도소득세(금융투자소득세)의 부재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세차익 목적 거래에 유인을 주고 조세 정의와 형평성을 무너뜨렸다. 국민의 자산 구성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반대의 자금 이동이 강해졌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투자 부적격 국가’라는 낙인이 찍혔다. 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협하면서까지 주가를 부양하려 했지만, 국민연금의 막대한 평가손실로 되돌아왔다. 경제 개념과 원칙, 그리고 현실을 알지 못하거나, 정치적 목적과 득표를 위해 무시한 결과다.
이 모든 실패의 근본에 있는 모순을 이해해야 한다. 실물경제의 전반적 부진과 양극화 속에서 반도체라는 단 하나의 호황에 기대어 경제 전반의 희망을 주식시장에 투영할 때, 사람들의 절박함은 과열을 부추긴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로부터 더욱 괴리되고, 바로 그 괴리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결국 붕괴로 이어진다. 이 글에서 살펴본 여러 개념은 모두 이 모순의 측면들을 설명한다. 2026년 한국 주식시장은 이 모순이 극단적으로 압축된 형태로 현실화된 사례였다.
우리는 반도체 호황과 주식시장의 광풍에 묻히고 있는 한국경제의 문제들을 얘기해야 한다. 삶의 안정과 지속가능성은 실물경제의 폭넓은 성장, 노동소득의 보장, 소득 및 자산 양극화의 해소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기반을 무시하며 ‘주식시장으로 경기를 살리고 소득분배를 이루겠다’는 주가 부양 정치의 결말을 인식하고, 다시는 이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것이 올해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보며 우리가 남겨야 할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