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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4.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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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현장]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를 향한 진군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3월 투쟁

김태완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약칭 서경지부)는 홍익대 투쟁으로 알려져 있는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만 가입된 조직은 아니다. 서경지부는 기업과 업종과 사업장을 초월하는 초기업초업종 지역지부의 위상으로 건설되어 있으며, 산하에는 청소 보안 등 시설관리 부문만이 아니라 학교비정규직과 보육교사, 보육노동자를 포함하여 문화예술 시설직 등 다양한 업종이 가입되어 있다.
2012년 2월을 거치면서 서경지부의 거의 전 부문에서 투쟁이 분출하고 있다. 대학 비정규직 사업장 집단교섭에 따른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포문을 열고 있으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의 칼바람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보육노동자들은 보건복지부의 임금동결 지침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이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을 묶어세우는 ‘생활임금 쟁취! 비정규직 철폐! 공공운수노조 여성비정규직 현장실천단’이 건설되었다. 그리고 이를 지지엄호하기 위한 여성비정규직 공동투쟁연대 역시 건설되었다. 이 실천단은 물론 서경지부의 조합원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간병노동자를 포함한 공공운수노조 산하 다양한 조직이 포괄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실천단의 주력은 대학 비정규직 사업장 집단교섭을 포함한 서경지부 산하의 사업장들이며, 주된 투쟁의 쟁점 역시도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이 제기하고 있다는 것도 명확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 연대의 명칭이 상징하듯이 투쟁하는 서경지부 조합원들은 모두 여성비정규직 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노동자들이다.
이 글에서는 주되게는 서경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2012년 상반기 집단교섭 투쟁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또한 지부 산하의 학교비정규직들의 현재 투쟁과 보육노동자들의 투쟁 역시도 일부 소개하려 한다. 또한 결론에서, 이러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서경지부의 미래의 조직적 전망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대학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집단교섭 투쟁

2011년 3월 8일의 기억
2011년 3월 8일, 고려대고려대병원연세대이화여대의 3개 대학, 1개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전면 파업투쟁을 벌였다. 역사적인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을 벌인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들은 최저임금을 돌파한 시급 4,600원을 쟁취하고 공통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이 투쟁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터다.

2012년 3월의 청소경비노동자들, 지금도 집단교섭 투쟁이 진행 중
지금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산하의 대학 사업장들은 2012년 상반기에도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집단교섭에는 고려대, 고려대병원, 연세대, 이화여대만이 아니라 홍익대와 경희대가 추가되었다. 홍익대는 말할 것 없이 2011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홍대투쟁’의 주인공들이고, 경희대는 2011년 11월에 노조에 가입한 신규 사업장이다. 이번 집단교섭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최저임금은 그만! 생활임금 쟁취하자!>, <어용노조-창구단일화 노조탄압 투쟁으로 돌파하자!>, <진짜 사장 원청과 직거래하자!>
이 세 가지 목표는 현재 대학 사업장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전히 자본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최저임금으로 묶어두려고 하고, 악법을 활용하여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현장을 탄압한다. 그리고 이 뒤에 진짜 사장인 대학자본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이 집단교섭은 10차에 걸친 교섭 끝에 결국 최종 결렬된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의 최초 요구안인 시급 5,410원은커녕 임금동결을 주장하다가 결국 시급 100원 인상안을 내놓았고, 최종교섭에서 4,910원까지 내놓았지만 요구안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 사업장 현안 요구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교섭 과정에서 각 현장마다 노조파괴를 위한 꾸준한 공작과 부당노동행위가 이어졌다. 결국 교섭은 결렬되고 쟁의조정신청이 진행되었고, 더 이상 교섭이 아니라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임금 요구안 시급 5,410원의 의미, 최저임금 투쟁의 선도 포문
핵심 요구인 임금문제를 보자면, 이번의 집단교섭 임금 요구안은 2010년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절반 시급단가였던 5,410원이었다. 이는 민주노총의 2011년 최저임금 투쟁 당시의 요구안이기도 했다. 2011년 상반기 집단교섭에서도 임금요구안은 2010년 최저임금 투쟁 요구안이었던 5,180원이었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결정 틀에 머물지 않고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현장에서부터 쟁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그 의미는 올해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요구안은 이제까지 서경지부가 투쟁으로 쟁취해 온 길을 돌이켜 볼 때 쟁취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무엇보다도 작년 덕성여대, 동덕여대의 청소노동자들이 집단교섭을 통해 시급 5,000원을 쟁취했으므로 현실적으로도 해볼 만한 요구였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시급이 저임금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바뀌지 않은 암묵적인 공식이었다. 또한 저임금노동자들은 무조건 최저임금 시급을 적용받는다는 것 역시도 이 사회의 암묵적 공식이다. 아직도 이러한 공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아니라 자주적인 노동조합의 집단교섭으로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이 결정되는 사례는 중대한 변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최저임금 결정과정과 제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년에도 그러한 조건은 동일했고, 당시 쟁취한 시급 4,600원은 최저임금 결정의 기준이 될 만큼의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집단교섭이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의 노동자들의 통일된 시급과 단체협약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전체 청소경비노동자들, 나아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사회적 투쟁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것 때문에라도 이들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5,000원 이상의 시급을 얻어내는 것을 자본이 쉽게 수용할 리 없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가 전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도 자본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는 그러하기 때문에 이 투쟁에서 반드시 5,000원 이상의 시급을 쟁취해내야 한다. 자본도 우리도 이번 투쟁이 2012년에 펼쳐질 최저임금 투쟁의 시금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노동악법이 강요하는 부당한 현실을 돌파하자!
그러나 2012년 현재 청소경비노동자들은 2011년 교섭과 투쟁 당시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7월 1일부터 발효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라는 개악된 노조법을 활용한 어용노조가 건설되었고, 이를 활용한 원하청 자본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고려대와 고려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집단교섭 사업장에 사측이 건설한 어용노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창구단일화를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말 심각하게 피부로 와 닿는 문제는 창구단일화 악법이 시행되면서 만들어 진 어용노조에 의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과 조직분열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조합 탈퇴가 이어지면서 사측 주도의 어용노조가 2개나 건설되었고, 이 어용노조들은 지금도 사측의 지원 속에서 현장에서 서경지부의 활동을 비난하며 활개치고 있다. 연세대 전 조합원 중에서 30%가 넘는 사람들이 이 어용노조들로 떨어져나갔다. 이화여대는 7월 1일 시행 직후에 비조합원 중심으로 어용노조가 건설되었고 이들은 끊임없이 서경지부를 비난하며 자기 조직을 불리려고 노력 중이다. 홍대에서 노조를 탈퇴한 경비노동자들이 건설한 어용노조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자기들이 회사와 합의한 낮은 임금을 우리 측도 수용하라는 어이없는 강요를 하는 등 반노동자적인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현장 조합원들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심지어는 우리가 싸워서 얻어내는 더 나은 노동조건, 더 나은 임금이 저 기가 막힌 어용노조 조합원들에게 적용될 생각을 하면 더 힘이 빠진다.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불만들은 “우리가 뼈 빠지게 싸워서 이기면 뭐하냐. 저 어용노조도 똑같이 적용 받을 텐데” 라는 것이다. 아마도 어용노조를 만든 자들이 가장 크게 노렸던 것이 이런 반응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수노조를 활용한 자본의 노조 파괴 공작을 분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집단교섭 투쟁은 매우 공세적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자본의 노조 파괴 공작은 시간이 지나면서 혼란은 어느 정도 잦아든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아니며 어용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은 앞으로도 조금씩 방식을 달리하여 계속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면서 투쟁 전선을 흐릿하게 만들려는 사측의 의도는 더 이상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명확하게 투쟁전선을 치고 조합원들을 이 전선에 결집시키는 것만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책이며, 이를 통해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현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민주노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쟁의조정 과정에서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창구단일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입장이었다. 우리 서경지부는 이번 집단교섭이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산별교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사별 교섭에 적용하는 창구단일화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노동위원회는 막무가내였다. 이 법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가로 막기 위한 무기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법은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교섭권 행사 여부를 사측과 정부가 결정하게 만든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노력할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 3권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현재 서경지부와 각 업체들과는 여러 투쟁 과정 끝에 자율교섭을 합의한 상태다. 이는 창구단일화절차를 강요하는 노동위원회와 사측에 맞선 노동조합의 대안이다. 물론 법을 초과하는 쟁점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고 산별교섭으로 인정받은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자주적인 교섭권조차도 박탈당하기 일쑤인 현행법 체계 내에서 노동위원회와 사측이 한 발 물러서게 만든 성과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분명히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내년에도 창구단일화라는 과정이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러한 한계에 묶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지금만큼의 자주적인 교섭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조직력을 강화해내고 산별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내야 한다. 만일 이번에 노조 측이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노동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창구단일화절차를 고지하며 기각해버렸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직을 강화하고, 노동악법을 넘어설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노동악법 철폐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집단교섭 투쟁을 승리하고, 조합원들을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로 세우자!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현재 이 투쟁 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물론 이번 서경지부 집단교섭은 물론 여러 모로 전년도보다는 쉽지 않은 조건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이 여전히 전체 노동자에게 유의미한 투쟁이라는 점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악조건을 어떻게 극복하고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 것인가가 남은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면한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만이 아니다. 투쟁 이후의 전망을 구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집단교섭 투쟁이 어려워진 가장 큰 요인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통과로 시작된 노동악법을 활용한 자본의 공세였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분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의 공세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공세가 먹혀들어갈 수 있었던, 우리 내부의 약점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분명한 조직적 평가와 대안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세상을 열어가는 운동으로서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굳게 세워야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고취하기 위한 부단한 현장 활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으뜸 과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보육노동자들의 투쟁

서경지부가 건설되면서 세웠던 초기업 초업종 지역지부의 전망은 여러 과정을 겪으며,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해있다. 서경지부는 초업종 지역지부를 지향한다. 하지만 조직 내외적으로 서경지부는 주로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조, 혹은 시설관리 업종산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서경지부에 보육교사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등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중소영세사업장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5인 미만 사업장이 다수인데다가, 뚜렷하게 눈에 띄는 투쟁이 많았던 것도 아닌 어려운 조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중소영세사업장 조직의 강화발전을 위한 조직적인 노력 또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지역에서 일하는 공공부문의 노동자 그 누구라 하더라도 지역지부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러 현실 조건 속에서 그러한 원칙이 올곧게 지켜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경지부가 애초에 지향했던 조직적 전망을 되 새기지 않으면 안된다. 어느 정도의 투쟁으로 돌파 가능할 것 같거나 경험이 있는 업종의 사업장 조직에만 열을 올리게 되고, 어려운 투쟁을 회피하려는 관성적인 경향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서경지부는 이러한 관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에서 서술할 두 가지 투쟁의 경우 서경지부가 건설되면서 지금껏 책임져왔던 업종의 노동자들의 투쟁이며, 올해 들어서 새롭게 전망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투쟁이다. 그리고 이들의 투쟁이 생산적으로 건설될 때 또 다른 조직적 전망 역시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비정규직 독산고 특수보조 해고 투쟁
새학기가 다가오면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새학기 시작과 함께 실직자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이어진다. 2007년 비정규악법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오히려 무기계약 전환을 시키지 않기 위한 학교 측의 해고를 일상화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가장 큰 피해자들이었다. 이번 2012년에도 수많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해고의 칼바람을 맞았다. 그 중 서경지부 산하에 학교비정규직분회 조합원 2인이 학교와 교육청에 맞서 계속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독산고등학교 특수보조원 노동자 2인이 그들이다. 이들 중 1인은 무기계약 대상자였지만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1인은 5년 동안 5번의 해고를 감수해야만 했었다.
특수보조는 특수교사와 함께 장애학생을 돌보고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노동자다. 오히려 특수교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생과 보낼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장애학생을 받는 학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장애학생이 전혀 없는 학교라면 특수보조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독산고등학교는 해마다 장애학생의 숫자는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특수보조원 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1년 마다 해고시키는 관행에 의거하여 무차별 해고를 자행했다. 이는 장애학생들을 돌보는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해고를 강행한 것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학교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는 개별 학교 차원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학교는 교육청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하청기관에 불과하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 자체가 교육청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시도 교육청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떨어지면서 기존의 학교를 상대로 하는 투쟁 방식에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교육청과 공공운수노조는 면담을 진행한 후 정례협의회를 꾸리기로 한 상황이다.
이번 독산고의 해고 투쟁은 물론 서경지부 차원의 단사 현장 투쟁이기는 하지만, 이제껏 숨죽여 살아왔던 특수보조 비정규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투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특히 특수보조는 장애아동이 해당 학교에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근무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이 학교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설사 복직한다 하더라도 이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독산고 투쟁은 현장의 특수보조노동자의 실태를 사회에 고발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특수보조를 포함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만성적 고용불안을 교육청이 책임지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체계를 만들어가는 투쟁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회련 본부 서울지부와 서경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는 조직 통합을 포함하여, 이후 사업적으로도 통합적 흐름을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조직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서경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의 투쟁과 조직화는 그 동안은 서경지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투쟁이 교육청을 상대로 한 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서경지부 역시도 최선을 다해 복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임금동결에 맞서는 보육노동자 투쟁, 조직화로 나아가자!
보건복지부는 2012년 보육교사 임금 동결 지침을 내놓았다. 2009년, 2010년 2년 간 동결했고 2011년에 고작 3% 인상을 했었지만 이는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액수였다. 보육교사는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교사 1인당 20명에 달하는 아이를 볼 수도 있는 초과보육 지침 등에 의해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눈앞에 시설 비리를 보면서도, 해고되거나 왕따 당할까봐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바른 소리라도 한마디 하면, 아이들을 팔아서 자기 밥그릇이나 채우려고 하는 나쁜 교사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런 마당에 임금수준도 최저임금인지라 보육교사들이 당연히 자신들의 직업에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처지다.
보건복지부의 임금동결지침은 이런 처지의 보육교사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2월 8일, 보육교사 500여명이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가 개최한 보건복지부 앞의 임금동결저지 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이 집회 이후로 보육교사들이 노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2월 25일에 2차 집회를 개최했다. 2차 집회에도 만만치 않은 숫자의 보육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처음 나오는 집회인지라 앞자리에 앉기는 부담스러워 했지만 뒤풀이까지 함께 하면서 열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교사들의 모습은 이후의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총대선 대응과 맞물려서 이후 조직화 사업까지를 검토하고 있다. 선거와 함께 보육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보육교사들의 불만을 조직화하고, 정책에도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도 보육노동자들의 요구를 조직화하기 위한 전망을 제시하고, 지역지부가 이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보육노동자들의 분출 자체가 쉽게 오지 않는 정세라는 점은 누구라도 인식하고 있는 바다. 그리고 이번의 보육노동자 조직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지역지부의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만이 서경지부의 미래일 수는 없다. 보육노동자 조직화의 성공은 그들 스스로만이 아니라 곧 지부 내의 여러 다양한 주체들에게 가능성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공공운수노조 전체의 운동 전망에도 발전적일 것이다.
2012년에 이렇게 분출되고 있는 보육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노동조건의 개선만이 아니라 이후의 조직화를 예비한다는 점에서 보육노동자 스스로에게도 중요하지만, 서경지부가 포함된 지역지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단일 업종지부를 건설하면서 현 시점에서는 지역지부 건설전망과는 매우 멀어진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조직난립 사태와 연관이 깊다. 여러 개의 다른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이 만들어져서 서로 경쟁하고 분열했다. 물론 보육노동자 조직화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투쟁의 승리를 시작으로 새로운 조직적 전망을 건설해야

여기까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3월 투쟁을 소개했고, 그 투쟁들의 각각의 의미에 대해서도 서술하였다. 그 의미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대학 사업장 집단교섭 투쟁은 최저임금 투쟁의 포문을 여는 전국적 투쟁이자 작년의 3.8 총파업 이후 청소노동자들의 조직을 파괴하기 위한 원하청자본의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투쟁이다. 이번 투쟁에 승리한 성과를 바탕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조직을 안정화하고, 민주노조답게 기풍을 새롭게 정립해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집단교섭이라는 공동투쟁의 힘을 다시 한 번 노동자들에게 각인시키고, 노동자들 스스로 그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한 조직의 확대강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만이 노동자들이 직접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산고등학교 특수보조 노동자 투쟁은 사업장의 해고 투쟁이기도 하지만 매년 초만 되면 해고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변한다. 더군다나 장애학생의 존재 여부에 따라서 유독 고용이 더욱 불안한 특수보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투쟁인 것이다. 보육교사들의 임금동결저지 투쟁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경유하면서 조직화의 성과를 만들어 가기 위한 첫 포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올해를 기점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이 투쟁들의 성과는 서경지부의 초업종 초기업 지역지부의 전망을 실질화 시키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제껏 서경지부는 사업장과 업종을 초월한 단결이라는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단 1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고 투쟁한다는 것이 서경지부의 정신” 이라는 것을 조직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는 대학교 미화 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투쟁의 경우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당위적인 주제로 접근될 뿐이었다.
대학교 청소경비 사업장의 경우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집단교섭 투쟁을 성과 있게 마무리 할 경우 조직의 안정화 국면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미조직된 사업장에서도 조직화가 일정 수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워나가는 과정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더욱 밀착하여 단결할 수 있는 조직적 전망을 건설하는 데 있어서 대학교 청소경비 사업장들은 중심축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보육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올 한해의 정세를 관통하며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경우, 서경지부 내에서도 이 분출하는 조직화를 지부에 실질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이제껏 소수의 어려운 노동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당위적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업종 간 융합을 꾀하는 것으로, 지역에서부터 사업장과 업종을 초월한 단결과 연대를 조직하고 미래의 주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제 하나의 투쟁의 승리를 넘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더 많은 주체를 형성해야 할 주요한 길에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이 놓여져 있다. 물론 가시밭길이겠지만, 더 당당하고 힘차게 걸어 나가야 한다. 다시 한 번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승리를 위한 힘찬 진군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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