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3 봄. 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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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호를 발간하며 

임필수 | 편집장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3년 봄호 특집으로는 「2023년 노동조합운동 전망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좌담을 실었다. 2021년 봄호 특집에서도 ‘문재인 정부 4년과 노동조합운동’이라는 좌담을 실었는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좌담을 준비한 셈이다.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총연맹 지역본부에서 활동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함께 지난 2년의 정세 변화와 노동조합의 현 상황을 짚어보았다. 다룬 주제들은 광범위한데, 금속노조의 산업전환 대응에 대한 평가부터 2023년 민주노총의 투쟁계획과 요구에 대한 평가까지, 또한 최근 정부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건설노조의 현황이나,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노사법치주의의 문제점, 국고보조금이나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문제와 관련된 쟁점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함의 등등에 관해 참석자들의 귀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좌담에서 다룬 주제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토론을 요하므로, 기관지에서도 후속하는 글들을 기획하도록 하겠다. 

‘사회주의 역사 읽기’ 기획으로는 지난 호들에서 파이지스의 『속삭이는 사회』를 소개한 데 이어, 이번 호에는 두 글을 실었다. 서보람의 「『러시아혁명 1917-1938』을 통해 본 러시아혁명사」는 쉴라 피츠패트릭의 저서, 『러시아혁명 1917-1938』을 소개하면서 러시아혁명사의 쟁점들을 추출한다. 피츠패트릭은 소련사를 다루는 서방 역사학계에서 (2세대) ‘수정주의’의 선봉장이라고 불리는데, 스탈린주의에 대한 대단히 새로운 관점을 내놓았고, 첨예한 논쟁을 야기했다. 피츠패트릭은 스탈린 체제의 성립에 적극적 대리인이 되었던 커다란 인구집단에 주목한다. 스탈린 시기에는 등용정책을 통해 노동자·농민 출신의 많은 청년이 교육과 사회적 승진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즉 스탈린 시대는 ‘노동자에게 권력을’이라는 슬로건이 의미하는 바대로 계급으로서의 노동자집단에 권력을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개별 노동자가 행정적·전문적 엘리트로 상향 이동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녀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러시아혁명 1917~1932』(1984)를 저술했는데, 러시아혁명이 결국 ▵서구를 모방 추격하는 산업화, ▵테러, ▵(일부 청년 공산주의자와 노동자의) 상향이동으로 귀결되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사실 이러한 결론의 함의는 심대한데, 필자는 마르크스주의 이론도, 특히 소련의 붕괴를 전후로 하여, ‘프롤레타리아 독재’ ‘국유화’ ‘전위당’ ‘폭력’ 등등의 문제에 관한 이론적 반성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면서, 인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격렬히 확산되는 현시점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반성은 더욱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하나의 글은 에티엔 발리바르의 「한 세기가 지난 1917년 10월」이다. 이 번역글에는 상세한 역자 해설을 덧붙였기 때문에 간단히만 소개하면, 발리바르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러시아혁명은 언제 시작되었고 언제 종료되었나, 달리 말하면 혁명적 계급으로서 프롤레타리아는 언제 형성되었고 언제 해체되었나, 또는 소비에트와 당의 종합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소멸했나, ▵러시아혁명은 어떻게 해서 20세기라는 ‘극단의 시대’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나, ▵현실 사회주의 체제들이 붕괴한 이후,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을 취할 것이며, 사회주의적·공산주의적 대안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사회주의의 역사를 읽으면서 반드시 숙고해야 할 질문들이 아닐 수 없다.

책 소개로는 먼저 김영진의 「반면교사의 19세기 동아시아」를 싣는다. 이 글은 왕효추의 『근대 중국과 일본: 타산지석의 역사』를 소개하는데, 중국과 일본의 지식인이 상대 국가에서 벌어진 중대한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했느냐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아편전쟁에 대해 일본 지식인은 ‘하늘이 내린 교훈’이라고 생각했고, 청일전쟁의 패배 이후 중국의 지식인은 메이지 유신을 연구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중국에서 신해혁명이 벌어지자 이는 일본의 호헌운동을 자극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19세기 조선의, 예를 들어, 아편전쟁에 대한 정세 인식과 반응에 관해서도 간단히 소개하는데, 한 마디로 정세 급변에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 무대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 정세를 생각할 때, 이러한 역사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매우 크다고 결론을 맺는다. 

다음으로, 이진호의 「평생 경제를 자신의 임무로 삼다」는 이헌창의 『김육 평전』을 소개한다. 저자는 지난해 가을호에서 「토붕와해의 위험 속 경장을 주장하다」라는 제목의 글로 『율곡 이이 평전』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 글은 그 후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필자가 독자에게’는 지난 호에 실린 「정치 양극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한국 정치의 영속적 위기」에 관한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김성균의 글이 실렸다. 

이번 호 발간도 여러 사정으로 늦어졌는데,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2022년 3월 15일
임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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