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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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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끝나지 않은 민간위탁 철회 투쟁

김범규 | 공공노조 광주전남지부 조직부장
106일간의 노숙농성 투쟁

광주광역시 서구지역의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수집·운반·선별·처리업무를 서구청으로 민간위탁 받은 업체에서 일하던 미래환경산업개발분회 노동자들이 서구청 앞에서 106일간 전체조합원 파업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해고자 원직복직과 위수탁 계약이행이라는 핵심구호를 걸고 유난히도 많은 눈과 한파에 시달려야 했던 겨울을 보냈다.

그렇게 농성을 하고 매일매일 선전전과 1인 시위를 하고 7보1배를 하며 한겨울을 보냈다. 2010년 10월 12일 시작한 농성이 해를 넘긴 2011년 1월 24일 민간위탁업체와 늦은 밤까지 지속된 교섭 속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해고자 6인 복직과 위수탁 계약서상의 쟁점사항이었던 임금부분 관련해 2011년 상반기 실사를 통해 분배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는 106일간의 노동자들의 위력적인 투쟁의 성과임과 동시에 지역차원에서의 투쟁의 성과라 할 것이다. 공공서비스 영역의 문제가 지역적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지역적 투쟁이 조직되었다고 할 것이다.

14명이 조합원인 사업장에서 절반이 해고되어 복직투쟁을 전개해야 했고 민간위탁사업자가 아닌 서구청 앞에서 농성을 하며 투쟁을 전개해야 했던 상황들이 현 시기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사업주는 걸핏하면 해고와 계약해지를 들이밀어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고, 책임은 원청에게 원청은 다시금 사업주에게 떠넘기며 노동자들을 온갖 희생만 감내해야만 현실에 처하게 하는 것이다.


민간위탁업체의 문제점

광주광역시 서구청으로부터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수집·운반·선별·처리업무의 첫 과정은 각 가정과 업체로부터 나오는 PET병, 유리병, 폐지, 과자봉지 등의 재활용품들과 가구, 냉장고, 싱크대, 침대 등과 같은 대형폐기물을 선별장으로 수집, 운반해 오는 것이다. 운반해온 재활용품들은 재활용되지 못하는 일반폐기물과 분류하고 분류된 재활용품들도 종류별로 선별하게 된다. 선별된 재활용품들은 재활용 처리 공장으로 운반될 수 있도록 종류에 따라 압축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형폐기물의 경우엔 폐기물 부분별로 재활용가능 부위들을 고철과 나무 등으로 분리한 뒤 고철은 압축과 분류과정을 거치게 되고 나무는 분쇄과정을 거쳐 다시 재활용공정으로 보내지게 된다. 서구 전 지역의 수집된 재활용과 대형폐기물을 수집하고 선별해서 재활용품 처리과정으로 보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서구청으로부터 민간 위탁받은 업무인 것이다.

민간위탁사업자는 서구청으로부터 민간위탁 입찰공고에 따라 업체선정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업체 선정공고 이후 업체 자격요건을 갖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게 되고 이 과정에 최저입찰제에 기반해 입찰자 중 위수탁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위수탁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3년간 계약을 맺고 서구청으로부터 서구지역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 업무권한을 갖게 된다.

권한뿐만 아니라 서구청으로부터 위탁업무에 필요한 일체의 지원을 받게 되는데 이 지원의 폭이 타 지역의 민간위탁지원에 비해 파격적이다. 기본적으로 재활용품을 선별해야 하는 선별장 대지와 선별장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고 선별장치와 파쇄장치 등 작업장에 설치되어 있는 시설 또한 무상으로 제공해 준다. 이와 함께 관련 시설운영과 인건비지급을 위한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는데 민간업체에서 입찰 시 제시한 금액에 준해 지급하게 된다. 결국 위탁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민간위탁업체가 담당하는 비용은 입찰과정에서 제출하게 되는 공탁금 정도이다. 물론 이마저도 공탁금이므로 다시 업체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공공기관의 업무였던 것을 민간업체에 위탁하게 되면서 민간위탁업체에 지급되는 시설과 보조금과 함께 인건비, 경비 및 일반관리비 합계의 10%정도의 이윤을 보장해 주고 있다.

결국 민간위탁업체가 업무를 위탁받아 하는 일은 위탁사업장에서 인력관리 및 시설관리 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이다. 분기마다 필요한 시설 수리비 및 지원금이 필요하면 구청에 청구하고 이에 맞춰 구청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되는 것이다.

민간위탁의 구조적 모순이 이곳에서부터 발생하게 되는데, 공적업무이며 이에 대한 업무 추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업체는 기업의 특성상 이윤을 남겨야 하며 이윤 추구의 방식은 보조금 중간착취와 노동강도강화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2001년 서구청의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업무가 민간위탁이 도입과정에서 작성된 용역결과보고서에는 업무추진에 필요한 적정인원과 용역원가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1년 민간위탁업체에서 위탁업무를 추진한 이후로 용역결과보고서에서 제시된 적정인원을 채용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원가 계산서에서 제시한 노동자들 임금 또한 지급한 적이 없다. 33명의 인원이 적정인원임에도 28명 정도의 20여 명 남짓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면서 서구청이 제시한 임금마저 제대로 지급되고 있지 않는 현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대표이사임금 매달 월 500만 원, 명절 상여금 230만 원 그 외 기타 지급되는 수당감안하면 1년이면 7천만~8천만 원 이상 지급하고 있는데 서구청이 위탁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는 6억6천6백만 원 중 약 10%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결국 서구청에서 보조금을 지급해주지만 보조금은 고스란히 관리자들의 이윤 보존으로 사용되고 그밖에 민간위탁업체의 이윤 보존을 위해서는 인원감축과 임금삭감이 수반되게 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저임금의 노동 속에서 또다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민간위탁업체에서는 상용직이라는 이름의 정규직 형태의 채용과 계약직, 일용직 형태의 비정규직 채용의 차별을 두고 있다. 분명 용역결과보고서에 책정한 인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아닌 운전원, 수거원, 선별원 형태의 직종별 분류만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업체에서는 고용형태의 차별을 두며 저임금에 또다시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정규직 차별 속에 선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노동자들로 여성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일용직으로 비정규직 내부에서도 또다시 차별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끊임없는 착취의 구조 속에 엄연한 보조금 착취와 노동착취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 현재 민간위탁의 구조이다.

공공서비스의 업무를 민간위탁업체에서 담당하며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는 세금이 낭비되는 것도 모자라 재활용처리업무 본연의 의미까지 탈각시키고 있다. 주된 업무인 재활용 선별업무에는 필연적으로 절대적인 적정인력이 필요하게 되어있다. 허나 적정인력이 채용되지 못한 현장에서는 선별작업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업체에서는 선별되지 못한 재활용품을 그대로 소각장과 매립장으로 내버리면서 폐기처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선별장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아무리 선별하려 하지만 공급되는 절대적 양을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능력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안전사고 등의 산업재해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선별율이 일정수준에 이르게 되면 위수탁 계약상의 위법사항을 피해갈 수 있기에 민간위탁업체에서는 굳이 인건비를 충분히 써가며 업무를 추진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폐기비용 또한 구청에서 지원해주기에 처리비용마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청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업무가 오히려 세금은 낭비해가며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구청의 문제점

현재 서구청은 기본청소업무인 생활폐기물, 음식물폐기물, 재활용폐기물, 대형폐기물 업무를 모두 위탁처리 운영하고 있다. 이는 현 광역단위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공서비스 업무 추진방식이며 총액 인건비제에 의한 정부지원 제한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지자체는 민간위탁 선정에서부터 시작해 업무 추진과정에서의 관리감독 책임을 가지고 있다. 헌데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계속해서 민간위탁의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도 큰 몫을 한다고 할 것이다. 2001년 서구지역 민간위탁이 도입되고 선정된 업체대표는 서구청의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업무 민간위탁을 추진했던 퇴직 공무원이었다. 이 업체는 계속해서 적정인력도 고용하지 않고 재활용품 선별율도 매우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3번의 재계약 과정을 통해 9년간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업무를 수행해 왔다. 노동조합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민원에도 불구하고 기존업체는 매년 큰 문제없이 보조금을 지급받고 재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한 업체에 대한 특혜의혹을 넘어서서 구청에서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한 사건이 있다.

2010년 9년간의 노동조합의 끈질긴 투쟁 속에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업무를 담당하던 업체를 교체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허나 새롭게 선정된 업체 또한 위수탁 계약에서 명시한 인원과 임금, 근속년수 등을 지키려 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계약당사자인 서구청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2010년 10월 12일 서구청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서구청에서는 10여 년간 묵살해오던 태도가 돌변해 다음날 10월 13일 오전 10시 천막농성장을 설치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농성장을 300여 명의 공무원을 동원해 강제 철거해 갔다. 그 과정에서 모든 집기를 분실하고 손가락 힘줄이 끊어지고, 목과 허리에 심대한 부상을 입는 노동자가 발생하였다. 이에 천막농성장은 노숙농성장으로 바뀌어 100여 일이 넘도록 노숙농성을 진행한 것이다. 서구청이 해야 할 관리감독업무를 하지 않아 천막농성을 시작한 노동자에게 서구청은 너무나도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답변해 온 것이다.
구청은 민간위탁 전환을 근거로 모든 업무의 책임을 민간위탁업체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추진된 민간위탁업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추진한 업무가 그냥 그대로 추진되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이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노동조합과 천막뿐이었다.

계약 당사자인 서구청과 민간위탁업체는 위수탁 계약을 맺게 된다. 계약당시 당연히 계약서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계약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업무가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허나 구청 측에서는 공공연하게 위수탁 계약 위반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을 떠넘기며 민간위탁업체의 사정 봐주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결국 모든 피해는 노동자들이 지게 되는 것이다.


민간위탁이 추진되고 있는 지자체들

민간위탁의 문제가 광주지역에서는 서구청의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처리업무 관련해서 제기되었다면 그밖에 전남지역에서도 민간위탁의 문제로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군단위의 경우 아직 생활폐기물 처리업무가 민간 위탁되어 있지 않지만 계속해서 지자체에서는 민간위탁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대 시민서비스의 질이야 어찌되건 지자체에서는 최저 낙찰된 민간위탁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총액 인건비제를 회피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남 함평군청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무를 파견노동 형식의 계약직을 사용하면서 민간위탁의 수순을 밟더니 2010년 여름 본격적으로 생활폐기물 처리업무를 민간위탁시키려는 움직임을 본격화 하였다. 이에 함평지역 투쟁으로 일단 추진계획은 잠시 중단시켰으나 근본적인 민간위탁 계획이 폐기되지 않는 이상 또다시 기회를 보며 민간위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무안군청의 경우에도 소각장, 매립장을 민간위탁시킨 뒤 음식물쓰레기 업무를 민간위탁시키더니, 이제 생활폐기물 업무를 민간위탁시키려 하고 있다. 추진과정에서도 담당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용역결과보고서나, 원가계산서 하나 없이 무턱대고 2011년도 예산안만 통과시켜 놓은 상황이다. 이에 무안군 내에서의 반대 서명운동, 선전전을 비롯해 지역차원의 여론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투쟁

민간위탁으로 인한 철저한 검증도 없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간위탁 정책에 호응해 각 지자체들은 생활폐기물을 비롯해 각종업무 민간위탁을 추진하려 하고 있고, 그 중 가장 우선순위가 청소업무들이다. 시민들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며 민원을 현장에서 처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국에서 민간위탁으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고 있어 관련한 조례 제·개정 운동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서구청에서도 투쟁의 여파로 관련 조례가 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민간위탁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할 것이다. 비록 기존업체로부터 해고자 복직의 이행을 이끌어냈지만 위탁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업체로부터 또다시 고용을 보장받기 위한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노동자의 차별이 존재하는 현장을 바꿔내야 한다. 서구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도록 민간위탁업체 뿐만 아니라 서구청을 계속해서 추동해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위수탁 계약서상에 명시된 최소한의 노동자들의 임금과 권리들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장이 안정되고 노동자들의 최소한 안정된 삶이 보장될 때 공공서비스 업무 또한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근본적인 문제는 민간위탁제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인 민간위탁제도가 철회되고 공적영역의 업무가 공공기관에 의해 직접 운영되며 안정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다.

106일간 미래환경산업 개발 분회 노동자들의 투쟁은 서구청을 넘어 시민들을 상대로 한 투쟁들이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정상화되지 못한 공공서비스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었다. 미래환경산업개발분회의 노숙농성장은 정리되고 해고자들은 복직되어 현장으로 돌아갔지만 이제 다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민간위탁 철회투쟁을 힘차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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