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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5-6.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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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현장> 청소노동자들의 총단결을 위한 첫 걸음

서경지부 집단교섭 투쟁을 마무리지으며

권태훈 |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
지난 6개월에 걸친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이하 서경지부)의 집단교섭 투쟁이 4월 26일 조인식을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투쟁을 통해 기본급 대비 11.92% 임금 인상이라는 적지 않은 물질적 성과를 쟁취했다. 임금총액과 각종 노동조건 개선을 따지면 더욱 높은 수준의 성과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당한 수준의 조직적 성과를 축적했다는 점이다.
애초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집단교섭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설정했다. 1) 지부 내 대학교청소용역 분회의 단결 확대를 통한 투쟁력을 극대화한다. 2) 각 사업장별 임금과 노동조건 편차를 최소화, 최저임금 이상을 쟁취하는 투쟁을 통해 상향평준화한다.(곧 민주노총 요구안을 현장에서 쟁취한다.) 3) 교섭에 투입되는 지부 역량을 조직 강화, 확대 사업 등에 효율적으로 재배치한다. 4) 대학교 청소용역 전체의 ‘노동기준’을 만들어 지부의 영향력 확대,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사업의 성과를 단체협약에 반영, 이를 통해 조직 확대를 촉진한다. 이러한 목표를 갖고 집단교섭 투쟁을 시작했지만 지도부와 현장 조합원 모두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존재했다.


제대로 한번 싸워 보자는 사전 결의

우선 집단교섭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투쟁이었다. 이번 집단교섭 대상 사업장인 고려대, 고려대병원, 연세대, 이화여대는 노동조합을 처음 만든 지 수년 동안 제각각 기업별-사업장별 교섭을 하며 임단협을 진행해왔다. 그러면서 제 각각의 기준이 현장에 정착해있었고 이를 통일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 많은 현장 간부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투쟁 사업장 연대는 항상 해오던 것이긴 하지만 공동의 요구를 갖고 함께 교섭하고 함께 싸우는 것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기준이 제각각이었지만, (불행 중 다행히) 임금의 기본이 되는 기본급은 최저임금으로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공동의 요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장의 여러 우려들이 있었지만 지난 수년 동안 만들어온 강력한 연대의 기풍이 여러 우려와 의구심들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요구안 역시 민주노총 최저임금 현실화 요구안인 시급 5,180원을 할 것인지 쟁취 가능한 수준의 4,000원대로 할 것인지 토론이 길게 진행되었다. 이 토론 과정에서 현장 간부들이 공동의 요구안으로 시급 5,180원을 선택했다. 제대로 한번 싸워보자는 결의였다.
이미 공동의 요구를 만든다는 어려운 과정을 결의했기 때문에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문제였다. 특히 공동의 요구라는 것이 바로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인 “최저임금을 넘어선 기본 시급 쟁취!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었기 때문에 더욱 응집력 있게 투쟁을 할 수 있었다. 공동의 요구가 마련되자 공동파업 투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공동요구와 공동투쟁을 통해 현장 조합원들에게 ‘다른 사업장 지원’이라는 의미를 넘어 다른 사업장의 문제가 바로 나의 문제라는 인식을 강화했고, 이를 통해 공동파업 투쟁이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3월 이후 한 달 간에 걸친 강력한 투쟁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현장 조합원들의 결의가 점차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의 요구는 결국 원청 사용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미 원하청 간 최저임금으로 계약을 맺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공동파업에 돌입한 우리 조합원들의 분노와 요구에 대해 원청 사용자는 여전히 용역업체와 이야기해보라는 뻔한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우리는 원하청 사측 간 최저가격 재계약의 관행을 끊어낼 수 있었다. 공동파업 투쟁 결과 고려대 원청은 이미 최저 가격으로 계약을 완료했음에도 추가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연세대는 우리 조합원들의 투쟁에 지레 겁먹고 두 자리 수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화여대 측 역시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동 파업의 가장 소중한 성과는 지부 전체 조합의 단결

가장 중요한 것은 2010년 지부 집단교섭 투쟁을 통해 여러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사업장을 넘어 공동 파업을 진행하면서 지부 전체 조합원의 단결을 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결력의 상승은 향후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캠페인’과 ‘전략조직화 사업’ 등을 통해 더욱더 많은 미조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내 회사, 내 사업장이라는 작은 틀을 깨고 더 큰 시야로 자신의 투쟁과 전체 투쟁을 맞추어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개별 사업장 내에서도 노조의 조직력이 상승할 수 있었던 점을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원하청 사측이 제시하는 최저임금 기본급을 거부하고 생활임금을 쟁취하고자 하는 커다란 투쟁에서 현장 조합원들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투쟁을 결의하였다. 그 후 한 달에 가까운 파업 투쟁을 진행하면서 각 사업장의 조직력이 향상되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파업을 진행하면 혹여나 학생들, 환자들의 비난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막상 압도적인 숫자의 지지서명을 받고 파업이 길어지면서도 우호적인 여론이 점차 높아지자 우리 조합원들이 더 높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항의하며 파업투쟁과 점거농성을 더욱 수위 높게 진행했는데, 결국 사용자들의 공식 사과를 받으면서 조합원들은 승리감에 고취될 수 있었다. 시급 100~200원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을 현장 조합원들이 얻은 것이다.


만만치 않았던 사측의 대응과 분리 격파 전술

투쟁의 과정에서 또 한 번 어려움에 처한 것은 바로 사용자들의 단결이었다.
시설관리 업종의 사용자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최저가입찰 등을 통해 출혈적 경쟁을 벌이고 특별한 사용자단체가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4개 사업장의 9개 용역업체는 용역 재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교섭장에 나오게 되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 쟁의조정 수순에 돌입하자 사용자들의 단결을 택한 것이다. 그들의 입장은 단순명료했다. 다른 건 일부 양보해도 기본급은 최저임금인 4,320원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원청 사용자들의 입장이 반영되어 2011년 1월 투쟁을 통해 쟁취한 홍익대의 기본급 4,450원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사용자들의 단결을 분쇄한 것은 다름 아닌 현장 조합원들이었다. 각 사업장의 현장간부들은 사용자들의 단결을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지 고심하며 대책을 거듭 논의했다. 이 결과 약한 부분을 먼저 공격하는 분리 격파 전술을 구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전술은 공동투쟁의 의미와 분리격파 전술의 의미를 현장조합원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자칫 오해를 낳기 쉬운 전술이었다. 만약 공동의 협의를 까맣게 잊고, 자기 사업장 이기주의에 갇히면 “우리 사업장 먼저 연대해 달라”라며 분리격파 전술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공동투쟁의 경험과 다양한 교육을 통해 집단교섭 투쟁의 커다란 흐름을 이해하고 있던 현장간부들은 '부분파업+태업' 전술로 원하청 사측을 교란하고 압박하는 가운데 순차적인 전면파업 투쟁으로 원하청 사측을 굴복시켜나갔다. 한두 군데의 사업장에서 원하청 사측이 손을 들어 잠정합의를
시작하자 결국 전체적인 흐름이 바뀌게 되었다. 민감한 투쟁 전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현장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가 높게 유지되는 가운데, 공동투쟁으로 묶인 대오를 흩트리지 않고, 전체 집단교섭 투쟁을 성과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함께와 같은 일부조직은 이러한 전술 논의를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경지부가 전면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둥, 임금요구수준을 낮추었다는 둥의 뜬금없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조합원들, 연대단위 활동가들의 기운을 빼놓았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공동의 요구를 내걸고 함께 싸우면 더 힘이 세진다는 교훈

이번 지부 집단교섭을 통해 4개 사업장이 통일 단체협약을 쟁취함으로써 지부의 860명의 현장 조합원들이 동일한 단협을 적용받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사업장별로 편차가 크던 내용들을 하나로 통일시켰다는 점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향후 신규 사업장이 생겼을 경우 우리가 만든 노동조건을 관철하기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대부분의 단체협약 조항들이 상향평준화 되었다. 4개 사업장의 기존 단체협약 중 좀 더 좋은 부분으로 기준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 부분 역시 ‘기본급 통일’,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급 쟁취’를 최대 목표로 투쟁을 진행했고 결국 시급 4,600원을 동일하게 쟁취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의 요구를 내걸고 함께 싸우면 더욱 힘이 커진다는 것을 현장 조합원들이 실감하면서 향후 공동 투쟁의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차례 공동파업을 경험한 원하청 사측이 더욱 단결하면서 탄압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지부 집단교섭 투쟁의 조직적 성과가 유실되지 않게 하면서 더 많은 사업장을 조직하고 집단교섭에 함께 하게 하는 것, 더욱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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