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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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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값이 50만원, 월급이 50만원이랍니다"

구미영 | 사회진보연대 불안정노동연구팀
***조합원의 반수가 '아줌마'이고, 평균 연령대가 50대이며, 직영 노동자의 1/3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파견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배제되고 차별받는 '주변부의 주변부'라 할만한 이들의 모임인 것이다. 이제껏 당연시 되어 왔던 고용불안과 차별임금, 저임금을 철폐하고자 1월말에 노동조합을 결성한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조합을 사회진보연대 불안정 노동팀에 구미영 씨가 만나보았다.


***'시설관리'란 이름이 낯설게 여겨지는데요. 어떤 분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건가요?

서울대학교 안에서 청소하는 미화원, 경비하는 방호원(수위)들이 만든 노동조합이지. 미화원의 경우 여자가 많고 방호원은 남자가 많아. 미화원은 아침 7시에 출근해서 건물과 그 주변을 청소하지.
원래 건물 밖 잔디밭이나 화단은 따로 담당이 있는데 위에서 시키면 거기까지 다 청소하곤 해. 방호원은 수위실 지키고 순찰하고 그밖에 잡무를 담당하지. 맞교대로 24시간씩 근무를 해서 8시에 출근하면 다음날 8시에 퇴근해. 이전엔 직영이었다가 96년부터 용역으로 바뀌었어.


***용역으로 바뀌면서 업무내용이나 대우가 많은 변화가 있었나요?

하는 일은 바뀌지 않았지. 내가 일하는 공대의 경우 96년에 23명이었는데 98년엔 17명으로 줄어 들었어. 사람이 줄었으니 일은 일대로 늘고 임금은 임금대로 깎여서 2중으로 손해본 셈이지. 직영일 때는 기성회 직원이니까 공무원처럼 상여금, 퇴직금을 받았는데 용역으로 바뀌니까 임금이 3분의 1로 줄었어. 용역으로 바뀌었다고 대학본부의 통제를 안받는 것도 아니야. 건물마다 용역회사가 뽑아 놓은 반장들이 있는데, 또 본부 직영인 수위장도 있어서 이중으로 통제를 받지. 시집살이도 이중 시집살이여.


***조합원들 상당수가 서울대에서 몇 년씩 근무해왔고 용역으로의 전환도 받아들였다고 들었는데요. 이제서야 노동조합 결성에 나서게끔 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한 마디로 너무 억울해서야. 용역이 96년 5월에 처음 들어올 때에는 미화원에게 월 50만원에 보너스 200%, 퇴직금을 약속했어. 그런데 막상 들어오고 나니까 47만원만 주겠다는 거야. 97년엔 2만원 98년엔 3만원씩 계속 깎더라고. 우리 기본급은 최저임금 기준에도 못미쳐. 98년 이전엔 의료보험, 고용보험이 됐는데 그것도 다 없어졌어.
또 퇴직금 안 주려고 3월달까지를 수습기간으로 두어서 계약기간이 1년이 안되게 하더라고. 작년에 일했던 사람들 그대로인데 99년 계약할 때에도 수습기간을 두는거야. 그래도 우리는 IMF니까 참아 왔거든. 그런데 이번에 대호라는 회사가 되면서 방호원은 7만원, 미화원은 2만원씩 깎인거야. 그제서야 안되겠다 우리도 법의 보호를 받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용역회사나 대학본부에 대해 어떤 것을 요구하시는데요.

요구할거야 많지. 우선 임금이 너무 적어. 직영의 3분의 1정도니까. 직영 임금을 고려하여 조정해야 해. 특히 이번에 임금이 더 깎이게 된 것은 본부가 최저가 입찰방식을 했기 때문이야. 서울대 시설관리직 전체 인원이 작년보다 50명이 늘어났는데 입찰가는 낮췄으니 임금이 깎일 수 밖에 없지. 우리가 본부에 가서 항의하니까 거기에선 '우린 알 바 아니다.' '용역회사가 얼마에 하겠다고 계약하면 그 쪽이 알아서 하는거다.' '인원이 몇 명인지도 모른다.'라는 거야.
그래서 직원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없는 계약을 한 대호가 관악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지. 그래야 본부와 다른 업체가 입찰계약을 제대로 할테니까. 본부에겐 최저입찰 방식 폐지를 요구하고.
근로조건도 너무 나빠. 방호원들 24시간 맞교대하는데 야간수당, 시간외 수당같은 것도 없어. 근로계약서엔 근무중 취침한 자는 즉시해고라고 써 있으니 맘편히 눈붙이기도 어렵지. 그밖에도 즉시 해고사유가 많아.
이제는 노동조합과 협의해서 해고나 자리배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이번에 미화원 월급 깎을 때 회사가 39만원으로 하자니까 소장이 그래도 40만원대가 불만이 덜하지 않겠냐고 40만원으로 하자고 했대. 이렇게 임금 결정도 자기들 맘대로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니까.


***노조설립 과정에서 외부의 방해가 있었을텐데요. 또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있었을 것 같구요.

용역업체 소장과 반장들이 온갖 유언비어를 퍼트렸어. 방호원은 노조를 못만든다, 기성회 노조와 복수노조가 되므로 안된다, 65세 넘는 사람들은 해고당할 거라는 둥 말이 많았지. 그래서 불이익 당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 소문들은 노동법을 잘 몰라서 하는 헛소리니까 상관없었지. 게다가 그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무시하는데 뭉치지 않으면 무슨 수가 있겠어.
'서울대라는 국공립대에서 일하는 걸 영광으로 여겨라. 당신들은 나이들어 자식도 다 키우고 살만하니까 만족하고 살아라'라고 말한 사람이 용역 사장이야. 그렇게 무식한 사람한테 뭘 기대하겠어.
또 소장은 '관악은 공기가 좋으니까 공기 값이 50만원 월급이 50만원'이라고 하는 사람이니... 우리가 1월 12일 본부 앞에서 집회하니까 소장이 3월까지 기다리면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그 말을 일단 믿고 노조는 나중에 결성하자는 의견도 있었지. 하지만 회사에서 나오는 소문만 믿고 있을게 아니라 우리가 뭉쳐야 임금문제든, 인사문제든 해결이 가능한 거 아냐. 그래서 전체 318명중 약 80%정도가 조합에 가입한 것이고.
노조가 결성되고 나서도 방호원 아저씨들은 2만원씩 올려준다는 소문이 돌았었지. 올릴려면 아줌마들도 올려 주지 왜 방호원만 올려 줘? 노조에 공식 제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는 상관하지도 않을거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노조 때문에 다음 회사와의 재계약에서 탈락할 수도 있지 않냐고 슬쩍 여쭤 보았다. 위원장님은 노조를 만들어서 뭉치면 그럴일은 없을거라고, 노동법 위반이 된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셨다. 비정규직에겐 몹시 힘겨운 상황이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넘어서는 투쟁을 통해 위원장님의 너무나 당연한 자신감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인터뷰에는 원장님, 부위원장님, 감사님이 응해주셨다. 위 글은 세 분의 말씀을 정리한 것이다.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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