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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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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좌파정치 지형도

배준범 | 회원, 민주노동당 국제부장
WTO 홍콩 각료회의 원정투쟁이 대량 연행 사태로 이어진 후 14인의 구속자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홍콩의 대책위와 한국의 상황실에서 수립한 계획 중 민주노동당이 주도해 벌인 활동은 구속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하는 국제의원(정치인) 서명운동이었다. 과잉 진압과 연행 과정에서의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구속자들의 조속한 석방과 안전한 귀국을 촉구하는 이 호소문에는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50명이 넘는 정치인들이 서명을 했다. 지역별로는 유럽, 그 중에서도 유럽연합의회1) 의원들이 유별나게 많이 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2)
유럽연합의회에서는 총 17명의 의원들이 서명을 했는데, 8명은 유럽통합좌파-북유럽녹색좌파 그룹(GUE-NGL: 이하 유럽통합좌파 그룹) 소속, 7명은 녹색당 그룹(Greens-EFA) 소속, 2명은 사회당 그룹(PSE) 소속이었다.

유럽통합좌파 그룹과는 달리, 민주노동당과 구체적 연계가 없는 녹색당 그룹에서 열성적으로 서명에 참여한 것은 의외였다. 영국과 이탈리아 녹색당, 국내에도 책이 번역되어 있는 프랑스 녹색당의 알랭 리피에츠, 그리고 벨기에와 스웨덴 녹색당 소속 의원들이 서명을 했다. 이 중에는 유럽연합의회 부의장도 있었다. 유럽의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사회당 그룹에서는 영국 노동당과 프랑스 사회당의 의원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유럽통합 좌파에서는 프랑스 공산당, 독일 민주사회당, 이탈리아 공산주의재건당과 공산당, 그리고 스웨덴 좌파당 소속 의원들이 서명을 했다. 이탈리아 공산주의재건당 소속 의원은 의회의 개발협력위원회 위원장이고, 이탈리아 공산당 의원은 과거 우주 비행사로서 미국인들과 함께 실제로 우주 비행을 한 사람이라고 한다. 서명 의원들의 분포를 보며, 적어도 현재 민주노동당은 활동이나 성향, 그리고 입장에서 유럽의 사민당보다는 녹색당이나 통합좌파 소속 공산당들과 더 가깝다는 필자의 평소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두 그룹은 의회 내에서도 공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 마지막 그룹, 즉 이 서명을 조직한 결과 가장 많은 의원들이 서명한 유럽통합좌파 그룹에서부터 출발하여 유럽의 좌파 지형을 개괄하고, 몇 가지 함의들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사회당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그룹들에 대해서는 추후로 기회를 미루고, 녹색당 그룹에 대해서는 개괄조차 할 능력이 아직 안 된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한다.

유럽통합좌파 그룹은 각국에서 각기 다른 선거 제도를 통해 뽑힌 유럽연합 의회 진출 정당들 사이의 블록으로서, 북유럽 지역의 녹색 좌파 정당들(NGL)과 동서 유럽의 공산당 계열의 정당들(GUE, 영어로는 European United Left) 사이의 합의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유럽연합 소속 14개국, 16개 정당과 준회원 정당 조직 4개가 활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럽에서 사회당/사민당 왼쪽에 있는 정당들의 가장 광범위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의석은 현재 41개로 진보 정당 중에서는 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독일 사민당 등이 참여하고 있는 사민주의 계열의 블록에 이어 녹색당 블록과 함께 비슷한 수3)를 확보하고 있다.

작년에 단병호, 최순영 의원과 같이 이 그룹의 초청 교류 프로그램으로 유럽연합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를 방문4)했을 때 들은 흥미로운 얘기가 있다. 그룹 의장인 프랑시스 베르츠 의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 수행을 담당했던 스텔란 그룹 부총장(스웨덴 좌파당 소속)이 귀띔해준 얘기다. “베르츠 의장은 영어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프랑스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공산당 소속인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어로 말하고 영어로 통역을 하는 방향을 택했다. 유럽연합의회에서는 모든 회의 진행을 소속 국가들의 언어로 들을 권리가 있는데, 이 그룹의 모든 전체 회의도 보통 7-8개의 언어로 통역된다. 유럽통합좌파의 공식 명칭도 로서 영어와 불어를 혼합해서 쓰고 있다. 전체 회의에서의 민주노동당 소개에 들어가기 전, 다시 스텔란 부총장이 우리에게 조언했다: “발제 시간이 10분 정도 짧아질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만 있으면 그렇지 않겠지만, 이탈리아 의원들과 그리스 의원들 때문에 잘 안 된다.” 유럽연합이라고 흔히 이제 하나의 실체처럼 칭해지는 대상이 실제로는 내부에 얼마나 이질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국가적 정체성들을 지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유럽통합좌파의 명칭에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Conf?d?ral이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다자의 주체들 사이의 동맹 혹은 연맹이라는 뜻이 암시하듯이, 이 그룹의 운영 원리는 강제성을 띄고 있거나 그룹이 단일한 조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논의는 하되, 같이 할 수 있는 부분들에 한해서 합의하고 이에 따라 움직인다. 공통분모가 아닌 부분은 그룹의 이름으로 활동을 전개할 수 없는 것이다. 유럽의 급진 좌파 중에서도 워낙 다양한 세력들이 모여 있는 관계로 유럽연합 내부에서의 공동 활동은 세계화에 대한 대응과 전쟁 반대, 그리고 작년 초까지는 유럽연합 헌법 반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원내교섭단체 제도와 유사하게, 그룹을 형성하면 상근자 할당에서부터 의회 내 발언권, 그리고 재정 지원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그룹을 형성하기 위한 실용적 차원의 근거도 존재한다.

국내 운동진영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유럽연합 헌법에 대해서는 유럽통합좌파 그룹에 소속된 16개 정당 모두 반대를 했다. 사회민주주의 경향의 프랑스 사회당에서도 당원들이 절반 정도가 반대한 것과 네덜란드 노동당(사민주의 계열) 기층 당원에서도 이탈표가 상당했던 것에 비춰보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유럽통합좌파 그룹의 프랑스 공산당과 네덜란드 사회당이 각각의 헌법 반대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런데 그룹 소속 의원들과의 개별 면담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표면적으로 일치된 입장의 이면에는 상당히 복잡한 구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민주사회당(PDS)의 앙드레 브리 의원과는 우리가 스웨덴 좌파당의 에바 스벤슨 의원을 만난 직후에 면담을 가졌는데, 굉장히 생산적인 면담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발언을 하면서 불쑥 스웨덴 좌파당을 언급했다. “스웨덴 좌파당은 기존 좌파 사상과 생태주의 이념을 결합하여 21세기 급진좌파의 한 모델이 될 수 있고, 우리는 그들의 의정활동 능력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와는 근본적인 이견이 있다. 그들은 유럽에서의 변화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으나 이러한 비판이 유럽통합 과정에 대한 본질적인 이견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차차 알 수 있었다.

독일 민사당은 이탈리아 공산주의재건당을 비롯한 남부 유럽의 급진좌파 정당들과 함께 유럽이 미래에 궁극적으로는 연방제 혹은 준연방제의 형태로 가야한다고 보고 있다. 개별 국가 단위로 오랫동안 묶여있던 정책적, 정치적 개입의 장이 이제 유럽단위로 상당 부분 바뀌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애매한 입장을 취했던 프랑스 공산당도 오랜 논의 끝에 이러한 입장으로 수렴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유럽통합과정이 굉장히 친자본적인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노선을 반영하는 유럽연합헌법에 대해서 반대를 했던 것이다. 유럽헌법이 안보 면에서도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명시하고 있어서 더더욱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즉, 통합 과정 자체는 긍정하지만 현재의 양상과 방향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이는 ‘사회적 유럽’의 형태로 수정해야 하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과거로의 회귀란 이들에겐 없다.

앙드레 브리 의원이 스웨덴 좌파당을 비판했던 것은 그들이 통합 과정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인 정당들의 중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웨덴 좌파당과 덴마크, 네덜란드의 그룹 소속 정당들은 투명하지 않고, 관료적이며, 국민들의 현장으로부터 떨어진 브뤼셀(유럽연합본부)에 보다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스웨덴 좌파당 의원의 경우 자신이 유럽회의주의자(Eurosceptic)라고 명확하게 얘기한다. 즉 이들은 유럽 단위보다는 국가 단위가 그나마 더 국민과 가깝고 더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입장인 것이다. 동시에 북유럽의 유럽통합 심화 반대 입장에 대해서 북유럽 좌파 정당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입장이 보호주의적이거나 자국중심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비민주적이고, 국민들의 요구로부터 너무 멀리 동떨어진 유럽 통합 과정에 대한 반대라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대륙의 다른 좌파들과 다른 점은 사회적 유럽 모델의 확산과 노동자와 민중들에 친화적인 유럽 건설이 유럽 통합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고, 오히려 국가 단위에서 이 모델을 지켜내는 것(혹은 건설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자기 나라의 국가 기구에 대한 개입력 보다 유럽연합 차원에서의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인식이 근저에 깔려있다.

이러한 차이는 복합적으로 물질적 조건의 차이, 제도적 요인, 그리고 이념적·역사문화적 차이들로부터 유래한다. 자국 내에서도 오래된 연방제의 전통을 갖고 있고 유럽통합 과정에서 프랑스와 함께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인구와 국력이 뒷받침되는 독일의 좌파정당과 오랫동안 평화중립 외교 노선을 취하고 있고 인구는 작지만 최고 수준의 복지 국가를 건설한(그러나 이것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스웨덴의 좌파가 유럽 통합 과정에 대해서 완전히 같은 입장을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일처럼 인구가 많으면서 유럽공동체와 유럽연합으로부터 정치적 민주주의의 정착과 복지 제도의 수립에 도움을 받은 국가는 좌우를 막론하고 통합에 적극적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물론 통합의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말이다.

이렇듯 유럽공동체와 유럽연합의 진행 과정에 대한 진단과 이것에 대한 입장에서는 국가적 지역적 차원의 제도, 자본 운동과 개별 국가 역량 등의 물질적 조건, 역사문화적·이념적 차원의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모두가 다 서로 상호 연관되어 있지만,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에서 파생되는 입장의 차이는 왜 유럽통합좌파 그룹 소속의 정당들이 모두 지난 10월 출범한 유럽좌파당(Party of the European Left와 European Left Party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에 결합하지 않는지도 설명해준다. 유럽연합에서는 유럽통합을 촉구하기 위해서 범유럽 차원의 정당 결성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에 맞춰 유럽사회당(Party of European Socialists)은 물론 각종 보수 정당들에서도 범유럽 차원의 정당 건설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럽사회당은 의회 내의 사회당 그룹과 소속 정당들이 일치하는데, 유럽통합좌파 그룹이 그렇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러한 유럽 통합 과정에 대한 이견이 가장 큰 이유이다.

2004년에 시작하여, 작년의 집중적인 논의를 통해 10월에 출범하게 된 유럽좌파당에는 유럽통합좌파 그룹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3개 정당인 프랑스 공산당, 독일 민주사회당, 이탈리아 공산주의재건당이 모두 결합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소속 정당들도 유럽좌파당과 함께 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동유럽 측의 소수 정당들 몇 개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빠졌다. 또한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적 입장 때문에 구공산권 국가들의 일부도 논의 과정에서 퇴장을 했다(체코 공산당이 대표적이다). 유럽좌파당은 전쟁과 군사주의 반대, 민주주의 확대, 자본주의적 세계화 반대, 그리고 권력과 부의 재분배에 맞춰 활동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창당대회 때는 이보다 구체화된 정치테제5)를 확정하기도 했다.

유럽좌파당은 유럽 차원의 정당의 모습을 구체화시켜 고민하고 있는데, 범유럽적 차원의 활동을 다지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다음 국가별 선거 때부터는 각각의 정당 이름과 유럽좌파당 이름을 같이 내걸고 선거에 임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의회 내의 유럽통합좌파 그룹과 유럽좌파당의 관계 설정은 민감한 문제로 2008년 유럽연합의회 선거 이후에 어떻게 그룹이 재편될지는 현재 아무도 모르고 있다. 창당대회 때는 소규모 좌파 블록인 반자본주의동맹(Anti-Capitalist Alliance)6)의 일부 정당들도 초청되었다. 이들의 향후 유럽좌파당 참여도 역시 뜨거운 감자다. 대부분 이미 참여하고 있는 정당들과 같은 국가 출신들인 경우가 많아, 국내정치에 대한 파급력 때문에 논의가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령 프랑스의 공산당이 유럽좌파당의 핵심 축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적 공산주의 동맹(LCR)과 유럽좌파당과의 관계 설정 논의는 아직 프랑스 내 정치적 영향에 대한 고려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합 과정에 대한 유럽좌파들의 상이한 입장과 마찬가지로 유럽좌파당의 출현과 이에 대한 여러 세력들의 반응도 복합적 분석틀로 고찰해야 한다. 유럽 차원의 정당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라는 제도적 환경에서 일부 세력들은 정당 건설이라는 적극적 방향으로 나아갔고, 일부는 통합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감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현재 자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유럽통합에 대한 진단은 같지만, 이러한 물질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제도적 환경과 각 운동 세력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유럽연합헌법 반대 운동과 그것이 낳은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조건 속에서 나오는 사회운동과 진보진영의 대응은 지역질서에 여전히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반대 논리가 동일한 것도 아니며, 전망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좌파의 향후 대응과 이와 연동된 유럽통합의 길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다.

유럽의 좌파 세력들은 여전히 민족국가 단위에 뿌리내리고 활동하고 있는 동시에 국가와 지역 사이 정치세력의 혼합 형태로서의 유럽연합의회를 거쳐 범유럽 차원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을 옮기려는 과도기에 있다. 국가, 중간 형태인 유럽연합의회, 그리고 유럽 차원의 정당에 대해서 각각의 좌파 세력들은 주어진 물질적·제도적 조건과 이념적 성향에 따라 판단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공산주의재건당은 국가 차원에서는 베를루스코니를 물리치기 위해 범좌파 연합에 결합한 상태이고, 유럽통합좌파 그룹에 참여하고 있고, 유럽좌파당에서는 자당 출신 의장을 배출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공산당 역시 자국 내에서 유럽헌법 반대 운동을 주도했고, 유럽통합좌파 그룹의 의장이 자당 소속이고, 유럽좌파당에도 결합하고 있지만, 내년 예정되어 있는 프랑스 대선에서는 또다시 사회당과의 연정을 추구할 것이다. 스웨덴의 좌파당은 유럽연합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유럽연합의회 선거와 유럽통합좌파 그룹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이 자국내 지지율을 높이고 있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소속 의원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 모든 사례들이 아무리 정치적 통합이 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유럽의 모든 정당들의 존재 근거는 자국 내의 유권자들로부터 나온다는 냉정한 현실을 잊을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이렇듯 유럽 좌파의 지형도는 복잡하다. 그렇지 않아도 버거운 국가 중심의 정치 활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회원국 정권들 사이의 합의로 진행되는 유럽 대륙의 정치경제적 통합에 대해 입장을 제출하고 대응을 해야 한다. 유럽통합의 본질에 대한 진단과 함께, 진보적 유럽의 전망을 제출하고 이를 위한 전략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일부는 ‘다른 유럽’의 건설의 구체적 내용을 연방제 형태의 정치체를 장기적 전망으로 설정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나서는 반면, 일부는 관료적이고 비민주적인 기구에 국가의 의사결정권을 넘기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며, 통합 자체에 대해서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스웨덴 좌파당 등).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통합이 현재 진행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일한 입장이 더 나은 유럽을 건설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길 바랄 뿐이다.

1) 유럽연합의회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인구 수 등의 맞춰 전체 의석 수 중의 일부를 할당받아 자국의 선거 제도에 맞춰 직접 선거를 통해 의원을 선출한다. 유럽연합 차원의 법안에 대해서 협의권을 지니고 있고, 유럽연합 집행기구의 각료들에 대한 거부권도 지니고 있는 등 권한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럽연합 운영의 권한은 대부분 각국 정부를 대표하는 이사회와 EU의 전문 각료로 구성된 유럽위원회에 있다. 본문으로
2) 전체 명단은 민주노동당 영문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inter.kdlp.org 본문으로
3) 유럽 연합 의회 전체 의석 732개로 중 현재 보수당 연합이 268석, 사회당 연합이 200석, 자유당 연합이 88석, 녹색당 42석, 좌파 블록 41석. 본문으로
4) 이 출장 보고서는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정책자료실 중 정책참고자료실에 있다. 본문으로
5) http://www.european-left.org/press/pressreleases/pr/pressrelease.2005-11-23.6581224437 본문으로
6) 다양한 트로츠키주의 성향이 지배하고 있는 이 동맹에는 포르투갈의 좌파 블록처럼 유럽통합좌파, 반자본주의동맹, 유럽좌파당 3개 모임 모두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도 있다. 원내 정당이 아니라 2개 조직에만 참여하고 있는 정당들도 있고, 영국의 리스펙트나 사회주의 노동당(SWP)처럼 동맹에만 참여하고 있는 단위도 있다. 본문으로
주제어
정치 국제
태그
민주노총 노동운동 활성화 전략조직화 사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