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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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의 사회적 의미

유영우 |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사무총장
1. 시작하며

참여정부에 들어 지금까지 약 20여 차례 이상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되었고 지난 8 ․ 31 부동산대책은 지금까지의 발표보다 부동산투기 근절과 집값 안정에 있어 좀 더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투기수요억제를 위한 세제강화정책은 기본적인 방향에서 타당성이 있으나, 개발이익 환수장치 미비, 부분별한 공급확대, 분양가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 등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05년 정기국회에서 8 ․ 31종합부동산대책 후속 14개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며 입법이 완료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의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는 투기세력과 보수언론을 포함한 보수진영에서는 ‘세금폭탄’을 운운하며 헌법소원 제기 등 강력한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51.5%, 5%가 82.7%를 소유하고 있다는 정부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토지소유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어 토지소유편중 현상을 완화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대책은 문제가 발생하면 대책을 내어놓는 뒷북치기 형식을 반복하는 근시안적인 접근방식을 취해오면서 오히려 ‘강남불패’의 신화에 힘을 실어 주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정부 정책입안자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고민하며 대책을 마련하였다고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사회적 권리로서의 주거권’이라는 개념에서 주택 및 토지정책이 입안되지 못하기 때문에 임시방편의 대책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집을 ‘삶의 자리’로 인식하지 않고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반적인 국민들의 인식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한쪽에서는 토지 및 주택의 투기를 통하여 보통사람들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하는 돈을 단 한 번의 기회에 불로소득으로 챙기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자기 몸 하나 누울 자리가 없어 거리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하는 노숙인이 존재하는 극심한 양극화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뒷면에는 무주택서민들과 저소득층 사람들의 서러움과 눈물, 그리고 허망함이 감추어져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2. ‘주거권’의 개념

‘주거권’은 실정법상에 명시된 용어는 아니다. 헌법은 물론 개별법령에도 ‘주거권’이라는 용어는 쓰이고 있지 않다. ‘주거권’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것은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로의 인구집중으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무주택자가 증가하고 도시재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도시영세민의 주거대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을 배경으로, 1980년대부터 철거민단체가 결성되고 그들을 중심으로 ‘주거권’을 주장하면서부터였다.
주거는 인간 삶의 보금자리이고,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근거지이며,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주거’의 확보가 필요불가피하다. ‘적절한 주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제2차 유엔인간정주회의(Habitt Ⅱ)의 하비타트 의제에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하비타트 의제에서 ‘적절한 주거’란 적절한 사생활 보호, 적절한 공간, 물리적 접근성, 적절한 안정성, 점유의 안정성, 구조적인 안정성과 내구성, 적절한 조명․ 난방․ 환기, 물 공급과 위생 및 쓰레기 처리 시설과 같은 적절한 기반시설, 바람직한 환경의 질과 건강에 관련된 요소들, 일자리와 기본적인 편의시설에서 인접한 적절한 입지 등을 의미함과 아울러, 이 모든 것이 부담할 만한 적절한 지출을 통하여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하비타트 의제 para 58)
‘주거권’에 대한 개념은 하비타트 의제의 ‘적절한 주거’에 관한 권리로 정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적절한 주거’가 단순히 주거공간의 확보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의 질, 주거환경, 경제적 부담의 적정여부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고 있으므로, ‘주거권’ 또한 단순히 주택의 공급을 요구하는 권리에 그치는 것이 이니라, 더 나아가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한국도시연구소, 『주거기본법제정을 위한 연구』,1998).

3. ‘주거권’에 대한 우리사회의 현실

한국사회에서는 ‘주거가 권리’라는 인식은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못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한 수준의 주택에서 생활하는 것이, 참정권이나 신체적 자유와 같은 권리처럼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거는 ‘삶의 자리’이고 생명과 가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토대이다. 주거 보장 없이 인간은 더 이상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고, 다른 모든 권리의 실현도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기본적인 수준의 주거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고 이를 보장하는 것은 사회의 책무이다. 그래서 인권보장이 잘된 국가와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는 주거를 보편적인 권리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의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과열투기 현상이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부추기며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었다. 그 동안 집 값 및 토지 값 상승 과 전․월세 값 폭등의 현상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되었고, 특히 이번의 사태는 IMF경제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건설경기 부양책 및 부동산경기 활성화 등의 주택정책에서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발표된 정부의 대책은 부동산투기 근절과 집값 상승을 잠재우지 못하였다. 이유는 근본적인 정책수립과 문제해결이 ‘주거권’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여러 정권을 거쳐 오는 과정에서 수립되었던 정부의 주택정책을 살펴보면, 주택이 국가운영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공공성을 강화하기 보다는, 민간주택시장 체제를 통한 중 ․ 대형 위주의 주택공급에 치중하며 일반서민들과 저소득층을 포괄하는 다양한 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형주택 및 공공임대주택건설의 정부 역할은 미비하였다.
또한 중 ․ 장기적인 계획아래 체계적이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책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한 정책결정으로 혼란을 가중시켜왔다. 이러한 정책 수단은 주택을 재산의 증식수단으로 여기는 일반적인 국민들의 의식을 부추기는 우를 범하며, 오히려 혼란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어 왔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평균적인 국민소득증가에 비례하여 집 값 상승이 월등하게 높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주택정책의 실패는,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다양한 소득계층의 주택수요에 부흥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사상유래 없는 집 값 상승을 유발하였고, 서민층을 포함한 빈곤층의 주택문제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왔다.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IMF경제위기 이후 대량해고 및 고용불안정으로 인한 소득의 감소로 인하여, 주거수준의 하향조정과 함께 주거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며, 자기수준에 맞는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주택보급률이 2003년 현재 100%를 넘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민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주거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택 재고가 턱 없이 부족하여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향후 경기하락이나 IMF와 같은 경제위기가 또 다시 닥쳐온다면 주택문제는 커다란 사회문제로 발전하여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시점에서 주택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며, ‘주거권’을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고민과 지혜가 모여야 한다. IMF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고 판단된다. 우리에게 가져다준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소수의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언제라도 극빈층(빈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또한 이러한 위기에 대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시급한 실업, 복지문제를 비롯하여 환경, 교육, 교통, 의료 등의 많은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하여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및 지역단위의 운동영역에서 다양한 노력과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이 창출되어 실업의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복지제도의 발전으로 복지의 혜택이 확산되며, 또한 환경, 교육, 교통, 의료 등의 시스템이 발전하여 다소 삶의 질이 높아진다 해도, 가장 기본적인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삶의 질 개선에 한계가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집’의 문제, 즉 주거의 안정이 필수적이며, ‘인간다운 삶의 질’ 그 중심에는 ‘주거권’이 있다는 것이다.

4. 개선되어야 할 과제

1) 사회적 합의 측면에서

① 주거권의 사회적 인식 확산
현재 우리나라는 ‘주거권’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를 확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그 동안 시민사회영역은 국가가 자의적으로 권리를 해석하고 제약하는 것을 막아왔고, 국가가 권리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도록 요구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주거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대하여 저항하고 주거권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압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주거권’이 사회적인 권리로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였다. 이는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주거에 대한 권리의식’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주거권’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거권’에 대한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여론형성에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도 ‘주거권’이 보편적인 사회적 권리로 확산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수립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②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및 국민의식 함양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주택(집)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집을 삶의 자리로 보지 않고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과 도덕적인 해이를 변화시켜야 한다. 토지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재화로서 모든 국민이 함께 누려야 할 한정된 자원이다. 또한 토지 위에서 생산되는 주택은 상품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원으로서의 기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토지 및 부동산 공개념의 이념에 따른 제도보완, 투기근절을 위한 강력하고 다양한 정책수립이 시급하다.
또한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 감시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운동성 강화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며, 사회지도층의 1가구 1주택 갖기 캠페인 등을 통하여 ‘집’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국민들의 의식을 바로 잡기 위한 모범적인 실천 등 시민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요구된다.

2) 주택정책의 측면에서

2003년 참여정부의 출범이후 정부의 주택정책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주택법개정을 통한 최저주거기준 법제화, 국민임대주택건설의 확대, 장기저리주택금융정책의 도입(모기지론), 주거복지과 신설 등 기존의 주택건설 공급위주의 정책에서 주거복지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의지와 수단 간의 불일치 현상으로 인해 아직 주택정책이 공급위주정책에서 주거복지정책으로 완전한 방향전환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① 주거기본법 제정
현행 주택법의 한계를 뛰어 넘는 주택정책의 기본이념,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주택정책에 대한 책임과 의무, 저소득층의 구체적인 지원방안,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해소 방안, 임차인보호, 강제철거 금지 등을 포괄하며 주거에 대한 권리(주거권)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주거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② 최저주거기준의 실현
현재 정부는 최저주거기준이 법제화 되었지만 미달가구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2004년에 발표된 주택건설종합계획에서 추상적으로 향후 5년 안에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현재 약 34%, 330만 가구)를 약1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최저주거기준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숙자 및 쪽방거주자, 비닐하우스 촌, 지하셋방, 공공임대주택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나, 이 부분의 접근 방법 및 해결을 위한 정책조차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해소를 위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과 단계별 접근 전략 수립이 시급하며, 최악의 주거 빈곤 가구에 대한 정책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
노숙인에 대해서는 우선 자립이 가능한 사람부터 공공임대주택에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고,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통하여 근본적인 노숙인 발생을 예방하고 해소시켜나가야 한다. 또한 쪽방은 공공이 이를 매입하여 개인의 사생활이 적절하게 보장되는 주거환경으로 개선하여 노숙인 및 주거 빈곤 상태에 있는 저소득층이 활용하는 공공시설로 개선되어야 한다.
비닐하우스의 경우 전기, 상하수도, 화장실 등 주거환경의 개선과 주소지 부여가 시급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비닐하우스 촌 자체를 해소하는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비닐하우스 촌 거주자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의 우선 부여, 임대료보조금 지급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하셋방의 경우, 근본적으로 지하공간의 건축을 금지하는 제도 개선과 환경개선을 위한 지원,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등의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③ 각종 개발 정책 제도 개선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 택지개발사업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개발정책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부동산투기의 온상으로 악명이 높은 재건축사업, 개발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는 재개발, 공공이 개입하여 개발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은 개발계획 단계부터 주민참여가 한정되어 있어 개발주체의 입맛대로 추진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또한 세입자 대책도 미흡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원주민의 재 입주율이 극히 저조하여 주거빈곤층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토지수용절차가 거의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지며 주민들의 반발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개발사업의 본질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여 주거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계획단계부터 개발대상 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개발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주민들의 주체성과 공공성이 강화되어 개발이익 보다는 ‘정주개념’의 올바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순환식 개발을 통하여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도 수립되어야 한다.

④ 공공임대주택 정책 개선
현재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에 의한 공급이 추진되고 있지만, 다양한 평형의 공급, 소득수준에 따른 임대료체계의 정비, 임차인의 권한 강화 및 적극적인 관리참여, 주민자치활동의 법적 권리 보장 등을 개선하기 위한 임대주택법의 체계정비 및 제도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중 ․ 장기적으로는 영구임대, 50년 장기임대, 국민임대, 5년 민간임대 등으로 분류되어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법률체계를 정비하여 하나의 제도로 일원화해야 한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이 갖는 의미가 저소득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주택의 성격으로, 공급과 배분에서 형평성과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각 유형에 따라 적용하는 법적 규정도 다르고, 대상도 틀려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 그러므로 건설, 공급, 배분, 관리, 임대료체계 등이 하나의 법률체계에서 운영되며,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성을 담보하는 서구사회의 사회주택 개념의 ‘공공주택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⑤ 임대료보조 제도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 중에 일부분으로 편입되어 있으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주거급여제도를 분리, 독립적으로 운영하여 주거복지서비스의 순수한 기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중앙정부의 재정 투자 확충의 어려운 현실과 실질적으로 주거비부담의 상승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상위계층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주거복지향상에 유효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⑥ 주택금융제도 활성화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설립되고 장기저리주택금융제도(모기지론)가 실시되고 있으나, 주택금융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 등 사전준비가 미흡하고 또한 이 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것 등이 많은 우려를 낳게 한다. 장기저리주택금융제도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하는 장점은 있으나, 대상이 소득 6-7분위 이상 중산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의 한계로 인하여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제도라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주택자금대출 이자율 인하와 원리금에 대한 소득공제, 계층별로 필요한 주택자금이 균등하게 배분되도록 주택금융체계와 현행 국민주택기금 운용을 개편하는 주택금융공급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주택구입이 가능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시장소외계층으로 구분하는 접근이 필요하고 시장소외계층의 경우 ‘정부보증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모기지론 시장은 아니지만 민간영역의 주택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영세서민을 위한 ‘영세민 전세자금대출’금액을 확대하여 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⑦ 주택정책의 지방분권화
우리나라 주택행정체계는 조직과 예산 측면에서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주택은 물리적 특성상 지역적 사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으며, 주택시장은 원래 지역시장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위주의 계획은 실제 지방의 주택소요 및 사정에 무관한 정책이 펼쳐지고 중앙과 지방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예로 국민임대주택 건설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으로 건설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정부 주택정책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위주의 정책에서 지방이 주택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하는 과감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 조직적, 인적 자원의 배양이 강력히 요구된다. 또한 최저주거기준의 실현도 지자체가 책임지고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⑧ 비영리주택활동 활성화
주택분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그리고 시장의 역할 이외에도 제3영역을 통한 문제해결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민간영역의 비영리주택활동이 큰 성과를 거두어 주택정책 사각계층의 문제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비영리주택활동의 범위는 주택의 공급, 관리, 수리이며 근본목표는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립과 연대감을 통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토록 하는 것이며, 건물에 대한 지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영리주택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주거관련 운동단체들의 활동 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지원과 전략적인 계획이 필수적이다. 우리 현실에서 비영리주택공급 및 관리의 우선 대상자는 노숙자와 쪽방, 비닐하우스 등의 비정상주거가구이지만, 향후 중장기적으로는 대안적인 점유 형태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NGO(지역운동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조합운동도 가능하다고 본다.

⑨ 국민주거실태조사 및 주택통계체계 개편
주택정책이 기존의 공급위주에서 주거복지향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국민주거실태조사와 주택통계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다. 주택정책 지표가 과거의 주택보급률에서 최저주거기준으로 변화된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국내인구주택관련 전수조사(인구주택총조사, 센서스)로서는 주거실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지표로 활용하여 국민주거복지향상을 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별도의 주거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주거복지향상을 통해 주거복지가 달성되는가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계획하기 위해서는 공급, 배분, 전달, 구매, 소비 등의 전 과정이 주택정책의 체계에 포함되어야 하며, 이를 통하여 거시경제 및 주택의 공급, 수요 상황을 고려한 통계지표를 선정할 수 있다.

5. 마무리 하며

‘주거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인권이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간다운 삶의 질’의 향상은 ‘주거권’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즈음처럼 ‘삶의 자리’, 즉 주거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는 때도 없는 것 같다. 근래에 들어 ‘주거권’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고는 있지만, ‘주거권’이 포괄하고 있는 중요한 의미의 개념이 우리나라 전체사회에 일반화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우며 아직도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주거권’에 대한 중요한 의미와 개념을 전체사회에 확산시키고, 더 나아가 제도화로 정착시켜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환경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정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국민)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의식부터 변화되어야 한다.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각자 나름대로 자손을 번성케 하며, 또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휴식의 공간으로 집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지금도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으로부터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회적인 권리로서의 ‘주거권’이 보편화되어 있지 못하고 상품으로서의 기능이 우선시되며 ‘인권’의 몰락을 스스로 자초한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심’ 때문이 아닐까!!!

[참고 문헌]
한국도시연구소,『주거기본법제정을 위한 연구』, 1998

덧붙이는 말

* 필자소개: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의,식,주 해결에 문제가 없는 가정에서 자라났다. 20대 초반에 부모님들이 일찍 돌아가시는 시점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거의 빈털터리로 1987년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산동네에 정착하게 된다. 1993년 우연찮은 기회로 철거투쟁에 뛰어들게 되고 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주민들과 함께 3년의 투쟁 끝에 102세대의 임시거주시설(송학마을)을 쟁취하게 된다. 임시거주시설에서는 철거민들과 함께 주민협동공동체운동을 전개하여 1997년 논골신용협동조합 설립 초대이사장을 맡았고 현재까지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금호,행당,하왕지역 주민공동체는 신용협동조합, 생산협동조합, 사회복지공동체 등의 다양한 운동을 전개하였고, 현재는 논골신협, 청소년․아동센터(공부방, 스카웃 등), 자활후견기관, 평화의집(사회복지) 등의 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을 준비하고 있다. 철거투쟁을 시작한 1993년부터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에 참여하였고, 중앙집행위원장에 이어 현재는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주제어
경제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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