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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7-8.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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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11문11답

솔부엉이 | 평택지킴이 서울지역 회원 소모임
사회진보연대 평택지킴이 서울지역 회원 소모임 <솔부엉이>는 사회진보연대 회원들 가운데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실 분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어 토론하고 실천하는 모임입니다. 사회진보연대 회원이라면 누구나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회원이 아니더라도 모임에 참여해서 함께 논의하고 투쟁했으면 좋겠습니다.
<솔부엉이> 모임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12문 12답을 작성했습니다. 수많은 쟁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대해 정부와 보수언론의 거짓말과 악의적인 선전으로 상당 부분 잘못 알려져 왔던 것이 많았기 때문에 Q&A 형식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작더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솔부엉이> 모임 회원들 모두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1. 정부에서 이미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남아있는 주민들, 특히 주민대책위 주요 간부 중에는 백만장자도 있다고 하구요. 그런데도 계속 이주를 거부하는 이유가 뭔가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이 강제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보상이 문제였다면 이미 보상을 받고 떠났겠지요. 아시겠지만 이미 보상을 받은 후 마을을 떠난 주민들도 있거든요. 현재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하고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은 평생을 일구어온 논밭을 군사기지 그것도 미군기지로 쓴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택 팽성읍 주민들은 이미 두 차례나 일본군과 미군 주둔기지 때문에 빈손으로 쫓겨났던 경험이 있어요. 한반도의 역사가 이 주민들의 뼈 속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고, 이제까지 토지수용을 하면서 보여주었던 정부의 기만적이고 강압적인 모습들이 이들을 투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막기 위해 60~70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700일 가까이 촛불집회를 매일 열고 있는 모습은 이것이 보상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주민들은 "이 땅에 공장을 짓거나 학교를 세우거나 하는 일이라면 땅을 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군기지는 절대 안된다"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수의 농민들이 토지의 실제 소유주가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몇 안 되는 보상금마저 지주들에게 빼앗기고 있어요. 또한 실제로 도회지의 아파트로 이주한 주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더 어이가 없습니다. 70세에 가까운 노인을 홀로 아파트로 이주시켰는데 먹고 살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의 관리비가 월 30만원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국방부가 빌려준 돈으로 겨우 장만한 아파트인데, 이 빚을 갚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또한 농촌에서 살아온 분들이라 도시 아파트 생활이 외롭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주한 분들의 경우 상당수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수작을 부린다면서 비난하는 것은 정말 문제 있는 태도지요.

2. 그런 이유들이 있었군요. 그런데 국방부는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했다고 하던데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를 해왔다는 것은 국방부의 거짓말 중 가장 비열한 것입니다. 정부는 애초 올해 4월 30일에 주민과의 대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5월 1일에 태도가 돌변하여 내일까지 당장 나가지 않으면 강제 집행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지요. 그리고는 5월 4일에 15000여명의 경찰 병력과 군 병력을 투입해서 유혈대참사를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정부의 태도입니다. 그리고는 주민들이 백만장자니 뭐니 하면서 말도 안되는 거짓말들을 언론에 뿌려대고, 주민 개개인들을 몰래 만나서 회유와 협박을 하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지요.
또한 정부는 '이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취업을 알선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70대 고령의 노인들이 새롭게 취업한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오히려 문제는 정부입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울려 퍼짐에도 불구하고 귀를 꽉 틀어막고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정부가 이제까지 보여온 행태입니다. 특히 주민과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도 뒤로는 김지태 대추리 이장님과 강성원 팽성대책위 위원장님을 구속해버리기도 했지요. 이런 행동을 하는 자들과 어떻게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한미동맹에 목숨을 걸면서 막무가내로 주민들을 내쫓으려고 하는 정부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거에요.

3. 주민들의 입장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볼 때는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이 더 이익일 것 같아요. 평택미군기지 이전은 전국에 흩어져있던 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이잖아요. 이거야말로 이제까지 외세에 당해오기만 했던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고 국토를 균형개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정부는 평수로만 보면 이번 주한미군 재배치가 한국 측이 현 미군기지 5200여 만 평을 받고 미군 측에 360여 만 평을 새로 제공한다고 이야기하고 특히 수도의 미군기지가 이전되기 때문에 한국에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거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볼 때 경제적, 정치적으로 모두 불이익입니다. 먼저 미국의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계획에 의해 주한미군은 이미 상당수 감축 혹은 후방으로 재배치될 계획이었습니다. 즉 한국 정부가 요구해서 용산 기지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미군 전략에 따라 대부분의 미군기지는 필요 없는 땅이 되어버린 것인데 한국 정부는 마치 정부가 잃어버린 땅을 되찾는 양 생색을 내며, 미국 측이 내야 할 비용까지 모두 떠맡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 비용이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치유 비용, 기지 관련 시설 신축 비용 등을 고려하면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정부의 대책 없는 협상으로 국민 전체가 손해를 본 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단순히 평수로는 미군기지가 줄어들지만 질적으로 더욱 위험한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한다는 것입니다. 전략적 유연성에 입각해 선제공격, 분쟁지역에 대한 신속 이동 등 주한미군은 이제 동아시아 전체에 투입되는 군대로 재편되었습니다. 결국 평택의 미군이 다른 지역의 전쟁에까지 개입하거나 북한을 비롯해서 중국에까지 위협을 가하는 또 다른 평화 위기가 생긴 것입니다.
천문학적 이전 비용과 새로운 전쟁 위협을 생각해보면, 주한미군 철수가 부당한 주장도 아닙니다. 주한미군으로 인한 한반도 전쟁 억지력이 아니라 새로운 전쟁 위기, 재정 위기가 오늘의 한반도 상황이라 할 것입니다.

4.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택 시민들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대환영한다고 하더군요. 정부는 평택국제화지구 계획을 추진한다고 하고, 앞으로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해서 평택지역의 상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하던데요.

미군기지 이전이 많은 경제적 효과들을 낳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치로만 보자면 미군 일인당 연간 평균 약 600만원을 소비(서울마케팅연구센터)하는데, 미군기지 확장으로 만 명 이상의 미군이 늘어난다면, 평택 일대에 약 600억원 규모의 소비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에 대해 테러를 일삼는 미군기지 일대 일부 상인들이 미군기지 확장에 목을 매는 이유도 바로 이 시장에서의 이익 노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효과는 유흥 소비 산업 등 매우 일부분에 그치는 것입니다. 미군들은 생필품은 주로 영내 미군PX에서 구입하고 영외에서는 유흥비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장기적으로는 평택 경제를 미군기지에 더욱 종속시키고, 서비스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입니다. 이는 오키나와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오키나와의 경우 현재 현 전체 산업의 반 이상이 미군관련 서비스 산업이고, 매년 새로 생기는 산업도 카지노 등의 유흥 서비스업이나 엄청난 환경오염을 동반하는 석유기지 등의 미군 관련 산업들입니다. 오키나와는 이로 인해 미군이 이동할 때마다 지역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관광 자원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의 동두천이나 의정부에서도 미군기지 근처에는 모조리 미군들을 위한 유흥업소만 살아남아 있는데 최근 미군 규모가 줄고 미군기지가 이전한다는 말에 지역 경제가 말이 아니지요. 독자적인 산업발전이 아니라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만 발달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더욱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주변 농지가 입게 될 피해, 각종 미군 범죄로 인해 시민들이 입게 될 피해까지 생각하면 기지 확장으로 인해 득을 보는 사람보다는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평택 시민들의 불만에 대해 정부는 미군기지 확장의 대가로 평택 개발에 400억 원 규모의 특별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내용을 보면 평택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결국 미군기지 확장에 필수적인 공사 지원 비용일 뿐입니다. 미국 기지 주변 완충 녹지 사업, 기지 주변 상하수도 사업 등이 지원액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결국 미군기지 확장으로 평택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극히 일부분의 산업에 해당하는 것일 뿐, 대다수의 평택 시민과 평택 지역 산업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5. 역시 미군기지는 문제가 많군요. 그래도 어찌되었건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은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합법적인 국책사업인데 이를 원점으로 돌이킬 수는 없다고 봐요. 이미 결정된 것은 일단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국민이 선출한 국회에서 미군기지 확장계획이 포함된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협정>이 비준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국회비준을 통해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된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통치행위의 정당성은 결코 그 절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외국과의 조약이 국회의 비준을 거치도록 한 것은, 외국과의 협정이 통상 행정부에 의해 비밀리에 진행되어서 사전/사후에 그 내용을 통제하기 어려운 반면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우거나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어 그 중요성이 상당하기 때문이지 행정부의 통치행위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제를 위한 장치인 비준절차가 오히려 통제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본말이 전도된 것이죠.
게다가 이번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협정>의 국회비준은 그 절차조차 지키지 못했습니다. 국회의 비준절차가 올바로 기능하기 위한 논리필수적인 전제로 국회가 그 비준동의권을 행사할 당시 정부가 협정의 중요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준수할 것, 국회는 스스로 그 협정의 주요한 사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 것, 또한 그 협정의 내용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을 것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2003년 한미공동연례안보협의 직후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공개석상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합의되었다고 언급하는 등, 이미 국회비준 이전에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플랜과 그에 따른 미군의 재배치계획이 합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사실을 숨긴 채 국회에 비준을 요청했습니다. 이는 비준 당시 정부가 설명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국회가 조약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최소한의 예측도 없이 비준했음을 뜻합니다. 행정부가 국회를 기만한 것이고 국회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지요. 이는 비준동의안의 국내법적 효력을 무효로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결함입니다.
또한 당시 구체적 내용이 담긴 이행합의서가 국회의 동의절차를 교묘하게 피해한 것이나 이전 비용이 구체적 자료 없이 추산된 것 등이 누차 지적되었고, 미군의 재배치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기지이전에 왜 남한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거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비준동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급박하다는 정부의 변명 한마디에 졸속적으로 처리되며 무마되었던 것입니다. 아직도 당시 약속했던 청문회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국회의 비준동의에는 졸속처리 이상의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국회에서 비준된 협정의 전제가 되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관철되면 미군의 국제분쟁 개입에 따라 남한도 자동으로 전쟁당사국이 되는데, 이는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헌법 제5조 제1항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평택기지가 국군의 방위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군의 방위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5조 제2항에도 위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니라 동 협정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그 폐기가 시급합니다.
이처럼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협정>에 대한 비준을 무효화하는 것을 법의 권위나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법의 권위란 오히려 그 하자를 치유함으로써만 회복가능한 것이며, 국회는 스스로 실추시킨 자신들의 권위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 등에 대한 비준을 무효화하고 총체적으로 다시 협상하는 것이 더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6.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 길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겠군요. 그런데 뉴스에서 보니까 주민들이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고 앞으로도 농사를 계속 지을 것이라고 하던데, 평택 팽성읍 일대는 이미 군사보호시설구역이라고 알고 있는데 영농행위 자체가 불법 아닌가요?

지난 4월부터 국방부는 영농행위를 차단했고, 시설공사 시작을 이유로 대추리 일대 285만평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결국 5월 1일 군사시설보호구역 심의위원회에서 그 지정을 의결해버렸죠. 의결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결정의 효력은 의결 즉시 발효되는 것은 아니었고 5월 4일 철조망을 설치하고 군인들이 투입되는 시점에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지정이 효력을 가지게 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법상 5월 4일 이후의 영농행위는 금지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심의위원회의 의결이 '조건부'로 이루어진 것에 주목한다면 국방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은 그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결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4월 국방부가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을 예고할 당시부터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지정의 위법성이 누차 지적되어 왔습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진지?장애물에 준하는 군사시설'이 '이미 직접' 군사목적에 공용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생명이 자라나던 대추리의 넓은 논밭 어디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군사시설은 없었으며, 국방부의 주장처럼 철조망과 막사가 설치된 후에 발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군사목적에 공용되는 시설'이 될 수 없음은 법 해석상 자명한 겁니다. 물론 이는 국방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국방부는 조건부 발효라는 편법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 편법은 국방부의 구실 만들기에 불과하며 이 편법으로도 그 지정이 위법임은 면할 수 없습니다. 국방부는 이미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고 선포한 후에 사후적으로 군인을 투입시키고 철조망을 설치한 다음, 이 철조망과 막사를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했던 것인데 이는 요건이 구비되어야 효력이 생긴다는 법집행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뒤엎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군사시설보호법 자체가 1972년 유신헌법이 발효되기 하루 전 국회를 해산시킨 상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전횡의 대명사인 비상국무회의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군사주의의 유물로 위헌적인 법률이라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위헌시비가 있는 법률을 집행할 때는 그 기본권 침해의 위험을 고려해 엄격하게 집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추리에서의 군사시설보호법 적용은 도리어 자의적인 해석에 의한 것이므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큰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5월 4일, 5일 이틀간 진행된 군사력 동원이 갖는 문제는 앞서 검토한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의 위법성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입니다. 헌법 제5조 제2항은 군의 임무를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로 한정하여 평상시 군대가 일반시민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 제77조 제1항에서는 국가가 시민에 대하여 병력을 투입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계엄을 통해서만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국민 관계에서 군병력을 동원하는 경우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군사력 동원은 국가비상사태와는 전혀 무관한 상황이었으며 계엄선포 없는 계엄으로 동 헌법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국가의 불법행위를 일반시민의 현행법 위반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여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며 국민으로 하여금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향유하도록 하여야 할 임무가 있는 국가가 저지르는 불법행위는 이른바 특수한 불법행위로 보다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사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불법행위는 조직적인 공권력을 동원해서 의도적인 계획 하에 실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평화적 민주주의의 근본 토대를 위협하고 있는 것임이 명백합니다.
이제 분명한 사실은 5월 4일 대추리에 대한 공권력 침탈 이후의 상황에서 정부의 불법성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부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불법행위가 완전히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농민들의 영농행위라는 국가의 헌법 위반에 맞서 민중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을 지키기 위한 실정법위반이라는 점에서 저항권 행사로 정당화될 수 있는 반면, 국가의 불법행위의 필요는 국가 위의 국가로 군림하려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남한에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민중의 평화권을 그 뿌리부터 위협한다는 점에서 일말의 정당화 가능성도 없다는 점을 다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7. 그렇군요. 하지만 아무리 정당한 저항권이라고 하더라도 폭력시위를 벌여서 젊은 나이에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전의경들이 부상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아요. 폭력시위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고 오히려 불쌍한 전의경들만 희생시킬 것 같은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2005년 12월 29일 허준영 경찰청장이 자진사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그 해 11월에 있었던 농민대회에서 경찰 측의 과잉진압으로 농민 두 분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지요.
집회현장에서 발생한 폭력은 경찰들의 과잉진압 때문일 수도 있고 보수언론에서 떠들어 대듯이 과격한 집회참가자들의 행동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는 비극적인 사태 자체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물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청장이 사퇴를 한다거나 폭력시위를 주도한 사람을 체포한다는 식으로 '폭력사건' 자체의 경위와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 사람들이 집회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전의경들과 싸우면서 서로 다쳐야 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폭력적인 행위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집회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권력의 집행만 높이 외친다면 반발만 사게 되고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남성들이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다 군대에 가는 선후배, 친구, 가족을 두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자기 자신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전의경 같은 젊은이들과 대립하고 싶어 하겠습니까? 오히려 한국의 지배세력들은 반민중적인 정책을 강행하면서 민중들의 반발을 사고, 민중들이 저항할 경우에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 젊은이들을 대립의 최선두에 서게 하여 민중들끼리 반목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전의경들의 방패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위대와 전의경 간의 대립과 충돌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사태를 만들고 있는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비판을 가하고, 한미동맹을 맹신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세력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겠지요.

8. 그러고 보니 평택 문제가 전략적 유연성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얼핏 들었는데, 전략적 유연성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 전략적 유연성은 이미 사회단체와 언론 등에서 상당히 많은 분석을 해왔습니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지요. ①전략적 유연성은 냉전구도의 해체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전면에 내세우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의 구체적인 형태이다. ②전세계에 주둔하던 기존의 미국군대는 주로 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던 붙박이형 주둔군이었지만, 전략적 유연성 하의 주둔미군들은 기동적인 타격부대 역할을 하게 된다 ③이러한 미군의 변화에 따라 이미 세계 곳곳의 미군들이 새롭게 재편하고 있으며 주한미군 역시 엄청난 기동성과 화력을 가진 부대로 통폐합하고 있다 ④미국은 주한미군의 임무를 가깝게는 동아시아에서의 분쟁, 특히 중국-대만 간의 분쟁에 무력개입할 것을 상정하고 있으며, 멀리는 중동 지역에까지 파견하도록 하고 있다 ⑤실제로 주한미군이 지역 분쟁들에 개입하게 될 경우 그 발진기지가 될 한반도 역시 지역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란, 한국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분쟁에 휘말린다는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였듯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주요 발진기지가 평택 미군기지가 될 것이며 한국 역시 항시적인 전쟁 위협을 받을 것입니다.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지역 분쟁에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만, 이는 완벽한 사기입니다. 마치 한미 FTA 협상이 대국민 사기극이었듯이 말입니다. 미국 당국은 전혀 거리낌 없이 지역분쟁에 개입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 정부만 이를 부인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지요.
사실 우리가 보수 언론이라 지칭하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주요 일간지들에서도 전략적 유연성 합의 직후에는 약간의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자 이에 그대로 편승해서 똑같은 말들을 하면서 갑자기 '한미동맹강화'를 주장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5월 4일 평택에서의 유혈참극이 벌어진 후에는 온갖 악선전만 했었습니다. 처음에 그들이 나름대로 분석한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진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9. 전략적 유연성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군요. 그렇지만 미국으로서는 항상 테러의 위협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 유연성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게다가 한국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잖아요.

'아랍계'란 말을 맨 처음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떤 것일까요? 압둘라 또는 압둘자바라, 이슬람교, 회교, 차도르 보다는 내전이나 중동지역의 전쟁위기, 탄저균 테러나 911테러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현실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다분히 TV나 신문을 통해서 조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걸프전 당시에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CNN을 통해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멋진 장면만을 보았지 그 미사일에 맞고 죽어가는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의 얼굴은 결코 본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테러의 위협이라는 것 또한 해당기관에서 조장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실재로 전세계를 경악에 빠트렸던 911테러도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잖아요.
중요한 것은 테러의 위협에 대해서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고, 테러 용의자라고 판단되는 사람이나 단체도 언론매체를 통해 교육받은 막연한 인상일 뿐 그 정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설사 미국 내에 테러의 위협이 존재한다 치더라도 그 위협이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세계에 뿌린 폭탄의 대가입니다. 테러의 가능성 유무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가 처한 사회?역사적인 조건들, 그 나라와 주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결국 미국의 패권정책과 전세계에 침략-주둔 중인 미군의 존재가 테러위협을 불러들이고, 또다시 테러위험국가라고 판단되는 나라들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이는 다시금 테러의 위협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테러안전지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걱정도 주한미군의 존재 때문입니다. 미군의 존재가 북한과의 전쟁을 억지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남침보다는 미군의 개입으로 인한 전쟁발발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아프간이나 이라크에 군사력을 투입해서 수많은 민중들을 대량 살상한 바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에 군사력을 투입하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 안보불안의 이유는 미군으로 인한 것이지 휴전선 너머에 있는 '사악한 테러국가' 때문이 아닌 것입니다.

10. 솔직히 한국사람 중에 툭하면 사고치는 미군 좋아하는 사람 얼마나 있겠어요. 그리고 제멋대로인 미국의 패권전략 좋아하는 사람도 없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한미관계가 어느 정도 성숙한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관계가 더욱 발전해나가야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까요?

사실 주한미군 범죄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한국인 중에서 미군을 좋아할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요. 특히 2002년에 효순이 미선이를 장갑차로 살해한 사건은 미군 병사들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서 불평등한 한미관계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었습니다. 특히 그 사건을 통해 진정한 문제는 미군 병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불평등한 관계였음을 알게 되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SOFA 협정 폐기를 외쳤던 것이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것입니다.
동맹이라는 것은 같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동맹이 과연 그러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당장 FTA만 보아도 단지 한국의 산업구조를 바꾸어야 국제경쟁에서 생존 할 수 있다는 미명 하에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더욱 확고하게 할 뿐, 농민들과 영세 사업들에 대한 보호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도미 요시유키(富 義之) 주한 일본대사관 일등서기관도 "협상이란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한국은 미국과의 FTA 2차 본협상 과정에서 스크린쿼터 등 협상카드를 이미 너무 많이 양보했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전농이나 민주노총 등 노동자,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에서는 FTA로 인해 더욱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펼치고 있지만, 전경련 등 대기업과 CEO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에서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더욱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무역협정이고 누구를 위한 관계 개선인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지요. 미국과 동반자가 된다는 것은 알고 보면 결국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동조하고 그 하위 파트너가 되겠다는 뜻에 불과한 것이지요. 이런 상태에서 대다수 한국 국민들에게 돌아올 이익이란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소수의 정치인들과 금융자본, 투기자본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뿐이겠지요.

11. 그렇지만 좋고 싫은 것과는 별개로 현실적인 안보위협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중국-러시아-북한의 동맹에 맞서 한-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그래야 전쟁이 억제되고 평화가 찾아올 것 같은데요.

미국에 대한 종속적 관계와 한미동맹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칭 현실론자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문제들을 거론하며 한-미-일 동맹 강화를 주장합니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한미 간 전쟁동맹을 맺고 남북한이, 미국과 중국이 서로 무기 경쟁을 하는 것은 결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길이 아닙니다. 북한-중국-러시아의 동맹에 맞서 한미일 삼각동맹이 더욱 튼튼해져야 한다는 것은 결국 장래에 있을 동아시아에서의 전쟁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현재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나서는 미국과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언제라도 함께 전쟁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 전쟁이 동아시아 민중들의 염원일까요? 전쟁은 지배계급들이나 좋아하는 것이지, 실제로 전쟁에서 죽어나가고 무차별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것은 언제나 민중들이었지요. 이러한 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남북한이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고 평화군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전쟁 위협이 있는 것은 우리의 무기가 적고 군인 숫자가 적어서가 아니잖아요. 또한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 신속기동군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나서고, 북한에 대한 봉쇄와 각종 제재들을 해제해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군축에 나설 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평화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우리는 우선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자신의 선제공격 독트린이 그대로 담겨있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하는 것이니까요. 이를 막아내면서 전략적 유연성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려내고 한미동맹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음을 알려내야 합니다. 동시에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평화운동과 지속적으로 연대해나가야 하겠지요. 결국 한국 민중들의 자발적인 반전평화운동만이 지금의 위기를 넘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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