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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9.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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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불안정 노동의 악순환 구조를 철폐하자

사회적 기업, 사회적 일자리 정책의 위험성

최예륜 | 정책편집부장
IMF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을 야기했다. 실업문제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대응은 한편으로는 공공근로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실업대책으로 이어졌으며, 한편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의 완수를 위한 노동 유연화 정책으로 이어졌다. 1998년 이후 실업률은 꾸준히 감소되었으나, 실업자 통계에서 사라진 상당수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반(半)실업 노동자의 처지가 되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벤쳐(중소)기업 육성이 강조되면서 학력과 지식 등 차별조건이 정당화되고, 실업문제의 책임은 변화된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자들 개개인의 무능으로 돌려졌다. 김대중 정부가 주창한 ‘신지식인 양성’과 ‘생산적 복지’는 이러한 정부의 실업 정책의 핵심을 구성하는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했다. 노동에 대한 의무는 강조되지만 정작 안정적인 일자리는 사라지고 변화하는 산업구조(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적응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자기훈련만이 강조되었다. 그 결과,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턱없는 저임금과 실업과 반(半)실업의 반복 상황이 본격화되었다.
한편,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과 함께 자활근로사업이 제도화되었다. 이는 정부에 의해 ‘사회적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포괄되기 시작했는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러한 ‘사회적 일자리’라는 개념은 기존의 자활공동체 등 빈곤층의 자활을 위한 흐름들을 제도화하는 가운데, 조건부 수급 규정을 두고 복지 수급자에 대한 노동 강요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했다. 이는 각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장기실업자나 빈곤층에게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는 유럽에서의 사회적 경제나 제3섹터와는 개념이 상이하며 노동과 복지를 연계하는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다. 지역공동체와 협동조합, 상호부조조직, 자발적 조직들의 자생적인 움직임 등과는 무관한, 급격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과 빈곤을 흡수하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노무현 정부는 노동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사회적 일자리' 형성 등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업률을 낮추고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수행할 주체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형태를 제시하고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심화되고 있는 노동권 박탈의 구조적 원인을 우회하는 것이며, 사회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이 만연해진 상황에서 빈곤층의 '자활'을 위한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일자리의 역할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이는 기본 개념의 문제에서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추진상황을 살펴봄으로써 분명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일자리 개념의 근본적 한계

2005년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수행할 주체를 사회적 기업으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각각이 법안을 제출한 상황이며 이에 대응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도 형성되었다. 법안 추진이 본격화되자 자활후견기관협회, YMCA, 여성노동자회 등 12개 시민단체가 <사회적 기업 발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구성, 법안마련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연대회의>가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교육, 보건, 사회복지, 환경, 문화, 체육, 주거, 음식 등 사회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는 '사회적 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확충하고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사회의 통합과 역량을 강화,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기업적 방식으로 조직되는 일반활동 및 공익활동을 아우르며, 특정한 경제 및 사회적 목적, 그리고 재화와 용역의 생산이나 사회적 배제 및 실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사회적 기업의 목적이 있다는 OECD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보이지 않고 있다.1) 지난 8월 24일 열린 법안 공청회에서 자활정보센터 김신양 연구부장은 “사회적 기업 법제화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는 호혜성에 기초한 시민사회의 활동이 확대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참여(기부 및 자원봉사)가 확대되어 사회연대성을 일반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은 필수적 사회서비스를 시장 경제 내에서 수행한다는 점, 불안정노동과 실업으로 인한 빈곤층의 노동권의 악화의 원인을 회피, 개인의 ‘자활’의 의지라는 방향으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로 인한 노동의 위기 상황에서 대안적 경제를 모색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기에는 그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하다.2) <연대회의> 법안이 규정하는 사회적 기업의 유형은, 범위도 일정기간 동안 일자리를 제공한 후 다른 대상자를 받아들이면서 대상자를 확대하는 단기적 일자리 제공의 ‘노동통합형 사회적 기업’, 국가 차원의 사회적 서비스를 대신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제공형 사회적 기업’,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사회주민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등으로 정의된다. 결국 사회적 기업 관련 노동자들은 필수 사회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단기·임시직의 형태로 담당하며, 실제로 스스로가 이러한 사회서비스가 훨씬 더 필요한 ‘취약계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빈곤과 불안정 노동의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연계복지의 다른 판본에 불과하다. 지배세력은 노동의 권리를 원조의 권리로 해석, 구빈원에 빈곤층을 감금하고 빈곤으로부터의 사회적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정상적 노동자와 ‘잔여’ 노동자를 분리하며 노동의 의무를 강제해왔다. 소득에 대한 권리와 노동 의무의 분리를 부정하는 자본주의적 노동-복지 전략은 '취업 가능한' 빈민에 대한 원조의 폐지로 이어지고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의무, 직업훈련, 구직 등의 활동을 복지수급의 조건으로 연계해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면서 조건부 수급규정을 두고 빈곤층을 자활사업에 동원하는 것이 한국사회에서의 노동연계복지의 본격적 시작이었다면 사회적 기업, 사회적 일자리가 본격화되는 것은 또 다른 불안정 노동자의 희생을 통한 사회서비스를 메워나가는 빈곤층의 ‘자기구휼’이 강제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확대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정에서 지배세력이 빈곤을 계급적 불평등의 문제로부터 분리시키는 또 하나의 방편인 셈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실업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신자유주의 노동-복지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왔다. 한편으로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성장잠재력 확충의 일 요소에 불과하며, 금융세계화로 인한 부의 편중의 문제는 언급되지 않는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근로소득의 평준화 논의는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 빈곤을 해결하는 방안이라는 논리에 수긍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문제는 보다 간단해진다.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적 일자리 현황과 문제점

1) 사회적 일자리의 증가추세

2003년 노동부의 시범사업으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2004년 6개 부처가 참여하여 전년대비 사회적 일자리는 크게 증가했다. 2006년 8개 부처가 참여하여 21개 사업에서 13만 명이 고용되었으며, 이는 전년대비 92.6%증가한 수치이다. 2003~2004년 동안의 정부 일자리 지원 사업에서는 전체 비중의 50%이상을 청년실업대책, 40%이상이 취약계층일자리사업이 차지하고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5%내외였다. 그러나 2005년 들어 청년실업대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사업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일자리사업의 유형을 사회적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에 비중을 증가시키는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사회적 일자리의 비중은 2005년에는 9%포인트, 2006년에는 10.3%포인트로 큰 폭의 증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자리사업의 지원인원은 큰 폭으로 증가된 데 반해, 예산 지원은 낮은 증가율을 보이면서 사회적 일자리사업이 실제 저임금의 일자리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2005년 전년에 비하여 지원인원은 9%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오히려 0.7%감소하였다. 또한 2006년에는 10%의 증가율을 보인 지원인원에 비하여 예산은 7.7%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저임금 현황

확대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는 저임금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 세부사업별 1인당 인건비 비교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의 일자리의 1인당 인건비는 최고 180만원에서 최하 100만원 수준인데 반해 복지부의 일자리는 최고가 80만원, 최하 20만원 수준의 일자리이다. 이러한 사회서비스 분야의 사회적 일자리의 대부분은 간병, 보육, 방문도우미 등으로 여성노동자에게 집중되어 있는 분야다.
또 2005년 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사회적 일자리 시범사업에 대한 보조금수준을 살펴보면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의 급여수준은 60~68만원 수준으로 저임금 노동이며, 복지부의 자활사업의 경우 사회적 일자리는 60~68만원, 시장형은 70~81만원수준이다. 또한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57~78만원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사업이 최저임금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열악한 수준의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사회적 일자리정책의 문제점

① 단기간·한시적 일자리
<표 2>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2006년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에서 직접 고용률은 전년대비 46.6%증가하였다. 하지만 이는 6~12개월 미만의 단기적 사회적 일자리사업이 96.8%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1년 이상 일자리창출사업에서 공공부문의 채용은 전년대비 2.5%가 감소하였고, 고용보조금과 창업자금지원 등 직접적인 일자리창출이 일어나지 않는 사업은 증가하였다.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사회서비스 제공 확대와 실업의 해소를 목표로 한다지만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직접채용과 안정된 고용구조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구조가 마련되어야 함에도, 공공부문의 채용은 줄이고 일시적인 고용창출 실적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지금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저임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현재 사회서비스 제공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간병노동이다. 실업극복재단을 통해 실시하고 있는 다소미사업단과 자활의 간병인 사업단 등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주체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다. 예컨대, 간병인 서비스의 경우 24시간 서비스제공의 대가는 5만원으로 시급 2,803원 수준이다. 통상 시급 3,100원인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마저도 병원이나 시설 등에서의 직접고용보다는 민간위탁의 형태를 띠고 있어, 중간착취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 기업(여기서는 영리·비영리법인, 단체 등이 모두 포함된다)에 대한 지원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는 더욱 고착화된다. 이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이들에게도 직접적 악영향으로 돌아온다. 제대로 된 교육, 훈련 등이 담보되지 않고 장시간의 고강도 노동은 사회서비스 수혜자의 질 높은 서비스 접근권 박탈로 이어진다.

③ 노동빈곤층을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노동정책
빈곤율의 증가에 실업률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서구 유럽대륙국가의 경우 실업률이 높아도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가 존재하는 반면, 미국처럼 실업률은 낮으나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가 존재할 수 있다. 실업률은 낮아지지만 빈곤율은 상승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빈곤과 실업은 동시에 확대되었지만 실업을 극복하는 방식이 빈곤의 확산과 심화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업자층이 불안정노동자 층으로 유입되는 방식으로 실업률 통계가 축소, 은폐된 것이다. 소득격차의 극단적인 확대, 광범위한 실업인구의 형성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실업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신자유주의 노동-복지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왔다. 한편으로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이 과제는 투자환경 조성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과제에 종속되고 있다. 금융세계화로 인한 부의 편중이라는 문제에 어떠한 해결의지도 보이지 않으며, 근로소득자의 평준화, 즉, 노동자의 하향평준화가 강요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사회 양극화 해소 방안의 핵심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 자활근로 등의 일자리 창출이 빈곤을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일을 통한 빈곤 탈출 방안)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확산하고 전체 노동자의 소득수준 전반을 낮추는 한편, 복지 수급, 소득 보조와 노동을 강제로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절대빈곤선과 실업률은 유사한 방향을 그리는 반면 중위소득 50%수준인 상대빈곤선과는 외환위기 이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자리창출사업은 실업율의 상승효과를 억제하고는 있지만, <그림 1>에서 보는바와 같이 상대빈곤율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자리창출정책이 근로빈곤층을 축소하기보다는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빈곤층의 노동권·생활권 쟁취의 과제는 무엇인가?

1)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의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

빈곤해결을 명분으로 한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 계획이 저임금불안정노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와 학계가 사용하는 사회적 일자리 개념은 포괄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사회적 일자리는 “비영리민간단체가 고용의 주체가 되어 사회적 유용성을 갖는 서비스를 공급하며, 수익의 공평배분 원칙을 고수하는 일자리”를 총칭한다. 또한 사업목적에 있어서 ‘사회적 유용성’ 또는 ‘공익성’을 가진 일자리이고, 이것의 추진주체는 공공기관이나 영리기업이 아닌 비영리민간단체이며, 수익창출을 배제하지 않지만 수익의 공평배분을 실천하는 것이 사회적 일자리의 요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개념의 모호함과 비영리 민간단체 등의 주체의 미약함을 이유로, 사회적 일자리의 시행주체의 요건을 완화한 형태로 사회적 기업의 추진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합법적인 기업형태와 경영모델을 갖추고 사회적 유용성을 가진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배분의 공평성을 유지하는 조직>이라고 규정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적 일자리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공공서비스 확대의 요구가 복지서비스의 민영화를 통해 해결될 위험에 처해있다. 빈곤의 심화로 사회서비스 요구가 증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부문의 일자리 확대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확대의 방식이 공공서비스의 확대로 이어져야 함에도, 이것이 사회적 일자리로 포괄되면서 민간위탁 방식의 민영화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를(사회 환원의 대의 하에 빈곤층이 희생을 감내하며)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일자리 확대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이 내세워지지만 결국은 ‘사회적 서비스’라는 명목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 합리화가 발생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은 노동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이 사회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와 제공받는 대상이 동일한 계층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의 질을 낮추면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의지의 간접적인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라는 말은 갖다 붙였지만, 빈곤층이 사회서비스를 상품으로 구매해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권에 대한 선택을 제약받는 악순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저임금 불안정노동의 일자리를 사회적 기업화하여 민간에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공공재 성격의 사회서비스를 민영화하여 정부의 복지재원 및 책임을 최소화하고, 민간에게 책임을 돌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문제들과 구조적인 특성을 가진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이전에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맹아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자활공동체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사회적 일자리창출사업, 사회적 기업 제도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이 중심이 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 관련 정책에 대한 반대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사회서비스 확대를 위한 사회적 일자리’라는 명제는 거부되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일자리’와 ‘사회적 기업’의 문제는 현재의 고용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저임금불안정 노동자의 고용의 확대를 이루겠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를 영원한 저임금 불안정노동의 굴레에 포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어야 하며 그러한 측면에서의 비판과 요구의 조직화가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일자리라는 모호한 개념의 확대 적용이 노동자민중의 대안일 수 없다는 점, 노동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자신의 노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으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사회적 일자리 정책이 비정규 노동자를 포괄, 잠식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자활 참여 노동자 등 ‘사회적 일자리’ 관련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근본적 접근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거부하고 불안정 노동을 철폐하는 과정으로 사고되어야 한다.

2)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과 실질적인 빈곤대책의 마련

지금의 자활사업이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빈곤층의 자활과 노동권의 확보에 일정한 기능을 한다는 점도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활 사업이 ‘사회적 일자리’라는 형태로 포괄되어 공적 서비스 확대와 노동취약계층의 노동시장진입을 명분으로 한 노동 강요정책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노동능력에 따라 수급자를 구분하고 있다. 노동능력이 있다고 구분된 조건부 수급자들은 생계급여를 받기 위해 자활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자활사업 참여대상자를 선발하는 기준이 일률적이고 강압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동능력이 없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강제노역과 같이 자활사업에 참여해야만 한다. 따라서 빈곤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자활’의 애초의 의미는 무색하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본인의 능력과 의지에 다른 선택의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자활근로사업에 대해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조건부 수급 규정이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장하는 최저생계비가 지나치게 낮은 상황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수급자의 소득과 생활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부 수급조항은 수급자를 강제노역에 처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활, 사회적 일자리의 노동은 자신의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상실된 상태의 노동이 되고 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노동권의 문제에 대해 제기해야 할 것이다.

3) 빈곤과 불안정 노동의 악순환 구조를 철폐하자

저임금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서는 빈곤과 불안정노동을 고착화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비판이 요구된다. 이는 복지정책, 노동정책 전반을 함께 사고하는 가운데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복지·사회정책이 노동정책과 맞물리며 저임금 불안정노동이 정당화되고 있는 한 단면으로서 사회적 일자리 정책/사회적 기업의 문제점을 제기해야 한다. 근로소득보전세제(EITC)가 가난한 노동자에 대한 대책으로 선전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소득지원·보조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자활, 공공근로 등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저임금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고민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실태와 현황을 공유하고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과제를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조건부수급조항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에서부터, 최저임금 현실화와 자활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 나아가 생활임금의 보장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4) 기존 노동조합 구조와 최저임금 등 임금투쟁 방식을 넘어서는 투쟁을 조직하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분화되고 위계서열화되는 형태로 관리되어왔다. 이는 처음에는 대대적인 정리해고의 단행과 대량실업으로 이루어졌으나,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이들은 대거 불안정노동자층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 유연화 공세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공격하며 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노동의 위기를 개인의 무능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여성은 일순위 해고대상이 된 이래 정부가 내세우는 여성인력활용방안을 미끼로 비정규직의 우선순위를 구성하며 노동시장으로 대거 흡수되고 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사회위기담론을 앞세워 고령인구(노인빈곤층)의 노동착취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이렇듯 확산되어온 불안정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하자 정부는 이제 전체 노동자 중 절반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정규직 이기주의를 앞세워 하향평준화를 종용하고 있다.
현재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열악함은 또 다른 하위 노동자층위의 구성을 예고한다. 이는 현재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언제든지 빠질 수 있는 굴레다. 사회서비스와 연계된 자기희생의 강요는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는 참여정부의 노동-복지정책의 본질을 증명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활 등 사회적 일자리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복합적인 과제를 동반한다. 저임금과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것 이상으로 선택의 권리를 포함한 노동의 권리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은 이들 노동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과제를 모색해야 한다. 이는 기업투자에 종속되어 보편적 권리의 해체와 노동권의 희생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것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확대 적용될지 모르는 정부의 노동 유연화 정책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최근 일부 산별노조에서는 산별 임단협을 통해 산업별 최저임금을 규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산별 최저임금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산업·업종 내 불안정 노동자에게 적용하지 못함으로써 임금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개입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제도의 확장 또는 저임금 해소를 위한 지역운동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데는 현행 노조법상 단협의 지역효력 확장조항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되어있는 제도적 한계도 존재하지만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접근 관점의 한계와 노동자층을 층층이 위계화하고 저임금을 감내하는 노동윤리를 강제하는 구조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는 점을 확장된 연대투쟁을 통해 제기하지 못하는 데 있다.
기존 최저임금 투쟁이 노동자들이 불만을 관리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저한도로 묶어놓는 법정 최저임금제도의 인상투쟁에 국한되었다는 점도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임금 최저한도를 결정짓는, 결정기준과 방식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는 법정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넘어서 노동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지역 내 연대, 지역공동체의 재건 등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 확대의 과정을 통해 빈곤선을 재정의하고 빈곤과 노동의 악순환구조를 끊어내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으로 임금투쟁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 덧붙여 가족임금논리에 따라 심각한 빈곤에 노출된, 여성, 노인, 장애인 등 빈곤한 개인의 권리를 재구성하는 투쟁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1) 2006년 3월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사회적 기업 지원법안에 따르면 “최근의 경제·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우리 사회에 부족한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확대함과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더불어 잘 사는 사회 실현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국가적 전략과제”이며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면서 인증을 받은 영리·비영리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인증절차를 엄격히 하고 비영리조직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입장이 관철될 지 미지수이며, 설사 관철되더라도 ‘수익성’을 고려한 재론의 여지나, 실행과정에서 영리법인 등의 직·간접적 지원·개입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본문으로
2) 초기의 사회적 경제에 따르면 도덕과 경제의 조화는 개인행동을 교화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르 플레의 모델에 따라 자유로운 계약과 국가에 의한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 후견계약을 도입함으로써 사회관계를 재창조한다는 것이다. 빈곤문제의 해결책은 개인 간 관계를 활성화하고 ‘위험한 계층’을 교화하기 위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에 위치한 대책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와 도덕의 조화라는 개인의 교화로 이해되고 후견 계약에 의한 시장 계약의 대체를 통해 사회적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정치적 성격은 탈각되고 빈곤문제의 공동해결을 위한 개인의 성실한 노력만이 과제로 남는다. 따라서 노동계급조직의 필요성은 사장되고 경제적 이해에 종속된 개인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즈주의의 종식과 더불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80년대 제기된 연대의 경제는 광범위한 사회적 배제와 전통적 사회적 경제의 정치적 실패를 이유로 등장하였다. 실업과 불안정 노동의 심화, 복지국가의 후퇴로 인해 연대의 경제는 ‘경제활동을 위한 사회통합’의 도구로 활용된다. 연대의 경제의 특징은 지배적 논리에 저항하며 시장, 국가(재분배), 호혜성이라는 세 가지 형태의 경제조직의 혼합과 재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장 루이 라빌). 그러나 보조금 형태로 국가가 참여한다는 것이 경제가 정치에 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단순히 시장을 하나의 경제적 조정양식이자 부의 분배원칙으로서 그 힘을 과소평가한 데 기인한 것이다... -쥬느비에브 아잠, 「사회적 경제, 제3섹터, 연대의 경제의 경계선」,『다른 경제』( 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 일하는 사회> 편역)에서 발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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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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