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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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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적 단결로 반신자유주의 전선 형성해야"

김진억 민주노총 조직국장을 만나고

송강현주 | 노동차장
'현장통신'은 2003년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을 위하여'라는 주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운동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기존의 노동운동 중심으로 포괄되지 못했던 비정규, 여성, 일반노조, 지역운동, 노동단체 등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서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다양한 활동가들과의 심층 면담 및 정세적 쟁점들을 담아갈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첫 번째로, 노동운동의 중심적 화두로 떠오른 비정규 투쟁에 대해 민주노총에서 이를 담당하고 있는 김진억 조직국장을 만나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들어보았습니다.

일시 : 2003년 1월 25일 16:00
장소 : 사회진보연대 회의실
인터뷰 : 정영섭 (노동차장)
정리 : 송강현주 (노동차장)

사회진보연대 : 대부분의 운동진영이 그 중요성을 강조할 만큼 비정규투쟁은 핵심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로는 사회적 약자 보호, 노조의 낮은 조직률 극복, 노동운동의 대표성 강화, 새로운 노동운동 패러다임의 형성 등 여러 가지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비정규투쟁의 중심적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하겠습니까?

우선 사회적 약자 보호의 경우 언어에 문제가 있죠. 물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확하게는 권리 보장, 확보라고 봅니다. 그래서 현재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명칭도 권리 보장 입법으로 변경하기로 논의하고 있어요.
언급된 이유들은 모두 다 필요한 겁니다. 각각의 의미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상호 연관되어 있고 포괄적인 내용이지요. 따라서 상호 연관 속에서 그 의미가 설명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은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 대중운동으로서 향후 민주노조 운동을 올바로 정립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지요. 운동의 새로운 주체로서 비정규직 주체를 형성하여 변혁운동의 전망을 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노조 운동은 다수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없는데요. 8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과 거의 다름없는 10인 이하 590만 영세소기업 노동자, 여성노동자, 이주, 장애 등 다수의 불안정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고용, 생존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을 포함하여 노동운동의 자기 반성과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운동은 대공장·정규직·남성·조직노동자 중심의 운동을 해 왔는데요, 향후 민주노총의 운동은 중소영세·비정규직 여성,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 운동주체의 자기반성과 혁신, 즉 기업별에서 산업별, 조합주의를 넘어 변혁적 전망을, 연대성 회복, 실리주의 극복을 필요로 하고요, 더불어 새로운 운동주체로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불안정노동자층을 조직하고 형성하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의 중심 조직전략을 중소·영세·비정규·여성노동자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운동진영의 집중된 실천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규직와 비정규직간의 계급적 단결을 통해 신자유주의 저지 전선을 형성하고 대대적인 반격을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 노동운동에서 비정규투쟁이 몇 년간 강조되어 왔지만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비정규투쟁이 계속 주변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더불어 이와 관련하여 기존 민주노조운동의 한계와 극복방향은 무엇이겠습니까?

먼저 현재 민주노총 운동의 조직 문화 환경을 한계로 들 수 있는데요, 기존 노조운동이 정규직·대공장 ·조직노동자 중심의 관성에서 벗어나는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두번째로 98년 정리해고, 근로자 파견법의 법제화 이후 노동운동이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후퇴를 거듭한 것이죠. 그 과정에서 현장조직력은 훼손되었고 자신감을 상실하여 실리적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어요. 자본의 분할지배 전략이 먹히고 있는 상황 속에 아직 비정규직 문제를 우리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지 못하는 상황인거죠.
그리고 결국 주체의 문제가 있지요. 비정규직 투쟁의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 나가야할 1차 주체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 일부 존재하나 취약하지요. 현재의 상황은 비정규직 조직화 투쟁과정입니다. 민주노총 내에서 중심 화제로 정립은 된 상태라고 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중심사업으로 정립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98년 이후 처음 비정규직 문제가 공론화되었고 이후 비정규직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고 있지요. 한국통신, 건설운송 등 많은 투쟁이 있었는데요, 지난 4년 간의 투쟁이 문제를 제기하고 전체의 운동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사업, 인력, 재정을 배치하는 단계입니다.

사회진보연대 : 민주노총 내부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은 어떤 수준이라고 볼수 있습니까?

중간 간부선에서 포괄적 수준의 공유가 이뤄진 상태라고 봅니다. 아직은 동의하고 인식하고 있지만 '현장이 어렵다. 방안이 안보인다'는 식의 반응이 많아요. 지난 몇 년이 공유과정이었다면 향후 몇 년은 실천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진보연대 : 비정규직을 일반적인 삶의 형태로 인정하고 운동을 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즉 비정규직이 기간노동력이 된 상황에서 이에 맞는 운동을 고민하자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본은 이윤을 창출하고자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고, 우리 또한 이에 대항하고 새로운 사회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죠. 운동주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자본의 운동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필요했던 것이고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이 노동유연화로 대표되며 그를 위해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해 더욱 양산되고 심화된 비정규직을 인정하는 것은 결국 자본의 운동에 굴복하고 들어가는 것에 다름 아니죠. 또한 그 결과는 결국 비정규직을 합법적으로 더욱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우리의 장기적 목표는 분명히 비정규노동의 철폐여야 합니다. 다만, 당면 실천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요구되는 거지요. 실천과정에서 단위현장의 싸움에 따라 정규직화, 차별철폐, 권리보장 등 다양한 요구가 제출될 수 있고 전술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진보연대 : 20대 다수가 불안정 노동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우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서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적인 일자리를 전전하는 등 특수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구체적 방안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인데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의 경우 대부분 아르바이트, 파트타임입니다. 이를 방치할 수는 없으며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죠. 초보적 수준의 고민은 청소년 층의 특징을 고려하여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인데요. 인터넷상의 네트워크 등을 고민중입니다. 인터넷 상담실을 마련하여 비정규직 권리에 대한 교육 및 선전을 생각하고 있지요. 그들의 경우 실제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장기적으로 예비노동자입니다. 예비노동자로서 분위기, 사회의식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며 전교조와 협조 하에 노동자 권리 교육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10년을 내다보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진보연대 : 노동자 내부의 분할과 위계서열화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87년 이후 투쟁을 통한 노동계급 형성이 해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노동계급 형성을 위한 노동자 연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민주노총의 사업 계획안에서는 조직문화 환경개선, 연대노조 운동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현장의 철저한 분할하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정규직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단결이 필요합니다. 계급적 단결을 통한 신자유주의 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지요.
먼저, 광범위한 교육문화 선전 투쟁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를들어 근골격계 투쟁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공동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과 같은 사회적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과거에는 기업별 전투적 임단협이 중소·비정규직의 임금을 약간이나마 상승시키는 효과를 누렸지만 이제는 오히려 격차를 확대할 뿐입니다. 최저임금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임금투쟁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또 중소영세 사업장의 경우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는 사회적 책임이 필요합니다. 중세영세 노동자의 복지 확보와 연대 임금 투쟁 등을 해야 할 것입니다. 임금간 격차는 해소하며 생활임금 쟁취로 나아가는 투쟁으로 만들어야 하겠지요.
조직화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를 주체로 초기업단위로 조직화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투쟁의 경험을 통해 정규직과의 연대를 통해서만 투쟁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 흔히 민주노총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노동운동의 실질적 대표체인 만큼 비정규노동자의 발언권을 충분히 보장해야할 것인데, 이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겠습니까?

구조적으로는 발언권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민주노총내에 비정규직이 약 17000명인데요, 건설일용, 학습지, 레미콘 등입니다. 대다수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의무금도 내기도 힘들지요. 지금 10여명 가량이 대의원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원칙과 대의로 따지면 엄청난 발언권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정규직·대공장·조직노동자 중심의 사업에서 비정규직·중소·영세·미조직 노동자·여성노동자로까지 그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핵심적 문제가 기존 각 민주노총의 체계에 비정규직의 수렴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거지요. 방안 중 하나로 민주노총의 각 의결기구에 여성 할당체처럼 비정규직 할당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그나마 조직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결집시켜 민주노총 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고 대표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 비정규직 '전략사업조직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덧붙여 조직활동가 양성학교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으며 예비활동가나 단체활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비정규직 조직화 투쟁의 평가를 통해 얻은 결론들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는 법제도적 한계까지 사고한 상태에서의 철저히 기획되고 준비된 작업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과거에는 자발적이고 자생적 투쟁이 중심이었고, 대다수 법률적 제약과 사용자의 탄압 하에 장기투쟁으로 싸우다 무력화되는 경우가 많았지요. 두번째로 중장기적 계획과 전망이 있어야죠. 마지막으로 초기업단위의 노조결성과 전국적이고 집중화된 사업이 필요합니다. 한 지역만 조직할 경우 고립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장이 차단되기 쉽죠. 비정규 노동자를 일거에 다 조직화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전략사업을 선정하고 집중조직화로 돌파해야 합니다. 사업 선정의 기준은 주체형성 가능성, 비정규직과 해당 연맹 유기적 사업, 성과가 주변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가 입니다. 이에 기반하여 5대 전략 사업이 기획되었죠.
조직활동가 양성 학교의 문제의식은 조직화는 사람이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화는 노동집약적 사업이란 말이죠. 역량을 투여한 만큼 성과를 볼 수 있어요. 5년간 매년 100명씩 500명 육성해서 현장 배치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등 많은 것이 필요하죠. 2003년 1차로 조직 내 미조직 비정규직 담당자 50명을 대상으로 2·25일부터 1차 교육에 들어갑니다. 2차는 신규활동가 대상으로 7월경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훈련 후 각급 조직, 연맹, 지역본부, 소산별 등으로 배치 또는 전략사업 단위나 현장으로 배치될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 노무현 당선자는 비정규 보호조치를 말하고 있는데요. 새 정부의 비정규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무현 정권은 서구와 다른 초국적 자본의 침탈-이해를 보장해주는 정권이라는 의미에서 종속적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관련 정책은 한마디로 '노동유연화의 확대와 차별해소'로 집약할 수 있는데요. 단적인 사례로 노무현 당선자는 그간 수차례 말하기를,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이유가 정규직의 해고가 자유스럽지 못하다고 하면서 불가피하게 해고도 할 수 있게 해야 정규직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어요. 이는 현 정권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가 결국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으로 나타날 것이 명확한데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 이를 완화하자는 것은 현 정권의 비정규직 문제인식의 불철저성과 사용자 편향성을 드러낸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경제특구내 파견노동자의 확대를 통한 비정규직화나 파견업종과 기간의 확대시도, 정규직 해고요건의 완화 기도 등을 통한 노동유연화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차별금지와 관련돼서는 비정규직 여성이주노동자 등 5대차별 해소를 내세우고 있는데 비정규직 차별금지의 경우 사회보험적용확대 등 몇가지 부분에서 진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정권 내부와 사용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요, 설사 몇가지 조치들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상징적인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 실효성과 실제적 의미가 축소될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또,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과 근로기준법 적용 등 기본권 보장의 경우도 법원의 노동자성 불인정 판결과 결부되어 단결권 수준에서 일부 직종에 한정하고 해고, 산재보험 등 일부보험 적용처럼 아주 제한적인 수준의 개선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정규직 문제,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 문제와 연동할 가능성도 있고요.
파견 노동자의 경우도 오히려 파견업종이 대상과 기간을 확대함으로서 합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양산하려는 기도를 경계해야 합니다. 불법파견 근절 등도 지금의 노동행정력, 관행, 무엇보다도 노동부의 사용자편향적 관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실정입니다. 또한 비정규직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임시계약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인데요, 3년 계속 고용시 해고를 제한하는 것은 파견법 사례에서 보듯이 대량해고로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경우 이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요. 앞으로 객관적이고 철저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주체와 투쟁의 의지를 형성해야 하겠지요. 물론 정부가 이런 입장이라도 내놓은 것도 지금까지 운동의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비정규직 문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대한 사회적 의제화 투쟁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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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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