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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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5.35호

민중의 노후소득을 뺏어가지 말라!-4월 1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 공청회에 부쳐-

최원탁 | 민중복지연대 사회보장팀, 연기금 대응팀
최근 한국에서 연금개혁의 급격한 추세들은 큰 테두리에서 적립식 연금시스템의 안착화와 연기금의 금융자본화 확대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추세는 방카슈랑스 도입과 기업연금 도입이라는 사연금 확대 방안과 조우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4월 1일 열렸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를 위한 공청회는 소득대체율 인하를 통해 민중의 삶을 더욱 압박하고 동시에 기업연금도입을 위한 사전 구획이라는데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제도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대안을 비판하고 민중의 삶의 관점과 언어로 표현되는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문제로 관점을 재정립해야 한다.

공청회의 요지

국민연금의 현재 쟁점은 재정의 안정성을 둘러싸고 형성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매달 내는 보험료가 임금의 9%(직장 가입자의 경우, 노동자, 사업주 4.5%씩 부담)이며, 40년 가입자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의 60%에 해당하는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은 지금의 이 구조를 유지할 경우, 2036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47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측정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현행 구조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라는 것, △남한의 인구가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다는 것, △앞으로 제도가 성숙하면서 가입자들의 평균 가입기간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그들이 받아갈 금액도 증가한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진단에 따라 공청회에서 제출된 재정안정화 방안은 크게 세 가지이다. 세 가지 모두 2010년부터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고, 일단 급속한 노령화 현상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2070년을 기준으로 재정을 예측하고 있다. 이 기간까지 재정안정화의 목표는 계속해서 해당년도 지출액 대비 2배의 기금을 적립, 유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출된 대안은 다음과 같다.

△ 대안1. 소득대체율을 현행 6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9.85%로 올리는 것
△ 대안2.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15.85%로 올리는 것
△ 대안3.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11.85%로 올리는 것

국민연금발전위원회 대다수 소속 위원들과 소위 사회복지, 경제학 등을 전공한 학자들은 온갖 수식(數式)과 일반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론적 수식어(修飾語)로 덧칠하여 민중의 삶의 문제에 대한 민중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결국 보험료는 올리고 급여는 낮추겠다는 아주 간단한 처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의 논거에는 그 한계와 계급적 이해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의 비판과 대안은 더욱 분명해져 이들의 안과 명백히 대비된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비판

○ 인구노령화 문제에 대해
인구 노령화가 연금재정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은 세계적으로 공적연금을 축소하는 개혁을 추진하게 하는 핵심 논거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개정방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연금 재정이 급속히 고갈될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는 것이 이 주장의 요지이다. 그러나 연금의 재정구조에서 핵심은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가능성에 있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활동인구의 규모와 출산율의 하향화를 70년 이후에도 고정된 것으로 추정하고 계산하였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실업률이나 고용가능성 및 고용악화에 따른 출산율 저하를 노동정책과의 관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의 열악한 노동상태를 70년 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저들의 바램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 2070년까지 상정할 이유 없어
또한 인구노령화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립방식이 부과방식에 더 유리하다는 증거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마치 적립방식만이 노령화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부당전제하고 상상력을 제한하고 있지만 오히려 다른 방식들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지엽적인 수준에서라도 예를 들어본다면 재정수지적자 시기인 2036년에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또한 현재 재정추계 기한으로 잡고 있는 2070년을 2060년으로 낮추는 방안도 있다. 2060년과 2070년 사이의 10년은 우리나라 인구노령화가 가장 급속하게 진행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재정추계 시기를 10년만 앞당기더라도 재정의 불안정 문제가 경감될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재정추계 기간을 앞당기는 것이 이후 다가올 급속한 노령화 시기의 위험성을 덮어두는 무책임한 것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이 비판은 틀렸다. 재정추계는 인구변수, 경제성장률 등 확실하지 않은 가정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그리는 작업이기에 그 결과를 맹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법에 5년마다 재정추계를 새롭게 하도록 되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 개정을 논하는 자들은 마치 지금의 재정추계가 절대 불변의 상황인 것처럼 가정하여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보험료율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가정으로 현재 세대의 부담을 키우고, 나중에 돌아가는 수급액은 낮추려는 그들이 정말로 무책임한 것 아닌가?

○ 급여율 또는 소득대체율 인하
현재 소득대체율 인하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자들은 그야말로 제도를 중심으로 민중의 삶을 끼여 맞추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현실성 없는 급여율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소득대체율 60%는 40년 가입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40년 가입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퇴직연령이 65세로 상향조정된다고 해도(현재는 60세),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을 채우려면 25살부터 65살까지 단 한 달도 쉼 없이 연금보험료를 납부해야한다는 이야기이다. 중간에 실직, 출산, 육아, 질병, 군입대 등의 사유로 직장을 잃거나, 쉬게 될 때도 국민연금은 꼬박꼬박 납부해야 나중에 퇴직한 후 평균임금의 60%라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노동의 불안정화가 더욱 심화되는 노동시장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점차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더욱 줄어들 것이고,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수도 점차 줄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또한 이 점을 더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공청회 자료를 보면 2010년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평균가입기간은 15.7년이며, 2070년이 되어도 21.7년밖에 되지 않는다. 21.7년을 가입한 사람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30% 정도라고 한다. 현재 소득대체율 60%가 너무 높기 때문에 낮추는 것이 재정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실질 소득대체율이 결코 60%에 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야말로 노동자민중의 노후소득이야 어찌되든 재정만 안정적으로 마련해보자는 것이고, 그를 위한 제도에 노동자민중의 삶을 맞추라는 본말이 전도된 처사일 뿐이다.

이에 덧붙여 국민연금의 개악은 기업연금 도입과 조응하는 측면마저 지닌다. 오히려 지금의 시기에 기업연금도입은 공적연금의 축소를 위한 기초가 되고 있으며 거꾸로 공적연금의 축소 없이는 어떤 규모로 기업연금을 도입할지의 논의 자체가 무색한 지경이 되었다. 이날 패널 가운데 한 명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확정되어야 기업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결정'된다고 솔직히 고백함으로써, 이 공청회의 윤곽이 기업연금도입 및 3층 모델 도입을 위한 중요한 수순임을 낱낱이 드러냈다. 작년 월드컵 열풍 속에 통과된 한국식 방카슈랑스인 보험업법 개정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 그리고 기업연금의 도입은 축차적인 순서인 듯이 보인다.
그러나 보험료 기여 기록이 급여의 절대적인 기초가 되고 또한 적립을 통해 연기금을 금융적으로 활용하려는 시장적 해법들은 절대 민중의 삶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소득재분배의 취지를 지닌 공적 연금의 축소와 사적 연금의 확대는 오늘날 민중의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문제를 금융의 이해에 묶어 두려는 것으로 그 결과는 민중의 삶의 피폐화로 점철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연기금의 적립을 통한 금융화 전략에 반대하고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보편적이며 충분한 진정 '기초적인 소득보장'이 가능한 제도를 요구해야 한다. 오늘날 연금제도 개혁의 쟁점은 자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왜곡되고 있다. 민중의 활기찬 상상력을 제한하고 삶을 황폐화시키는 이같은 일체의 개혁론에 맞서 민중의 삶에 입각한 원칙을 관철시켜 나가자!
주제어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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