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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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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보건의료기획1.hwp

[기획-보건의료와 세계화] 영리 매니지드케어(Managed care)의 수출

편집실 기획팀 |
이번 <보건의료와 세계화> 기획은 세계화가 공적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특히 초국적 자본이나 투기자본들이 각 국의 공적의료체계를 사유화하고 독점하는 과정에서 세계은행이나 IMF와 같은 국제기구들의 역할을 살펴볼 것이다.
그 첫 번째인 이 글은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미국식 의료보장체계의 특성과 그것이 수출되는 방식과 결과를 다루었다. 이 글은 민중의료인연합 9월 화요포럼에서 발제 된 글을 기초로 작성되었다.

영리 Managed Care의 수출

편집실 기획팀

Managed Care의 개요

개념
민간의료보험을 골격으로 한 미국식 의료보장체계이다. 일종의 사(私)보험사인 Managed Care Organization(MCO)가 제공하는 보험과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이런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의료비용 절감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의료서비스 제공과정에 개입하여 의료이용의 적절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구조와 주요 특징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신 의료 이용자(환자)가 의료공급자 선택에 있어 제한을 받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와 반드시 지정된 의료공급자를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정 의료공급자를 이용할 경우에 진료비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등이 있다. MCO는 의료공급자가 MCO에 고용되어 있는지의 여부, 의료공급자 사이의 네트워크, 의료공급자와 MCO의 결합 관계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의료보장 시스템과 비교해서 설명해보자. 우리나라는 전국민의료보험제도이며, 환자는 아무 병원에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은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제외한 진료비를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청구하게 된다. 이에 반해 미국식 의료체계에서는, 만약 환자가 A라는 MCO에 가입되어 있다면, A와 계약을 맺고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만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A는 병원이 환자(보험가입자)에게 제공한 의료서비스의 종류와 횟수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대신(행위별수가제) 「가입자수■일정금액」을 미리 병원에 지급한다(인두제 선지불 방식). 이런 체계에서 MCO의 주요한 역할은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적절한(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적절한 방법으로 진단과 치료를 하고 있는지를 감독, 평가하고 이후 계약조건에 반영하는 것으로 의료서비스 제공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러한 제도는 불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관리하기 때문에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 지출을 줄여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이 환자가 중병에 걸려 고가의 의료비를 지출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예방서비스 제공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이유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의료공급자나 이용자인 환자에 대한 관리의 강화로 얻어진 비용절감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이 아닌, 보험사의 이윤을 높이는 것으로 결과했고, 오히려 의료기관은 의료서비스를 더 적게 제공하였다. 또한 환자입장에선 의료기관 이용의 선택이 가입된 보험사에 따라 제한되기 때문에, 항암치료도 전문의나 병원진료가 아닌 의원이나 외래진료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배경과 현황
MCO는 1930년대 보험기능과 의료서비스 제공기능을 통합한 선지불진료체계(Prepaid Group Practice)로 태동하였다. 그러나 의료공급자와 환자 양측의 부정적 반응으로 인해 더딘 성장세를 보이다가, 의료비가 폭증한 1960년대 말부터 정부는 MCO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1973년 미국 의회는 HMO 법령을 제정하고, 세제혜택 등으로 HMO 활성화를 지원했고 HMO는 1980년대 중반에 연평균 증가율 20% 이상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2000년까지는 전체 미국 인구의 80%가 다양한 형태의 Managed Care에 가입하였고, 이 가운데 MCO의 약 70%가 영리기업이다.


2. 미국이 Managed Care를 제 3세계에 수출하는 배경

1) 미국 시장의 포화와 이윤율 감소
Managed Care가 늘어나고 미국에서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윤율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들은 이윤 증대를 위한 전략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는데, 여기에는 노동생산성 향상, 새로운 상품라인의 다각화와 새로운 시장의 개척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미국 MCO의 70%가 영리기업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과 투자금 회수를 위한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었다. 초반에 MCO는 이러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의료보호제도인 Medicare, Medicaid 등의 공적 프로그램(전체의 약 15%를 차지)에 진입하였다. 현재는 외국 시장을 개척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유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실제로 몇몇 유럽의 국가보건프로그램은 Managed Care, 시장 경쟁,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원리를 도입하였다. 이런 변화는 대처정부를 비롯한 각 국 보수정당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유럽의 국민들은 의료공공 서비스를 대폭 지지했기 때문에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보건의료 개혁은 더디게 진행되었고, 더 많은 단기이익을 남기고자 하는 MCO에게 이러한 상황은 매력적이지 않았기에 상당부분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Managed Care가 미국에서도 인기가 떨어지면서 Managed Care 기업들은 제3세계, 특히 남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담배와 살충제 수출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국내에서 이미 상당한 비난에 직면해 있는 상품과 서비스(Managed Care)를 수출하고 있다. 제3세계국가들은 자국의 보건의료체계와 사회보장체계를 사유화하는 틀로 Managed Care를 수용하도록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미 미국의 Managed Care와 투자자본은 남미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으며, 이 경험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Managed Care를 수출하는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2) 다국적 자본과 국제기구의 역할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는 전세계에 걸친 보건의료부문의 다국적 협력,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공적 보건의료체계와 사회보장기금의 사유화 정책을 도입할 것을 강조하면서 이를 강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범미주보건기구(PAHO) 등도 여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공공부문의 삭감, 사유화, 제3세계에 MCO를 확대시키는데 공감하고 있다.
1993년 세계은행은 세계개발보고서 'Invest in Health'에서 빈곤을 줄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사적 보험에 대한 인센티브,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시장 경쟁의 촉진, 일차의료와 예방 등을 강조하였다. 즉 세계은행은 이러한 보고서를 통해 ‘건강은 사적 문제이며, 의료는 사적 재화이다’는 이데올로기를 적극 유포하고 있다. 1990년대 남미의 재정 위기는 다국적 기업에게는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였다. 세계은행은 재정 위기에 처한 국가에 차관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다국적 금융자본에게 자국 시장을 개방하고 사유화와 공공재정 축소를 통해 국가를 재구조화할 것을 제시하였다. 남미 국가들은 차관을 제공받기 위해서 이러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했고, 보건의료부문도 이러한 구조조정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렇듯 세계은행은 공공의료기관과 사회보장기금을 사적 관리나 소유로 전환하는 Managed Care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MCO의 도입은 최소한의 공적보건의료체계의 기반조차도 더욱 허약하게 만들면서, 이러한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재정은 제3세계 참여국의 차관과 부채를 늘리면서 충당하고 있다.

3) 경제의 세계화
경제의 세계화 역시 Managed Care의 다국적 투자를 촉진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GATT,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의 국제조약은 과거 국가 사이의 무역장벽들을 상당히 제거하였다. 다국적 기업의 세계경영은 해외 종업원에게도 보험급여를 제공할 수 있는 Managed Care를 필요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면, 멕시코 시티에 있는 IBM, J&J, BMS, HP 등의 다국적 기업은 Managed Care 급여를 받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4) 보건의료의 새로운? 상식
이러한 미국의 영리 Managed Care의 수출하기 위해서 이데올로기적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상식을 새롭게 날조하기 위한 시도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보건의료의 위기는 재정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을 위한 합리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 비용 통제가 바람직하다면,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와 관련된 임상적인 의사결정을 이러한 새로운 합리성에 맞추어야 한다.
■ 서비스 공급과 재정을 분리하고, 세부 구성영역에서 경쟁을 유도하여 효율성 높여야 한다.
■ 시장은 질과 비용의 가장 훌륭한 조절자이기 때문에 더욱 성장 발전되어야 한다.
■ 공급보다는 수요가 강조되어야 한다.
■ 노동관계를 유연화하는 것이 효율성과 생산성,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기전이다.
■ 사적 기업의 행정이 공적 행정보다 더 효율적이고 비리도 적다.
■ 사회보장을 위한 지출은 개별 근로자가 책임져야 한다.
■ 사회보장을 탈규제하는 것은 소비자가 자기 자신의 돈을 가장 훌륭히 관리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 ‘이용자/환자/수급자’에서 ‘고객/소비자’로의 이행은 권리를 증진시킨다.

정부기구와 사회보장기구의 비효율성, 접근성을 제한하는 재원의 부족, 과도한 관료주의, 수요에 대한 불충분한 반응, 비용 상승 등은 MCO도입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 질병, 의료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데, 의료는 더 이상 국가의 책임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런 접근법은 고정비용을 줄이고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더 나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에게 재원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자는 비용을 낮추고 더 나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소비자 주권 모델에 따라 소비자는 비용과 질의 관리자가 될 것이며, 구매자는 낮은 비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라는 것은 남미의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 수출 현황 (남미)

미국과는 달리 남미 국가들은 퇴직급여와 의료급여가 통합된 사회보장체계이고 사회보장의 적용을 받지 못하거나 미고용 상태인 인구집단을 위해서 공공병원과 진료소를 포함한 공공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남미의 사회보장제도는 막대한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Managed Care의 관계자가 “남미 사회보장체계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미국 자본은 이를 수익 창출의 새로운 재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보건의료와 사회보장체계를 사유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Managed Care와 투자자본에게 자본 확장의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미 국가에서 상업적 민간의료보험이 확산되자, 국가가 주도하는 공적 의료보장체계를 약화하거나 해체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보건의료정책 결정의 주요한 동기로 자리잡게되었다. 웨이츠킨(Waitzkin)은 상업적 민간의료보험이 침투해서 공공의료체계가 와해되고 민영화되면, 다국적 기업은 여기에 진출해 거대한 이윤을 챙기고서 수 년 안에 철수할 것이고, 따라서 제3세계 국가는 공공의료체계를 다시 건설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경고가 현실화된 대표적인 예가 칠레의 민영화인데, 역설적으로 의료보장체계 민영화 지지자들에 의해 다른 국가들이 따라야 할 모델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국가 또한 칠레이다. 1973년 쿠데타 이후 새 정부는 공공예산을 축소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긴축경제개혁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예방 치료서비스와 특정한 기본서비스만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민영화하는 매우 포괄적인 민영화가 시행되었다. 그 중 가장 큰 조치는 실업보호기금을 의료보험기금에서 분리하고, 양 기금의 관리를 민간부문에게 맡긴 것이었는데, 그 결과 보건의료서비스 재정은 ISAPRE라는 민간의료보험, 국민의료보험기금(FONASA), 보건부가 각각 맡게 되었다. 원칙적으로 모든 근로자들은 이 의료보험 기전 중 하나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만이 민간의료보험에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보험료 지불능력에 따라 접근이 제한되었다. 더군다나 경기후퇴로 인해 실질 소득이 줄어들면서 일반 국민들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된 지 7년 후에도 이에 가입한 인구는 전체 인구의 14%에 불과했으며, 가난한 사람들만이 보건부 시설을 이용하게 되면서 보건부의 보건의료서비스 재정은 계속 압박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만큼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그리게 되었다. 칠레가 민영화의 모범사례로 칭송 받고 있는 것은 이중적 의료체계(Two-tiered health system)를 고착화한 대가이다. 민간의료보험회사는 고소득층이 흥미를 느끼는 보험상품들을 개발하였고, 엄격한 가입조건을 적용하였다. 결국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부유하고 건강한 사람들과 공적 의료보험에 가입한 가난하고 병약한 사람들로 국민들이 이분화되었고, 사회적 연대의식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기업별 수출현황>
다국적 기업은 Managed Care 수출 촉진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trade approach’는 MCO 관련 전문가모임 같은 세미나나 워크
주제어
국제 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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