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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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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운동 어디까지 왔는가

<비정규운동 대토론회>를 다녀와서

김준우 |
비정규직 운동 어디까지 왔는가
-<비정규운동 대토론회>를 다녀와서



김 준 우 | 편집부장

1월 29~30일 양 일에 걸쳐서 고려대 경영대 학우강당에서는 <비정규직운동대토론회>가 열렸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를 비롯하여 34개의 사회운동단체,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이틀에 걸쳐서 다섯 개의 마당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무엇보다도 생생한 사례들과 현장을 통해서 생산된 문제의식을 통해서 새로운 노동자대중운동의 가능성과 현재를 살펴 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한 400여명에 이르는 참가자 수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자운동의 활로를 찾기 위한 뜨거운 열망을 확인한 자리였다.

비정규직 투쟁, 현장의 고민들

‘비정규직 현장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첫 번째 토론마당을 비롯하여 제 마당에서 제출된 다양한 노동조합의 사례들은 비정규직 운동이 처한 조건과 어려움의 현재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마당에서 발표 단위였던 학습지노조, 건설일용노조 , 건설운송노조, 화물연대등의 사례에서는 노동자성의 인정 문제에 맞선 투쟁에서부터 노동조합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문제와 투쟁방향의 초점을 맞추기 조차 어려운 단위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노조들은 법적으로는 특수고용의 형태라는 점과 사업장이 분산되어 있는 점 그리고 대부분 노동의 특성들이 개별적, 고립적 근로형태라는 조건을 공유하고 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들의 공동투쟁의 현재적 처한 조건들의 사례는 여러 가지 쟁점들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 지하철 청소용역 노조와 같이 정규직 노조와의 공동의 틀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나, 간부들 수준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승리적 공동 투쟁을 만들어간 대학노조 외대지부, 금호타이어의 사례들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뚫어야 할 조건과 장애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례들이었다.

‘영세사업장노동자 조직화 어떻게 할 것인가?’ 마당의 경우 다양한 사례와 발표들 속에서 미조직화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바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마당의 사례들이 대부분 지역일반노조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했다. 둘째 날 열린 이 마당에서 우리는 새로운 노동자운동이 시작되는 곳에서의 역동성과 건강성 그리고 동시에 현실적 난관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토론회에서 확인한 과제

비정규직 노조운동에서 주체의 발굴과 양성의 어려움, 고립된 투쟁이 가져올 어려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의 난관 등 현 시기 노동조합이 처한 조건들과 양상들 속에서 몇 가지 평가와 원칙을 추출할 수 있었다.

우선 이번 토론회는 주체의 발굴과 양성에 대하여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고민이 절실히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조직적인 문제는 현재 몇 가지 층위로 나뉘어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 특히나 형성 당시의 주체들을 중심으로 운동이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으며 주체들을 새롭게 양성하는 문제, 주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 훈련하는 프로그램은 단위사업장에서 풀기에는 한계적임을 알 수 있었다. 주체의 발굴과 양성이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지만 개별 조합 안에서만 풀릴 수 없다면 이는 여타의 토론마당에서 제출된 의견들처럼 비정규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민중운동의 대공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메인마당에서 철폐연대의 발제 등에서 이야기했듯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체운동 범위에서 비정규운동에 대한 고민을 풀어갈 조직적 기획의 필요성은 몇 년의 투쟁의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 기존의 민주노총 체계에서 토론과 실천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서울본부)과 아울러서 노조에 제한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조의 주체화-활성화를 위한 활동가 조직의 필요성은 비정규직 운동이 한 발 더 내딛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보여진다. 지난 몇 년간 개별 노동조합의 와해로 유실된 성과들만 떠올려보아도 현재 비정규운동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교통망, 모임의 건설은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또 대부분 일반노조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 사업장에서의 미조직화 운동의 경우에도 전술한 활동가 조직과 같이 전체 노동운동이 함께 책임지고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정규직 운동(및 비정규직 운동)의 쇄신 역시 강조되었다. 토론회 과정에서도 종종 확인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운동간의 불신이나 도덕적 비난은 현재 운동의 조건을 드러낸 단면이다. 모범적 사례로 알려진 금호타이어조차 현실적으로는 정규직 운동이 “일상적 시기에는 비정규직을 ‘관리’해야 하는 부서로 사고하고, 투쟁기에는 ‘비정규직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태도가 팽배했다”는 고백은 현재의 골이 메워지는 것의 현실적 고충을 말해준다. 현재 많은 곳에서 비정규운동이 정규직을 실리적으로 활용하거나 정규직 운동이 비정규직 운동에 대하여 안전판으로 생각하거나 일정한 차별을 개선(!)하는 수준의 운동으로 그치는 경향들과 ‘단절’해야 한다. 공동의 대중투쟁 관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정규)운동의 전망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정규 운동이 가져가야 할 정치적 목표, 방향을 정초함에 있어서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으로 확장하는’(비정규센터)과 ‘단사의 시급한 사안을 넘어선 전망을 획득한 투쟁’(재능노조)등의 필요성들이 제기된 것은 비정규직운동의 미래 그리고 정규직 운동의 혁신과 연대에 있어서 역시 필요조건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운동이 ‘정규직화’뿐 아니라 노동의 보편적 권리를 주장하며 모성권과 건강권(학습지노조), 생활권 등의 보편적 의제를 운동의 목표로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설정하는 것은 비정규 운동이 ‘전투적 경제주의’에 그쳤던 많은 기존 노조운동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디딤돌이 아닐까 한다.

이후

몇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토론회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새로운 노동자운동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빈곤과 불안정화에 내몰리는 이들은 확실히 90년대를 거치면서 제도화된 노동자운동과는 다른 결에서 새로운 운동으로 출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에 대한 화답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임은 모두 아는 바이다. 토론회 주최단위에서 밝힌 바처럼 아직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운동의 새로운 전망이 무엇인가라는 바에 대해서 이제 겨우 기본적인 원칙과 문제의식이 제출되고 있는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함에도 불구하고 토론회에 참가자 수에서 확인된 운동의 혁신과 연대의 열망을 이어가는 것이 거듭된 대의원 대회의 우울한 풍경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실마리가 아닐까 한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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