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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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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남북관계를 통해 바라보는 한·미 동맹의 위선과 기만

이소형 | 정책부장
지난 10월 4일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문'(이하 10.4 남북 정상선언)이 발표된 이후, 11월 14일~16일에는 남북총리회담이 진행되었고, 11월 27일~29일까지 남북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었다. 선언문의 제 5항인 "경협사업의 활성화 방안"은 총리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지대 추진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와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구성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마련하여, 개성공단의 3통 문제(통신, 통행, 통관)해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위한 세부사업, 해주경제특구와 직항로 문제 등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였고, 이제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있다. 특히 총리회담에서는 산하에 각 분야별 전담기구를 마련하고 남북총리회담·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6개월마다 정례화하기로 합의하였다.
한편 남북 경협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남북국방장관회담은 NLL(북방한계선)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서해안 공동어로수로구역은 설정되지 못하여 이후 장성급회담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남과 북은 국방장관회담 직후 이루어진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의 청와대 방문을 통해, '10.4 남북정상선언'이 "기대수준 이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하였다.

'10.4 남북정상선언'은 남북통일의 새로운 이정표?

지난 10월 제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11월에 진행된 총리급회담과 국방장관회담, 그리고 이례적인 조선노동당 고위간부의 청와대 방문은 남북관계의 급변을 상징하는 사건들이었다. 이렇듯 '10.4 남북정상선언'은 향후 남북관계를 추동해가는 하나의 이정표로서 의미심장한 변화들을 예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월, '10.4 남북정상선언'이 발표된 직후, 통일운동진영은 이번 선언문이 2000년 6.15선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환영하면서도 획기적인 통일 방안이나 통일기구구성계획이 담겨있지 않은 점에 대해 문제제기 했었다. 사실 '10.4 남북정상선언' 중 가장 두드러진 '진전사항'은 바로 제5항, "경협사업의 활성화 방안"이었다. 2000년 이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같은 실험적 차원의 경협을 뛰어넘어, 남한 정부차원에서의 중장기적인 '남북 경제통합구상'의 의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동안 남한의 대북지원 및 경협사업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핵보유선언, 핵실험으로 이어져 온 강도 높은 긴장의 국면마다 중단되거나 아주 미약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10.4 남북정상회담에서는 2007년 이후 7년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벌어졌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뛰어넘을 만큼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사업 구상들이 다루어 졌다.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남북 정상이 두 번째로 만나 분단 57년의 역사를 종식시키자는 합의가 이루어지는 마당에, 남과 북의 군사적 대치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의 문제에 앞서 경협의 실효성과 수익성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양상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상회담 직후, 부시는 노무현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한미정상회담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고 치하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곧 '10.4 남북정상선언'은 한미동맹의 우위가 관철되는 하에서 남한이 주도하는 경제통합을 목표하고 있으며, 미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성은 곧 남북관계 진전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못 박고자 했던 것이다. 이렇듯이 통일운동진영의 지적과 다르게 '10.4 남북정상선언'은 오히려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남한이 주도하는 '경제통합'을 '통일'의 윤곽으로 제시하는 하나의 이정표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항구적인 평화체제"는 다가오고 있는가

지난 9월 말, 6자회담 '2.13 합의'의 2단계 조치가 합의되고, 부시가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약속하는 등 현재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분명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근거로 들어, 미국이 쉽게 뒤집기 어려운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따라서 북미간의 평화협정체결에 있어 반미자주통일의 전략적 목표가 관철될 수 있는 "올바른 평화협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호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2006년 초에 알려진 '젤리코 보고서'는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과감한 접근법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그치지 말고 곧 이어 동북아 냉전구조를 해체하자."라고 주장하며 북한의 핵폐기 이외에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에너지 및 경제지원, 북미관계정상화, 평화협정체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한 올해 4월에 발표된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프레임워크'(대서양위원회, Atlantic Council)는 미국의 초당적 한반도 전문가그룹이 제출한 보고서로서 2008년까지 북·미관계 정상화를 촉구하고 현행 한반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등 '5대 평화체제' ( 비핵화 협정 정전협정을 대체할 남·북·미·중 4자 협정 북·미 협정 군사적 신뢰구축 및 병력 재배치와 관련한 남·북·미 3자 협정 동북아 안보협력기구 창설 관련 6자(남·북·미·중·일본·러시아) 협정)를 꾸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한미동맹의 차원에서는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SPI)를 통해 남북관계를 화해협력단계(2005~2010년)와 평화공존단계(2011~2025년)로 나누고 평화공존단계에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도단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단계를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알려진 '한반도 평화협정체결'의 흐름은 작년 11월 하노이와 올해 9월 시드니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가 직접 언급한 북핵 폐기 후 평화협정 체결 약속, 그리고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현 정전체제 종식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또는 4자가 종전을 선언한다는 약속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미국은 북-미간의 일정한 협상 틀을 통해 한반도의 분단형태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움직임이 한반도의 '평화체제구축'이라는 이름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존하는 북한 핵무기의 '불능화'와 핵폐기 협상이 완료되는 것을 전제로 미국은 북한이 요구해온 일정 수준의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남한은 경제지원과 대북투자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구상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것이 2008년까지 무사히(?) 실현될 수 있을 지의 여부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실현가능성을 따지기에 앞서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항구적인 평화'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물론 '한반도 평화협정'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나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또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협정문'과 마찬가지로 정세의 급변이나 돌발변수들로 인해 얼마든지 한 장의 휴지조각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에는 한국전쟁의 종식과 남과 북의 군사적 대치의 해소, 서해안의 북방한계선과 같은 영토문제 정리, 그리고 유엔사와 주둔미군의 존재에 대한 정치적 타결이라는 상당히 역사적인 변화를 꾀하는 의제들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미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아마도 한반도의 군사 안보적 차원의 총체적인 패러다임을 '평화협정' 체결 이전과는 질적으로 확연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가? '북한의 핵폐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미국의 '가시적인 목적'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북의 핵 폐기에 대한 사후적인 약속이라는 점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미국의 궁극적 목적을 온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이외에 이전과 다른 '새로운 목적'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는 미국의 목적이 한반도의 자주적인 통일과 남북 사이의 적극적인 군축을 통한 평화정착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가차 없이 추진되는 한·미 군사동맹의 침략적 재편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을 약속하고 있는 지난 11월, 서울에서는 '제 39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가 방한하여 한·미 군사동맹의 현안들을 총체적으로 합의한 자리였다. 한·미간의 합의문은 범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 서로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며, 이와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의 지속적인 개발과 확산의 위험을 공동으로 인식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 주둔을 포함한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를 지속적으로 보장해주고,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재배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1), 전략적 유연성 등 동맹 현안을 보다 강화할 것을 약속하였다.
한편 11월 13일에는 주한미군의 동북아 신속 기동군으로의 전환과 주한미군의 한반도 영구주둔을 상징하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자축하는 기공식이 열렸다. 이주단지로 쫓겨난 대추리 주민들의 눈물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은 화려한 폭죽을 터트리며 기어코 기지 확장 공사를 시작하고 있다. 또한 파주 오현리 주민들은 한·미 합동 훈련장을 위한 무건리 훈련장 확장으로 인해, 이주통보를 받은 상황이며, 11월 30일까지 이주합의에 응하라는 국방부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한·미 군사동맹의 침략적 강화는 미·일동맹의 세계화에 편입하는 다양한 군사시스템의 변화, 즉 MD체계 편입, 이지스함·조기경보기 도입, 한·미 연합 훈련체계개편 등을 통해 매우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다.
6자회담의 참가국들과 북·미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예비하고 있다는 이 시점에서 분단 57년의 군사적 긴장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온 한·미 군사동맹의 침략적 성격은 오히려 보다 공고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의 나열만으로도 우리는 미국주도의 '평화협정'이 분단의 외형적 형태의 변화를 보장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상식적인 의미에서 '평화'를 구현하는 군사적 긴장의 해소를 보장해주지는 못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소위 '평화체제'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패권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강력하게 관철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협정' 및 '평화체제'는 미국의 범세계적인 대(對)테러동맹에 편입하는 '한·미동맹의 침략적 재편'을 전제하고 있으며, 소위 '역사적'이라 일컬어지는 최근 남북관계의 구조적 변화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을 보다 용이하게 관철시키기 위한 한-미동맹의 위선과 기만을 상징한다.

'당근과 채찍 전략'의 반복

미국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대북전략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에 대한 완전한 제거"와 "비용과 위험을 최소화하는 북한의 체제붕괴"를 동시에 추진하고자 했던 클린턴 시절의 '페리프로세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노무현은 10월 4일 도라산 역에 도착하여 "북핵문제 해결의 '타작마당'은 따로 있는데 나더러 또 '타작마당'을 벌이라는 것은 부담스럽다."라고 발언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군사, 안보적인 문제는 철저히 미국의 권한 아래 종속되고, 남한은 대북지원과 경협사업을 통해 북한의 체제변화를 추동한다는 지난 시기 클린턴의 대북포용정책 -김대중의 햇볕정책의 소위 '역할분담론'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북·미 평화협정 체결의 흐름'은 부시행정부 버전의 '페리프로세스'의 자장을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페리프로세스'는 협상을 하나의 경로로 상정하고는 있지만 군사력 증강을 협상의 후순위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Two-Path Strategy)한다는 것이 핵심이었으며, 결국 당시 클린턴이 북·미 협상 의제에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추가함으로서 그 이후 10년 동안 한반도의 위기가 훨씬 더 고조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10.4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잇따른 후속조치들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전'인지, 아니면 미국의 패권전략 아래에서 추진되고 있는 하나의 '역할 분담'을 남한정부가 성실히 수행한 것에 불과했는지, 상황을 보다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미 군사동맹 해체, 남과 북의 조건 없는 군축만이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이다

운동진영에서는 이러한 미국 주도의 거짓 '평화체제'가 도래할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평화협정에 '주한미군 철수'의 내용을 분명히 담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과는 정반대의 흐름으로 가고 있는 한·미동맹의 침략적 재편에 반대하며, 기만적인 전시작통권 환수와 유엔사 강화를 규탄하는 대중투쟁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항구적인 한반도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수단으로써 '평화협정'을 활용하고 있는 오늘날, 미국의 기만적 술수를 폭로하고, 한·미 군사동맹을 전면적으로 거부해나가는 남북한 민중들의 반전반미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소위 '개혁'과 '진보'의 탈을 쓰고 '햇볕정책'을 계승하면서, 북한에 대한 남한 주도의 경제통합을 '사실상의 통일'로 간주하려는 남한의 지배세력들의 위선과 기만에 대해서도 단호히 비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남북 민중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면, 남과 북의 정상이 두 번째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 패권의 우산을 북에게 강요하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화해를 오히려 단호하게 비판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실리적 이해만을 추구하는 남과 북의 대화채널로는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 통일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그러한 기만적인 남북한의 '통일'의 구상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반미반전평화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운동에게 일말의 유리한 조건도 제공해주지 못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제대로 된 평화협정'에 대한 미망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한·미 군사동맹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는 남과 북의 조건 없는 평화군축의 행동, 바로 그것으로부터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1)2012년 작전통제권 전환은 한반도 전쟁억제 및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추진될 것을 보장하였고,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테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통해 수립될 새로운 한국주도-미국지원의 지휘관계에 기초한 새로운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고 확고한 준비태세 유지를 위한 연합연습계획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는 원칙을 천명하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주제어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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