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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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더 풍성해지는 『사회운동』이 되길 바라며

강소연 | 회원, 고교 교사
50%에 육박한 국민들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이명박과 인수위를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세력들은 말 그대로 거칠 것이 없는 듯 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민중의 삶을 더욱 파탄으로 몰고 갈 신자유주의 정책을 ‘펑펑’ 쏟아내고 있다. 이미 실패한 신자유주의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민중들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차기정부의 불도저식 실용주의 노선을 지켜보고 있으니 박정희 개발 독재 정권이 되살아난 듯 손에 땀이 쥐어진다.
공기업 민영화, 공무원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 불안정노동의 확산, 한반도 대운하 사업 등.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멀리가지 않아도 나의 일터에서부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달에 다녀왔던 신임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속 교육청 연수에서 이제 막 청년실업에서 운 좋게도 빠져나온 교사들에게 교육장은 앞으로는 수시로 교원을 평가하여 퇴출할 것이므로 정년보장은 불가하다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무한 경쟁만이 공교육이 살길이라면서. 아마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 노동자들 모두 현재 이런 조건과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당선이 확정된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서 2007년 11․12월 합본 호 사회 운동을 다시 꺼내 읽어 보았다. 그 안에 담긴 정세 분석과 전망을 통해 우리가 어떤 현실과 조건에 놓여있고, 무엇을 해야 했으며, 앞으로 우리가 채워가야 할 ‘사회 운동’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할 지 생각해 보게 된다.

[특집] 대선, 그 쟁점과 과제 : 정확한 분석, 그러나 대선 시기를 무엇으로 채워나가야 했는가

무엇보다 이번 합본호의 하이라이트는 [특집]이 아니었을까. 상시적으로 정세에 대한 진단을 함께 내릴 수 있는 동지들이 부재하고 정보가 유통되지 못하는 운동의 불모지에 살아가고 있는 회원들에게 ‘사회 운동’은 이를 채워 줄 수 있는 소중한 매체이다. 특히 과반수는 한나라당 지지자이고 전교조 분회원이거나 그나마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대다수가 문국현 후보가 그나마 낫다고 이야기하는 일터에서 살아가다보니 대선에 대한 올곧은 분석과 입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단 한명의 동지가 절실하다. 그 역할을 ‘사회운동’이 해준 셈이다.
과반수의 지지율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인 바 박하순 공동위원장은 「대선, 그러나 저들이 한국 경제를 구원할 수 있는가」에서 어떤 정부가 집권한다 할지라도 경제 살리기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및 금융 세계화 정책을 지속시키는 한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은 자본주의 체제의 이윤율 저하에 따른 구조적인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적인 장기불황 속에서 최근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만들고 있는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영향과 환율 위기의 가능성의 증대, 짧아지는 경기순환 조건에서 한국경제가 점점 더 금융세계화에 종속된다면 경기후퇴와 이명박 정부의 집권 시기가 맞물려 이명박 정부의 본질이 금세 드러날 것이라 예측한다. 실제로 연초부터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발 금융위기에 따라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게 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부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지지 기반인 만큼 대중들의 지지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일국적, 지역적 생산관계의 재편을 내포하는 대안 세계화 운동’으로 이탈하는 대중들을 조직하기 위한 방도는 무엇일까. ‘1․26 세계 행동의 날’을 치룬 지금 같은 날짜에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대안 세계화를 지향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도 의미는 있을 것이나 그것을 넘어서 일국적, 지역적 생산관계를 재편해 낸다는 대안 세계화 운동의 실체는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열심히 조직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민노총 깃발은 펄럭이되 소속 조합원들은 집회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2007년 대선의 정치지형과 우리의 태세」에서의 공성식 정책부장의 분석을 떠올려본다.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요구들이 방어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거나 개량적 요구에 머무르고 있고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파괴적인 효과에 대한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비판과 대안적인 요구를 중심으로 한 대중운동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본의 공세적이고 노골적인 요구가 대중들의 성장에 대한 환상을 자극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더구나 노동의 유연성 확대에 따른 노동자 내부의 분할과 경쟁의 심화, 이러한 변화된 조건에서의 노동자 계급의 통일성을 형성하는 데 실패한 기존 노동자 운동과 조직의 위기는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30p)


특히 나와 같은 공공부문 노동자의 경우, 아래와 같은 분석에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은 정부와 공공부문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대중들이 공공부문 노동자나 공무원들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등에 업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운동을 이기주의 세력으로 밀어붙이고 이후 노동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는 교두보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보편적 연대지향성이 쇠퇴하고 자기중심적 실리주의가 강화되어 온 노동운동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33p)


그러나 대안적인 운동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그가 지적하듯 단순한 지배정치의 위기에 대한 외부적인 비판,즉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를 조직하거나 외면하는 전략과 지배정치의 위기에 대한 실용적 대응은 오히려 대중의 탈정치와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가 발문하듯 야만인가, 아니면 대안 세계화인가의 갈림길에서 나는, 그리고 교사들은 어떤 운동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일까.

이번 [특집]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분석은 명확하지만 ‘대선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에 대한 내용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밝혀내고 문국현 후보의 명확한 한계를 이야기하고 설득해 낼 수 있지만,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판단이 명확했다면 그 시기 동안 난 무엇을 하자고 했어야 했을까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동료교사들과 이야기했을 때 ‘그럼 뽑을 사람이 없는데, 투표하지 말라는 거냐’는 질문에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감히 추측해 보건데 11,12월 호가 합본호가 나오는 것도, 합본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운동의 두께가 얇았던 것은 대선을 분석하는 것 이외에 모든 쟁점들이 대선으로 먹혀들어가는 기간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해야했는가에 대해 밝히지 못한 탓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이것은 채워나갈 내용들을 만들어 내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 비판 : 사회서비스 시장화의 본질, 그리고 여성권에 대한 문제의식

또 한 가지 이번 호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기획 연재]의 첫 번째로 제시된 [재생산의 위기와 사회서비스 확충전략,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였다. 일단은 현재의 복지 정책이 실제 그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고 시장의 요구에 따라 얼마나 기만적으로 재편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함께 앞으로 사회서비스가 어떤 방향에서 형성되고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 및 방향 제시가 되어 있어 좋았다. [특집]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정세에 대한 분석이었다면, [기획 연재]는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현실과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를 짚어가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생들에게 사회 문화라는 과목을 가르치면서 ‘생산적 복지’ ‘근로 연계 복지’ ‘사회투자국가론’ 등을 ‘대세’로 기술하고 있는 교과서에 대한 답답함이 많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어떤 사례를 들며 지금 복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어야 할 지 답을 얻은 것이 많다. (첨언이지만 요즘 교과서를 보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세론을 담거나 앞으로 건강보험 폐지하고 미국식 민간 보험 제도를 도입해야 된다고 노골적으로 기술하는 등 문제가 많다. 뭐 언제 안 그랬는가 만은) 그리고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인식 없이, 여성권에 대한 고민 없이 사회 서비스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 또한 정말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회 운동과 함께 숨쉬는 ‘사회 운동’이 되기를..

2008년의 시작, 이명박 정권의 시작이 될 이 시기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마음에 다지게 된다. 내가 속한 공간에서 나는 어떤 운동을 만들게 될까... 문득 독자평을 쓰게 되면서, 사회 운동은 어떤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회운동을 받아 펼쳐볼 때 또 어디서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있을까? 어느 곳에서 사회 운동의 입장과 관점을 접하며 자신의 운동 공간에서 녹여내고 있을까? 직업 활동가 또는 운동 단체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보는 책을 넘어 ‘사회 운동’이 대중 운동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곳곳에 사회 운동 읽기 모임이 만들어지고 입장을 실천으로 만들어가는 대중 운동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다시 사회 운동으로 피드백(feedback)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2008년 한 해는 사회 운동이 곳곳에서 많은 활동가들에게 소중한 ‘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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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동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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