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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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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발관련 정세전망

모두를 위한 주거권? 그들만의 개발광풍이 몰려온다

이원호 |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강남 재건축 '이명박 효과' 강타", "이명박 당선 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하루 세 1~2천만 원 상승, 최고 5천만 원까지 상승", "MB시대 재개발, 재건축 규제 풀린다.", "규제 위주에서 시장주의로, 수요억제에서 공급확대로, 신도시 조성에서 도심개발로".
(대선이후 주거, 부동산 관련 언론 기사)




건설재벌 출신 이명박의 당선은 정권이 출범하기 전임에도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747'로 대표되는 '경제성장' 담론을 기치로 당선된 정권이기에,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경제성장(숫자 올리기)효과 내기에 주력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숫자 올리기 식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의 핵심은 단기경기부양의 대표적 정책인 건설,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개발연대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투기시대의 개막

이미 점령군의 자세를 취한 인수위는 '투기시대 개막'이라는 현판을 걸듯, 인수위 출범 간판을 걸자마자 각종 부동산'투기' 부양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시행 시기만을 저울질 할뿐인 이명박 정권의 주요 주거정책은 양도세 완화, 종부세 감면 등 부동산 세제 개편 용적률 상향 조정 및 각종 규제 완화(층고제한, 소형 의무건립 비율 완화 등)를 통한 재건축, 재개발 전면 확대로 도심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집부자를 위한 종부세, 양도세의 완화 움직임(현행 종부세 대상자는 전체가구의 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세금폭탄 운운하며, 0.4%의 가구만 내도록 완화하려 한다.)은 벌써부터 투기적 수요를 부추기며 강남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보유세의 일종일 종부세와 개발 이익환수장치의 하나인 양도세의 후퇴는 토지의 소유·처분 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정권차원으로 보장해주겠다는 것으로, 심각한 투기공화국으로의 진입을 예고하고 있으며, 2% 부자들을 위해 감면된 조세는 월급생활자들의 지갑에서 걷어 들이게 될 것이 자명하다.

모두를 위한 주거권 포기선언

특히 이명박 시대에 몰아칠 각종 개발정책(재개발 재건축 규제완화, 수도권 규제 완화, 한반도 대운하 등)이 몰고 올 광풍은 집 없는 세입자들은 물론, 영세 가옥주,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무허가 건축물 거주민들의 주거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핵심 사업이 청계천개발과 뉴타운개발로 특징지어졌던 것처럼, 대통령이 된 그는 운하축을 중심으로 한 개발과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등의 도심 재정비사업을 야심차게 밀어붙일 태세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짓게 하겠다."(곽승준 인수위 전문위원)로 표현되는 이러한 개발프로젝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반면, 투기 억제나 개발이익 환수, 도심기반시설 등 사회 공공서비스 문제, 개발에 쓸려나갈 주거약자들에 대한 대책은 불분명하기만 하다. 이는 그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곳에, '그들'만의 개발을 하겠다."는 '모두를 위한 주거권 포기 선언'에 가깝다 하겠다.

개발에 의존한 공급정책의 극단

서울에서 현재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327곳에 달한다. 그야말로 서울전체가 재개발 중 이라 해도 틀리지 않은 상황에서, 도심 용적률을 10%이상 상향(벌써 건설부동산업계는 20%상향을 요구하고 있다.)하여 강남 재건축, 강북 재개발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
'투기의 태풍의 눈'인 강남 재건축이 집값 상승을 자극해 전체 시장에 줄 영향이 크기에 집권초기에 재건축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그러나 역시 시기만을 저울질 할 뿐이다.), 강북권 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 정책이 펼쳐져,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아 추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당 지역 집값 상승과 재개발에 따른 철거로 인한 저렴한 주택 감소로 주변지역의 전세 값 상승마저 초래하여, 집 없는 이들을 더욱 갈 곳 없게 만들 것이다.
용적률 상향이나 층고제한 완화로 도심공급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가뜩이나 심각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과밀화와 교통, 환경 등에서 취약한 주거 빈곤층의 공공서비스는 더욱 후퇴될 것이다.
때문에 개발에 의존한 공급위주의 주택정책이 아닌, 살만한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 중심의 주거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세제 강화로 기존의 다주택 소유자들의 주택을 시장에 매각하도록 하는 것(3주택 이상 보유자가 2채를 남겨두고 나머지 만 처분해도 판교신도시 6개의 공급이 발생)이 더 효율적 이다. 물론 이는 현재와 같은 공급확대의 기조에서는 요원하기만 것이 현실이다.

'그들'만의 동네를 위해, 우리의 동네에서 밀려나는 사람들

개발사업의 본래취지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개선하여, 근본인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자는 것인데, 이미 이러한 취지는 상실되고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어, 개발사업자의 개발이익 실현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채 중·대형 분양아파트 중심의 개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뉴타운 원주민 재 정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에서도 드러나 듯, 동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세입자들이나 영세 가옥주와 같은 주거빈곤층은 개발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 도시외곽의 지하셋방, 심지어 무허가 건축물이나 비닐하우스촌과 같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떠밀리고 만다. 게다가 그 방식은 대단히 폭력적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필요한 개발 사업 일지라도 세입자를 비롯한 주거약자들의 참여와 정보제공, 그리고 소득에 따라 차등화 된 중소형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이 이런데도 앞으로 개발사업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 벌써부터 소형평형 임대주택의 의무비율 완화까지 일컬어지고 있으니, 이러한 개발로 늘어난 주택은 이미 집을 가진 부유층의 투기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1990년 이후 서울시의 신규주택의 50%는 유주택자의 투기수요로 충당되었다.) 결국 이러한 공급확대가 무주택 빈곤층에게 돌아가기를 바라기 어렵다는 것이며, '그들'만의 동네를 위해, 우리의 동네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거복지 후퇴? 시장 강화의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유지, 확대

물론 주거 위기에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개량지원이나 전세자금대출, 최저주거기준미달가구에 대한 기존의 주거복지 프로그램들이 쉽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실 후퇴할 만큼의 주거복지정책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주거급여의 개별화와 확대, 임대료 보조제도(바우처라는 쿠폰지급의 시장자유주의적 복지제도)등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신자유주의적 개발이 몰고 올 빈곤의 극심화에 대한 관리차원, 즉 바닥 생존의 선에서만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으로 관리하는 것에 머무를 것이다. 게다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시장 강화의 자유주의 복지프로그램을 쏟아내며 정권의 정당성 확보의 수단으로 이용할 우려마저도 있다.
이러한 주거복지 프로그램들이, 무분별한 개발의 광풍에 밀려나는 이들의 주거권 문제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집 고쳐주고 철거해 버리는, 그야말로, 근본적인 '정책'이 아닌, 시혜적 '프로그램'이자 개발로 밀려나는 주체들을 개별화하여 대상화하고, 때로는 이용하는 것에 머물 뿐이다.

왜곡된 시장으로 빨려드는 주거권

더욱이 이명박 정권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와 연말에 통과된 막개발법인 '연안권 개발' 등 생태와 주거권을 침해하는 각종 개발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핑계를 업고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대운하 포클레인의 굉음을 앞세운 정부와 건설재벌, 지자체와 지역 토호세력들의 개발연대 방식은, 개발주의 정권이 원하는 단기경기부양으로 반짝 경기 상승을 가져와 국민들의 체감을 좋게 하는 '모르핀 효과'를 자져올 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더욱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출범 전부터 쏟아낸 이명박 정권의 불행을 예견하는 이러한 개발정책과 주택정책은, 여론수렴과정 없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기에 더욱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게다가 높은 지지율이라는 정치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정주개념의 주거가 아닌, 상품으로서의 주택이라는 시장논리를 극단으로 밀고 갈 것이 예견된다. 그러나 시장주의자들인 그들이 보기에는 효율성 있고, 깨끗한 시장일지 몰라도, 그 시장은 이미 건설 자본, 금융자본, 대단위 토지소유주에게 유리하게 구성된 그들만의 시장일 뿐이다.
결국 다가올 개발 광풍은, 인간을 위한 개발, 모두를 위한 주거권이 아닌, '그들'을 위한 개발, '그들'만을 위한 재산증식으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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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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