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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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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격용헬기 구매를 즉각 중단하라!

홍근수 | 운영위원, 향린교회 담임목사
<font color="##003366">※편집자주: 2001년 2월 13일(화) 오후 12시 국방부 앞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주최로 가졌던 공격용헬기 도입 즉각중단촉구 집회에서 행한 연설문입니다. </font>

<b>여기 민족화해와 평화의 목소리</b>

오늘 우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단독으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전북 평통사도 오고 이화여대생들 등이 왔습니다만, 그래도 숫자는 적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보이는 수량에 관심갖는 데 익숙해졌고 심지어 시위나 집회도 그 곳에 참석한 인원숫자에 따라 평가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가시적인 그런 형태가 반드시 그 중요성이나 성공, 실패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오늘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숫자는 적지만, 2조1천억원짜리의 문제에 관심갖는 비중있는 모임입니다. 요즘 우리는 단위가 높아져서 보통 수억을 말하다 보니까 2조1천억원이라고 하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지금 이 정부가 '공격용헬기 구매계획'을 발표한 이래로 처음으로 우리 평통사 동지들이 이 문제와 관련하여 민족화해의 소리, 평화의 소리, 나아가서 도덕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b>한국에서는 효력도 없다는 공격용헬기</b>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공격용헬기 구매계획을 즉각 전면중단할 것'을 요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국방부는 2조1천억 규모의 예산으로 한두 대도 아닌 36대의 공격용헬기(AH-X)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이렇게 갑자기 모였습니다.

게다가 공격용헬기 도입결정 배후에 작용하고 있는 이 정부당국의 정책수립근거와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더욱 더 충격을 금치 못합니다. 우리는 서너 가지 이유로 공격용헬기 구입계획 발표를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그러므로 당국은 이를 즉각, 전면취소할 것을 엄중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첫째, 문제의 공격용헬기가 과연 한국에 필요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처럼 산악이 많은 곳에서는 그 효력이 매우 의심스럽다'는 기술적인 평가에 대하여 만족할 만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같은 데서는 필요없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싼, 그러나 불필요한 헬기구입을 밀어붙이기로 했다는 것은, 한 두 푼도 아닌 2조1천억원이란 엄청난 천문학적 돈으로 그런 불필요한 헬기를 구입한다는 것은 책임있는 당국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나라와 지형이 비슷한 유고의 코소보 전에서 이미 실증된 바 있습니다.

지난 1999년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은 유고 코소보 전투에서 공격용헬기인 아파치헬기 대대를 배치했으면서도 실제 전투에는 참가시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휴즈 쉘턴 미합참의장에 의하면 "(전투참가)이익이 결코 예상위험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북한을 겨냥하게 될 이 헬기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방공망과 수많은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정말 무용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공격용헬기 자체의 결함이 이미 드러나 있기 때문에, 미군당국은 이미 보유 중인 742대의 아파치헬기에 대한 전면 운항금지 조처를 내렸다는 것입니다. 그런 결함이 있어 미국이 운항금지 조치를 취한 헬기들을 우리가 나서서 사겠다니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b>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한 헬기구매계획</b>

둘째,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용헬기 구입계획이 북한군의 기갑전력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에 근거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강력하게 공격용 헬기구입 계획을 반대합니다. 지금 국방부 당국이 공격용헬기의 도입 명분으로, 현재 남한이 보유한 전차 2,250대에 비해 북한은 3,800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어 그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남한 전차는 15% 늘어난 반면 북한은 아무런 변동이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북한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전차들은 25년 수명이 지난 고철덩어리여서 실상 남북의 탱크전력비교는 25(남한보유 탱크: 1,027대) 대 1(북한 보유 탱크: 41대)이라는 게 오히려 더 진실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남한이 보유한 전차는 K-1형 전차로서 이는 북한의 그것보다 절대적으로 우세하여 만일 남북간에 기갑전이 발생할 경우 수에 관계없이 상대 기갑전투력을 완전히 괴멸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지요?

절대 군사력이 우세한 남한이 고철덩어리로 무장하고 있다는 북한 탱크를 대항하기 위하여 또 그 비싼 헬기를 구입하여야 한단 말입니까? 이것은 난쟁이를 이기기 위해 거인이 추가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같이 모순되는 말입니다. 혹시 이 맞은 편에 보이는 '전쟁기념관' 전시용으로 필요하다면 1대만 필요할 뿐입니다. 만일 사정이 그렇다면, 설령 남북간의 전쟁방지론을 말하더라도 정말 공격용헬기 도입은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공격용헬기의 구매계획은 한반도의 평화에 역행하고 남북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킵니다. 결과적으로 남북간의 전쟁 긴장을 높이며 급기야는 전쟁 촉발의 위험한 불장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엄중히 반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b>국가보안법 철폐! 공격용헬기 도입반대!</b>

지금 김대중 정부는 작년 6월에 소위 6.15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하였습니다. 그리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너무나 명백히 모순된,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공격용헬기 도입과 함께 북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성태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증언한 바는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군사적으로 여전히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단정하고 있으며 "북한이 대남 군사전략을 명백히 수정하지 않는 한 주적개념 변경은 적절치 않다(한겨레(2001.2.13)"고 말합니다.

도대체 이것이 정부 당국자의 말이라 할 수 있습니까? 우리 정부 당국은 표면적으로 6.15 남북공동성명을 민족 통일을 위한 대결단이고 대진전이라고 하면서, 또 남북간 교류협력 등 온갖 것을 증진시킨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을 우리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보안법의 존치와 함께 수치입니다. 이번 공격용헬기의 구매계획 결정으로 우리는 이 사실을 단적으로 알게된 것입니다.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해놓고 그가 서울에 오면 체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천하의 반민족, 반민주, 반인권악법인 국가보안법, 뿐만 아니라 그것은 반통일악법인데 그것을 그대로 둔 채 6.15를 논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방문을 동시에 말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북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북을 겨냥하여 공격용헬기를 36대를 구입하자는 것은 한반도 남북간의 화해, 평화, 통일을 겨냥하여 공격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대로는 김정일 위원장을 방문하게 할 수 없습니다.


<b>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을 되살려</b>

공격용헬기 도입은 6.15 남북공동성명에 대한 명백한 공격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즉각, 전면취소하고 북에 대해 사과하며 다시 전적으로 6.15 정신에 맞도록 되살리는 정책들을 총체적으로 수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남북을 막론하고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여 정부 당국자는 공격용헬기를 미국으로부터 구입하려는 계획을 즉각, 전면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주제어
평화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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