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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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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10주년 기념토론회, ‘세계경제위기와 남한민중운동의 전망’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과 실천의 합의를 모아

김용욱 | 민중언론 참세상
2009년 12월 7일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사회진보연대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경제위기와 남한 민중운동의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120여 명이 모인 이날 토론회는 박하순 공동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고, 이현대 공동운영위원장이 주발표자로 나섰다. 또한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기획국장, 김태연 노동전선 정책선전위원장, 전원배 경기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이 지정토론에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제위기 속에서 어떻게 공동의 투쟁전선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논의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운동의 전략에 대한 평가, 연대연합에 대한 입장 등이 화제로 떠올랐다. 또한 좌파 운동진영의 실천적인 모색을 위한 모임을 즉석에서 제안하고 이후 공동의 실천을 공감하기도 해 현 정세의 긴박감을 보여주었다.

이현대, “신자유주의 대응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다”

주발표에 나선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피할 수 없는 세계 대불황과 만성적 불황이후 불어 닥친 남한 경제의 위기를 설명하고 신자유주의에 맞선 남한 민중운동의 한계와 과제를 밝혔다(이현대 위원장의 발표문에 관해서는 『사회운동』 2008년 11-12월호에 실린 「세계 경제위기와 한국 민중운동의 과제」를 참고하시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IMF시기 남한 민중운동의 대응에 대해 “세계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반격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1998년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노사정 사회협약을 통해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법제화에 합의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이후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지속적인 패퇴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남한 민중운동의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응은 초기부터 오류와 한계를 노정했다”면서 다섯 가지 오류와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첫째 “자본시장 개방, 외환 자유화, 외국인 소유제한 완화 폐지, 금융 선진화 등 남한사회의 경제구조의 전면 재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중운동을 조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IMF 경제위기와 함께 남한 민중운동의 적나라한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공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운동진영이 정권과 자본의 경제위기와 고통분담’이데올로기에 압도당했다”고 평가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특히 비정규직 운동을 어떤 관점으로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적인 평가를 하고자 한다고 전제하며 이날 토론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을 던지기도 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향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축소와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 경제투쟁의 중요성에 착목하면서도 경제투쟁의 양적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의 형성과 단결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투쟁의 요구를 마련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정규직 철폐’를 당면 목표로 사고하고 ‘정규직화 쟁취’를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평가했다. 또한 “당면 현실에서 ‘정규직화 쟁취’를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순간 해당 정세와 운동의 주체적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개별 사업장에서 ‘정규직화’를 관철해야 하는 모순에 부딪힌다”고 주장했다. 결국 될 때까지 투쟁하고 승리하지 못하면 조직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당장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일부 사업장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화될 수 없기에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작은 경제투쟁의 성과라도 노동자운동 전체 차원에서나 해당 노조의 차원에서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의 확대와 강화, 의식화 조직화를 통한 운동의 주체형성이라는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는지가 관건적”이라고 덧붙였다.
네 번째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제출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조건 개악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후퇴하다가 정작 주5일제 법제화를 앞두고 주 5일제 시행과 맞바꾸어진 노동법 개악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공공성 투쟁이 의도했건 아니건 함축하고 있는 물, 에너지, 교통,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등 사회공공성의 확대, 강화를 통한 사회변혁이라는 관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사회공공성 개념은 공기업화(국유화)의 확대를 통한 반독점 사회화 이행전략의 차원과 공공부문의 방어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의 방어라는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고 전제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사회공공성 즉, 공공성/사회복지를 ‘이행의 전략’ 차원에서 접근(‘이행을 위한 이행’의 문제점)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공공성 투쟁에 대한 관점은 임금투쟁에 대한 관점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 임금투쟁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제한하기 위한 투쟁이지만 임금제도 자체의 혁파를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써만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이어 현 시기 대중투쟁 요구로 ▲노동자의 생존의 권리가 중요한가, 경제위기 주범인 재벌과 자산계층의 재산권이 중요한가를 제기하면서, ▲현재 위기를 심화시키는 금융선진화 계획 중단과 금융자본 통제 강화를 위한 요구를 전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공동투쟁과 실천을 위해 ▲노조운동의 전망 모색을 위한 공동의 논의를 시작하고, ▲민주노조운동의 분열을 막고, 노조운동의 재조직화를 위해 좌파적 정당운동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민생민주국민연합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김진억, “핵심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토론자로 나선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기획국장은 “발제문의 정세인식이나 운동과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동감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평가가 먼저 논의되었다.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철폐라는 전략적 목표가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지나치게 요구관철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 정규직에 의탁해서 실리적 비정규운동을 전개해 조직은 남았으나 새로운 주체형성은 실패한 역편향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억 국장은 경제위기에 맞서는 공동투쟁에 대해서 “경제위기에 대한 싸움에서 물리적 싸움 이전에 이데올로기 싸움이 중요하며 이 싸움에서 밀리면 해결책이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진억 국장은 또 “이미 현장은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며 “주요 요구 중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전가 반대를 넘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 하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경제위기 책임자 처벌 등 대중적 분노를 모으고 쟁취 가능한 요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적자금이 투여된 금융이나 기업에 대한 사회화를 요구하는 투쟁과 물 전기 가스 등 필수공공재에 대해서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확대할 수 있는 대중투쟁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김태연, “좌파 활동가 긴급토론회 개최를 제안”

김태연 노동전선 정책선전위원장 역시 “경제위기 진단에 동의하고, 토론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비정규직 운동 평가에 대해 “이전의 쟁점이던 비정규직 철폐냐 차별철폐냐 등의 쟁점은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핵심은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김태연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요구를 낮추고 단결을 꾀하자는 문제의식은 동의가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김태연 위원장은 발제문에 보론으로 실린 “쇄신된 이념, 변혁운동을 지향하는 대안세계화운동”에 주목했다며 “21세기 사회주의”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20세기 사회주의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전위당 운동의 폐해”를 지적하고 “노동자연합의 의한 실질적 통제”에 주목하는 점에서 “경제위기 하에서 당운동 좌파와 사회운동 좌파의 문제의식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정당운동이 통합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노동운동 분열의 결과가 당운동의 분열로 가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에서 “당운동이 노동운동의 분열을 통합시키자는 견해”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연 위원장은 경제불황 시기의 노동자 민중운동의 기본방향을 구호로 표현해보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구호는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가 깨지면 다 죽는다”, “해고는 더 이상 안 된다”, “공적자금을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적자금 수혈 받는 기업을 민주적 민중적 통제하에”, “파탄과 고통의 주범 신자유주의는 이제 그만” 등이다. 김태연 위원장은 특히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기업과 경제를 살렸는데 이제 더 이상 해고는 안 된다는 요구를 전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연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공동실천을 위해 좌파 활동가 긴급토론회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전원배, “중국의 계급투쟁이 한국에도 매우 큰 영향”

전원배 경기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는 경제위기의 원인과 전망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금융위기에서 실물위기로 전파된 것으로 본다면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운동 세력에게 “불가능에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미국발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 중국”인데, “중국의 계급투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한국에도 매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연대할 때 지구적 규모의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종권, “좌파단체들의 공동행동기구는 별도로 고민해야”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발제문에 다소 강한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나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종권 위원장은 “정규직화냐 차별철폐냐가 아니라 정세적, 실천적 기여라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하는 데서 필요한 자세”라고 주장하고 “더 나아가 계급적 단결을 도모할 실천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사회연대 전략 등의 문제에서 정규직 책임론 등의 공방이 있었다고 본다. 이런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공공성 문제에 대해서는 “반독점 국유화 이행전략에 대한 과잉의미 부여에 동의하지만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민중의 보편적 권리를 향한 투쟁의 의미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민주연합 비판에 대해서 “국민회의에서 거국내각을 입장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채택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초안이 검토됐으나 진보신당을 비롯한 참여자들의 문제제기로 누락되었다”고 밝혔다. 정종권 위원장은 또 “국민회의를 민주연합의 발상, 그것의 조직체로 사고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것은 좌파들의 고질적 고립주의를 반영한 것이며 좌파단체들의 공동행동기구는 그와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 공동대응의 필요성 공감해

이어서 객석과의 토론이 이어졌다. 윤애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도 비정규직 운동 평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윤애림 정책위원은 “비정규직 철폐를 전략적 과제로 내세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비정규직의 세세한 사항과 결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정규직화가 높은 수준이고 차별철폐가 낮은 수준이고, 그래서 낮은 수준으로 낮추면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애림 정책위원은 또 “중요한 것은 어떻게 노동통제, 분할, 초과착취에 대해 인식을 확보하고 공동투쟁을 해 낼 것인가”이라며, “민주노조운동이 갈등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관리하려고 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과 임금의 방어를 가지고 자기중심적, 실리적 대응을 하면 희망이 없기에 자기 단사 중심, 자기 기업 중심의 자본 살리기 위한 타협이 아니라 대안적 전망을 가지고 비정규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되고 정규직과 함께 투쟁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건준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정액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조건준 실장은 “정책임금 인상은 여러 주제 중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논의해봐야” 할 만큼 중요한 주제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고용 이데올로기가 “노동자 간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오히려 “임금구조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박준형 공공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 걱정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벌써 양보교섭이나 성과급 반납이 이야기기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투쟁 공동대응 이야기되지 않으면 후퇴 상황 만들어 질 것”이고, 이 공동투쟁은 “노조에서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 정치운동 공동요구 일치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형 국장은 “그렇지 않으면 개별 사업장에서는 양보교섭 횡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공동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 만드는 것이 핵심적”이라는 의견이었다.
발제와 토론 과정에서 많은 쟁점이 제기되면서 상호 토론시간이 다소 부족했다. 그러나 토론과정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사회운동, 정치운동이 공동요구로 일치된 투쟁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12월 둘째 주 간담회 등을 통해 민중운동이 경제위기에 대해 긴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공감하는 자리였다.
주제어
정치 경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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