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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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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 계획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 물 민영화

한지원 | 노동국장,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 사무국장
물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숨은 이해관계

예상대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대책의 맨 앞자리는 건설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이라 명명된 정부의 경제 위기 대책의 골자는 2012년까지 총 50조 원의 예산을 투자해 95만 6천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주요 사업은 14조 4천억 원이 배정된 4대강 살리기(사실은 대운하), 9조 6천억 원이 배정된 녹색교통망 확충 사업(사실은 고속철도 조기개통)으로, 대부분 건설 사업이다.
하지만 이 중 4대강 정비사업과 이와 연계된 사업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신규 사업은 거의 없다. 고속철 사업 등은 이미 계획된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4대강 정비 사업에는 14조 4천억 원이 배정되어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는다. 연계사업인 침수지역 정비 사업에 2조 5천억 원, 쓰레기청소에 2천억 원, 주변 녹화 사업에 8천억 원 등 3조 5천억 원이 더 배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1조 6천억 원이 배정되어 있는 댐 건설과 그 연계사업도 간접 연계되어 있다. 뒤에서 상술하겠지만 댐 건설은 4대강 정비 사업에 따른 상수원 이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결국 이래저래 합하면 4대강 정비 사업의 예산은 사실상 19조 5천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39%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로 이미 한 차례 곤욕을 치러 놓고도 이렇게 강 개발 사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시장 시절 청계천으로 한 번 재미를 보았기 때문일까? 미국 정부와 같은 신에너지 개발 보급 사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환경보존 사업이라고도 보기 힘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속내는 무엇일까?
이는 우선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 이후 새로운 이익 창출 대상을 찾고 있는 건설자본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10월 21일 8조 원이 소요되는 건설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는데, 주요 내용은 건설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부동산 투기 세력의 시장 이탈을 막는 것이었다. 건설경기부양책이 응급조치라면 4대강 정비 사업은 4년 치 사업 물량을 대주는 정부 차원의 중장기 지원이다. 이미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로도 이슈화된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의 부동산 투기 커넥션은 한국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부는 건설자본 발 경제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건설자본에 세금을 퍼주겠다는 태세다.
두 번째 이유는 4대강 정비 사업의 규모다. 대운하 논란시에도 불거졌지만, 4대강 정비 사업은 강 정비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부대 수익을 건설자본에 넘겨준다. 그 중 가장 큰 부대 수익은 바로 강 정비에 따른 상수원 이동 및 급수체계 조정 사업과 민영화된 상수도 사업 인수에서 발생한다. 상수원 이동으로 신규 수원지를 개발하게 되면 댐 건설을 비롯하여, 정수장 건설, 광역망 신설 등 중소 지역에도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규모 건설 사업들이 뒤따른다.
더군다나 정부는 이러한 급수체계 조정시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방상수도를 민간 기업(정부는 이를 전문기관이라 부른다)에 넘기도록 강요하고 있다.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 상수도 관련 정부 부처들은 현재 앞 다투어 지방상수도를 광역으로 묶어 민간기업에 위탁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4대강 정비 계획은 건설자본(혹은 물 관련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공사도 하고 상수도도 인수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인 셈이다. 그야말로 블루 골드(푸른색 금)를 얻는 일이다.
한편 4대강 정비 계획 논란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환경부는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는 대운하를 염두에 둔 상수원 이동 및 급수체계 조정 사업으로 의심되기에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업이 추진된 지역은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의 시작지로 선택한 안동 주변(포항권)과 나주 주변(목포권)이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대운하 건설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5월 지역당 3,000억 원 이상의 규모로 추진한 모든 지방상수도 통합운영(광역화) 시범사업이 2008년 12월에 확정된 4대강 정비 사업의 시작 지점 근처에서 시행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반복되는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대운하 논란 중에 추진되어 현재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방상수도 통합 운영 시범사업은 4대강 정비 사업 혹은 대운하 사업을 위한 상수원 이전 및 민영화 계획으로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계획 현황을 살펴보겠다.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계획 현황

환경부 “급수체계조정안”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상수도 광역화 계획은 2006년 12월 발표된 환경부의 <급수체계조정사업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환경부는 “54.2%(2004년 기준)에 불과한 전국 정수장의 평균 가동률을 제고하기 위해 장래 용수공급시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기존 시설을 활용하여 용수를 공급하고, 국내 수도사업자에 대한 권역별 연계 및 통합운영방안을 계획하여 대규모 수도사업자를 육성함으로서 수도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적인 급수체계조정사업을 계획하였다.
물 민영화 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물 산업 지원 정책과도 맥을 같이하는 환경부의 급수체계 조정안은 지원정책이 설정한 2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하는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물산업지원정책은 먼저 광역화와 공사화를 통해 지방상수도를 민영화 가능한 규모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어떻게 광역화할 것인가가 바로 급수체계조정안의 내용이다.
그런데 물산업육성정책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추진된 물산업지원법안은 현재 잠시 보류 되었지만, 급수체계조정사업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급수체계조정사업은 물산업지원법안이 담고 있던 상수도 지분 매각과 민간기업 지원 부분만 빠진 채, 수도법에 근거한 민간위탁과 광역화 정책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행안부 “지방공기업 경영개선명령”
급수체계조정안은 2008년 4월 24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8년 지방공기업 경영개선 명령>(이하 경영개선명령)을 통해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행정안전부는 포항권역의 핵심 지역인 포항과 경주에 대해 ‘1년 내 민간위탁’을 개선사항으로 명령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포항시 상수도사업소에 대해서 “1년 내 전문기관 위탁을 실시하고, 인접자치단체와의 광역화 필요성 여부, 수자원공사등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 시행하기 위한 계획 수립 및 추진(필요시 행정안전부가 통합위탁 방안 등 추가 조치 통보)”하라고 명령하였다. 또한 경주시 상수도사업소에 대해서 역시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 포항시와 경주시는 100만 급수인구를 보유한 포항권역의 핵심이다. 행정안전부는 교부세와 지방공기업에 대한 감독업무를 무기삼아 이러한 명령을 내렸다. 급수체계조정안이 요구했던 ‘대규모 수도사업자 육성’이란 바로 지방상수도를 수탁하는 민간회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광역화 종합계획, 환경부 “지방상수도 통합 운영 시범 사업”
환경부가 물산업지원법안 입법에 실패한 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계획”(이하 시범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2007년부터 준비했다. 이 사업은 물산업지원법안이 민영화를 위한 사전단계로 제안한 광역화 사업의 실행계획인데, 환경부가 2006년 작성한 “급수체계조정방안”에 따라 전국을 9개 대권역 26개 중권역으로 나누어 광역화를 진행하기 위한 시범사례를 먼저 만든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처음 시범사업을 설명할 당시에는 이 사업이 광역화 이후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여름 촛불시위의 확산으로 물산업지원법안이 보류된 후 사업 설명에서 민영화, 민간위탁이라는 말은 모두 삭제되었다. 환경부는 2008년 12월 시범사업 지역으로 포항권(포항, 경주, 울진, 영덕, 영천)과 목포권(목포, 무안, 신안, 영암, 해남, 강진, 장흥)을 선정하였다.
환경부 사업 설명회에 근거하면 선정 기준은 지자체들의 의지와 ‘전문화’가 가능한 지역인데, 풀어 설명하면 지자체 협조 아래 광역화 이후 민영화(민간위탁) 가능한 지역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상수도 광역화, 알고 보니 4대강 정비(혹은 대운하)를 위한 대규모 상수원 이동 계획

4대강 정비 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러 진보적 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정책이 상수도를 이윤 창출에 이용되도록 만든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왔다. 환경부나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광역화-민간위탁 정책의 목표가 단순히 지방상수도를 묶어서 민간기업이 수익을 내기에 알맞은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상수도 광역화, 민간위탁은 4대강 정비 사업 혹은 대운하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사실이 있다. 첫째, 낙동강 상류와 영산강 상류에서 시작한 4대강 정비 계획과 동시에 시작된 환경부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 계획이 포항권과 목포권에서 시작했다는 점(환경부 2008년 12월 22일 발표)이다. 둘째 국토부 SOC 사업의 중심 중 하나인 낙동강 하류의 부산 경남권 물 문제 해소 프로젝트의 핵심이 남강댐 보상착수(국토해양부 2009년 업무보고, 2008년 12월)이며 남강댐을 이용하는 핵심 지역 중 하나인 통영이 거제 사천에 이어 행정안전부에 의해 민간위탁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점(행안부 경영개선명령, 2008년 4월)이다. 셋째는 2008년 3월부터 낙동강 전도사임을 자처한 이재오 전 의원과 대운하를 주장하던 김문수 경기지사가 팔당댐 취수장 이전과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를 계속 이슈화했는데, 그 팔당댐 취수장의 핵심 지역인 경기도 광주시가 지역 시민들과 시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2월에 상수도 시설 민간위탁을 강행하려 했다는 점이다. 넷째 금강 북부권의 선도 사업 지역인 연기군의 하류에 있는 공주시가 이미 민간위탁 된 논산시에 이어 정부 압력과 한국수자원공사의 강한 로비 속에서 2008년 초기 포기한 민간위탁을 다시금 겨울부터 추진하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이다.

지방상수도 광역화/민간위탁은 상수원 이동을 위한 가장 쉬운 해법
4대강 정비사업 혹은 대운하와 이들 지역의 지방상수도 광역화/민간위탁은 우선 상수원 이동과 관련이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과 측면 제방을 공사하는 하도 정비와 댐 건설이다. 각 공사에 전체 14조 원 중 18%와 22%가 각각 소요된다. 그런데 이들 사업의 경우 모두 기존 상수원에는 치명적이다. 하도 정비 시 발생하는 흙탕물과 각종 부유물은 현재 지표수를 주요 취수 대상으로 삼는 대부분의 상수도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댐 건설로 인한 수량 변화 역시 상수원 이동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현재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행정안전부 등 상수도 관련 정부 부처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상수도 광역화/민간위탁 계획은 이러한 고민을 모두 해결해준다. 한국수자원공사로 지방상수도를 수탁할 시 관리운영비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지자체 취수장, 정수장을 폐쇄하고, 자신들이 생산하는 정수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5-10개 지자체의 상수도사업소를 통폐합하는 광역화는 일원화 된 급수체계로 이러한 취수장 폐쇄 및 상수원 이동을 더욱 손쉽게 한다. 현재도 지자체 간 수원 확보를 둘러싸고 여러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정부로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원 이동이 불가피한 지역들이 광역화와 민간위탁을 통해 지방상수도 사업을 4대강 정비 사업과 관계되어 있는 민간 기업에 넘긴다면 이 만큼 편한 일이 없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낙동강 중류 지역에서의 상수원 이동 프로젝트, 포항권 광역화 사업
포항권 광역화 사업(또는 낙동강 중부 광역화 사업)은 환경부가 2008년 초부터 광역화 시범사업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후에 행정안전부에서 포항권역의 핵심 지역인 포항과 경주에 대해 4월 말 ‘민간위탁 1년 내 시행’이라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리자 이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는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의 반강제적인 광역화, 민간위탁 정책에 다름 아니었다. 행정안전부가 내리는 경영개선명령은 지방공기업에 대한 경영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시행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하며 민간위탁을 명령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경영개선명령의 근거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였는데, 이 평가에서 포항은 인구 50만 이상 지역에서, 경주는 25만 이상 지역에서, 통영은 25만 미만 지역에서 각각 꼴지를 기록했다. 이 평가 역시 납득하기 힘든 요소가 다분하다. 포항에 대한 핵심 지적 사항인 “2004년 민간위탁 협상 종결 이후 공무원 책임감 저하”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언급된 위탁 협상은 2004년 한국수자원공사가 일방적으로 위탁사업서를 수도사업소의 동의도 없이 시에 납품하며 벌어진 해프닝으로 상수도 공무원 사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경주는 부채비율이 높다고(110%, 전국평균 7%) 지적되었는데, 이 부채는 상수도 보급률 증가 및 이후 급수 공급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로 인한 것이었으며, 이미 2002년부터 추진되었던 것으로 이제야 문제로 지적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시 당국의 적극적 지원(일반회계 지원 70억 원)이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에 상환에도 큰 문제가 없다. 즉, 행안부의 경영평가와 경영개선명령은 미리 포항권 광역화와 ‘민간위탁’을 전제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 계획은 여러 면에서 광역화 계획의 원래 뼈대인 ‘급수체계조정사업 계획’과 다르다. 급수체계조정사업에서는 포항권에 해당하는 지역이 포항, 경주, 울진, 영덕, 울릉이었으나,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에서는 포항, 경주, 울진, 영덕, 영천이다. 용수 공급 내용도 많이 달라졌는데, 급수체계조정사업은 10년 후 용수공급부족이 예상되는 울진군에서 6천 톤/일 규모의 자체 지방상수도를 개발한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았지만, 시범사업에서는 영천시의 현재 여유량 6만 2천톤/일을 포항시에 공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용수공급계획 혹은 급수체계조정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당장’ 남는 여유량의 조정이 아니라,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지방상수도 계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환경부가 2006년 말에 작성한 급수체계조정사업에 의하면 포항은 2010년까지 2만 8천톤/일 이상 시설 여유가 있으며, 2020년에는 5만 1천 8백 톤/일의 여유량이 발생한다.
결국, 현재 시범사업에서의 급수체계는 낙동강 대운하 혹은 그에 준하는 낙동강 정비 계획을 이미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이 부족하지 않은 포항에서 갑자기 물 부족이 크게 발생하는 이유는 상수원 이동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하도 정비를 포함해 강 정비 공사를 시작한 안동지역 임하댐에는 포항시의 취수장이 있고, 특히 낙동강 중류 정비 사업시 함께 공사해야 할 금호강에는 포항시민이 살고 있으며 더불어 포항제철의 핵심 수원지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수원지를 어디로 옮기려고 하는 것일까? 정확한 내용은 5-6월 정도에 나올 포항권 광역화 사업 계획서를 검토해보아야 하겠지만, 현재 예상으로는 녹색뉴딜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중소규모 댐 건설 및 국토해양부의 2009년 주요 업무인 주요 댐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 속에 답이 있는 듯하다. 녹색뉴딜에는 공교롭게도 포항 주변 댐 건설 계획을 집중적으로 포함시켰는데, 군위군에 있는 화북댐, 김천시의 부황댐, 청송군 성덕댐이 그것들이다. 2013년까지 7천 2백억 원을 투자하는 댐건설사업 대부분이 바로 낙동강의 대체 상수원으로 언제든 이용 가능한 것들이다. 또한 현재는 댐 건설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추진했던 포항권 지역의 울진군의 매화댐 역시 다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매화댐을 건설한 의도는 포항권 급수를 보조한다는 것이었다.

낙동강 하류 상수원 이동을 위한 남강권 광역화 계획과 부산시 취수원 이동
낙동강 하류 정비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현재 낙동강 하류에서 대부분의 상수원을 확보하고 있는 부산시의 상수원 이동 문제이다. 부산시는 현재 연간 4억 톤 전량을 자체 취수원을 통해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90%를 낙동강에서 취수하고 있다. 하도 정비 사업시 크게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며, 이에 정부는 부산시의 취수원 중 하나로 남강댐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국토해양부 2009년 업무보고). 국토해양부는 10대 뉴딜 사업 중 하나로 부산경남울산 상수원 확보 및 급수체계 조정(3조 1천억 원 소요) 을 선정하였다.
정부에 의하면 부산에 남강댐 수위를 높여 107만 톤/일을, 강변여과수 개발로 35만톤/일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강변 여과수는 그 효용성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으며, 사실상 남강댐 물을 들여오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주시는 인근 7개 지자체의 생활용수공급 차질과 여름철 침수 피해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남강댐 및 남강에서 직접 취수하고 있는 지역은 진주시, 산청군이며, 이 밖에도 현재 통영, 사천, 거제, 고성, 남해, 하동이 남강댐계통에서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광역정수 및 댐 원수를 공급받고 있다. 결국 남강댐을 이용한 부산시 용수 확보 계획의 관건은 기존 남강을 이용하던 지자체들의 용수 관리 통합과 정부 개입 강화 여부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거제와 사천 지방상수도를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거제와 사천 사이에 있는 통영도 행정안전부의 ‘1년 내 민간위탁’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개선명령 이후 수탁을 준비 중이다. 다만 진주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로비를 벌였으나, 현재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후 낙동강 개발로 인한 부산시 상수원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강을 상수원 혹은 용수공급원으로 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용수공급체계를 일원화하여 통합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의 해답은 진주권 광역화-민간위탁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통영시와 마찬가지로 진주권 지자체에 차례로 민간위탁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보기에 가장 좋은 해법은 남강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남강 지역 일대의 상수도 시설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거제(2007년 위탁)와 사천(2007년 위탁) 사이에 있는 통영시에 대해 민간위탁 명령을 내렸다. 유수율이 낮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하지만 사실 통영시에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재무구조로, 지출 중 60% 이상이 광역 정수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 즉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과도한 지출이 문제라는 것인데, 민간에 위탁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개선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민간위탁은 지방상수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운하 혹은 4대강 정비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시작하는 팔당댐 주변 상수원 대이동 계획
경기도 광주시는 2008년 급작스레 지방상수도 민간위탁 계획을 수립하여, 그 해 12월에 의회에 상정하였다. 경기도 광주시는 유수율이 80%에 육박하고, 이미 블록시스템 등 상수도 관리 현대화도 2007년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다만 정수장 개보수 사업이 약 200억 원 예산으로 남아 있었으나, 이마저도 2007년 이월예산과 2008년 일반회계 보조 등으로 해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운하 사업을 조기에 추진할 계획을 갖자 2008년 초부터 갑자기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방상수도 위탁 논의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안은 2008년 12월 22일 의회에서 부결되었으며, 시당국은 재상정을 추진 중이다.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대운하 논의가 본격화 된 3,4월에 팔당댐 주변 취수원 이동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본격적으로 언론에 흘렸다. 팔당댐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할 시 남한강 주변의 시설을 북한강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한 팔당댐 주변에 묶인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인해 광주시, 남양주시, 양평군, 하남시 등이 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던 지역이기도 했는데, 특히 근처 상수원보호구역의 50%가 넘는 82.4㎢ 가 광주시에 해당한다.
동시에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정진섭 의원은 한강에서 강변 여과수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팔당 취수장을 북한강 하류 쪽으로 이동할 것을 적극 주장하였다. 경기도 광주시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광주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의 이해당사자다. 그의 주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운하와 강변 여과수 개발 등 상수원 이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강변 여과수는 상수원에서 직접 취수하는 것이 아니라 강바닥이나 옆면을 통해 자연 정화된 물을 취수하는 것으로 대운하와 같은 강 개발에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1-2급수를 유지하는 한강에서 강변 여과수는 필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의 주장은 대운하로 인한 개발 사업에서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바로 이러한 운하 건설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노린 것이 광주시 민간위탁이며, 광주 하남 일대를 대상으로 한 광역화 계획이다. 급수체계조정사업이 설정한 권역은 성남, 광주, 용인, 안성을 포괄하는 성남권과 서울, 하남, 구리, 김포, 남양주를 포괄하는 서울권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광역화가 포항권이나 목포권과 같이 반드시 기존 급수체계조정사업의 권역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건설기업, 물 기업에게는 새로운 블루 골드! 시민들에게는 수돗물 재앙!

현재 낙동강 지역에 책정된 예산만도 낙동강 정비 사업에 6조 6천억 원, 경북지역 댐 건설 사업에 약 4천억 원, 낙동강 하류 상수원 확보에 3조 1천억 원, 환경부 지방상수도 광역화 사업 약 3천억 원 등이다. 중복예산을 감안해도 약 10조 원에 이르는 돈이 투입된다. 이 예산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물산업지원으로 1,989억 원이 책정되어 있기도 하다. 정부 예산에는 없지만 포항권과 진주권이 광역화되어 민간위탁 될 시 지자체들이 관리운영비로 수탁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계약기간 20년 기준으로 시설투자비와 운영관리비)도 1조 5천억 원 이상이다.

그렇다면 이 돈은 모두 어디서 나오는가? 대부분이 시민들의 세금에서 지출된다. 특히 국비만이 아니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돈도 엄청난데, 낙동강 정비 사업 중 4.8%인 2,000억 원을 비롯하여, 민간위탁 비용 전액 15,000억 원, 환경부 사업비 3,000억 원 중 일부 등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지자체가 이를 조달할 방법은 상수도 민간위탁 시 수도요금 인상과 같은 방법뿐이다. 반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의 정부 발주 건설 사업이 그러하듯 천문학적인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상수원 이전 사업은 막대한 낭비성 투자도 포함하고 있는데,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현재 전혀 식수원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상수원 이전으로 인해 취정수장을 새로 건설해야 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관망을 신설해야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상수도 가동률이 50-60%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낭비 중에 낭비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문제는 돈 만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상수원 이동과 급수체계조정으로 인한 상수도 불안정성 증대이다. 현재의 상수도 체계는 짧게는 10년부터 길게는 100년간 확립된 체계이다. 지자체 별로 최대한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원을 개발하여 사용하였고, 그렇지 못한 지역들은 국가 소유의 광역 상수도를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다.
시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상수도 체계를 대운하 혹은 4 대강 정비 계획이라는 대규모 건설 투자 계획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이러 저리 바꾼다는 것은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건설 자본 부양책일 수밖에 없다. 중앙집중식 상수원 공급 체계를 아무런 검토 없이 진행하다가 상수원에 이상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상수도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마치 현재의 지방상수도를 광역상수도망(정부 관리의 집중화된 망)으로 바꾸는 것이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선진국 어느 곳도 집중화된 상수도 체계를 갖추는 곳은 없다. 미국은 5만여 개의 지방상수도공급자가 있고, 일본 역시 2만여 개의 공급자가 있다. 이동 비용과 이동시 오염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가능한 근처에서 자신의 상수원을 찾아 깨끗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대안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지방상수도를 광역화하여 민간위탁하는 민영화 정책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주먹구구식 상수원 이전에 민영화까지 진행된다면 그 위험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 필리핀, 남아공 등에서 벌어진 상수도 대란만큼이나 끔찍한 결과가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현재 포항권은 급수 인구 100만 명 규모인데,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하여, 코오롱, 포스코, 현대, 태영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수도 민영화 시장에 참여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막개발 공사로 악명이 높은 한국수자원공사와 여러 민간 건설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4대강 정비 계획에 숨겨진 상수도 민영화 반대! 지방상수도 개선에 투자를!

경제위기로 인해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동의지반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향이다. 현재 정부는 공공성을 짓밟고 건설기업의 이윤만을 위해 정부 투자를 하려하고 있다.
차라리 낙동강에 들어가는 약 11조 원의 재정을 지방상수도 개선 및 상수원 보호구역 보호 비용으로 사용하자. 누수율과 시설 노후화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자체들을 정부가 이 재정으로 보조할 경우 전국 대부분의 노후 상수도 시설을 교체하고도 남을 돈이다. 논산시의 사례를 볼 때 10만 급수인구 기준으로 유수율을 20% 정도 향상시키는데 200억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하니, 전국적으로 2조 원만 시설 투자에 사용해도 10만 명 규모 지자체 100여 곳의 상수도 시설을 개선할 수 있으며, 손실되는 막대한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재정으로 지방상수도 공무원 증원과 교육 확대를 꾀해도 약 10년간 5만 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의 실질적 개선과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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