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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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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뉴딜, 위기극복의 만능열쇠?

경제위기와 생태위기에 대한 오판과 단견

구준모 | 정책위원
이명박 정부의 회심작 녹색 뉴딜

이명박 정부는 1월 6일 열린 2009년 첫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이하 녹색 뉴딜)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광복절 연설에서 녹색성장 전략을 선포한 후 각 부처가 발표한 녹색성장 정책 중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것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발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의 핵심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50조 원을 투자하여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녹색 뉴딜의 목표는 녹색경제 구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통해서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색 뉴딜 사업은 총 36개로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다시 세 가지 분야로 분류된다. 각 분야에 해당하는 핵심사업을 살펴보면 첫 번째 녹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분야에 4대 강 정비, 녹색 교통망 구축, 녹색국가 정보인프라 구축 사업이 포함된다. 두 번째 저탄소 고효율 산업기술 분야에 대체 수자원 중소댐 건설, 그린카 청정에너지 보급, 자원재활용 확대 사업이 포함된다. 세 번째 친환경 녹색생활 분야에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 그린홈 그린빌딩 확산, 녹색생활공간 조성 사업이 포함된다.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한 정부가 새해 벽두에 녹색 뉴딜 사업을 의욕적으로 발표하자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녹색 뉴딜의 실제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기존에 발표되었던 사업이 재탕 삼탕 중복되어 있었고, 창출하겠다는 일자리도 저임금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업을 과연 녹색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먼저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의 실상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기존에 발표되었던 여러 가지 정책이 중복적으로 짜깁기 되어 있어 새로운 정책이라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녹색 뉴딜 중 예산 대비 36%, 일자리 창출 규모 대비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대 강 정비 사업은 ‘2단계 지역경제활성화 대책’과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로 이미 지난 12월에 중복 발표된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사업과 그린카 그린홈 확대 사업도 작년 8~9월에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 중복 포함되었던 사업이다. 사업 내용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투자 규모도 중복 산정되었다. 정부는 작년에 발표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 2013년까지 100조 원을 투입하고, 녹색 뉴딜 사업에 2012년까지 50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경남 호남고속철도사업(9조 7000억 원)과 4대 강 정비 사업(14조 원)이 중복 산정되었다. 이러한 비판을 정부 스스로도 인정해 녹색 뉴딜은 “여러 부처로 흩어져 방만하게 분산된 사업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해서 집중 추진하기 위한 것”(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이라는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렇게 재탕 삼탕되어 추진되는 사업의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 많은 비판으로 잠정 중지된 사업이나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업이 녹색 뉴딜로 포장되어 다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계획이 마련되기도 전에 시급히 기공식을 강행한 4대 강 정비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다른 이름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또 녹색 뉴딜에는 물의 상품화와 민영화로 비판 받던 물산업 육성책이 포함되었다. 수자원공사와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 물산업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무분별하게 파헤쳐 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 거품을 연장하는 토목사업과, 저렴하게 제공되던 공공재와 사회 서비스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변형하는 민영화 사업을 경제위기 상황에서 녹색 뉴딜로 치장해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다.
셋째 녹색 뉴딜의 일자리 창출 전망이 과장되었고 창출되는 일자리도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정부는 2005년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의 취업유발계수에 따라 계산한 결과 9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공사비 10억 원당 17명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산업 구조가 노동절약형으로 바뀐 상황에서 이러한 단순 계산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4대 강 정비사업 등 주로 중장비를 사용하는 대형 토목사업은 일반 건축업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창출되는 일자리 절대 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다. 녹색 뉴딜의 대부분이 토목 사업이거나 일회성 사업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일자리 96만 개 중 95% 이상인 916,000개(95.8%)가 건설직이나 단순생산직이다. 전문기술직이나 관리직은 35,270개(3.7%), 서비스직이나 사무직 4,994개(0.5%)에 불과하다. 또 청년층(15~29세) 일자리 창출은 99,000개에 불과하고 이 역시 90%가 건설직과 단순생산직이다. 따라서 창출되는 96만 개 일자리는 자금이 투입되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나마도 실제로는 4년 동안 24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 유지된다. 정부가 총 일자리 규모를 연인원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악,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노동조합 활동 탄압을 통해서 비정규직에게 구조적으로 부과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 노동조건과 복지수급의 차별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 뉴딜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절대 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노동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
넷째 환경을 파괴하는 토목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친환경적인 녹색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4대 강 정비 사업을 포함해서 녹색 교통망 확충, 중소댐 건설, 매립지 재개발 등 녹색 뉴딜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사업이 토목 사업이다. 이는 ‘녹색’, ‘친환경’, ‘청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이미지 개선과 거짓 선전을 위한 녹색분칠에 불과하다. 실례로 녹색 뉴딜 사업에는 녹색 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서 철도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사업담당기관인 국토해양부는 도로건설에 과잉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중소댐 건설도 동강댐 건설 무산 이후에 추진 기회를 엿보고 있는 댐 건설 사업을 다른 이름으로 계속하기 위한 술책이다.
녹색 뉴딜은 너무 허술해서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보수언론과 경제기관마저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누가 봐도 허술한 정책을 녹색 뉴딜로 포장해서 급하게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 대책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 전년 동기 대비 0%대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에 비교해서 각각 19%와 17.4% 감소했다. 수출 부진에 따른 국내경제 위축도 장기화될 전망이고 건설, 조선업을 필두로 기업 부도와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대규모 실업발생도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한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절실했다. 그러나 녹색 뉴딜의 허술함은 이명박 정부의 실상을 드러낼 따름이다. 단순 짜깁기에 불과한 정책을 마치 새로운 국가경제 계획인 마냥 내놓았다는 점에서 녹색 뉴딜은 현 정부의 무능력과 뚜렷한 해법이 없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오바마에서 국제노총까지, 세계적인 녹색 뉴딜 열풍

오바마의 녹색 일자리
그러나 녹색 뉴딜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임을 앞둔 오바마는 ‘미국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5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백만 대의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역시 녹색 일자리(green jobs)를 강조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새로운 장을 열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과의 차이점이라면 댐, 교량,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전통적 경기부양책은 에너지 고소비 구조라며 후순위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우선 오바마의 녹색 뉴딜 구상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 회복이다.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된 상황에서 기후변화 협상이 유럽 주도로 흘러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그 과정에서 확장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 탄소거래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2006년 301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탄소시장은 2010년 1,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시장을 선점한 유럽이 80%를 지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오바마가 내세우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 대부분이 시장과 산업 육성에 맞춰져 있다. 셋째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중에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CCS) 기술을 활용한 청정 석탄이 포함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기술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이산화탄소의 누출 위험이 크고, 또한 이 기술을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석탄 이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식물성연료 정책이 계속 추진된다. 오바마는 식물성연료 생산을 2030년에는 휘발유 생산량의 두 배인 2,271억 리터(600억 갤런)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식량생산 농지를 축소하고 초민족 농기업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량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오바마의 녹색 뉴딜 정책 역시 몇 가지 급진적인 수사를 동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세계 패권 강화,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위기 해결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바마 뿐만 아니라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도 청정에너지 투자와 10만 개 일자리 창출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녹색 뉴딜을 발표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비슷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녹색 성장, 녹색 뉴딜 열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보적인 싱크탱크가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 경선 당시부터 오바마의 브레인 역할을 했고, 소장을 역임한 존 포데스타가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된 미국진보센터(CAP: Center for America Progress)는 ‘진보적 성장’을 주창하고 나섰다. 청정에너지, 혁신, 기회균등을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한 진보적 성장은 앞서 보았듯이 이미 오바마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영국 신경제학재단, 연기금을 통한 녹색 뉴딜
영국의 신경제학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도 2008년 7월 ‘녹색 뉴딜’ 보고서를 발표했다(http://www.neweconomics.org/gen/z_sys_publicationdetail.aspx?pid=258 참고). 복지경제학과 환경주의에 대한 진보적인 시각을 표방하는 신경제학재단은 블레어 내각의 사회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외채탕감 캠페인인 주빌리2000을 발의하고 주도적으로 참가했다. 그들은 현재를 3중의 위기 시대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야심찬 대안으로 녹색 뉴딜을 제시했다. 그들에 따르면 현재는 금융세계화로 인한 금융위기의 시대,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시대, 석유생산정점으로 인한 에너지위기의 시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을 다시 규제하고 조세 제도를 개혁해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 방향이 실업문제 해결과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녹색 뉴딜은 강력한 금융 규제, 거대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 어마어마한 공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1930년대의 뉴딜과 같다. 그러나 현재 큰 규모로 조성되어 있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적연금, 은행, 보험기금이 새로운 뉴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녹색 뉴딜을 위해서는 영국 내에서 탄소세를 강화하고, 탄소거래에 대한 가격규제를 개발하고,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뉴딜 정책에 필요한 비용은 탄소세와 탄소거래에 대한 세금, 독점 석유기업에 대한 횡재세와 같은 조세 개혁으로 충당될 수 있다. 반면 녹색 뉴딜을 영국 외부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연기금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연기금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되도록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경제에 끼칠 파국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녹색 뉴딜은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새로운 경제학 재단의 문제의식은 매우 거시적이고 포괄적이다.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위기의 여러 측면을 3중의 위기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대책으로 녹색 뉴딜을 제안한 점은 야심찬 측면이 있으나, 연기금을 활용해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녹색 뉴딜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몽상적이다. 현재 금융위기로 연금 수익률이 하락하고 손실이 확대되면서 연금 운영 자체가 파탄이 날 지경이다. 한편 지난 12월 폴란드 포츠난에서 열린 13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오히려 경제위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이 인정되고 탄소시장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와 자발적인 책임성을 강화해서 세계적인 뉴딜의 지렛대로 삼자는 주장은 제안자들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발생시킨 금융자본의 권력과 행위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의 녹색 일자리
한편 최근 국제노총(ITUC)과 국제노동기구(ILO)도 녹색일자리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국제노총, 국제노동기구, 유엔환경계획(UNEP)이 모여 2007년 출범시킨 ‘녹색 일자리 이니셔티브’(Green Jobs Initiative)에는 2008년부터 국제사용자기구(IOE)도 참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정책에 적합한 일자리를 연구하고 확산하기 위해 시작된 이 모임은 2008년 9월 ‘녹색 일자리: 지속가능한 저탄소 세계와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http://www.unep.org/labour_environment/features/greenjobs.asp 참고).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의 진행을 막고, 사회 경제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전 세계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고 파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 일자리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이미 세계적으로 230만 개 이상의 존재하는데 이러한 일자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 수송, 원자재 생산, 재활용, 농업, 산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녹색 일자리는 특히 청년, 여성, 농민, 빈민에게 유용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저개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보고서는 녹색 일자리와 녹색 경제로의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기술격차를 축소하고, 잠재적인 녹색 일자리를 육성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고, 조세 개혁이나 보조금 같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개발국을 위한 막대한 세계적 투자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 육성 등 녹색 경제 건설에 정부개발원조(ODA)가 대폭 증가되어야 한다.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는 기존의 정부개발원조는 개혁되어야 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정개발체제(CDM)는 거래비용을 축소해 소규모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한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소득 보장, 재교육, 기업가정신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의 캠페인은 녹색 일자리라는 긍정적 개념을 설정한 후에 녹색 산업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변화를 이끌 방법으로 국제적인 협력과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다. 환상적 희망에 근거한 이러한 계획은 유엔의 빈곤퇴치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기구의 캠페인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다. 녹색 일자리와 경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한 것에는 상세히 검토해볼 부분이 있으나, 현재의 세력관계에서 국제적 합의를 통한 녹색 일자리 창출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고 대안세계화운동이 부상한 1990년대 이후 외채탕감이나 빈곤감축이 국제기구와 NGO에 의해 제한적으로 수용되었으나, 실효성이 없었고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왜곡되었다. 국제노총은 국제기구들 사이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운동의 국제로비기구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자본-노동의 세력관계에서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 성취 가능한 변화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노동자 계급의 힘이 큰 자본주의 성장기에 가능했던 사회적 대화를 언제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변화의 수단으로 격상시킨다는 점에서 오류가 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오판과 단견

각국 정부, 싱크탱크, 국제기구, 심지어 국제노총에서 녹색 뉴딜은 현재의 위기에 대한 만병통치약처럼 처방되고 있다. 녹색 뉴딜 열풍이 부는 까닭은 무엇보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위기의 범위가 지역적 차원에서부터 국가적 차원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육성과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와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응하려고 한다. 실제 정책 집행의 책임성에서 벗어나 있는 싱크탱크는 훨씬 거대하고 아름다운 세계적인 뉴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국제노총도 녹색경제로의 전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녹색 뉴딜은 가능한 것인가? 우선 녹색뉴딜의 차원을 세 가지로 나누어 검토할 수 있다. 첫째 녹색분칠에 불과한 녹색 뉴딜, 둘째 생태적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 셋째 생태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 녹색분칠에 불과한 녹색 뉴딜은 이명박 정부에 해당된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기존 사업 내용을 포장한 것에 불과하고, 현안에 대해서 단순하게 대응하는 표피적인 정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반환경적인 사업이 대부분인데도 녹색이라고 강변한다. 생태적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은 오바마, 여러 싱크탱크와 국제기구의 정책에 해당된다. (생태적 근대화는 제도 개선과 기술 혁신을 통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념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운동』 2008년 11-12월 호에 실린 「과거를 딛고 새로운 생태운동을!」을 참고하라.)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생산의 단계부터 상당한 경제구조의 변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산업의 녹색화를 추진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적 근대화는 친환경적인 생산 방법을 추구하지만 경제 시스템이 운영되는 기본 원리는 변화시키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즉 더 많은 이윤축적을 위한 더 많은 생산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원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적 근대화는 자본주의의 합리화를 추구하는 데 머무를 수밖에 없다. 생태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은 찾아볼 수 없는데, 생태적 변혁이 경제 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뉴딜’이라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녹색 뉴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의 성격을 잘못 파악하고 임기응변 격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있다. 우리가 강조했듯이 2차 세계대전 후 호황을 맞았던 자본주의 경제의 축적이 위기를 겪은 후에 그 대응책으로 등장했던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다. 지금은 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위기가 시작된 국면으로, 대안적인 축적체계와 헤게모니 국가가 없기 때문에 위기의 깊이와 범위는 매우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잉여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방안, 즉 새로운 축적체계가 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특정 산업육성 정책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생태위기도 경제위기만큼이나 심각하다. 석유생산의 정점이 임박하면서 화석연료의 부족이 현실적인 위험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상품 생산과 유통의 동력으로 사용해서 확장될 수 있었다. 화석연료는 자본주의의 역사에 뿌리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화석연료의 막대한 사용으로 석유생산정점과 동시에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혁명이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고작 0.8℃ 높아졌을 따름인데 21세기에는 최소 2℃에서 최대 6℃까지의 변화가 예상된다. 평균기온 5℃ 이상의 변화는 지질학적 연대기에서 지구 역사상 다섯 차례 존재한 대멸종(생물종 50% 이상의 멸종) 시기의 변화에 상응한다. 그런데 화석연료와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변혁, 즉 물질과 재화의 생산량과 생산목적이 모두 변화해야 한다. 이윤을 위해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녹색 뉴딜은 정책 조정으로 경제위기와 생태위기라는 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만들어낸 희망일 뿐이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는 훨씬 심각하다. 변화를 위한 운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주제어
경제 국제 생태/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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